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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파누웡 동상에서 조금 걸어가자 관공서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이건 시청쯤 되는 건가?"


표지판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읽어보았어요.


UXO LAO VISITORS CENTRE


UXO LAO VISITORS CENTRE


아...불발탄...


UXO 는 Unexploded Ordnance Programme 의 약자에요. 직역하면 '불발탄 센터'. 베트남 전쟁때 전쟁의 불길이 라오스에까지 번지면서 미군이 라오스 영토까지 뻗은 호치민 루트를 파괴하기 위해 라오스에 대대적인 폭격을 실시했어요. 라오스는 공산주의 게릴라인 파텟 라오와 왕정 정부군 사이에서 내전중이었구요. 그래서 라오스 전역에 불발탄이 상당히 많이 산재해 있다고 해요.


입구에 놓인 커다란 쇳덩이들은 불발탄이었어요. 안에 들어가볼까 하다가 발길을 돌려 다음 절을 향해 걸어갔어요.


길을 걸어가는데 잡화점 같은 가게가 나왔어요.




'혹시 여기에서는 불단을 장식하는 작은 인형 팔고 있을 건가?'


역시나 없었어요.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만 많이 팔고 있었어요. 시장 가면 팔 거라고 했는데 시장에서 불단을 장식하는 작은 인형을 파는 가게는 없었어요. 혹시나 이런 생활 잡화를 파는 곳에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 없었어요.


'설마 자기들이 다 플라스틱 성형하고 깎아서 만드나?'


이제는 이런 가설까지 세울 지경. 태국에서부터 라오스까지 계속 찾아보았지만 안 보였어요. 시장 가면 있대요. 시장 몇 곳을 돌아다녔는데도 안 보였어요. 혹시 그 '시장'이라는 것이 잡화점인가 해서 잡화점이 나올 때마다 둘러보았어요. 안 보였어요.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다 뒤져보았어요. 없었어요. 불단을 장식하는 인형을 사람들이 각자 개별적으로 만든 것 같지는 않는데 판매하는 곳이 없었어요. 존재는 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미스테리 같은 존재가 바로 불단을 장식하는 인형을 파는 곳이었어요.



절 지붕을 장식할 것들을 제작하는 곳이 나왔어요.


"이제 왓 마노롬이다!"



표지판에 라오어로는 ວັດ ມະໂນຣົມ 라고 적혀 있었고, 라틴 문자로는 VAT MANOROM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왓 마노롬까지 오자 드디어 관광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어요. 여기가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지역의 최남단 경계 같았어요. 걸어서 오는 관광객들도 있었고,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오는 관광객들도 있었어요. 이제 제가 머무르는 숙소와 매우 많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이 관광객들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것은 오늘 일정 계획 중 절반 넘게 소화했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절 안으로 들어갔어요.



절 한쪽에는 비엔티엔에 있는 탓 루앙 형상이 있었어요.



"안에 들어가서 삼배 드리고 나와야지."


대법전인 씸으로 갔어요.


wat manorom in luang prabang


문이 굳게 잠겨 있었어요. 친구는 문이 잠겼는데 그냥 돌아가자고 했어요.


안 돼! 이거 안에 꼭 들어가야 한단 말이야!


왓 마노롬은 지금은 없어진 도시 성벽 바깥에 세워진 절로,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절의 대법당에 안치되어 있는 청동 불상이에요. 청동 불상은 쌈 쎈 타이 왕 재위 시절이었던 1372년에 주조되었다고 해요. 이 절과 관련된 비석의 비문에 의하면 무게는 2톤, 높이는 6m인데, 이 중 불두가 1.9m, 상반신이 4m 였다고 해요. 1887년 중국 흑기군의 침략과 약탈로 루앙프라방이 파괴되었을 때 왓 마노롬 역시 파괴되었고, 청동 불상도 크게 파손당했어요. 이후 프랑스가 1919년 불상 잔해들을 조립했고, 이후 1971년에 1919년 복구 작업때 찾지 못해 없는 상태로 방치중이었던 불상의 팔과 다리를 콘크리트로 수리하고 불상 전체를 개금했다고 해요.


이 절이 유명한 이유는 즉 대법전 안에 있는 청동 불상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대법전 문은 굳게 잠겨 있었어요.


