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86 라오스 비엔티안 탓 루앙, 왓 탓 루앙 타이, 왓 탓 루앙 느아, 왓 넝 번

좀좀이 2017. 7. 2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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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지금 탓 루앙으로 걸어가면 못 볼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탓 루앙을 내일로 미룰 수도 없고...'


방법은 하나 뿐이었어요. 탈 것을 이용해서 빨리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뚝뚝을 찾아보았어요. 빠뚜싸이 옆에는 뚝뚝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뚝뚝 기사에게 다가갔어요.


"어디 가요"

"탓 루앙요."

"25000낍."

"버! (아니요)"


25000낍을 부르자 바로 안 간다고 대답하고 다른 뚝뚝 기사를 찾으려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어요.


"얼마?"


빠뚜싸이에서 탓 루앙은 2km 정도. 그리고 탓 루앙이 조금 후면 문을 닫을 테니 1만낍만 불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흥정하며 시간을 날리고 싶지 않았어요.


"15000낍."

"가요."


뚝뚝을 탔어요. 뚝뚝 기사 아저씨는 바로 시동을 걸었어요.


"왕복으로 다녀올 건가요?"

"아니요. 가는 것만요. 올 때는 걸어올 거에요."


기사 아저씨는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차도 안 막히고 도로 포장 상태도 좋고 아저씨도 좋은 속도로 뚝뚝을 몰았어요. 아주 순식간에 탓 루앙 사원에 도착했어요. 빠뚜싸이에서 나왔을 때가 3시 25분이었는데 탓 루앙 사원에 도착하니 3시 35분 채 되지 않았어요. 4시까지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우물쭈물댈 시간이 없었어요. 주변 구경은 뒤로 미루고 바로 입구로 걸어갔아요.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어요.


"5천낍."

'뭐? 5천낍 밖에 안 해?'


직원이 입장료는 5천낍이라고 말했어요.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탓 루앙은 라오스의 상징. 여기는 비엔티안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인 정도가 아니라 라오스 관광에서 반드시 가는 곳 중 하나였어요.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한 탑이거든요. 관광객들이 아름답다고 해서 꼭 가야하는 곳이 아니라 정말로 라오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신성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입장료가 불과 5천낍이었어요. 1달러 채 되지 않는 돈이었어요.


쎗타티랏왕 동상


탓 루앙 입구에는 쎗타티랏 왕 동상이 있었어요.


탓 루앙은 1566년에 지어진 라오스 전통 양식 탑이에요. 이 탑이 세워진 자리는 기원전 3세기경 인도 아쇼카왕이 파견한 인도 승려들이 가져온 부처님 사리가 안치된 자리라고 해요. 이 탑이 세워졌을 당시에 이 탑 이름은 빠 쩨디 로카 쭐라마니 Pha Chedi Lokajulamani 였대요. 이 자리에 크메르인들이 12세기에 절을 세웠고, 비엔티안을 란쌍 왕조의 새로운 수도로 정한 쎗타티랏왕이 1566년에 바로 이 탓 루앙을 세웠대요. 탑은 원래 금박으로 덮혀 있었는데 1827년 태국 시암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금박을 약탈당하고 탑이 파괴되었어요. 이후 1930년대에 프랑스가 복구했고, 1995년에 라오스 인민민주주의 공화국 건국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황금색 칠을 했어요.



탓 루앙은 3단 구조로 되어 있어요. 맨 앞 담처럼 보이는 것이 1단이에요. 1단에는 신성한 곳임을 알려주는 자갈치 모양의 돌인 '바이 세마' ໃບເສມາ 가 수백 개 세워져 있어요.



불상 뒤에 보이는 벽에 붙어 있는 돌 하나하나가 다 바이 쎄마에요.


탑을 쭉 둘러보았어요.



담장에는 파괴된 불상이 나열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고대 라오스와 크메르의 유물들이에요.



"여기랑 왓 씨싸켓은 매우 멋진 곳이구나! 라오인들이 자랑하고 신성하게 여길만 하다!"


라오스 사람들의 문화를 잘 몰랐지만 직접 보니 매우 아름답고 멋졌어요.




"옆에도 뭐 있는데? 이 절에 딸린 절인가?"


탓 루앙 바로 옆에 절이 하나 있었어요. 이 당시에는 이것이 탓 루앙 부속 건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나중에야 이것이 다른 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탓 루앙이 세워진 후, 이 탑을 중심으로 사방에 절이 4곳 건설되었대요. 그러나 현존하는 절은 2곳 뿐이라고 해요. 하나는 '남쪽 탓 루앙 절' 이라는 뜻을 가진 '왓 탓 루앙 타이' ວັດທາດຫຼວງໃຕ້ Wat That Luang Tai 라는 절이고, 다른 하나는 '북쪽 탓 루앙 절' 이라는 뜻을 가진 '왓 탓 루앙 느아' ວັດທາດຫຼວງເໜືອ Wat That Luang Neua 이라는 절이에요.


제가 먼저 간 곳은 남쪽 탓 루앙 절인 왓 탓 루앙 타이였어요.



왓 탓 루앙 타이로 가는 길에 탓 루앙을 다시 바라보았어요.



벽에는 금연 표지판이 붙어 있었어요.



