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69 라오스 여행 - 루앙프라방 포씨 시장 Phosi market

좀좀이 2017. 4. 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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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도착했네."


이제 여기에서부터 숙소까지는 오토바이 택시인 뚝뚝을 타고 가야 했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버스터미널



한국인들과 같이 뚝뚝을 잡아탔어요.



거리에는 차가 거의 없었어요. 하늘은 너무나 맑았어요. 태국어 글자와 다른 라오어 글자가 보였어요. 이제야 진짜 라오스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진작에 도착했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괜찮았어요. 비록 루앙프라방 일정 하루가 날아가버리기는 했지만, 일정 자체를 빡빡하게 짜지 않았거든요. 6월 23일 비엔티안으로 떠날 예정이기는 했지만 그날 야간 이동이었어요. 야간 이동이 있는 날 열심히 안 돌아다니는 것이 제 원칙이기는 했지만 그 원칙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었어요.


뚝뚝은 길을 시원하게 달렸어요. 맨 뒷좌석에 앉아 계속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빠르게 달려서 사진 찍기 어려웠어요. 아직까지는 딱히 눈에 띄는 무언가가 없었어요. 인상적인 것은 라오어 글자가 계속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태국어가 많이 사용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길거리 표지판과 간판이 태국어 글자를 빌려서 표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살아있는 라오어 글자가 여기저기에서 숨을 쉬고 있었어요.


조마 베이커리에서 모두 내렸어요. 한국인들과 여기에서 헤어졌어요. 저는 예약한 숙소로 찾아가 체크인을 했어요. 체크인을 한 후, 객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 살겠다."


야간이동을 하고 난 다음에 숙소에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이 소중한 감정. 몸을 씻을 수 있고 편하게 드러누울 수 있다는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마음 같아서는 침대에 누워서 한숨 자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럴 수 없었어요. 오늘 일정을 조금이라도 살려보려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어요. 샤워를 하고 땀에 절은 옷을 다시 주워입고 1층으로 내려갔어요. 지도가 있냐고 물어보자 지도는 판매한다고 했어요. 가이드북에 실린 지도는 너무 조잡해서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었어요. 루앙프라방이 어떤 곳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구할 수 있는 관광지도가 필요했어요. 관광지도를 구입한 후, 혹시 서점이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서점 있어요."

"어디 있어요?"


직원들끼리 여기 서점이 어디 있는지, 몇 곳 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왜 서점 위치를 모르지?'


정말 다행히도 블로그로 교류하던 지인분께서 라오스 초등학교 라오어 교과서를 구해주셨기 때문에 라오스 교과서를 구할 필요는 없었어요. 이제 라오스에 왔으니 여기에서 구입해야 하는 책이라면 라오스의 전래동화 및 라오스 요리책이었어요. 과연 존재할지 존재 자체가 의문이기는 했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라오어 버전이 있다면 그것도 구입하구요. 이번 여행은 교과서를 미리 다 구했기 때문에 서점을 가야 한다는 부담이 정말 적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서점이든 가기만 하면 되었어요.


직원들끼리 서점 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있으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여기 내 예상보다 더한 거 아냐?'


설마 친한 동생 말대로 자국어로 된 책 하나도 없는 거 아냐? 정부 홍보용 간행물 몇 개 빼고 전부 태국어 책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예전 투르크메니스탄 여행을 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 자체가 가기 어려운 나라라서 거기 가면 눈에 띄는 투르크멘어 책은 무조건 구입하겠다고 다짐하고 갔어요. 그런데 투르크멘어로 된 책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이것저것 구입하고 싶었지만 투르크멘어로 된 책은 거의 없고, 대부분 소련 시절 발행되었거나 러시아에서 수입해온 러시아어로 된 책 뿐이었어요.


왠지 그와 비슷한 일이 다시 한 번 벌어질 것 같았어요. 직원들은 여행자 거리로 불리는 타논 씨싸왕웡에서 어떻게 가면 서점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어요.


'일단 책부터 오늘 후딱 사서 끝내버려야지.'


