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01 아제르바이잔 비자 받기

좀좀이 2012. 8.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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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가는 길


1. 지하철 Milliy bog'역으로 갑니다.


2. 역에서 밀리 보그 반대편 출구로 나갑니다.

-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밀리 보그와 그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제대로 없고, 도로가 넓고 차가 빨리 달리는 곳이라 타슈켄트에서 사고 다발 지역으로 악명 높은 곳입니다. 횡단보도가 분요드코르쪽으로 가다 보면 하나 있는데 지하차도 입구 근처에 있어요. 그래서 무단횡단보다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3. 밀리 보그 반대편 출구로 나와 분요드코르 반대편 (밀리 보그를 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쭉 직진합니다.



4. 쭈욱 걷다 보면 이렇게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무슨 군사시설 비슷한 것이 보이는 오른쪽 작은 길로 들어간 후 다시 처음 가던 방향 (군사시설 본 상태에서 왼쪽) 길을 따라 쭉 갑니다.



5. 조금 걷다 보면 개천이 하나 나오는데 계속 직진합니다.

6. 그러면 이렇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주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방문 - 2012년 4월달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올해 한 번 아제르바이잔에 다녀올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때는 이미 타슈켄트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녀서 더 이상 유명한 곳은 갈 곳이 없어진 상황. 그래서 목적지가 없어 타슈켄트를 돌아다니지 않고 있었는데 마침 어딘가 갈 구실이 생긴 것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은 지하철 Milly bog'에서 내려서 밀리 보그 맞은편 길에서 밀리 보그 방향으로 쭈욱 걸어가면 되요. 즉, 분요드코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죠.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작은 길로 가서 다시 직진하세요. 그러면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보입니다.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앞에 오면 경찰이 왜 왔냐고 물어봐요.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을 찾아가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철에서 나올 때 반드시 밀리 보그 맞은편으로 나와야 한다는 거에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부터 분요드코르까지 횡단보도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게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어요. 그래서 타슈켄트에서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매우 악명이 높은 길이 바로 이 길이에요. 길은 엄청나게 큰데 차들은 많이, 그리고 빨리 달리거든요. 타슈켄트에서 무단횡단으로 건너가기 매우 어려운 길이랍니다. 신호등이 차를 세워주지 않기 때문이죠.


경찰에게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잘 몰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분요드코르 쪽으로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분요드코르 쪽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요드코르 쪽으로 걷는데 어떤 사람 하나가 지하차도 입구에 있는 횡단보도로 짐을 잔뜩 가지고 길을 건너고 있었어요.


"저거 위험한데...사고 나는 거 아니야?"


쾅!


말을 마치는 순간 차가 그 사람을 치었어요. 그 사람이 들고 가던 상자가 공중으로 부웅 떠오르는 것을 보았어요. 진짜로 악명 높은 길. 타슈켄트에서 역주행, 무단 유턴, 꼬리 물기 같은 건 매일 보았지만 차가 사람을 치는 것은 이때 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아무리 차가 무질서하게 다니는 것 같아도 보행자를 배려해 주거든요.


사고가 난 것을 보고 분요드코르 거의 다 와서야 이 방향은 전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서 계속 걸었어요.


이 방향으로 걷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때 밀리 보그 맞은편 길로 걸어야한다는 사실을 몰랐거든요. 게다가 밀리 보그 쪽 길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잘 안 보여요. 그래서 한참 헤매다 겨우 길을 건너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갔어요.


경찰이 우리들에게 왜 왔냐고 물어보자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받는 방법을 알아보러 왔다고 했어요. 그러자 안에 들어가보라고 했어요.


대사관 입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아제르바이잔인 여자가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어요. 이 직원이 왜 왔냐고 해서 비자 받는 법 알아보려고 왔다고 하자 내일 여권과 사진 들고 다시 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한국인인데 초청장 없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직원은 자기는 모르니 내일 비자 접수하는 시간에 와서 알아보라고 했어요.


사무실 앞에서 여직원과 대화하고 있는데 대머리의 아제리인이 대사관에서 걸어나오다 우리를 보았어요. 그 아제리인은 우리에게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았고, 우리들은 아제르바이잔 비자 받는 법을 알아보려고 왔다고 했어요. 그러자 직원은 증명사진 2장과 여권 사본, 그리고 여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어요.


