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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9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4 추억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좀좀이님, 두체통 알아요?""예? 우체통요?" 2014년 봄 어느 날. 카카오톡으로 잡담을 나누던 중 P형이 뜬금없이 '두체통'이 재미있다면서 제게 두체통을 아냐고 물어보았어요. '아니, 내가 우체통도 모르는 줄 아나.' 아무리 요즘 우체통이 보기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곳곳에 우체통이 있었어요. 빨간 우체통에 직접 편지나 카드, 엽서를 써서 보낸 적도 여러 번이에요. 편지가 우체통 안으로 떨어질 때 편지가 별로 없으면 '퉁' 소리가 났고, 편지가 많이 있으면 '툭' 소리가 났어요. 80원 짜리 '하나 낳아 알뜰살뜰'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집어넣은 것이 가장 오래된 기억이에요. 그 이후에 100원 짜리 곤충 시리즈 10장이 나왔어요.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3 라오스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인가요

라오스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T동생 때문이었어요. 라오스. 요즘은 관광 때문에 매우 많이 알려졌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와 라오스 사이에 직항노선까지 운행되고 있지만, 2008년에만 해도 그렇게 잘 알려진 나라는 아니었어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반도 3개국 -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중 가장 안 알려진 나라가 라오스에요. 베트남이야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참전했기 때문에 너무나 유명하고, 캄보디아는 킬링필드와 앙코르와트 때문에 유명해요. 타이어 문자는 캄보디아어 문자를 변형시킨 것이라 하더군요. 어쨌든 이 당시, 유명한 베트남, 캄보디아에 비해 정말 잘 알려지지 않은 라오스였어요. 이 무렵, '라오스'라고 하면 라오스에서 들고 나온 '불교 사회주의'와 수도가 '비엔티안'이라는 것 정도 알고 있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2 왜 태국어를 공부하자고 하셨나요

때는 2006년 가을. 당시 저는 여러 외국어 학습 및 학습 자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 언어, 저 언어 건드려보고 있었고, 어느 한 인터넷 카페에서 채팅을 즐기며 놀고 있었어요. 당시 채팅에서 만난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저보다 형이었고, 한 명은 저보다 동생이었어요. 셋 다 다른 나라와 외국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죽이 잘 맞았고, 밤 늦게 새벽까지 채팅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처음에는 카페 채팅을 이용해 채팅을 했지만, 나중에는 스카이프를 이용해 음성채팅을 즐겨 했어요. 형은 P형, 동생은 T동생이라고 할께요. 그때 T동생은 태국어를 같이 공부하자고 하고 있었어요. "태국어 글자 이상하잖아.""에이, 그런 건 형이면 금방 외워요.""태국어 성조 없어?""성조 있는데요.""아..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01 인도네시아어라니요, 수강신청을 잘 했었어야죠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 망한다. 매우 흐렸던 그날, 제주국제공항. "이만 갈께요." 그렇게 떠나고 싶어했던 제주도였는데 막상 떠나려니 무언가 울컥하는 것이 올라오려 했어요. 그렇게 꿈꾸어왔던 서울! 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몰랐어요. 항상 떠나고 싶어했던 제주도. 드디어 대학을 서울로 진학하며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날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서울땅을 밟아본 것이 고등학교 1학년 11월에 있었던 수학여행. 그 이후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어요. 바다는 그저 속을 갑갑하게 만드는 원망스러운 장벽.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탈출하고 싶어했던 제주도에서 이제야 드디어 탈출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하지만 친구들 중 그 누구도 서울로 대..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프롤로그

비행기표를 결제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어요. '나는 왜 하필 이 두 나라를 가고 싶어했던 걸까?' 2015년 5월 14일 새벽. 언제부터 이 나라들을 가고 싶어하게 되었는지 떠올려보기 위해 시간을 되짚어나가기 시작했어요. 머리 속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이 하나 둘 떠올랐어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보고 들었지만, 항상 그 이전에 이 두 나라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어느 순간 잊어버렸을 뿐, 원래는 제가 여행을 갔던 나라들 대부분보다 더 오래 전에 가보고 싶어했던 나라들이었어요. '여행기를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너무나 오래 전에 있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쓰려면 서두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았어요. 덕분에 제목은 쉽게 정할 수 있었어요.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