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6380

첫 걸음 - 19 스페인 그라나다, 세비야

부제 : 아랍의 그림자 해가 뜨자마자 일행 모두 달려간 곳은 알함브라 궁전. 드디어 스페인 여행의 꽃, 스페인 여행의 절정 알함브라 궁전에 도착했어요. 알함브라 입구. 겨울이라 차분한 궁전. 그러나 입구부터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저를 덮쳤어요. 보수중인지 풀이 안 자라고 방치된 건지...하여간 겨울 여행하면 이런 점은 안 좋아요. 알함브라 궁전 속 거리. 멀리 보이는 그라나다. 저것도 하나의 그림이에요. 액자 속 그림...이라고 하고 싶지만 저것은 유리창과 창밖의 풍경.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구경하는데 일행 한 분이 일단 먼저 가야하는 곳이 있으니 일단 다 지나가자고 했어요. "어디 가는데요?" "따라와보면 알아. 이건 이따 되돌아와서 보면 되는 거구. 지금 빨리 가야할 곳이 있으니 어서 가자!" 궁전에서 ..

첫 걸음 - 18 지브롤터

부제 : 3단 콤보 일행 전부 모였어요. 다음날 일정을 결정해야 했는데 알헤시라스는 볼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일행분들은 지브롤터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러나 저는 지브롤터는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여기 돌아다니면서 카페에서 차나 한 잔 마시고 쉴게요." 이제 드디어 식사를 해도 되었지만 지독한 설사를 겪은 후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현재는 완벽한 걸어다니는 민폐. 튀니지, 모로코 까지는 일행 중 유일하게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여행에 도움이 되었지만 여기는 불어도 안 통하는 땅. 더욱이 제게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브롤터에 가지 않고 혼자 알헤시라스에 남아 기다리기로 했어요. 일단 일정은 이렇게 결정되었어요. 방에서 씻고 쉬려는데 일행 한 분..

첫 걸음 - 17 스페인 세우타

부제 : 흑백의 도시 편하게 스페인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택시를 타고 국경까지 가기로 했어요. 여행 전에 제가 '국경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더니 모로코를 잘 아시는 일행분께서 저를 위해 특별히 코스로 집어넣으신 것이었어요. 가격 흥정을 한 후, 두 대를 잡아서 저는 일행 3명과 타게 되었어요. 모로코를 잘 아시는 일행분과는 다른 택시였어요. 저는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어요. 양쪽은 다른 일행의 자리. 조그마한 택시의 뒷자리에 남자 셋이 탔으니 당연히 좁고 창밖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창밖을 보려고 했으나 사방이 사람들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어차피 창밖도 보지 못하는 것 잠이나 자야겠다' 생각하고 잠을 잤어요. 드디어 택시가 국경에 도착했어요. "국경 잘 봤니? 나무들 싹 베어놓고 초소 세..

첫 걸음 - 16 모로코 탕헤르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짐을 쌌어요. 저와 다른 일행분 한 명은 야간 이동으로 탕헤르 (탕제, Tanger)로 이동해서 탕헤르를 구경하고, 일행과 만나 세우타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밤에 급히 결정된 것이라 들어오자마자 짐을 싸야 했어요. 폭풍 주르륵 주르륵 이후 이어지는 강행군. 어차피 호텔에 남아있더라도 새벽에 출발해야했기 때문에 별 반대 없이 간다고 했어요. 짐을 싸고 호텔 방에서 조금 쉬다 다시 라바트 아그달 역으로 갔어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담요를 덮고 누웠어요. 다행히 차장 아저씨께서 동양인 2명이라고 특별히 우리 방을 지켜 주셨어요. 야간 열차라서 사람이 없다보니 누워서 자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객실에서도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탕헤르 역 앞. '땅제'라는 이름보다는 '탕헤르'..

