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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436

7박 35일 - 02 그리스

2009.03.12 국경심사 받을 때까지 자지 않고 있었어요. 국경심사를 받고 나서도 잠을 자지 않고 있었어요. 제가 일정을 짜고 총괄하는 여행은 처음인데다 옆에는 여자 후배가 있었어요. 07학번 후배인데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고 해서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을 자지 못했어요. 그러나 피곤한 것은 저도 마찬가지. 터키로 나오기 전에 술 먹고 숙면을 취한 것이 아니라 술 먹고 속이 계속 안 좋아서 깊게 잠을 자지 못했어요. 더욱이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계속 방에서 꼼짝하지 않다가 밖에 기어나와 하루종일 있었더니 너무 피곤했어요.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잠시 외출 한 번 해도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결국 국경심사 받고 잠들었어요. "오빠, 일어나세요. 테살로니카 도착했어요..

첫 걸음 - 에필로그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피곤했어요. 그러나 집에 막상 돌아오니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어요. 시차의 위력은 바로 다음날부터다! 예...다음날 되니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원래 야행성인데다 동에서 서로 가면 시차로 덜 고생해요. 서에서 동으로 갔을 때 시차로 인한 진정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이해가 되요. 비행기에서 보았던 시간의 변화. 단 2시간 만에 밤에서 대낮이 되었어요. 그 2시간 동안은 정말 해가 갑자기 확 떠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오후 2시에야 겨우 일어났어요. 담배를 한 대 태우러 옥상에 올라갔어요. 어머니께서 제가 여행기간 내내 입었던 바지를 빨아 놓으셨어요. 이 널려 있는 바지를 보니 그제서야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어요. 여행 도중에 바지를 빨아서 널어놓은 적은 단..

첫 걸음 - 20 스페인 마드리드

아침. 민박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근처 한국 식당으로 갔어요. 왠지 민박에서 한국 식당도 같이 운영하는 것 같았어요. 전날 피로에 절어 라면만 먹고 잠들었지만 벽에 붙어있었던 경고문만큼은 확실히 기억났어요. '모로코인 절대 조심'. 밥을 먹는데 마드리드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민박집 아주머니와 다른 한국분들께서 모로코인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냥 '조심하세요'가 아니라 아주 경찰청 사람들이었어요. 오후 3시, 골목길도 아니고 일반 거리에서 뒤에서 목졸라 기절시켜 소지품을 모두 털어간 경험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사건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어요. 안전하게 다니는 방법은 첫 번째, 모로코인은 무조건 조심해야 하며, 두 번째, 남자라도 절대 혼자 다니지 말 것, 세 번째 그 어떤 상황에서도 ..

첫 걸음 - 19 스페인 그라나다, 세비야

부제 : 아랍의 그림자 해가 뜨자마자 일행 모두 달려간 곳은 알함브라 궁전. 드디어 스페인 여행의 꽃, 스페인 여행의 절정 알함브라 궁전에 도착했어요. 알함브라 입구. 겨울이라 차분한 궁전. 그러나 입구부터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저를 덮쳤어요. 보수중인지 풀이 안 자라고 방치된 건지...하여간 겨울 여행하면 이런 점은 안 좋아요. 알함브라 궁전 속 거리. 멀리 보이는 그라나다. 저것도 하나의 그림이에요. 액자 속 그림...이라고 하고 싶지만 저것은 유리창과 창밖의 풍경.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구경하는데 일행 한 분이 일단 먼저 가야하는 곳이 있으니 일단 다 지나가자고 했어요. "어디 가는데요?" "따라와보면 알아. 이건 이따 되돌아와서 보면 되는 거구. 지금 빨리 가야할 곳이 있으니 어서 가자!" 궁전에서 ..