나 말고는 아무도 이것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


관광객이 하나 둘 계속 절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들 모두 문이 닫힌 것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되돌아갔어요. 이 안에 들어갈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였어요. 그 누구도 이 법당 내부에 관심 없었어요. 법당 내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제가 이상한 놈이 된 기분. 여행자 거리에 절이 많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정작 이 절이 유명한 이유인 법당 내부에 있는 청동불을 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정말 신기했어요.



안에 어떻게 들어가지?


그때 멀리 스님 한 분이 보였어요. 스님을 향해 달려갔어요.


인사를 하자. 공손하게 인사를 하자.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스님 앞을 가로막고 섰어요. 두 손을 모아 손끝이 미간에 오도록 두 팔을 들어올렸어요. 허리를 60도 굽혔어요.


"싸바이디."


분명히 저보다 나이가 어렸어요. 괜찮았어요. 능력이 중요하지 그깟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요. 나는 법당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없음. 스님은 법당 문을 열 수 있는 능력 있음. 그렇다면 당연히 손을 모아 높게 쳐들고 허리를 팍팍 꺾어가며 인사를 해야 했어요. 제가 원하지만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분이시니까요.


태국, 라오스에서 두 손을 모아 인사할 때 손을 높게 들어올릴수록 존경의 뜻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적당히 가슴팍 앞에서 손을 모으지 않고 얼굴 앞에서 손을 모았어요. 허리도 웃사람에게 인사드리는 것처럼 60도를 꺾었어요. 스님께서 인사를 받아주셨어요. 이제 말을 할 차례. 영어로 법당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당연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손짓발짓해가며 법당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문이 잠겨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전달했어요. 스님께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땡볕 아래에서 얌전히 서서 기다렸어요. 잠시 후. 스님이 열쇠를 들고 오셨어요.


친구를 불렀어요. 그늘에 앉아 쉬고 있던 친구가 저를 바라보았어요.


"스님께서 문 열어주신대!"


친구가 저의 의지에 감탄했어요. 스님께서 법당 문을 열어주시자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것이 그 유명한 청동 불상이구나.'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불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삼배를 먼저 드린 후 천천히 불상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왓 마노롬


여기서도 태국과 다른 점이 보였어요.



불단에 불상이 참 많았어요. 부처님 단체라고 해야 할지, 부처님 조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온갖 불상이 불단에 다 올라가 있었어요. 통일성이나 조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이것은 아무리 봐도 불상 집합소였어요. 이런 장면이 절 한두 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나타났어요. 그래서 이런 문화는 태국 불교 문화와 다른 라오스 불교 문화의 특징 중 하나라고 결론을 지었어요.



법당 한쪽에는 1887년 중국 흑기군의 침략 후 왓 마노롬이 파괴된 후 1919년 프랑스가 불상 조각들을 모아 다시 불상을 복구했을 당시 불상 사진이 있었어요. 하반신은 제대로 안 보였어요. 양팔은 확실히 다 사라졌어요. 저 사라진 두 팔은 라오스가 1971년 콘크리트로 만들어서 붙이고 티가 안 나도록 개금했어요. 그래도 이것은 중국인들 짓이라 이해가 되었어요. 아유타야는 똑같은 불교도들인 버마인들이 태국인들 불상을 다 파괴해서 이해가 참 안 되었거든요. 어쨌든 이 불상은 현재 인공팔을 장착하신 부처님이에요.


스님께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린 후 밖으로 나와 절을 둘러보았어요.





이제 다음 절을 갈 차례.


"우리 뭐 좀 사서 마시고 가자."


왓 마노롬에서 다음 절인 왓 위쑨나랏으로 걸어가는데 가게가 하나 보였어요. 친구에게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시면서 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친구가 그러자고 대답했어요. 가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라오스 음료수와 과자가 있나 살펴보았어요. 라오스에 입국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가게는 많이 갔어요. 가게마다 라오스 음료수와 과자가 있나 살펴보았지만 없었어요. 이번에는 혹시나 하고 잘 살펴보았어요. 역시나 전부 태국제 과자와 음료수였어요. 이것도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왜 들어가는 가게마다 과자와 음료수는 전부 태국제일까? 라오스는 과자와 음료수 생산 안 하나? 아니면 있기는 있는데 워낙 소규모라 비엔티엔에서만 유통되고 있는 건가?


