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8 라오스 우돔싸이에서 빡 멍을 거쳐 루앙프라방 가기

좀좀이 2017. 3. 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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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시내를 가로질러 갔어요. 시내에서 차를 세울 생각이 없는지 빠른 속도로 시원하게 달렸어요.



얼마 안 가 시내를 벗어나 다시 대자연으로 들어갔어요.



아침 9시 55분.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골의 작은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이스라엘인들은 여기에서 내렸어요. 운전 기사가 여기에서 차를 갈아타고 가라고 손짓발짓하며 이스라엘인들에게 설명해 주었어요. 이제 이 차에 남은 사람은 한국인들 뿐이었어요. 모두가 루앙프라방으로 갈 사람들이었어요. 여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까 그 사고 지점에서 걸어가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것이었어요.



'뭐라도 하나 사먹을까?'


아침부터 지금까지 물 외에는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였어요. 이 차가 루앙프라방에 언제 도착할 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루앙프라방에 가기는 갈 거고, 그거 하나만 믿고 풍경 보며 차 안에 머무를 뿐이었어요. 그 외에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뭔가 안 먹으면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루앙프라방 도착할 때까지 계속 굶을 거 같았어요.


그렇지만 무언가를 사먹을 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라오스 낍이 얼마 없었거든요.



과일을 보니 람부탄과 망고스틴도 판매하고 있었어요.



이런저런 꼬치류도 팔고 있었어요.


'그냥 가자.'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바람 좀 쐬다 다시 차에 올라탔어요.


차는 다시 산길로 들어갔어요. 길이 아까보다 훨씬 더 나빠졌어요.



"여기 길 왜 이렇게 안 좋아?"


도로 상태가 안 좋은 이유는 별 거 없었어요. 이 도로는 이제 만들고 있는 도로였어요.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었어요. 라오인 노동자도 보였지만 중국인 노동자도 보였어요.


'중국이 라오스에 신경 많이 쓴다고 하던데 진짜네.'


한편으로는 대체 중국 노동자 임금이 얼마나 저렴하면 여기까지 중국인 노동자를 데려와서 도로 건설을 할까 싶었어요. 예전 아프리카 지역을 공부할 때, 아프리카에 중국이 이것저것 건설해줄 때 자국 노동자까지 데려가서 건설해주는 바람에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몇 번 읽었었어요. 그리고 이 중국인 노동자들이 현지인들에게 외상으로 밥을 먹고 돈도 빌려가고 하다가 자국으로 철수할 때 돈을 갚지 않고 튀어서 아프리카에서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거지라는 내용도 읽은 적이 있구요. 그런데 대체 중국인 임금이 얼마나 싸면 이렇게 라오스까지 데려와서 일을 시키는 거지? 도로 공사 중인 길 위에서 작업 중인 중국인은 어렵잖게 계속 볼 수 있었어요.





'아까 그 버스에 타고 있던 라오인들이 여기 차 타고 넘었다면 멀미 엄청 했겠다.'



이제 건설중인 도로는 계속 이어졌어요.



'비오려나? 하늘이 왜 자꾸 무섭게 바뀌어가?'


하늘 구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색이 짙어지고 있었어요.




땅을 보니 비가 내렸었는지 흙탕물이 여기저기 흥건히 고여 있었어요.


스콜



"비온다!"


비가 억수로 퍼붓기 시작했어요. 도로가 제대로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흙길인데 비까지 오니 더 정신없었어요. 이 길은 비 때문에 끊기는 거 아니야? 비가 많이 내려서 길이 끊겼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어요. 이렇게 포장되지 않은 산비탈 흙길이 비로 인해 끊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질 상황이었으니까요. 아까 버스가 교통사고난 트럭 두 대로 인해 길이 끊겨 못 가고 있던 상황에 비해 훨씬 더 정상적인 상황일 거에요.


'길 끊기지 마라. 오늘 제발 루앙프라방 가자.'


친구 말마따라 아무리 여기는 라오스라 태국에서 절을 돌며 삼배를 드려 쌓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안 통한다 해도, 제 가설에 따라 치앙라이 왓 롱쿤에서 절을 드리지 않아서 부처님이 삐졌다 해도 그건 버스 길 막혀서 이렇게 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더 이상의 불운이 따르지 않기만을 바랬어요. 절이 뭐 있어야 삼배를 드리고 행운 마일리지를 쌓지, 절이 하나도 안 보여서 절을 못 간 건데 행운 마일리지 부족하다고 불행이 닥치는 건 너무했어요.