첫 걸음 - 14 모로코 마라케시

아침이 왔습니다. 모로코으 아침은 언제나 흐렸죠. 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으슬으슬했어요. 한국 기준으로 추운 것은 아닌데 상당히 기분이 나쁜 날씨였죠. "핸드폰 없어졌어요!" 남자의 예감은 1회 맞았습니다. 일행분 한 분께서 어제 나갈 때 손가방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분 방이 바로 어제 문이 고장난 방이었죠. 돌아와보니 핸드폰이 없어졌고, 손가방은 열려있었답니다. 즉, 도둑이 들은 것이었죠. 안전하다는 호텔방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심조심하던 우리 일행에게 처음으로 사고가 터졌습니다. 핸드폰은 GSM방식이 아닌 CDMA방식. 모로코에서는 안 터져요. 그런데 여기에서 사신 경험이 있으신 분께서는 일단 그것은 팔린다더군요. 그 칩..

첫 걸음 - 13 모로코 라바트

부제 : 폭풍전야 아침식사는 입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튀니지에서보다 먹을만한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고, 매일 아침 넘기기 힘든 빵을 쉽게 넘기게 해 주었던 오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정말 사실... 나 정말 하루 정도 굶고 싶어! 이대로 먹다가는 초 대형 사고가 터질 거야! 이미 두 번 속을 버렸어요. 밀라노에서 피자를 먹던 날, 튀니지 수스를 다녀온 날...저에게 많은 경험 시키고 굶주린 여행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알고 고맙지만 정말 매끼 과식 폭식의 연속. 한국에서는 괜찮아요. 어차피 하루 한 끼 정도밖에 안 먹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한 자리에서 먹어봐야 두 끼? 그럼 하루 세 끼 중 한 끼가 항상 비게 되죠. 하지만 여기는 매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요. 식사거부? 그런 것..

첫 걸음 - 12 모로코 카사블랑카

부제 : 전설은 전설일 뿐 01.30 모로코에 대한 여행자료는 모로코에서 2년간 거주하셨던 분이 계셨기 때문에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갈 지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습니다. 단지 언제 어디를 갈 지에 대해서만 약간의 논의가 있었을 뿐이었죠. 모로코는 튀니지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에요. 이 나라에서 유명한 도시라면 정치 수도인 라바트, 경제 수도인 카사블랑카, 남쪽의 마라케시, 1300년의 고도 페스, 그리고 보세구역이 있는 탕제(탕헤르) 였습니다. 이 도시들만 다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를 다 다녀온 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너무 커서 이동시간이 매우 많이 걸린다는 사실. 그나마 철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기에는 좋지만..

첫 걸음 - 11 모로코 라바트 시장 풍경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 말했다. "합쳐져라!" (02) 택시를 타고 살레에서 다시 라바트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던 프랑스 문화원 건물입니다. 확실히 프랑스의 입김이 강하더군요. 사람들도 프랑스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구요.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호감은 별개인 것 같았습니다. 만약 둘이 별개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놓고 크게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알릴 수는 없었겠죠.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똑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대놓고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크게 알린다면 당장 테러당하겠지요. 특히 反서양 시위가 일어날 때 주요 타겟이 되었겠죠. 그래서 모로코 주재 미국 문화원은 엄청나게 입구도 좁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살레 구경을 마치고 라바트 시내로 돌아와서 ..

첫 걸음 - 10 모로코 살레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게 말했다. "합쳐져라!" (01) 01.29 (후반부) 식사를 마치고나니 3시 30분이었습니다. 숨통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바트 교외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단 차를 타고 라바트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음산했던 라바트 시내는 어제보다는 나았습니다. 해도 뜨고 사람들도 거리에 있더군요. 그러나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라바트가 절대 큰 도시는 아니에요. 비록 수도이기는 하지만 라바트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도일 뿐입니다. 실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은 카사블랑카이구요. 그러나 수도가 이렇게 한산하다니 전혀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폭발할 것 같은 활기는 하나도 없었습니..

첫 걸음 - 09 모로코

부제 : 피도 눈물도 없이 01.29 전반부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말리키 학파 양식의 첨탑이 보였습니다. 호텔은 안 옮기는 것으로 결정했고 오전 10시 30분까지는 얌전히 혼자 호텔에서 쉬고 있으라는 일행의 지시로 인해 혼자 방에서 뒹굴거리며 놀았습니다. 아침을 거의 끝나기 직전에 가서 대충 먹고 방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1개 국가를 경유해 다른 국가로 왔고, 지중해를 두 번이나 건넜어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짐을 모두 들고 이동할 때는 남의 짐을 슬쩍하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너무 유명해서 말할 필요도 없어요. 모로코는 유럽에 소매치기와 강도..