태국 과자만 있는 것을 보니 과자를 사서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어요. 음료수만 사서 가게에서 나왔어요.


"여기는 왜 다 태국 과자만 있냐?"

"길이 안 좋아서 수입하는 게 훨씬 싸게 먹히는 거 아닐까?"


치앙콩-훼이싸이 국경에서 루앙프라방 오는 길에 고생을 진탕 했기 때문에 이 가설이 꽤 근거 있어 보였어요. 설마 이 나라에 과자 공장, 음료수 공장 하나 없겠어. 과자 공장이야 없을 수도 있어요. 길거리 돌아다니다 보면 돼지 껍질 튀김도 팔고 직접 만들어서 팔고 있는 포장이 전혀 안 된 과자도 팔고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과자 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만 생산을 안 할 수 있어요. 과자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니고, 과자 생산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단지 과자 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만 생산 안 한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해요. 과자 공장이 없을 수도 있죠. 아니면 저 멀리 비엔티엔 근처에서 소규모로 운영해서 루앙프라방까지 안 오는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런데 라오스 음료수가 안 보이는 것은 뭔가 이상했어요. 다 없어서 이 나라 사람들은 물만 마신다든가, 또는 자체적으로 색소와 설탕을 섞어 만든 불량품스러운 주스만 마신다든가 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비어 라오. 라오스 맥주인 비어 라오는 공장이 라오스에 있어요. 태국에서 생산된 맥주인데 이름만 라오스 붙은 맥주가 아니에요. 맥주는 생산하는데 음료수는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는 광고용 맥주로 비어 라오 하나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비어 라오는 다시 라거, 골드, 다크 맥주가 있고, 비어 라오와 별개로 란쌍 맥주도 있었어요. 이러니 라오스 음료수가 안 보이는 것이 더 이해되지 않았어요.


"도로표지판 여자가 전통 의상 입었어!"


라오스 도로표지판


도로표지판 속 여자는 라오스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어요. 딱 봐도 이것은 '라오스 도로표지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디자인이었어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이 그려진 도로표지판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거든요. 헤어스타일마저도 라오스 전통 머리 스타일이었어요.


거리를 둘러보며 왓 위쑨나랏을 향해 계속 걸어갔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거리


"저 사람 참 대단하다."



이 푹푹 찌는 날씨에 긴 소매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서 햇볕을 가리기 위해 한 손으로 검은 우산을 쓰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고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안 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어요.


"봐, 내 말이 맞지?"

"어? 그렇네?"


오후 1시 54분. 왓 위쑨나랏 앞까지 왔어요. 친구는 오늘 일정이 너무 먼 거리를 걷고 절도 많이 가는 일정이라서 푸시산까지 올라가기 힘들 수 있다고 했어요. 저는 그럴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거고, 오후 3시 전에 분명히 왓 위쑨나랏에 도착할 거라고 말했어요. 아침 8시에 출발해서 해질녘까지 푸시산 정상에 못 갈 일정이라면 이것은 제가 반대했을 거에요. 최소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어다녀야 한다는 건데,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걸으면 아무리 초행길이라 시간당 2km씩 걷는다 해도 18km에요. 18km 는 웃으며 동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에요.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3시간 넘게 걸어야 해요.



팻말을 보았어요. 라오어로는 ວັດ ວີ​ຊຸນ ນາ​ຣາ​ຊ 이라고 적혀 있었고, 라틴 문자로는 VAT VISOUNNARATH 라고 적혀 있었어요.



절 안으로 들어가자 승려들이 보였어요.


라오스 불교 승려


이제 마음이 급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었어요. 기어다니며 구경해도 왓 위쑨나랏과 왓 아함 구경할 시간은 충분했어요. 오히려 시간이 남았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왓 위쑨나랏


새하얀 벽에 갈색 지붕 건물이 바로 대법당이었어요. 왓 위쑨나랏은 1512년 위쑨 하랏 왕 재위 시절 지어진 절이에요. 이 절을 짓기 위해 나무 4000그루를 이용했다고 해요. 이 절의 대법당은 높이 30미터, 지름 1.3미터인 기둥 12개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어요. 지붕 위에는 작은 탑 17개가 모여 있는 조각인 지붕 장식 '독 소 파'가 장식되어 있어요. 아쉽게도 이 법당은 1887년 중국 흑기군의 침략으로 크게 파괴되었고, 1898년 싸카린 캄쑥 왕 재위시절때 복구되었어요. 이때 형태는 원형 그대로 복구했으나 기존 나무 대신 벽돌과 플라스터로 복구했다고 해요.