"우리 한국인인데 초청장 필요 없나요?"


그러자 그 아제리인은 한국인은 초청장이 필요한데 언제 아제르바이잔 갈 거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8월에 갈 생각이라고 하자 그때 오라고 했어요.


두 번째 방문 - 2012년 5월 29일 화요일


새벽에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에 갔다가 허탕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제르바이잔 비자 받는 법을 찾아보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 발급받는 방법.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여행사에서 발급받았다는 글은 찾았는데 문제는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가 없어


타슈켄트에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이건 론니플래닛 Central Asia편에 있는 타슈켄트 지도만 볼 줄 안다면 다 하는 일이에요. 정작 중요한 것은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초청장을 구하는 거에요.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 서류 접수 자체를 거부해 버리거든요. 그냥 단칼에 '초청장 들고 와요'라고 하면서 돌려보내요.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해주는 여행사 위치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걸 해주는 곳이 정말 찾기 어렵다는 거에요. 한국에서는 딱 한 곳 있어요. 지난 번 제가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받았던 글로리아 유라시아 여행사 장한빛 사장님 (jhskotm@hanmail.net)을 통해 받았어요.


하지만 여기는 우즈베키스탄. 여기서 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해주는 여행사 위치가 가장 중요한지 알기 위해서는 구 소련권 국가들 간의 비자법을 약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어요. 구 소련권 국가들은 원래 '소련'이라는 하나의 국가였어요. 그래서 서로 많이 섞여 살았고,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투르크멘 사람들이 투르크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만 사는 게 아니라 우즈벡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도 살고, 우즈벡인들이 투르크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타지크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도 살고 마구 섞여 살았지만 15개 국가 연합체인 '소련'이라는 한 나라 안에서 '소련인'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었어요. 문제는 소련 붕괴 후. 소련이 붕괴되며 15개 국가가 다 개별 독립 국가가 되었는데 사람들은 독립했다고 자기 민족의 땅으로 돌아간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살고 있던 곳에 눌러앉았어요. 예외라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처럼 서로 전쟁과 학살을 벌인 경우 정도 있어요. 나머지는 그냥 눌러살았고,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로 돌아간 것이 많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심지어 많은 러시아인들조차 그냥 자기 살던 곳에 계속 눌러앉아 살고 있어요. 자신이 힘들게 일군 모든 삶의 기반을 버리고 자기 민족의 국가로 돌아가봐야 결국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구 소련 국가들 국민들은 다른 구 소련 국가로 갈 때 초청장 없이 그냥 가요. 그 악명 높은 투르크메니스탄조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투르크멘인들은 대사관에 몇몇 서류와 돈만 내면 3일 방문할 수 있어요. 구 소련 국가들 국민들은 다른 구 소련 국가들로 여행갈 때 초청장이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즉, 현지인들에게 아무리 물어봐야 몰라요.


인터넷에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 발급받는 방법과 관련된 정보는 없었고, 대신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하나 찾았어요.


아제르바이잔 비자법 또 바뀌었어!


작년 아제르바이잔 여행갈 때 아제르바이잔 비자법이 한 차례 바뀌었어요. 이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열 손가락 지문을 대사관에 가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즉, 비자 대행은 이제 불가능이라는 것이었어요. 아제르바이잔 서류 대행이나 해주는 것이지 비자까지 대신 받아주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요. 저희는 이 법이 발표는 되었지만 이 법을 적용받지는 않았어요. 결정적 이유로는 법이 발표된 후 며칠 후에 비자를 신청해서 지문 채취 장비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올해 - 2012년 5월에 아제르바이잔 비자법이 한 차례 또 바뀌었어요. 이제부터는 전자비자를 신청해야 한다고 했어요. 인터넷 홈페이지 http://evisa.mfa.gov.az/ 에 접속해서 비자를 신청하고, 대사관에 가서 열 손가락 지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법이 바뀌었대요. 그런데 이게 올해 5월에 바뀌어서 아직 어떻게 해야하는지 마땅한 정보가 없었어요.