첫 걸음 - 08 모로코

부제 : 양들의 침묵 01.28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호텔비는 일단 제가 전부 지불했습니다. 함께 방을 쓰는 일행이 모로코의 호텔비를 전부 지불하고, 양쪽의 차이를 계산해서 적게 지불한 쪽이 많이 지불한 쪽에게 돈을 더 지불하기로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계산이 매우 편하더군요. 튀지니 호텔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로 약간 친해졌기 때문에 호텔을 나갈 생각을 하자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웃으며 아침인사를 나누고, 카운터 직원 중 키가 크고 젊은 제 또래의 청년은 제게 열쇠를 건네줄 때 장난을 치곤 하였습니다. 모두 그 짧은 며칠 사이에 정이 들었기 때문에 헤어지려고 하자 너무 아쉬웠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줄 작은 선물은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

뜨거운 마음 - 여행 준비

반복되는 일상까지는 참을만 해요.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가 꾸준히 쌓이기만 하는 것은 참기 어려워요. "확 어디론가 떠나버릴까?" 차라리 반복되는 일상이 나을 지경. 그래서 결심했어요. 한 번은 가 보아야하는 카프카스 지역. 구실도 있었어요. 논문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 언제까지 자료 수집을 못 했다고 변명을 댈 수도 없었어요. 더욱이 카프카스 지역을 공부하면서 카프카스 지역을 단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결정했어요. 까짓거 다녀오자!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돈. 일단 돈을 모아야 했어요. "뭐 괜찮은 방법 없을까?" 돈을 모을 궁리를 했으나 수입과 지출은 정해져 있었어요. 지출을 한 없이 줄이는 것은 불가능. 물론 수입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출..

첫 걸음 - 04 튀니지 튀니스

부제 : 아랍어는 글쎄? 불어는 대환영 01.24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전화소리. 받자마자 들리는 목소리. '알로'. 알로...알로...알로하오에? 몰라요. 몰라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사바할 키르'보다는 '봉쥬르'가 훨씬 편하다는 것. '키프 할렉'보다는 '싸 바'가 훨씬 간단하다는 것. 전날 카운터 직원과 일행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에 둘 중 편한 것을 택일하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쥬르와 싸바를 말했더니 전화기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불어 폭격의 연쇄폭발. 졸려서 알딸딸한데 전화기에서는 뭐라고 불어로 신나게 떠들어대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저의 상쾌한 대답. 'J'ai compri.' 모닝콜부터 불어로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튀니지, 모로코에서..

첫 걸음 - 03 이탈리아 밀라노

부제 : 빗물로 물 빠진 도시 01.23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자정이었습니다. 밀라노로 가는 첫번째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새벽 4시쯤에는 줄을 서야 했습니다. 즉 공항에서의 노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 노숙은 정말 싫어요. 정말 많이 피곤해요. 그러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호텔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동시간 2시간 잡으면 남은 시간은 2시간. 샤워하고 조금 쉬려고 하면 벌써 출발할 시간. 이러면 더 피곤해. 그냥 노숙하는 것보다 돈도 더 들고 피로도 더 많이 쌓이기 때문에 노숙 확정. 노숙할 자리를 찾는데 공항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비행기여서 공항에 남아있는 사람은 우리 일행처럼 노숙하는 외국인 뿐이었어요. 나를 반기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

삼대악산 - 21 월악산

옆을 보니 그냥 답이 없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계단이 많고 급한데 옆은 이렇게 생겼어요. 진짜 설악산 대청봉 때처럼 바람까지 휭휭 불었다면 정말 대책 없었을 거에요. 정말 열심히 올라갔어요. 그래서 14시 40분, 정상 도착. “젊은 것을이 왜 이제야 올라와?”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정상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드시고 계셨어요. 우리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나름 열심히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체력이 저질이라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어요. “와서 밥 좀 먹어. 이거 우리 혼자 다 먹기에는 많다.” “그래, 와서 좀 먹어. 산에 와서 배고프면 안 되잖니.” 친구의 친척분들께서 우리에게 점심밥을 조금 나누어 주셨어요. 우리가 다 먹자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먼저 ..