왓 위쑨나랏의 대법전 옆에는 '탓 빠툼'이라는 탑이 있었어요.


ວັດ ວີ​ຊຸນ ນາ​ຣາ​ຊ


이 탑은 탓 빠툼인데, 루앙프라방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박탑'이라는 의미인 '탓 막 모'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해요. 현지인들 사이에서 수박탑이라고 더 잘 알려진 이유는 탑의 지붕 같이 둥근 부분이 수박을 닮았기 때문이래요. 탓 빠툼의 톱이는 35m 에요.이 탑은 1515년 경에 건설되었다고 해요. 탓 빠툼 역시 중국 흑기군에 의해 1887년 크게 파괴되었고, 이 당시 오래된 불상들을 흑기군이 약탈해갔다고 해요. 이후 1914년 벼락을 맞아 무너졌을 때 15~16세기에 제작된 황금, 청동, 나무, 수정 불상들이 탑 아래에서 발견되었어요. 탓 빠툼은 1932년 복원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해요.


이 탑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이 탑 양식이 싱할라 양식 - 즉 스리랑카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이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싱할라 양식으로 지어진 탑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오직 탓 빠툼 밖에 없다고 해요.


탓 막모를 보고 다시 대법전으로 돌아가려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학생들이 보였어요.



이 나라는 한 손으로 햇볕 가리려고 우산 쓰고 자전거 타는 게 일상적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보기 어려운 장면. 라오스 오니 이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어요.


다시 대법전으로 돌아갔어요.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가운데에 모셔진 본존불은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큰 불상 중 하나라고 해요. 이 불상은 벽돌로 기본 형태를 제작한 후, 위에 치장벽토를 입힌 불상이에요.


"이건 무슨 부처님 사단이야?"


불상의 크기도 크기였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본존불 주변의 불상들이었어요. 불상이 아주 바글바글했어요. 이것은 가히 '부처님 사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오만 부처님 다 모여 있었어요. 금강산 설화를 보면 오만 동네에서 바위들이 다 몰려와서 금강산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라오스의 오만 동네에서 불상들이 다 기어와서 불단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어요.



불상 뒤로 전시실이 있었어요.


나무 고니


이것은 나무 백조에요. 왕의 대관식 행렬 때 사용되었다고 해요. 입으로 성스러운 물을 뿜어내었대요.



이렇게 양 손을 들고 있거나 한 손을 들고 있는 불상은 라오인들에게 '싸우지 마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대요. 이 형태는 가뭄 끝에 비가 내려서 사람들이 서로 물을 끌어가려고 싸우기 시작하자 부처님께서 시냇물을 농지로 끌어가기 위해 세운 나무 판자에 구멍을 뚫어 모두에게 공평하게 물이 나누어지도록 한 설화를 기원으로 한대요.


라오스 크메르 양식 불상


금빛 가사를 걸친 가운데 불상 2기는 크메르 양식 불상이라고 해요. 이 불상은 14세기 란쌍 왕조 시절 제작된 불상으로, 루앙프라방 양식 불상과는 머리 모양과 얼굴이 다르대요. 이 불상은 넓은 이마와 펑퍼짐한 코와 두꺼운 입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두상이 하트 모양이에요. 이 두 가지가 루앙프라방 양식 불상과의 차이점이래요.


또한 이 불상들은 두 팔을 내리고 있어요. 이렇게 두 팔을 내리고 있는 불상은 라오인들에게 '비를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대요. 그래서 가뭄이 들면 기우제 의식 중 하나로 두 팔을 아래로 내린 불상을 제작해 절에 가져다 놓곤 했대요.