새로운 나라에 여행을 가면 꼭 책을 사서 모으는데, 이것이 은근히 귀찮고 신경쓰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어요. 서점은 대체로 관광지에서 떨어져 있거든요. 여행자들 모이는 곳에 있는 서점은 대체로 별로에요. 여기는 영어로 된 서적, 여행 가이드북 같은 것을 주로 팔거든요. 제대로 된 서점을 가려면 관광지에서 벗어나야 하고, 교과서를 구입하려면 아예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이래서 여행중 책을 사서 모으는 것만 끝내면 그 다음부터는 확실히 마음이 홀가분해졌어요. 루앙프라방도 라오스에서 큰 도시니까 여기에서 책 구입을 끝내버리고 그 다음부터 여기저기 마음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지도를 들고 밖으로 나왔어요.






우체국이 있었어요. 우체국은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정작 오후 5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문이 닫혀 있었어요.


'우체국 다른 장소로 옮겼나?'


먼저 환전을 했어요. 환전을 하고 계산을 해보니 7000낍을 우리나라 천원으로 계산하면 대충 맞았어요.


'여기는 환율도 머리 아픈 나라네.'


1부터 10까지 배수 찾기 가장 어려운 수가 바로 7. 암산으로 계산할 때 유독 어려운 것이 바로 7의 배수에요. 7 또한 배수를 찾는 법이 있기는 한데 꽤 복잡해요. 아주 큰 수라면 써먹을만 할 수도 있는데 2,3,4,5,6,8,9의 배수를 찾는 것처럼 매우 간단하지는 않아요. 단지 7로 나누면 세로로 길게 써내려가야 하는데 그것을 조금 줄여주는 정도에요.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에요. 게다가 7의 배수는 구구단의 7단 외에는 딱히 외우고 다니지도 않기 때문에 '7000낍:1000원' 이라는 환율이 더욱 머리 아프게 다가왔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절


"절 있다!"

"으악! 절 싫어! 안 가! 태국에서 우리 왓 많이 갔잖아!"

"이것은 라오스 절이잖아."

"태국 절이랑 똑같네. 안 가도 되겠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본 절과 뭔가 다르게 생긴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떻게 다르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어요.


"아, 이건 다른 거네! 봐!"

"뭐? 똑같은데."

"이거 보래니까!"


VAT


"태국 절은 왓인데 이것은 봣이잖아. 이거 다른 거야."


제 말에 친구가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물론 길거리에 절은 VAT 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것은 태국과 마찬가지로 '왓'이라고 읽어요. 실제 라오어에서도 절은 '왓'이구요. 이렇게 VAT로 적은 이유는 라오스가 프랑스 지배를 받아서 영문 표기 방식에서 불어식 표기 방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에요. 프랑스어에서는 w도 v 발음이거든요. 라오스와 태국은 라오어와 태국어만 다른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라틴문자를 이용한 지명 표기 방식도 달랐어요.


"절은 내일 가자. 오늘 서점 가자고 했잖아."

"그러자."


친구가 일단 서점부터 가자고 했어요.


설마 오늘 하루 절을 안 간다고 라오스 부처님이 삐지실까. 아무리 태국 치앙마이에서 쌓은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가 라오스에서는 안 통한다 해도 여기 오기 전 벌써 커다란 불운을 하나 만났다. 부처님 행운 마일리지야 절 가기 싫다는 친구에게 장난으로 이야기하는 거고,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겠지. 지금 어설프게 절 들어갔다가는 절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서점은 서점대로 못 가서 내일 일정도 꼬일 것이다. 일단 새로운 나라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마음 속 돌덩어리인 책구하기부터 시원하게 끝내고나서 생각해야겠다.


거리는 몽족 야시장이 개시 준비가 한창이었어요.


몽족 야시장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서점이 있다는 곳을 향해 걸어갔어요.






병따개를 가지고 체스를 두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라오스 체스


"여기가 서점인가?"


서점이 있다는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서점은 아주 작았어요. 책은 거의 없었어요. 영어도 잘 통하지 않았어요. 파울로 코엘료를 아예 몰랐어요. 일단 아주 얇은 동화책과 요리책을 몇 권 구입한 후, 다른 서점 위치를 물어보았어요.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고, '포씨 시장'이라는 곳에 가면 거기에도 서점이 하나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서점 대체 어디 있다는 거지?"