첫 걸음 - 15 모로코 페스

제목 : 운은 다하고 이건 단순한 물갈이가 아니었어요. 진짜 이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어진 과식. 일행분들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는데 오히려 그게 제게 독이 된 것이었어요. 원래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다 자취하면서 기름진 음식은 거의 안 먹으며 지냈는데 여행 와서 기름진 음식을 갑자기 매일 꾸준히 매끼 폭식하다보니 속에서 탈이 난 거에요. 기름을 들이마시면 주루룩 주루룩 하는 것과 같은 원리. "바나나 먹으면 설사에 좋다는데...""아니요! 제가 알아서 할께요!"일행분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했어요. 물론 저를 걱정해서 말씀하신 것이었지만, 왠지 매일 바나나 한 송이 다 먹으라고 하실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단식을 선언했어요. 이제부터는 아무 것도 안 먹기로 했어요. 연이은 폭식으로 탈이 났는데 하루 종일 ..

첫 걸음 - 14 모로코 마라케시

아침이 왔습니다. 모로코으 아침은 언제나 흐렸죠. 밤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아침은 항상 으슬으슬했어요. 한국 기준으로 추운 것은 아닌데 상당히 기분이 나쁜 날씨였죠. "핸드폰 없어졌어요!" 남자의 예감은 1회 맞았습니다. 일행분 한 분께서 어제 나갈 때 손가방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분 방이 바로 어제 문이 고장난 방이었죠. 돌아와보니 핸드폰이 없어졌고, 손가방은 열려있었답니다. 즉, 도둑이 들은 것이었죠. 안전하다는 호텔방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심조심하던 우리 일행에게 처음으로 사고가 터졌습니다. 핸드폰은 GSM방식이 아닌 CDMA방식. 모로코에서는 안 터져요. 그런데 여기에서 사신 경험이 있으신 분께서는 일단 그것은 팔린다더군요. 그 칩..

첫 걸음 - 13 모로코 라바트

부제 : 폭풍전야 아침식사는 입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튀니지에서보다 먹을만한 것이 많이 부족했던 것도 있었고, 매일 아침 넘기기 힘든 빵을 쉽게 넘기게 해 주었던 오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정말 사실... 나 정말 하루 정도 굶고 싶어! 이대로 먹다가는 초 대형 사고가 터질 거야! 이미 두 번 속을 버렸어요. 밀라노에서 피자를 먹던 날, 튀니지 수스를 다녀온 날...저에게 많은 경험 시키고 굶주린 여행을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알고 고맙지만 정말 매끼 과식 폭식의 연속. 한국에서는 괜찮아요. 어차피 하루 한 끼 정도밖에 안 먹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한 자리에서 먹어봐야 두 끼? 그럼 하루 세 끼 중 한 끼가 항상 비게 되죠. 하지만 여기는 매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요. 식사거부? 그런 것..

첫 걸음 - 12 모로코 카사블랑카

부제 : 전설은 전설일 뿐 01.30 모로코에 대한 여행자료는 모로코에서 2년간 거주하셨던 분이 계셨기 때문에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어디를 갈 지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습니다. 단지 언제 어디를 갈 지에 대해서만 약간의 논의가 있었을 뿐이었죠. 모로코는 튀니지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에요. 이 나라에서 유명한 도시라면 정치 수도인 라바트, 경제 수도인 카사블랑카, 남쪽의 마라케시, 1300년의 고도 페스, 그리고 보세구역이 있는 탕제(탕헤르) 였습니다. 이 도시들만 다 가보면 우리나라에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를 다 다녀온 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너무 커서 이동시간이 매우 많이 걸린다는 사실. 그나마 철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기에는 좋지만..

첫 걸음 - 11 모로코 라바트 시장 풍경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 말했다. "합쳐져라!" (02) 택시를 타고 살레에서 다시 라바트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있었던 프랑스 문화원 건물입니다. 확실히 프랑스의 입김이 강하더군요. 사람들도 프랑스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구요.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호감은 별개인 것 같았습니다. 만약 둘이 별개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놓고 크게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알릴 수는 없었겠죠. 서양에 대한 적대감과 프랑스에 대한 감정이 똑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대놓고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크게 알린다면 당장 테러당하겠지요. 특히 反서양 시위가 일어날 때 주요 타겟이 되었겠죠. 그래서 모로코 주재 미국 문화원은 엄청나게 입구도 좁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살레 구경을 마치고 라바트 시내로 돌아와서 ..