라오스 왕자 불상


이 불상은 19세기에 제작된 불상으로, 싯다르타 불상이에요. 왕자인 싯다르타가 깨우침을 얻기 전 모습의 불상으로, 왕자의 옷을 입고 있고, 왕관을 쓰고 신발을 신고 있어요. 이 불상 3기는 루앙프라방 양식은 아니고, 제작지 미상이라고 해요.



이 불상은 소원이 이루어질지 알아보기 위해 제작한 불상이라고 해요. 이 불상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이 불상이 들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대답을 들은 것으로 간주했대요. 만약 이 불상이 안 들리면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거절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대요.



이것은 왕이 신하들로부터 맹세를 받을 때 사용한 나무 대야로 추정된대요. 왕이 신하들을 새로운 직위에 임명할 때 이 물을 마시고 충성할 것을 요구했대요. 만약 진실된 마음으로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 거짓으로 맹세한 후 이 대야에 담긴 물을 마시면 뭔가 나쁜 일이 닥칠 거라는 믿음이 있었대요.


설명을 하나씩 읽으며 불상들을 보니 꽤 재미있었어요. 접하기 어려운 라오스 전통 문화와 라오인들의 믿음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싸우지 마라' 불상과 '비 내려라' 불상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왜 라오스 절에는 불상이 매우 많이 있는지 약간 이해가 되었어요. 이제 최소한 한 손이나 두 손을 들어올린 불상과 양손을 다 내린 불상의 차이는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왜 그런 불상을 세웠나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어요.


'한국 돌아갈 때 두 팔 내린 불상은 절대 사가지 말아야겠다.'


가뜩이나 비오는 거 싫어하는데 '비와라 불상'을 사가서 기념으로 갖고 있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팔 내린 불상만큼은 구입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그거 구입해서 한국 돌아가는데 아주 효과가 끝내주어서 비 좍좍 쏟아지면 기분 나쁘니까요. 괜히 평소에 지니고 다니다가 우산 안 들고 나간 날 딱 맞추어서 '시원하게 비의 축복을 느껴보거라' 당하면 머리 속이 한증막 될 거 같아서요.


그런데 조금 많이 산만하기는 하다.







"여기는 무슨 불상 창고야?"


설명을 보며 불상을 보는 것은 좋았어요. 그런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동네 방네 불상이란 불상은 다 들고 와서 모아놓은 분위기였어요. 일단 잔뜩 쌓아놓고 그 중 몇 개 괜찮은 것은 앞에 내놓고 설명판도 설치해주고, 나머지는 불단이고 구석이고 되는대로 쌓아놓은 것처럼 보였어요. 솔직히 전시가 참 산만해서 처음에는 설명판을 볼 생각도 안 했어요. 본존불 뒤에 무슨 불상 창고가 있나 하고 돈 내고 들어온 거 구석까지 싹싹 다 보고 가자는 마음에 하나씩 보다보니 전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도 꽤 유익하고 재미있는 절이었어요.


"이제 두 손 내린 부처님과 손 든 부처님은 구분할 수 있어!"


아주 뿌듯해하며 밖으로 나왔어요.



왓 위쑨나랏에서 나오니 오후 2시 35분이었어요. 햇볕이 참 뜨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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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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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좀이님의 강렬한 의지 덕분에
    저도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불을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손을 내린 불상과 올린 불상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7.06.21 1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때 매우 기억에 남아요. 만약 그때 스님을 뵙지 않았으면 안에 들어가서 청동불을 못 보았을 거에요. 라오스의 손 올린 불상과 손 내린 불상은 의미가 매우 다르더라구요. 에스델님께서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7.06.21 10:49 신고 [ ADDR : EDIT/ DEL ]
  2. 이번 얘기너무재밋었어요 그리고 스님이 인사 받아주신거랑 열쇠로 문열어주시는 부분 막 긴장하고 감동하며 읽었어요 스님도 좋고 스님께 인사드리고 청동불 보신 좀좀이님도 너무 보기좋아요!!!
    글구 손내린 부처님 ㅋㅋㅋ 일본에서 비오라고 매달아놓는 테루테루보우즈 인형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물론 부처님과는 레벨이 다르지만요 :))

