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첫 걸음 (2007)

첫 걸음 - 16 모로코 탕헤르

좀좀이 2011. 12. 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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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돌아오자마자 짐을 쌌어요. 저와 다른 일행분 한 명은 야간 이동으로 탕헤르 (탕제, Tanger)로 이동해서 탕헤르를 구경하고, 일행과 만나 세우타로 넘어가기로 했어요. 밤에 급히 결정된 것이라 들어오자마자 짐을 싸야 했어요. 폭풍 주르륵 주르륵 이후 이어지는 강행군. 어차피 호텔에 남아있더라도 새벽에 출발해야했기 때문에 별 반대 없이 간다고 했어요.


짐을 싸고 호텔 방에서 조금 쉬다 다시 라바트 아그달 역으로 갔어요.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담요를 덮고 누웠어요. 다행히 차장 아저씨께서 동양인 2명이라고 특별히 우리 방을 지켜 주셨어요. 야간 열차라서 사람이 없다보니 누워서 자도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객실에서도 사람들이 누워서 자고 있었어요.



탕헤르 역 앞. '땅제'라는 이름보다는 '탕헤르'라는 이름이 훨씬 익숙한 도시. 이번 여행에서 아랍, 그리고 북아프리카 일정의 마지막 날이에요. 마지막까지 하늘은 우중충했어요. 그래도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새벽에 비가 내린 것 같았지만 어쨌든 기차에서 나왔을 때에는 비가 멎었어요.


탕헤르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 것도 몰랐어요.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조차 몰랐어요. 더욱이 너무 이른 아침.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냥 걷기 시작했어요.



탕헤르의 거리. 약간 쌀쌀했어요. 무언가 사 먹으려 했지만 먹을 것을 파는 곳이 없었어요. 확실히 굶으니 속이 많이 진정되었어요. 중요한 것은 무거운 짐을 끌고 걷는 것 외에 할 것이 없다는 것.



바다를 향한 대포. 왠지 쓸쓸해 보였어요.


여행이 끝나간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모로코 여행은 사실상 '망했어요'. '신비롭고 매력적인 모로코'라고 해요. 이렇게 모로코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주로 유럽 여행하다 스페인에서 넘어온 사람들. 사실 모로코가 매력적이기는 해요. 하지만 여러 이유로 모로코 여행은 매우 실패적이었어요. 첫 번째, 겨울에 와서 모로코가 자랑하는 과일 중 대부분이 없어서 '풍요로운 모로코'를 느낄 수 없었어요. 물론 설탕 덩어리 같은 오렌지를 실컷 먹기는 했어요. 하지만 모로코에서 나오는 겨울 제철 과일은 오직 오렌지 뿐. 게다가 지중해성 기후라 겨울에 비가 내리는데 하필 우리가 모로코를 돌아다닐 때 비가 많이 내렸어요. 두 번째, 일정이 엇나갔어요. 마라케시는 날씨 때문에 망쳤다고 하지만 페스는 금요일이라서 망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의 건강 문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마라케시, 페스 일정은 완벽히 망했어요. 탕헤르 도착해서야 겨우 몸을 추스릴 수 있었어요. 보통 이렇게 굶으면 배가 고파야 하는데 대체 얼마나 폭식을 꾸준히 했길래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배도 하나도 고프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튀니지를 먼저 보고 와서 비교대상이 튀니지였다는 것. 튀니지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 이 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해 겁이 없었어요. 어떻게라도 장난 한 번 치고 말이라도 걸어보려는 사람들. 튀니지는 지하 자원도 별 것 없고 작은 나라이지만 대신 관광 상품으로 팔 만한 것은 다 있어요. 아름다운 해변, 풍요로운 들판, 산, 사막 등 작은 영토 안에 오밀조밀하게 다 있어요. 결정적으로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하여간 튀니지와 모로코를 비교하게 되니 아무래도 모로코가 덜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모로코를 돌아다니며 느낀 솔직한 심정은 튀니지에서 봤던 것을 모로코 와서 또 본다는 것이었어요. 모로코만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페스, 마라케시 여행은 완전 망해버렸으니까요. 하여간 그 어떤 것도 모로코 여행을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나마 일행분 중 한 명이 모로코에서 몇 년 계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나마라도 보고 즐겼던 거에요.



모로코의 교통표지판. 남자도 비만, 여자도 비만. 그런데 저건 모로코 사람 닮지 않았어요. 모로코 여자들은 다리가 매우 가늘어요. 그 대신 발목은 매우 두꺼워요. 석회질이 많이 섞인 물을 먹으면 이렇게 발목이 두꺼워진다는데 이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말인지 일설인지는 모르겠어요.



탕헤르 시장 쪽으로 걸어갔어요.



아침이어서 안 틀어놓은 것인지 사람들이 없어서 안 틀어놓은 것인지 고장나서 안 틀어놓은 것인지 하여간 작동하지 않는 분수. 왼쪽에 보이는 하얀 문은 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요.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메디나 (구시가지)는 사실상 시장이에요. 그렇게 봐도 무방해요.



슬슬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했어요. 아마 지금 페스는 엄청나게 북적이겠지?



이 지역 전통 복장을 입은 아주머니.


특별한 인상은 없었어요. 다른 지역의 메디나에 비해 오히려 한산했어요. 가방을 끌고 돌아다니기 불편했기 때문에 시장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닐 수도 없었어요. 큰 길만 쭉 걸어보고 바로 시장에서 나왔어요.



탕헤르의 해변.



젤라바 입은 아저씨. 해가 뜨고 날씨가 좋아졌어요. 시간이 갈수록 속이 계속 좋아졌어요. 미세하게 느껴지던 통증도 거의 사라졌어요. 전날 페스 여행을 생각하면 정말 분통 터질 일. 이번 모로코 여행의 꽃 페스에서는 날씨고 건강이고 뭐고 다 엉망이었는데 정작 탕헤르 오니 모든 것이 다시 좋아졌어요. 이것은 잘 가라는 마지막 선물인가? 모로코, 너는 무슨 새침한 아가씨냐? 실컷 골탕 먹이고 갈 때 되니까 작은 선물 하나 건네주게.



물결치는 바닥.


의자에 앉아 담배만 뻑뻑 태웠어요. 많이 아쉬웠어요.



"많이 삐졌어? 선물 하나 더 줄께."

모로코의 속삭임.


오오~기마경찰!

탕헤르 와서 처음 봤어요. 사진으로만 봤던 기마경찰. 왠지 멋있어 보였어요.


드디어 시간이 되었어요. 탕헤르 역까지 다시 걸어갔어요. 그러나 일행은 와 있지 않았어요. 이유는 또 기차 연착. 일행과 사이좋게 담배를 뻑뻑 태워대며 일행을 기다렸어요. 2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일행들이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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