삼대악산 - 16 치악산

하산은 계곡길이 아니라 입석사-황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은 계곡길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갔던 길 또 가기 싫다고 친구가 입석사-황골 쪽으로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비가 왔었어요. 벌레 대신 물이 잡힌 거미줄. 거미가 물 먹었네요. 내려가는 길은 큰 특색 없었어요.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요. 사다리병창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일반적인 산에 비해서도 험하다고 할 만한 길은 아니었어요. 그냥 정말 무난한 길. 길이 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신발만 많이 더러워졌을 뿐이었어요. 그냥 감흥 없는 평범한 길. 드디어 입석사에 도착했어요. 16시 40분. 입석사 본당에서 조금 내려와 세수를 하고 조금 쉬..

삼대악산 - 15 치악산

일단 사다리병창 입구에 있는 표지판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치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사다리병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어요. - 사다리병창길은 계단이 약 1,000여개 정도이며, 길이는 2.7km로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난코스에 해당된다. 이미 인터넷으로 충분히 사다리병창에 대한 정보를 보았어요. 이게 능선길이라는데 멀리서 보면 나무에 가려져 있고 능선이라 완만하고 별 거 아닐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말 힘든 길이라고 했어요. 각오는 되어 있었어요. 사다리병창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계단. 계단. 또 계단. 이제 그만 좀, 계단! 진짜 별별 계단이 끝도 없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계단이라 ‘이까짓 계단, 그냥 기어 올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

삼대악산 - 08 설악산

정신없이 올라갔어요. 계속 소시지와 초콜릿을 먹으며 가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체력 자체가 저나 친구나 저질이라서 숨이 자꾸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12시. 드디어 공룡능선에 도착했어요. 공룡능선 옆에는 헬리콥터 착륙장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공룡능선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기 위해 헬리콥터 착륙장에 올라갔어요. 위이잉 “야! 이게 뭔 바람이냐!” “바람 엄청 센데?” 헬리콥터 착륙장에 올라갔더니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고 있었어요. 사람 날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강한 바람. “이곳 기후가 이상한가 본데?” “그러게. 왜 헬기 착륙장에만 바람이 심하게 불지?” 헬리콥터 착륙장에서 내려오니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어요. 둘이서 왜 바람이 헬리콥터 착륙장 위에만 심하게 부는지 투덜거리며 다시 걸었..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7 (마지막화)

새벽 2시 52분 단양 출발 청량리 도착 무궁화 열차의 특징은 바로 이 기차가 중앙선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영동선을 타고 내려온 기차가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온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양에서 타면 큰 차이는 없다. 단양에서 청량리까지는 중앙선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좌석에 앉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H군이 잤는지 자지 않았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밖은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맑은 날 밤에도 창밖은 열차 안의 불빛으로 인해 거의 보이는 것이 없는데, 비까지 내리니 보이는 것은 창밖에 맺힌 빗방울 뿐이었다. 정신없이 잠을 잤다. 도중에 딱 한 번 깨어났다. 내가 깨어났을 때, 기차는 무슨 강 비슷한 것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강을 ..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6 충청북도 단양

덜커덩 덜커덩 풍기에서 청량리로 가는 막차가 움직였다. 풍기에 대한 아쉬움과 안동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뒤로 하고, 일단은 북서쪽을 향해 몸을 맡겼다. "날씨 좋겠지?" "좋을 거야." 이 짧은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기차 창문에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점점 세게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표는 단양까지만 끊었다. 평일 막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타지는 않을 것이다. 이대로 쪽팔림을 무릅쓰고 청량리에 갈까? 풍기역에서 청량리행으로 표를 끊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풍기만 해도 날씨가 다시 개고 있었지만, 딱 기차에 타자마자 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가 단양까지만 표를 끊었기 때문에 단양 이후부터 우리 좌석은 ..