    2017.06.21 10: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때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이거라도 해보자 하고 스님께 깍듯이 인사드리고 손짓발짓하면서 안에 들아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진짜 문 열어주셨어요 ㅎㅎ
      liontamer님께서는 비오는 것 좋아하시니 두 팔 내린 불상이 필요하시겠어요. 저는 그거 가져오면 진짜 툭하면 비 좍좍 내릴 거 같아서 그 불상은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2017.06.21 10:53 신고 [ ADDR : EDIT/ DEL ]
    • ㅋㅋ 비오는거 시러요 집에 틀어박혀서 글쓸 수 있을때만 좋아요 ㅎㅎㅎ 근데 이렇게 덥고 습한것보단 그래도 비오는게 낫긴 하네요 손올린 부처님 손내린 부처님 둘다 필요하겠어요 ㅎㅎㅎㅎ 앗 글고보니 테루테루보우즈는 비 그치라고 매다는 인형이었어요 헷갈렸네요 ㅎㅎㅎ

      2017.06.21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 아, 싸우지 마라 불상이요? 그러고보니 어제 그 회의에서 그 불상이 꼭 있어야했군요! 나중에 지인들 중 라오스 여행가는 분 계시면 부탁해보세요 ㅎㅎ

      2017.06.21 11:03 신고 [ ADDR : EDIT/ DEL ]
    • 맞아요 싸우지 마라 불상 정말 필요해요 흐흑... 근데 막상 제가 또 잘 울컥하는 성격이니 그 부처님을 제가 모시고 있어야 할지도 ㅋㅋ

      2017.06.21 21:42 신고 [ ADDR : EDIT/ DEL ]
    • 저도 잘 울컥하는 성격이라 저 싸우지 마라 불상은 갖고 있어요. 회의 들어가기 전에 모두가 하나씩 손에 쥐고 있으라고 해야 하나요? ㅋㅋㅋㅋ

      2017.06.21 22:14 신고 [ ADDR : EDIT/ DEL ]
    • 그러면 전임상사 a가 분명 네가 뭔데 불상을 쥐어주냐고 버럭하며 뛰쳐나가고 임원은 점심시간 활용해 불상의 의미에 대해 부서별로 브레인스토밍해서 보고서 내라 할거 같아요ㅠㅠㅠ

      2017.06.21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 설마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머리가 목탁이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6.21 22:19 신고 [ ADDR : EDIT/ DEL ]
  3. 대박! 저같았으면 문닫혔군... 하고 돌아갔을텐데
    스님께 부탁해서 문을 여시다니! 짝짝짝
    저도 비오는거 싫어하긴하는데...
    지금 가뭄이 엄청 심해서 농작물이 다 말라죽을 지경이라고 하니
    저 손내린불상이 우리나라에 필요할것 같아요 ㅠㅡㅜ

    2017.06.21 1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 안에 꼭 들어가보고 싶어서 머리를 굴리다 스님 보여서 바로 꾸벅 인사드리고 부탁했어요 ㅎㅎ 우리나라도 저 불상을 수입해서 가뭄 심한 지역에 세워놓아야할까요...?-_-a

      2017.06.22 19:31 신고 [ ADDR : EDIT/ DEL ]
  4. 오늘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정말 좀좀이님 마음에 드는 기념품들은 어디서 파는 걸까요? 제가 다 궁금해요. 제발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절이 꾹 닫혀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갔는데 마침 스님이 와주셔서 문을 열어주셨다는 건 정말 행운이기도 하고 좀좀이님 노력 덕분이기도 하네요. 하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말이라도 해보는 게 좋죠! 관광객들에게는 대부분 친절하기도 하구요ㅋㅋㅋ
    표지판은 참 독특해요. 우리나라도 저런 표지판 있으면 좋겠어요ㅋㅋ 광화문 앞은 한복 입은 남녀 표지판으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6.22 0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데 저 안은 꼭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 스님이 보였어요 ^^
      표지판 좋은 아이디어인데요? 광화문 앞 같은 역사적인 곳에 그런 식으로 독특하게 표지판을 만들어 세우면 더욱 인상적이겠어요. 사람이 길 건너가는 모습만 표지판에 담겨 있어서 보고 바로 알 수만 있으면 되니 한복 입은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으로 세워놔도 꽤 좋을 거 같아요!^^

      2017.06.22 19:5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