첫 걸음 - 10 모로코 살레

부제 : 신은 내 두 입술에게 말했다. "합쳐져라!" (01) 01.29 (후반부) 식사를 마치고나니 3시 30분이었습니다. 숨통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바트 교외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단 차를 타고 라바트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음산했던 라바트 시내는 어제보다는 나았습니다. 해도 뜨고 사람들도 거리에 있더군요. 그러나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라바트가 절대 큰 도시는 아니에요. 비록 수도이기는 하지만 라바트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도일 뿐입니다. 실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은 카사블랑카이구요. 그러나 수도가 이렇게 한산하다니 전혀 믿을 수 없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 표정이 어두워보이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폭발할 것 같은 활기는 하나도 없었습니..

첫 걸음 - 09 모로코

부제 : 피도 눈물도 없이 01.29 전반부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말리키 학파 양식의 첨탑이 보였습니다. 호텔은 안 옮기는 것으로 결정했고 오전 10시 30분까지는 얌전히 혼자 호텔에서 쉬고 있으라는 일행의 지시로 인해 혼자 방에서 뒹굴거리며 놀았습니다. 아침을 거의 끝나기 직전에 가서 대충 먹고 방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1개 국가를 경유해 다른 국가로 왔고, 지중해를 두 번이나 건넜어요.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짐을 모두 들고 이동할 때는 남의 짐을 슬쩍하는 사람들로 인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 소매치기는 너무 유명해서 말할 필요도 없어요. 모로코는 유럽에 소매치기와 강도..

첫 걸음 - 08 모로코

부제 : 양들의 침묵 01.28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호텔비는 일단 제가 전부 지불했습니다. 함께 방을 쓰는 일행이 모로코의 호텔비를 전부 지불하고, 양쪽의 차이를 계산해서 적게 지불한 쪽이 많이 지불한 쪽에게 돈을 더 지불하기로 계산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계산이 매우 편하더군요. 튀지니 호텔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로 약간 친해졌기 때문에 호텔을 나갈 생각을 하자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과 웃으며 아침인사를 나누고, 카운터 직원 중 키가 크고 젊은 제 또래의 청년은 제게 열쇠를 건네줄 때 장난을 치곤 하였습니다. 모두 그 짧은 며칠 사이에 정이 들었기 때문에 헤어지려고 하자 너무 아쉬웠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줄 작은 선물은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

첫 걸음 - 07 튀니지 함마메트

부제 : 2% 부족할 때 01.27 1월 27일. 오늘은 튀니지의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6시 비행기로 밀라노를 경유해 모로코로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날...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까?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튀니지에서 멋진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오늘은 일행분들 전체와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습니다. 일행분들은 시디 부 사이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시디 부 사이드로 갔습니다. 시디 부 사이드로 가기 전, 저에게 한 가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바로 '길 안내'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행 가운데 튀니지를 가장 많이 돌아다녀보고 현지인들과 말이 통하는 인물이 바로 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일행 한 분은 저와 똑같이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현지인들과..

첫 걸음 - 06 튀니지 시디 부 사이드

부제 : 뒤죽박죽 01.26 오늘은 다른 일행 둘과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라는 곳으르 가기로 했습니다. '사이드의 아버지 귀하'라는 뜻이 되겠군요. 시디 부 사이드로 가기는 해야하는데 전차 정거장을 버스 정거장으로 착각했고, 전차로 시디 부 사이드까지 갈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세 명이 택시를 타니 탈만 하더군요. 확실히 택시요금은 저렴했습니다. 일행이 많고 택시요금은 저렴하니 여행이 참 편하더군요. 택시를 타고 시디 부 사이드로 가는 길. 무언가 으리으리한 건물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저곳이 바로 대통령 관저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으리으리하기는 으리했습니다. 규모도 대단하고 삐까뻔쩍 그 자체. 사진도 찍고 밖에서 구경도 하고 싶었지..

첫 걸음 - 05 튀니지 수스

부제 : 간이 부은 고양이 01.25 오늘은 다른 일행분들이 공식일정을 수행하는 날이어서 저와 다른 일행 한 명만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일행분들은 둘이 알아서 적당히 놀라고 하시더군요. 불어가 잘 통한다는 사실이 저에게 준 하루의 자유시간이었습니다. 일행분들의 지시는 튀니스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놀고, 멀리 가더라도 '하마마트'라는 곳까지만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일행분들과 헤어져서 튀니스 시내로 나왔습니다. 튀니스 시내라고 해보았자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 끝에 있는 시계탑부터 재래시장을 통과해 전날 갔었던 큰 거리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일단은 전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전날 돌아다니면서 전차 타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차 길을 따라 가다가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전차는 불어로도 tram일 것이라고 생..