나의 정말 정신나간 여행기 - 05 경상북도 풍기

풍기에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풍기에 딱 하나 있는 농협으로 달려갔다. 정말 내가 아는 모든 신이라는 신의 이름은 다 부르며 은행에 뛰어가서 잔액을 확인해 보았다. 과연 끝나지 않는 고난의 행군은 계속될 것인가? 그 결과는 바로 '오늘만은 고난 끝, 행복 시작'이었다! 드디어 매달 들어오기로 되어 있으나, 학교 파업으로 인해 들어오지 않던 봉급이 들어온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전날, 학교 직원 앞에서 한 푸닥거리를 한 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었다. H군에게 빌린 돈을 단번에 청산하고, 집에서 빌렸던 돈 역시 모두 갚자 내 수중에는 돈이 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이 어디냐...돈 500원을 아끼기 위해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김치를 볶아서 매일 밥을 비벼먹다가, 그것도 질려서 나중에는..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4 경상북도 풍기

풍기에서 부석사까지 오는데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는 내가 버스비를 2천원 넘게 냈다는 사실 뿐이었다. 버스에서 바로 골아떨어졌기 때문에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풍기로 가는 길 중간에 소수서원이 있었다는 것은 기억이 났다. 버스가 소수서원에 도착했을 때, 잠시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 내가 본 것은 소수서원이 아니라 소수서원 매표소였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돈 내고 들어가는지 돈을 내지 않고 들어가는지만 보였다. 돈을 내고 들어간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눈에 마땅히 보이는 것이 없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밤에 몰래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버스비가 비쌌기 때문에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20km가 조금 넘는 거리였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인간이 한 시간에 도보로 걸을 수..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3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

돌발상황이란 다름아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시간이 많이 남았는지 벌써부터 시간을 보낼 생각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불과 30분만에 시장을 거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골목골목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그 '풍기 인삼시장'이라는 곳만은 얼추 본 셈이었다. 이제 무엇을 하지? 무엇을 하지? 돈만 있다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내게 돈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아무리 탈탈 털어보아야 H군에게서 빌린 3만원 가운데 차비를 제하고 받은 7천원과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2천원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벌써 약간 써서 슬슬 위기가 몰려오고 있었다. 나 혼자라면 왕복 차비가 있고, 돈 7천원 정도 있으면 최소 이틀간은 실컷..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2 경상북도 풍기

H군이 나를 깨웠다. 너무 피곤해서 다시 자려는데, H군이 말했다. "이제 거의 다 완."(이제 거의 다 왔어) "어디?"(어디인데?) "단양." "풍기 도착함 깨워. 나 넘 피곤행 눈 좀 붙여사켜."(풍기 도착하면 깨워. 나 너무 피곤해서 눈 좀 붙여야겠다) 얼마 후, H군이 나를 다시 깨웠다. "어디?" "풍기." 창밖을 보았다. 풍기역이 보였다. 부리나케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에서 나와 검표원에게 기념으로 표를 가지겠다고 말한 후, 표를 들고 역 밖으로 나왔다. 풍기역 앞에서 H군은 속이 조금 좋지 않다며 화장실에 갔고, 그 사이에 나는 느긋하게 풍기역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운 후, 풍기역 사진을 찍었다. 풍기역은 그냥 평범했다. 특별한 것은 전혀 없는 역이었다. 처음 와보는 곳이기 ..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 - 01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경북 풍기 가기

H군의 전화로 인해 새벽 한 시에 잠을 깨버리고 말았다. 땡전 한 푼 없어 굶주림을 잊기 위해 일찍 잠이 들었는데, H군의 전화가 나에게 굶주림을 되돌려주고 말았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러나 한 번 도망간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6월 9일에는 시험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이래저래 쉽게 집중이 되지 않았고, 결국 새벽 6시, H군과 나는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H군이 전날, 내게 함께 새병열차를 타고 여행을 갈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그때 나는 전날 저녁에 영월에 가서 동강까지 걸어간 후,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도 보고 동강 및 영월을 구경하다가 점심때쯤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H군은 피곤하다고 아침에 여행을..

