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펼쳤어요. 빗방울이 거칠게 몰아쳤어요. 참 익숙한 빗방울이었어요. 바람에 사선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었거든요. "바람 강해!" 바람을 별로 겪어본 친구는 조금 당황했어요. 그러나 저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어요. 제주도 살 때 종종 겪어본 상황이었거든요. 바람 때문에 빗방울이 사선으로 떨어져서 우산 써도 바지는 다 젖고, 바람 방향 잘못 맞추면 우산 뒤집어지는 날씨. 도쿄까지 와서 제주도에서 겪었던 진절머리 나는 비바람을 겪어야 했어요. 여기 저기에서 우산이 뒤집어졌어요. 제 우산도 뒤집어졌어요. 우산이 뒤집어지면 바람 방향으로 우산을 돌렸어요. 그러면 우산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아, 도쿄도 바다랑 가깝지.' 문득 떠올랐어요. 도쿄 와서 돌아다니며 왠지 날씨가 제주도와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