다행히 불행이 또 닥치지는 않았어요. 빗줄기는 다시 약해지기 시작했어요.



"저 길을 이 차로 다 건너왔네."


산에 보이는 불그스름한 길이 바로 이 차로 건너온 길이었어요. 비가 내려 흙과 나무가 물을 먹으니 그 길이 더욱 선명히 드러났어요.



"여기도 사람이 살긴 사는구나!"


이 깊은 산 속에도 민가가 있고 밭이 있었어요. 저 사람들은 이 길이 나기 전에 외부와 어떻게 접촉을 하고 살았을까? 저기 사는 아이들은 학교를 어떻게 다녀야할까? 나름대로 다 방법이 있으니 저기 사는 것이겠지만 저 사람들은 어떻게 외부와 접촉하며 살지 매우 궁금했어요.


다시 하늘이 맑아졌어요.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나니 흙길에서 먼지도 덜 피어올랐어요.





차가 어느 터미널에 들어갔어요.


라오스 빡 멍 터미널


시계를 보니 12시 46분. 아침부터 잠깐 우돔싸이 어디엔가 있는 터미널에서 한 번 쉰 거 외에는 한 번도 안 쉬고 부지런히 달려왔어요. 이제 루앙프라방이 많이 가까워졌을 거 같은데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사고난 트럭 두 대가 길을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루앙프라방에서 점심을 먹으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불만을 가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차를 타고 루앙프라방에 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다행이었으니까요.


'오늘 날 저물기 전에는 어떻게든 도착하겠지.'


그거 말고는 딱히 바랄 것이 없었어요.



터미널 표지판을 보니 여기는 빡 멍 ປາກມອງ Pak Mong 이라는 곳이었어요. 여기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버스로 3만 낍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것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어요. 라오어로 뭔가가 하얀 분필로 적혀 있었어요.


라오스 불단


버스 터미널 한쪽에는 조그만 불단이 있었어요.



여기에서 라오인들이 몇 명 더 탔어요.




"저거 뭐야?"


어디에선가 꼭꼭꼭 소리가 들렸어요. 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였어요. 왜 닭이 꼬꼬댁거리는 소리가 나나 차 안을 둘러보았어요. 라오인이 차에 들고 탄 짐 안에 살아있는 닭이 들어 있었어요. 그 닭이 닭 우는 소리를 내고 있던 것이었어요.




하늘은 너무나 맑고 푸르렀어요. 차창 밖 풍경은 정말 산 너머 산이었어요.





산을 몇 개를 넘고 물을 몇 개를 건너는지 몰랐어요. 그것을 셀 정신도 없었고, 세고 싶지도 않았어요. 머리는 점점 멍해져갔어요. 이제 잠이 슬슬 밀려왔어요. 내가 지금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건지 비엔티안으로 가는 것인지조차 희미해져갔어요. 버스 안에서 푹 자고 루앙프라방 도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거든요. 이 차 안에서 그나마 잤다면 괜찮았겠지만, 깊은 산속 꼬불꼬불 비포장 도로를 계속 달렸기 때문에 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었어요. 라오스가 어떻게 생긴 나라인지 궁금해 창밖을 계속 쳐다보며 사진을 찍어대었던 것도 있구요. 이제 카메라 배터리도 간당간당해 보였고, 산을 계속 보아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어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눈이 번쩍 뜨였어요.


"이거 메콩강 아냐?"


라오스 메콩강



황토색 강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강을 건넌 후, 정신줄 놓고 멍하니 창밖만 계속 바라보았어요. 딱히 피곤하지도 졸린 건 아니었어요. 창밖 풍경을 뇌에 녹화하기 위한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풍경만 계속 바라보았어요. 닭을 싣고 탄 라오인은 이미 예전에 내렸어요. 귀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차의 소음 뿐이었어요. 차가 가끔 덜컹거릴 때만 정신을 번쩍 차리고 잠깐 자세를 똑바로 고쳐앉았어요. 그러다 다시 의자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았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버스 터미널


오후 15시 14분. 또 어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내려요."


운전 기사가 내리라고 했어요.


"루앙프라방이에요?"

"예. 루앙프라방이에요."


드디어 루앙프라방에 도착했어요. 원래 도착 시간보다 한참 늦었지만 어쨌든 해가 하늘에 떠서 대지고 사람이고 태워버리고 있을 때 도착했어요.




루앙프라방에 도착했지만, 아직까지는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는 것이 크게 실감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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