뜨거운 마음 - 여행 준비

반복되는 일상까지는 참을만 해요.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가 꾸준히 쌓이기만 하는 것은 참기 어려워요. "확 어디론가 떠나버릴까?" 차라리 반복되는 일상이 나을 지경. 그래서 결심했어요. 한 번은 가 보아야하는 카프카스 지역. 구실도 있었어요. 논문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 언제까지 자료 수집을 못 했다고 변명을 댈 수도 없었어요. 더욱이 카프카스 지역을 공부하면서 카프카스 지역을 단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결정했어요. 까짓거 다녀오자!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돈. 일단 돈을 모아야 했어요. "뭐 괜찮은 방법 없을까?" 돈을 모을 궁리를 했으나 수입과 지출은 정해져 있었어요. 지출을 한 없이 줄이는 것은 불가능. 물론 수입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출..

첫 걸음 - 04 튀니지 튀니스

부제 : 아랍어는 글쎄? 불어는 대환영 01.24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전화소리. 받자마자 들리는 목소리. '알로'. 알로...알로...알로하오에? 몰라요. 몰라요.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사바할 키르'보다는 '봉쥬르'가 훨씬 편하다는 것. '키프 할렉'보다는 '싸 바'가 훨씬 간단하다는 것. 전날 카운터 직원과 일행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에 둘 중 편한 것을 택일하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쥬르와 싸바를 말했더니 전화기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불어 폭격의 연쇄폭발. 졸려서 알딸딸한데 전화기에서는 뭐라고 불어로 신나게 떠들어대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저의 상쾌한 대답. 'J'ai compri.' 모닝콜부터 불어로 받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튀니지, 모로코에서..

첫 걸음 - 03 이탈리아 밀라노

부제 : 빗물로 물 빠진 도시 01.23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시각은 자정이었습니다. 밀라노로 가는 첫번째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새벽 4시쯤에는 줄을 서야 했습니다. 즉 공항에서의 노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 노숙은 정말 싫어요. 정말 많이 피곤해요. 그러나 방법이 없었습니다. 호텔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동시간 2시간 잡으면 남은 시간은 2시간. 샤워하고 조금 쉬려고 하면 벌써 출발할 시간. 이러면 더 피곤해. 그냥 노숙하는 것보다 돈도 더 들고 피로도 더 많이 쌓이기 때문에 노숙 확정. 노숙할 자리를 찾는데 공항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비행기여서 공항에 남아있는 사람은 우리 일행처럼 노숙하는 외국인 뿐이었어요. 나를 반기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악..

첫 걸음 - 02

부제 : 두 가지 암시 01.22 밤을 새려고 노력했지만 새벽 4시가 되자 눈꺼풀이 눈꺼풀인지 바위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벽 5시가 되자 잠깐 누워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누우니 편하고 잠이 한 번에 우루루 밀려오더군요. 그래서 김포공항에 가서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 가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신나게 자고 있는데 친구가 깨우더군요. "야, 너 안 가?" "응?" 친구가 깨워주어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20분이었습니다. 다시 잤다가 눈을 뜨니 7시 45분이었습니다. 씻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철을 타고 청량리역에 가서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 타서야 약간 안도가 되더군요. 정말 친구가 깨워주지 않았다면 여행을 못 갈..

첫 걸음 - 01

부제 :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한다? 드디어 여행 시작이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은 1월 20일 시작. 그러나 저는 고향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이틀 먼저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좋아 좋아 다 좋아. 드디어 해외여행 시작.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작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해외여행 시작은 1월 22일. 저는 고시원에서 짐을 싸고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이틀 먼저 여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집에서 짐을 대충 싸니 검은색 여행 가방으로 딱 한 개가 나왔습니다. 무게도 얼마 되지 않아서 수하물로 맡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공항으로 가기 직전, 집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 한 대 태우며 집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 이 풍경은 얼마나 변해있을까요? 일단 여행이 끝나서 한국에 돌아오면 달이 바뀌어..