아제르바이잔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 저 사이트 들어가서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는데 가입 단계부터 사람 짜증을 유발했어요. 먼저 가입을 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보안 문자를 입력하는 게 있어요. 이게 대문자와 소문자 구분이 있는데 하도 알아보기 어렵게 해서 5번 틀렸어요. 겨우 가입하자 이번에는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또 그 사람 열받게 하는 보안 문자가 또 나왔어요. 다시 5번 틀리고 6번째에 로그인에 성공했어요.


하지만 그러면 뭐해.


전자비자 제도를 실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진짜 중요한 것은 '초청장'. 초청장 필요 유무가 중요한 거에요. 초청장 없이 전자비자 신청하고 대사관 가서 지문만 제출하면 된다면야 참 편해진 것이지만 초청장 따로 받아서 전자비자를 신청해야 한다면 그보다 더 고약하게 바뀐 것도 없어요. 절차만 더 늘어난 것이니까요. 차라리 초청장 들고 가서 대사관 가서 접수하면 서류 작성하면서 모르거나 아리까리한 것 이것 저것 물어보며 작성하고 지문 채취하면 되는데 이건 물어볼 사람도 없이 혼자 작성 다 해야 하고 지문 채취 때문에 대사관에 또 가야 해요.


일단 들이밀어보자는 심정에 대사관에 갔어요. 대사관에 도착하니 1시 조금 넘은 시각이었어요.


역시나 전화하고 음악 듣느라 정신 없는 여직원. 우리가 오자 다음날 비자 접수시간에 오라고 했어요.


"오늘은 행사 있어서 3시에 모두 퇴근해요. 내일 아침에 와요."


허탕치고 돌아가려는데 때마침 소나기가 좍좍 퍼붓기 시작했어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밀리 보그 전철역까지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소나기의 힘 때문에 택시 요금도 바가지를 써서 5천숨을 냈어요. 하지만 제대로 비를 피할 곳이 없어서 가방과 옷이 다 젖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세 번째 방문 -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전날 일 때문에 짜증과 피로로 몸이 무거웠지만 어쨌든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타슈켄트 주재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의 영사 업무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12시, 오후 3시~4시에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오후에 있는 1시간은 비자 발급 및 발급받은 비자에 문제가 있거나 비자를 거부당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으로 갔어요.


다행히 영사 직원이 계셔서 가자마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우리 전에 본 적 있죠?"

"예."


4월, 그때 그 4월에 만난 그 직원이 바로 영사 담당 외교관이었어요. 우리를 다시 보자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혹시 일이 잘 풀리는 건가?'


직원은 당연히 우리들에게 초청장이 있어야한다고 했어요. 이대로 쫓겨날 것인가? 물론 적극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타슈켄트에서 얻기 위해 이곳 저곳 들쑤시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나름 알아보려고 노력은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못 찾았어요. 현지인들이 그런 곳을 알 리가 당연히 없으니까요.


믿을 거라고는 4월에 한 번 만났다는 그 사실을 이 직원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직원에게 사정을 했어요.


"우리가 4월부터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 발급해주는 여행사를 찾아보았지만 못 찾았어요."


직원이 우리 얼굴을 알았기 때문에 사정을 해 보았어요. 일단 4월부터 아제르바이잔에 가기 위해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해주는 여행사를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다고 하고, 혹시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 발급해주는 회사 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냐고 여쭈어 보았어요. 당연히 직원은 그런 여행사는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것이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받아 오는 사람이 정말 없다는 것이었어요. 만약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발급받아 비자 접수하러 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면 맨날 비자 서류 접수하고 찍어주는 사람이 모를 리는 없거든요.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예전 비자 접수 서류 뒤져서 알려줄 수도 있어요. 이 직원이 우리를 건성으로 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름 4월에 본 사람들이 다시 와서 반가워하고 있는데 그렇게 딱 잘라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 없거나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 직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초청장 없으면 비자비 2배인데 괜찮겠어요?"


당연하지!