뭐라카네 - 07 (마지막화) 경상남도 사천

사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시내만 돌아다닐 수는 없었어요.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확실한 목표인 ‘대곡숲’이 있었거든요. 사실 너무 즉흥적으로 찾아낸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의 머리 속에 확실한 이 여행의 목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아 버렸어요. 문제는 대곡숲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분명 여기는 한국. 말은 잘 통해요. 길을 물어보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대곡숲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어요. 더욱이 여행이 꼬이려고 작정했는지 대곡숲 가는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말을 건 행인들 전부 외지에서 사천으로 온 지 얼마 안 되신 분들. 목적지는 있는데 길을 못 찾아서 점점 우리의 길은 여행에서 방랑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어요. 친구와 방향 없이 걷다가 마침 봄이다..

뭐라카네 - 06 경상남도 사천

진주-하동-구례-진주-남해-진주-사천-제주 아침 10시. 오른쪽 무릎 안쪽의 아랫부분이 심하게 아파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누군가 있는 힘껏 꽉 누르는 느낌이었어요. 얼마나 아픈지 엄지손가락으로 눌러보자마자 이제 보통 자다가 잘못 되어서 아프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꾸르륵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계속 누워 있는데 뱃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절대 ‘꼬르륵’이 아니었어요. ‘꾸르륵’이었어요. ‘오’와 ‘우’의 미묘한 차이. 두 개가 단지 모음만 차이날 뿐인데, ‘아’와 ‘오’의 차이만큼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닌데 ‘꼬르륵’과 ‘꾸르륵’은 아주 다른 의미에요. ‘꼬르륵’은 몸 안으로 무언가를 초대하고 싶은 의미이고 ‘꾸르륵’은 몸 밖으로 무언가를 내쫓고 싶은 의미. 하지만 무릎이 너무..

뭐라카네 - 05 경상남도 남해 금산

내용은 별 거 없지만 사진 대방출이라 이날 하루 이야기를 2부로 나누었습니다. 조금 가자 산장이 나왔고, 정말 아름다운 경치들이 계속 나와서 한참 갔다가 타이밍의 여왕님을 부르러 갔습니다. 그리고 보리암부터 간 후, 보리암에서 이성계가 기도할 때 일어섰다는 바위들을 보았어요. 보리암의 모습이에요. 진짜 멀리서 보기만 해도 너무나 아름다운 절이었어요. 하얀 불상이 바로 금산 보리암의 해수관음상이랍니다. 경치 좋고 절도 예쁘고 정말 아는 말을 다 가져다 붙여도 뭐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보리암과 보리암 근처에 있는 세 명의 바위를 구경한 후, 정상을 향해 출발했어요. 정상에 가는 길은 몇 개 있는데 그 중 보리암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었습니다. 아침 버스기사 아저씨 말 대로..

뭐라카네 - 04 경상남도 남해 금산

하동에서의 쓰디쓴 추억.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하동에서의 추억. 나의 4사자 3층 석탑이여~! 하동-구례 여행까지 계속 일정이 틀어졌습니다. 차라리 한 시간 늦으면 좋으련만 10분 이내의 차이로 차를 놓쳤습니다. 특히 하동-구례 여행에서는 눈앞에서 버스가 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어요. ▶◀지못미 이 대사가 나와야할 자리는 아닌 것 같군요. 저희가 버스를 탔다고 해서 버스를 우리가 지키는 것이고, 우리가 버스를 못 타서 버스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상황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우리는 하동-구례 여행에서의 문제를 떨쳐내고자 용병을 긴급 투입했습니다. 타이밍의 제왕! 친구의 여자친구는 타이밍의 제왕. 아무리 늦어도 10분 이내의 타이밍을 만들어 차를 놓치지 않는 마이더스의 손? 하여간 이상한 ..

뭐라카네 - 03 경상남도 진주

어제 계획이 크게 뒤틀리는 바람에 진주 올 때 들고 온 여비를 모두 소진해버렸어요. 다리는 알이 배었지만 친구를 향해 괜찮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참아야했죠. 전날 지리산을 보고 친구는 지리산에 꼭 올라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국립공원에 전화를 해 보았어요. “지리산이 어제 폭설이 내렸어요. 그래서 아이젠과 스틱, 고글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아이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 아이젠을 구입해서 가려고 했어요. 그러나 아이젠에 스틱, 고글이라면 돈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내일 어디 가지?” “나 산이 너무 좋아졌다.” 친구가 산에 대한 열정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4일간 친구 방에서 뒹굴거리고 하루 여행갔다가 내려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