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우즈베키스탄에서 삼겹살 구이

좀좀이 2012. 8. 2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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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살며 나날이 늘어가는 나쁜 것이 하나 있어요.


러시아인에 대한 반감


여기에서 계속 머물 수록 러시아인이 싫어지고 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미녀의 나라에 왠지 인상이 좋은 러시아였는데, 여기 오니 러시아인은 그냥 싫네요. 러시아인이 싫어지니 당연히 러시아어도 싫어져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러시아어 공부하는 게 너무나 싫어요. 마음만 먹으면 저렴한 비용에 과외를 해서 러시아어를 배울 수도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정이 나날이 푹푹 떨어지고 있어서 러시아어 과외도 안 하고 있어요.


여기서 러시아인이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서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하면 그건 놀라울 정도로 항상 러시아인과 엮여 있었어요. 러시아 본토 러시아인들보다는 많이 좋은 사람들이라는데도 러시아인들은 별로 좋지 않아요. 나쁜 일은 왜 이유 없이 러시아인들과 엮일까요? 저도 궁금해요. 게다가 동네에서 싸우는 집은 꼭 러시아인. 밤에 집 앞에서 술 마시고 술병 아무 데나 버리고 가는 것도 러시아인. 하여간 러시아인이 문제. 게다가 우즈벡어보다 러시아어는 훨씬 공격적으로 들려요. 상냥하게 우즈벡어로 이야기하는 우즈벡인들도 놀라울 정도로 러시아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어투로 돌변해요. 이건 정말 미스테리.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러시아인은 정말 이것 때문에 필요한 존재.




바로 돼지고기 삼겹살~!


돼지고기는 러시아인들만 팔아요. 우즈벡인이 돼지고기를 파는 모습은 보지 못했어요. 돼지고기를 파는 사람은 러시아인 아니면 고려인. 그런데 대체로 러시아인들이 많아요. 시장에서 고려인들은 주로 반찬 가게에 몰려 있고, 돼지고기는 주로 러시아인들이 팔거든요.


러시아어를 잘 모르므로 이때만큼은 손짓 발짓. 그래도 결국은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 되어서 대충 잘라와서 칼로 조금 잘게 썰고, 결국은 굽고 나서 잘라 먹어요.



이건 정말 신의 물방울이 아니라 신의 고기야!


돼지고기는 잘 사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니에요. 그래서 정말 어쩌다 한 번 먹으면


지금 눈에서 습기가 차는 거야?


감동의 파도가 밀려와요. 이게 얼마만에 먹는 돼지고기 삼겹살이야! 완전 입에서 녹아! 살코기가 많지 않고 비계 투성이라도 행복해요.


그리고 불판이 아닌 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우며 깨달은 생활의 지혜...후라이팬에 삼겹살이나 베이컨을 구우면 기름이 자꾸 고여서 엄청나게 튀어대요. 그런데 고무장갑을 끼고 구우면 기름이 튀어 따끔따끔한 것을 참고 튀는 것을 피하며 힘들게 구울 필요가 없답니다. 고무장갑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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