삼대악산 - 23 지리산 (번외편)

드디어 함양 백무동 코스 입구에 도착했어요. 칠흑 같은 어둠...까지는 아니었어요. 가로등도 켜져 있었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내려서 랜턴을 켰기 때문에 그다지 어둡지도 않았어요. 버스가 계속 들어오는데 들어오는 버스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어요. 외롭고 무서운 새벽 산행이 아니라 북적대고 정신없는 새벽 산행이 되겠구나. 슬슬 속도를 내서 걸었어요. 여기도 비가 꽤 많이 왔다고 했어요. 한참 가다가 조금 쉬고 한참 가다가 조금 쉬고 하다 보니 어느새 선두권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조금 가다보니 뭔가 보였어요. 읽어보니 백무동에서 세석으로 가는 길은 비가 많이 와 길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입장을 통제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바로 가는 길로 가야 했어요. 사람들이 이 갈림길에서 어느..

삼대악산 - 22 지리산 (번외편)

지리산 국립공원 : http://jiri.knps.or.kr/ 무언가 해야 할 것을 안 한 느낌.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높은 산과 세 번째로 높은 산은 갔다 왔어요. 바로 한라산과 설악산이에요. 한라산 높이는 외우기 쉬워요. 한국전쟁 발발년도인 1950년. 한라산 높이도 1950년. 한라산 정상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둘 다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요. 영실기암을 제외하면 한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다 관음사 코스에 있거든요. 탐라계곡, 삼각봉, 병풍바위, 왕관릉 모두 관음사 코스에 있어요. 얘네들의 특징은 올라가면서 봐야 멋있다는 것. 내려가면서 보면 특히 왕관릉과 병풍바위는 놓치기 쉬워요. 성판악 코스에서 멋있는 곳이라면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가는 길..

삼대악산 - 21 월악산

옆을 보니 그냥 답이 없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계단이 많고 급한데 옆은 이렇게 생겼어요. 진짜 설악산 대청봉 때처럼 바람까지 휭휭 불었다면 정말 대책 없었을 거에요. 정말 열심히 올라갔어요. 그래서 14시 40분, 정상 도착. “젊은 것을이 왜 이제야 올라와?”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정상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드시고 계셨어요. 우리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나름 열심히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체력이 저질이라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어요. “와서 밥 좀 먹어. 이거 우리 혼자 다 먹기에는 많다.” “그래, 와서 좀 먹어. 산에 와서 배고프면 안 되잖니.” 친구의 친척분들께서 우리에게 점심밥을 조금 나누어 주셨어요. 우리가 다 먹자 친구의 친척분들께서는 먼저 ..

삼대악산 - 20 월악산

쭈욱 올라가는데 열심히 산 아래로 뛰어내려가는 남녀 한 쌍을 만났어요. “야,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했어요. 남자는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었고, 여자는 원피스에 한 손에는 굽 있는 샌들을 들고 맨발로 뛰어 내려가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 한 장면이 생각났어요. - 다음 중 잘못된 부분을 찾으시오. 원피스 입고 하이힐 신은 여자와 구두를 신은 남자 그림을 주고 잘못된 부분을 찾으라는 교과서의 한 부분이었어요. 원피스 입고 울산바위 올라가는 여자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교과서의 한 장면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돌이 물에 젖어 미끄러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물에 젖어 미끄러운 돌 위를 전력질주하며 내려가는 한 쌍의 커플을..

삼대악산 - 19 월악산

덕주사는 그럭저럭 볼 만 했어요. 전체적인 느낌은 오래된 고찰의 느낌보다는 새로 지은 절 같았어요. 덕주사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주변 풍경을 감상했어요. 덕주사를 보고 나오니 이런 것이 있었어요. 동양의 알프스라...설마 신기조산대까지 닮지는 않았겠지. 4.9km만 더 가면 영봉 정상. 걸어가면 1시간 반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 그러나 이것은 산길. 3시간 20분 동안 4.9km 간다는 건데 이 정도라면야...1시간에 1km 이상 가니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난이도. 오전 9시 45분. 드디어 산길로 들어갔어요. 산길을 걷는데 누군가 친구를 불렀어요. 알고 보니 친구의 친척분이셨어요. 친구 말로는 오랜만에 보는 친척분들이라고 했어요. 그분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가 일단 우리가 먼저 앞으로 가기 시작했..