일단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면 안 되었기 때문에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원래 비자 발급 비용은 80불인데 초청장이 없으면 2배이기 때문에 160불. 초청장 없이 160불이라면 썩 나쁜 가격도 아니에요. 게다가 중요한 것은 초청장이 없어도 된다는 것! 인터넷을 뒤져보았을 때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받았다는 글은 있었지만 아제르바이잔 초청장을 받을 수 있는 여행사가 타슈켄트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어요. 초청장 들고 오라고 또 돌려보내는 것을 당하는 것보다 여러 모로 이득. 여행을 7월 1일 시작으로 잡았기 때문에 시간이 마땅치 않았어요. 80불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80불에 해결될 수 있다면 그게 다행. 만약 80불 아끼려고 한다면 다시 초청장 획득 단계로 돌아가야 하고, 일이 오히려 더 꼬일 수 있었어요.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이라 인터넷 속도가 느려요. 한국에서 받았을 때에는 스카이프를 이용해서 전화로 연락하며 일을 진행시켰기 때문에 빨리 해결할 수 있었지만, 여기는 그게 어렵기 때문에 말 그대로 일이 지지부진 전개될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는 아예 시작도 못하기 때문에 80불이 작은 돈이 아니기는 했지만 80불로 해결이 된다면 다행이었어요.


우리가 초청장 없이 2배 가격으로 비자를 받겠다고 하자 서류를 작성하라고 했어요. 서류는 비자신청서. 단, 차이라면 작년에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할 때 작성했던 것과는 달리 작년에 갔다왔던 기록까지 다 써야 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최근 1년간 비자 획득 국가 쓰라고 해서 아르메니아를 적을까 말까 고민하다 어차피 여권에 아르메니아 입국 도장과 출국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을 생각해서 아르메니아도 적었어요.


주의점 - 비자신청서에 나고르노-카라바흐 방문 기록도 쓰라고 되어 있어요.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다녀온다면 아제르바이잔은 못 갑니다. 단순히 트집잡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못 갑니다'. 아제르바이잔의 허가 없이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을 방문했을 경우 비자 신청 자체가 거절되며, 아제르바이잔의 허가 없이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을 방문한 것은 범죄 사실 - 일단 기본적으로 밀입국으로 취급됩니다. 만약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에 다시 간다면 여권을 재발급받아 신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아르메니아 여행 중 곁다리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옵니다.


서류를 다 작성하고 사진 2장을 내자 직원은 일단 일주일 동안 초청장 없이 비자를 발급하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고 하셨어요. 만약 안 된다고 한다면 다음주 수요일에 와서 다시 이야기를 해 보자고 하셨어요. 돈은 지불하지 않았어요. 오직 비자신청서와 여권 사본, 증명사진 2장을 제출하고 열 손가락 지문을 등록한 후 대사관에서 나왔어요.


네 번째 방문 - 2012년 6월 6일 수요일


일주일 뒤 - 6월 6일에 오라고 해서 다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갔어요. 전전날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에서의 허탈함과 짜증 때문에 고추장에 밥을 비벼 왕창 먹고 간식으로 사온 빵과 과자를 잔뜩 먹고 소파에 드러누워 잤는데 전날 배탈과 감기가 동시에 걸려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어요. 다행히 몸이 많이 좋아져서 적당한 시각에 집에서 나왔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도착하자 10시 반이 되었어요.


경찰이 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우리가 오자 왜 왔냐고 물어보았어요. 우리가 비자 때문에 왔다고 대답하자 여권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여권을 건네주자 어디론가 가져갔어요. 잠시 후, 경찰이 여권을 다시 들고나왔고, 우리들에게 대사관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잠시 벤치에 앉아있다가 우리 차례가 되자 안으로 들어갔어요. 역시나 그 여직원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어요.


"비자 때문에 왔어요."

"전에 왔죠?"

"예."


전에 왔었다고 하자 여권을 받아 이름만 적었어요. 그리고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어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낯익은 외국인 한 명이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나왔어요. 전전날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 앞에서 본 외국인이었어요. 그 외국인은 우리를 보자 반갑게 인사했어요. 그 외국인은 스페인 사람으로, 투르크메니스탄 경유비자를 받기 위해 20일이 소요된다는 말에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포기하고 비행기로 이란으로 넘어갈 것이며, 아제르바이잔 비자 때문에 대사관에 왔다고 했어요.


