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

첫 걸음 - 10 모로코 살레

좀좀이 2011. 12. 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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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게 말했다. "합쳐져라!" (01)


01.29 (후반부)


식사를 마치고나니 3시 30분이었습니다. 숨통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바트 교외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단 차를 타고 라바트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음산했던 라바트 시내는 어제보다는 나았습니다. 해도 뜨고 사람들도 거리에 있더군요. 그러나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라바트가 절대 큰 도시는 아니에요. 비록 수도이기는 하지만 라바트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도일 뿐입니다. 실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은 카사블랑카이구요. 그러나 수도가 이렇게 한산하다니 전혀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폭발할 것 같은 활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까지 맥이 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 이런 포스터도 보았습니다.



모로코 베르베르인들이 쓰는 베르베르어 글자를 나타내는 포스터였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붙어있더군요. SNCFT 창설 50주년 포스터와 더불어 떼 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벽보를 뜯어가는 것은 보통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더군요. 워낙에 시선이 많아서 차마 뜯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포스터를 파는지 살펴보았지만 팔지도 않더군요. 거리에 베르베르어 글자 포스터를 붙여놓았다는 것은 베르베르어 교육에 나름대로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튀니지와 아주 다른 국가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 베르베르어까지 자기네 말에 섞였으니 그네들 말은 얼마나 희안하겠습니까. 이 사진을 찍는데 일행들이나 주변 모로코 사람들이나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그런 쓰잘데기 없는 사진은 뭣하러 찍어'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나름대로 독특한 전파방법이었기 때문에 찍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때 몇몇 단어를 열심히 바꾼 적이 있었죠. 여러 개 바꾸었는데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노견'을 '갓길'로 바꾼 것이었어요. 그때 텔레비전을 통해 열심히 홍보한 것은 기억나지만 바꾼 단어들을 벽보로 만들어서 벽에 붙이지는 않았어요. 그네들이 이 해괴한 글자를 열심히 배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습니다.


라바트 거리의 사진입니다.



다른 일행분들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가셨고, 저는 일과 무관한 일행들과 함께 라바트 근처의 '살레'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살레'라는 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의정부 정도 되는 곳입니다. 옛날 이슬람군이 스페인에서 철수할 때 살레를 통해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그 후 빈민촌의 역사를 이어가다가 요즘 재개발중이라고 했습니다.



살레에 가자마자 간 곳은 '핫산 2세 모스크'였습니다. 입구는 말 탄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장이...복장이 그네들 옛날 군인들 복장인지는 몰라도 이상했습니다. 왜 저 옷을 입고 지키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관광객을 위한 모로코의 배려인지 아니면 핫산 2세 모스크가 매우 중요한 모스크라서 경비병의 옷도 특이하게 입힌 것인지는 매우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네요. 분명히 말이 서 있는데 주변이 깨끗하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분명히 말도 볼 일을 볼텐데요. 말도 훈련을 시키면 볼 일을 참고 가릴 수 있는 것일까요? 경비병이 탄 말을 자주 교대해 주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러면 대체 정답은...혹시 핫산 2세 모스크에는 말의 대장과 방광에 특이한 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요?



핫산 2세 모스크 앞의 기둥들이 뭘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얗고 거대하고 초록 지붕을 가진 건물이 바로 핫산 2세 모스크입니다. 무슬림이 아니어도 들어갈 수 있더군요. 그래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은 매우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습니다. 문제는 제 카메라로는 그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충 흔들려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내부 장식이 너무 섬세해서 사진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기 싫더군요.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구경했어요. 그리고 이 입구는 총을 든 병사가 지키고 있었습니다. 역시 옛날 군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는데 함께 사진 찍히는 것을 매우 좋아하더군요.



핫산 2세 모스크는 정말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살레 전망이 정말 잘 보이더군요.



핫산 2세 모스크에 있는 첨탑 뒤쪽입니다.


분명 물이 흐르도록 만든 것 같은데 물이 안 흘러. 이걸 관리부실이라고 보아야할 지 아니면 일정 시간만 물을 틀어놓는건지 물부족으로 인한 물낭지 방지를 위한 건지 뭘로 판단해야할 지모르겠어. 여기는 분명히 아랍. 그리고 얼핏 봐서도 튀니지보다 확실히 못 살아. 국력이야 튀니지보다 당연히 강하겠지만 어쨌든 사람들 사는 것만 보면 튀니지보다 완전 열악. 물가는 미쳤는지 튀니지보다 더 비싸. 자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빵 말고는 전부 비싸. 식당에서 뭐 사먹는 것조차 튀니지보다 비싸. 그러므로 물이 안 흐르는 이유에 대해 수없이 많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우리나라라면 관리부실 아니면 고장으로 볼 거야. 여기는 관광객들이 그럭저럭 많이 찾는 곳이니까. 그런데 여기는 그렇게 단정짓기 어려워. 여기는 아랍. 정답은 저기 저 너머에...그리고 경찰 아저씨. 옷이 너무 깔끔해. 진짜 완전 부조화. 경찰 아저씨 뒤에 보면 전통의상 입은 사람들이 한 무리 있고, 전통의상을 입지 않은 사람들의 옷도 좀 후즐근해보여. 그리고 이 경찰 앞에는 관광객의 손에 헤나를 그려주면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 이 경찰은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중에서 최고로 옷을 잘 입었어! 그러고 보니까 나보다도 옷이 더 깔끔하잖아! 경찰을 상징하는 것만 떼고 모자만 벗으면 상당히 깨끗한 정장인걸? 공항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그러려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완전히 군계일학이야. 게다가 경찰이 여기저기 아주 떼거지로 많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돋보여! 경찰 옷을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정말 처음이야.



교통표지판이 거꾸로 되어 있잖아!


그러나 여기는 아랍. 절대 단정지어서는 안 돼. 저 표지판은 '여기서부터는 차를 뒤집어서 가시오'라는 표지인가? 그럴 리는 없잖아. 세상에 어떤 미친 차가 뒤집혀서 달리겠어. 처음부터 디자인을 그렇게 만들지나 않는다면 몰라도 말이야. 그러면 사고 위험지역? 사고 위험지역이라서 차가 뒤집힌다는 이야기인가? 표지판도 휘어졌어. 저건 누군가 교통표지판에 물리적 충격을 가했다는 증거. 주먹으로 저것을 저렇게 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차가 들이받았을까?


뒤집힌 교통표지판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냥 교통표지판이 뒤집힌 것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아랍, 가끔 엉뚱하게 생각한 것이 진짜로 통하기도 해요.



살레 핫산 2세 모스크 앞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나름대로 사람이 많더군요.



내부입니다. 공원은 다른 한 쪽에 있고 나머지는 그냥 평범한 동네입니다. 첨탑에 구슬이 하나였습니다. 이것은 부러져서 구슬이 하나만 남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하나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승달은 분명히 부러졌는데, 초승달 아래에 있는 구슬 두 개도 같이 부러진 것인지 구슬이 원래 하나짜리인지는 판단하기 애매하더군요.



길의 끝은 시원한 공터입니다. 공터에서 본 공원이 있는 곳에 있는 마을입니다.



멀리 핫산 2세 모스크가 보였습니다.



이것이 공원입니다. 공원은 예쁘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관광객도 있고 모로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가족끼리 놀러와서 쉬기도 하더군요. 가족끼리 놀러와서 쉬는 것을 보니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관광객을 상대로 만든 공원보다는 일반인들이 애용하는 공원이 재미있지요. 일반인도 녹지의 혜택을 많이 받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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