전날 블로그 지인분께서 라오스 사람들은 담배를 거의 안 태운다고 말씀하신 것이 떠올랐어요. 원래부터 라오스 사람들이 담배를 안 태웠는지는 모르겠어요. 라오스에 미국이 마약을 널리 퍼뜨렸고, 라오스 정부가 이 마약을 잡으면서 금연 운동을 같이 펼쳤던 것 같아요. 담배 태우는 해골 우표를 우체국에서 구입했거든요. 금연 표지판의 색상 배열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법당은 사면이 공개된 형태인 살라였어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왜 사람들이 안 오지?"


탓 루앙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나 여기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ວັດທາດຫຼວງໃຕ້




Wat That Luang Tai in Vientiane, Laos


라오스 비엔티안 절 - 왓 탓 루앙 타이


매우 아름다웠어요.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벽화로 천장을 장식했는데 너무 화려해서 입이 떠억 벌어졌어요.


"벽화로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사람들이 여기로는 이상하리만큼 안 왔기 때문에 친구와 둘이서 마음놓고 아주 쾌적하고 편하게 잘 감상했어요. 탓 루앙도 멋졌지만 왓 탓 루앙 타이도 그에 못지 않게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관리만 꾸준히 잘 한다면 사람들이 보고 매우 좋아하게 생겼어요. 불단에 삼배를 드렸어요. 역시나 제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뭔가 좋아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어요. 옆에 있는 것 한 번 쓱 둘러보고 가자고 간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멋졌거든요. 게다가 사람들도 없어서 마음놓고 편하게 볼 수 있었구요. 왓 탓 루앙 타이로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탓 루앙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쪽으로는 오지 않았어요.



왓 탓 루앙 타이에서 탓 루앙을 바라보았어요. 여기에서 보니 더욱 화려하게 보였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아름다운 장소 - 왓 탓 루앙 타이


절 한 켠에는 와불이 있었어요.



절을 쭉 둘러보았어요.




"저 이만 갈께요!"



주무시고 계신 불상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탓 루앙으로 돌아갔어요.



라오스인 아주머니께서 안에 동물이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다니며 팔고 계셨어요.



이번에는 왓 탓 루앙 타이 반대쪽으로 갔어요.



이것은 '허 담마싸바'라는 건물이에요. 최근에 비엔티안 도시 4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에요.


옆에는 '북쪽 탓 루앙 사원'이라는 의미인 '왓 탓 루앙 느아' ວັດທາດຫຼວງເໜືອ Wat That Luang Neua 가 있었어요.



왓 탓 루앙 느아 문은 잠겨 있었어요.

.


탓 루앙을 다시 한 번 바라본 후 허 탐마싸파 ທັມມະສະພາ 로 갔어요.



여기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왓 탓 루앙


역시나 불상에 삼배를 드렸어요. 여기는 내부가 매우 깔끔했어요. 그래서 간단히 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왓 탓 루앙 근처에는 전몰자 위령탑이 있었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전몰자 위령탑


"이제 돌아가자."

"응."


빠뚜싸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어? 절 또 있다!"


얼마 걸어가지 않았는데 절이 하나 또 나왔어요. 이 절 이름은 왓 넝 번 Wat Nong Vong ວັດໜອງບອນ 이었어요.



경내로 들어갔어요.


ວັດໜອງບອນ


대법당부터 들어갔어요.


라오스 비엔티안 절 - 왓 넝 번


"여기는 짓다 말았나?"


벽을 보면 벽화로 장식되어서 다 지은 것 같았지만, 천장과 바닥을 보면 아직 짓다 만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불단 앞으로 가서 삼배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어요.



고루는 법당 내부와 달리 화려했어요.


고루 말고는 딱히 볼 것이 있는 절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바로 나왔어요.




빠뚜싸이를 향해 느긋하게 걸어갔어요.



"저건 뭔가 으시시한데?"



은행 고객을 전통 의상인 씬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나 정말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그것이 아니었어요.


"사후세계에 돈 맡기냐?"


은행 창구 직원이 유리창 너머에 있는 것을 잘 표현하려고 한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눈도 그렇고, 얼굴빛이 푸르딩딩한 것이 아무리 봐도 귀신이었어요. 저기에 돈 맡기면 아주 든든하겠어요. 저건 도둑이 절대 못 훔쳐갈 거에요. 지금까지 도둑이 사후세계의 돈을 훔쳐갔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으니까요. 저 은행 털려면 도둑이 먼저 무당부터 되어야할 거에요. 죽은 후 든든하겠어요. 저 광고는 절대 그럴 의도가 아니겠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은행 창구 직원이 '만화 전설의 고향 (해외편)' 삽화 중 라오스 귀신으로 등장하게 생겼어요.


거리에서 아주머니가 제분기를 돌리고 계셨어요.



제분기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 같았어요.


오후 5시 반. 빠뚜싸이에 도착했어요.


빠뚜싸이


"분수 가동했다!"


아까와 다르게 빠뚜싸이 앞 연못에 있는 분수를 가동하고 있었어요.





오후 5시 반. 오늘 일정을 끝내기에는 아직 해가 조금 더 남아 있었어요. 이대로 끝내기에는 무언가 아쉬웠어요. 많이 돌아다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국립박물관, 중앙우체국, 빠뚜싸이, 탓 루앙만 본 일정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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