한 시간을 밖에서 기다렸는데 여직원이 들어오라고 우리를 부르지 않았어요. 어느덧 시간은 11시 30분. 다시 여직원 앞으로 갔어요. 여직원은 핸드폰으로 통화중이었어요.


"언제 들어가요?"

"이제 곧 온대요."


설마 출근을 지금 한다고? 이 무슨 황당한 소리야? 대사관 비자 업무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인데 12시 다 되어서 출근한다니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상황. 와 있는데 여직원이 까먹어서 안 부른 것도 아니고 '지금 오고 있다'고 했어요.


다시 10분을 밖에서 기다리자 여직원이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영사 직원 앞 의자에 앉았어요. 직원은 여권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여권을 드렸어요.


"언제 출발?"

"7월 5일이요."

"며칠동안?"

"열흘이요."

"한 사람당 50달러씩."


엥? 한 사람당 50달러?


둘이 합쳐 100달러를 내고 여권을 드렸어요. 분명히 지난주에는 한 사람당 160불이라고 했는데 초청장 없이 비자 나오고, 거기에 비자비는 한국과 똑같이 그냥 50불. 이게 왠 횡재냐!


직원은 3시에 비자를 찾으러 다시 오라고 했어요.


다섯 번째 방문 - 2012년 6월 6일 수요일


지난 주 서류와 사진을 내고 지문을 스캔했다는 것은 접수가 일단 들어갔다는 것. 딱 일주일만에 기적적으로 초청장 없이 비자가 나온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주친 현실은 더위와 배고픔이었어요.


"어디 가서 밥 먹지?"


3시에 대사관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밀리 보그 쪽에서 시간을 때울만한 곳이 마땅찮았어요. 집에 돌아가자니 전철을 타야 하는데 여권이 없어서 전철을 이용할 수도 없었어요. 요즘은 요령이 생겨서 들어가자마자 자진해서 짐을 경찰에게 까 보이고 있는데, 이러면 대충하고 넘어가요. 하지만 이렇게 해도 여권을 보자는 경찰들도 가끔 있어서 전철을 타는 것은 일단 배제. 밥을 먹을 곳을 찾아 분요드코르까지 걸었지만 밥을 먹을 곳은 있었으나 3시까지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카페'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카페'는 우리나라의 식당+카페에요. 이런 곳이 점심 먹고 차 시켜서 시간 때우기 좋아요) 결국 택시를 타고 동네로 돌아왔어요.


기분 좋게 모처럼 외식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쉬다가 다시 택시를 타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갔어요. 택시 기사가 러시아인이었는데 '밀리 보그 지하철역'을 몰라서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우리보다 먼저 탄 사람이 잘 설명해 주어서 별 무리없이 도착했어요.


대사관 입구에 이번에는 당당히 '여권 찾으러 왔다'고 하자 여직원이 우리들의 여권을 돌려주었어요.


"이거 뭐야?"


아제르바이잔 비자는 타지키스탄 비자와 마찬가지로 전부 손으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어요. 타지키스탄 비자는 그다지 기재되는 사항이 별로 없는데, 아제르바이잔 비자는 기재되는 사항이 꽤 많아요. 그런데 전부 손으로 갈겨 써 놓아서 뭔지 읽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한참 들여다보니 n을 키릴문자 м의 필기체처럼 써 놓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더듬더듬 하나하나 읽어가는데 대체 뭐라고 적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여직원에게 물어보았어요. 여직원이 뭐라고 설명해주었는데 여직원의 설명도 이해 불가. 어쨌든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발급받은 비자는 무려 30일 비자! 한국에서 깔끔하게 타이핑되어서 나오는 21일 비자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손으로 갈겨쓴 30일 비자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손으로 갈겨쓴 30일 비자에요.


아래는 비교사진


이것은 작년 한국에서 받은 아제르바이잔 비자



그리고 이것은 올해 타슈켄트에서 받은 아제르바이잔 비자



이렇게 다섯 번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간 끝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비자를 받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을 필수 준비물 챙기기가 모두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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