삼대악산 - 18 월악산

버스에서 내려 아침 식사를 했어요. “여기 진짜 맛있는데?” “그러게. 왜 이런 식당은 서울에 없는 거야?” 순간이동 게이트를 설치하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왜 맛있고 양도 푸짐한 식당은 다 지방에 있을까요? 이 식당 위치상 시내보다는 분명 비싸요. 하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장담컨대 순간이동 게이트 기술 개발되면 서울에 있는 식당 절반 이상 망할 거에요. 역시 원산지에서 먹는 맛과 양은 아무리 서울의 인심 좋은 식당도 따라가기 어려워요. “이제 등산 할까!” “가자!” 사기가 충천하여 등산을 시작했어요. 월악산 입구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어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월악산에서 조심해야 하는 구간은 영봉 가는 길. 그리고 식수를 꼭 확인..

삼대악산 - 17 월악산

월악산 국립공원 : http://worak.knps.or.kr/ 끝판 왕. 오락에서 ‘라스트 보스’를 순수 우리말로 바꾸면 끝판 왕. 설악산도 끝냈어요. 치악산도 끝냈어요. 이제 남은 것은 월악산. 해발고도도 별로 높지 않고 설악산과 치악산에 비해 상당히 덜 알려진 산. 작은누나가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했는데 매우 힘들다고 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올라갈 만 했다는 것이었어요. 작은누나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설마 내가 못 올라가겠어. 버스가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이게 무슨 시외버스터미널이야?” 확실히 어마어마하게 컸어요. 게다가 안에 대형 할인마트도 있었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충주시외버스터미널은 별명이 ‘충주 공항’이래요. 그만큼 엄청 커요. “야, 여기서 그냥 장 봐서..

삼대악산 - 16 치악산

하산은 계곡길이 아니라 입석사-황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원래 계획은 계곡길로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갔던 길 또 가기 싫다고 친구가 입석사-황골 쪽으로 가자고 해서 그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비가 왔었어요. 벌레 대신 물이 잡힌 거미줄. 거미가 물 먹었네요. 내려가는 길은 큰 특색 없었어요. 별로 힘들지도 않았어요. 사다리병창에서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히 아무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일반적인 산에 비해서도 험하다고 할 만한 길은 아니었어요. 그냥 정말 무난한 길. 길이 물에 젖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단지 신발만 많이 더러워졌을 뿐이었어요. 그냥 감흥 없는 평범한 길. 드디어 입석사에 도착했어요. 16시 40분. 입석사 본당에서 조금 내려와 세수를 하고 조금 쉬..

삼대악산 - 15 치악산

일단 사다리병창 입구에 있는 표지판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치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는 사다리병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놓았어요. - 사다리병창길은 계단이 약 1,000여개 정도이며, 길이는 2.7km로 비로봉으로 가는 가장 난코스에 해당된다. 이미 인터넷으로 충분히 사다리병창에 대한 정보를 보았어요. 이게 능선길이라는데 멀리서 보면 나무에 가려져 있고 능선이라 완만하고 별 거 아닐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말 힘든 길이라고 했어요. 각오는 되어 있었어요. 사다리병창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를 사진으로 찍었어요. 계단. 계단. 또 계단. 이제 그만 좀, 계단! 진짜 별별 계단이 끝도 없이 나왔어요. 처음에는 계단이라 ‘이까짓 계단, 그냥 기어 올라가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

삼대악산 - 14 치악산

시작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날도 시원해서 걷기 좋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이 많이 나지? 절대 힘들거나 더운 것이 아닌데 땀이 많이 나고 숨이 가빴어요. 요즘 학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그런데 설악산 갈 때도 그랬는데? 설악산 때와 분명히 몸 상태가 달랐어요. 제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확실히 달랐어요. 계곡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어요. 전날 인터넷에서 치악산과 월악산 정보를 수집, 분석하며 알게 된 것 한 가지. 사람들이 한결같이 치악산에서는 ‘사다리병창’만 조심하라고 했어요. 치악산 사다리병창은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장비 없이 갈 수 있는 산행길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험한 길이라고 했어요. 치악산은 ‘사다리병창’만 빼면 별 거 없다고 했어요. 보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