다른 서점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모든 골목을 다 뒤져보았지만 서점은 보이지 않았어요. 어느덧 5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포씨 시장부터 일단 가봐야겠다."


조금 전 갔던 서점 규모로 보아 여기에 큰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점일 거라 봤어요. 여기는 다음날 또 와야 하는 곳이니 남은 서점 하나는 나중에 천천히 찾기로 하고 일단 포씨 시장 근처에 있는 서점부터 가보기로 했어요. 포씨 시장을 가려면 뚝뚝을 타고 가야 했어요. 몽족 야시장 거리에서 되돌아나와 뚝뚝을 잡아타고 포씨 시장으로 갔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포씨 시장


포씨 시장 Phosi market 은 라오어로 '딸랏 포씨' ຕະຫຼາດໂພສີ 라고 해요. ຕະຫຼາດ 이 '딸랏'인데 시장이라는 뜻이에요. ໂພສີ 이 '포씨'인데, 이것은 '보리수나무'라는 뜻이래요. 포씨 시장은 '보리수 나무 시장'이라는 말이에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재래시장


"여기 서점 있는 거 맞아?"


아무리 보아도 여기는 그냥 재래시장이었어요. 이 시장 안은 물론이고 시장 주변에조차 서점 비슷한 것이 있게 생기지를 않았어요. 게다가 여기는 딱 봐도 관광지가 아니었어요. 영어가 당연히 통할 리 없었어요. 이럴 줄 알고 서점이 라오어로 '한 카이 쁨' ຮ້ານຂາຍປື້ມ 이라고 한다는 것은 알고 왔어요. 라오어에서 '어디 있어요'는 '유 싸이' ຍູ່ໄສ 라고 해요. '서점 어디 있어요?'라고 라오어로 물어보려면 '한 카이 쁨 유 싸이' 라고 하면 되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전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어요.


"분명히 포씨 시장에 서점 있다고 했는데..."


'혹시 내가 성조를 엉망으로 발음해서 그런 건가?'


이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었어요. 라오어 성조는 라오인에게 딱 한 번 배운 적이 있었고, 그 이후 특별히 라오인에게 교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라오인을 만난 일 자체가 없었어요. 저 스스로도 제 성조가 분명히 엉망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제가 익힌 성조는 비엔티안 성조였고, 루앙프라방 지역의 성조는 비엔티안 성조와 다르다는 말이 있었어요. 이런 성조 차이를 라오스 정부에서 통일시키려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고 있지 않아서 지역마다 다른 성조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구요. 제가 성조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것일 수도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계속 서점 위치를 물어보면서 서점을 찾아 시장 안을 돌아다녔어요.



오리가 시장에 팔려 나왔어요.



옷가게도 있었고, 가공식품을 파는 곳도 있었어요. 가공 식품은 어떤 것을 팔고 있는지 보았어요. 전부 태국산이었어요.



이런 곳에서는 책을 팔 리가 없을 거고...



여기에서도 책을 팔 리가 없을 거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 누구도 몰랐어요. 말이 안 통하는 건지, 정말 없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 여기에 서점이 없는 것은 확실했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제 성조가 개떡같다 할 지라도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리는 없었어요.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어요.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사람조차 없었어요.


'여기는 정말 서점 없나? 그 서점 직원은 대체 뭘 말한 거지?'


시장은 파장 분위기였고, 날도 슬슬 저물어가고 있었어요. 주변에 서점이 없는 것은 확실했어요. 시장과 그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서점은 안 보였어요. 게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사람들은 아예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어요. 사람들은 영어를 전혀 몰랐어요. 저는 라오어 아는 거라고는 다 털어봐야 10마디도 안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갈 상황도 아니었어요.


"약국이다!"


약사는 영어 알겠지? 약사한테 물어봐야겠다!


약국으로 들어갔어요. 예상대로 약사는 영어를 할 줄 알았어요. 약사에게 서점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제가 왔던 타논 씨싸왕웡으로 돌아가라고 알려주었어요. 이 근처에는 서점이 아예 없다고 알려주었어요.


"그 서점 직원 대체 뭐야?"


원치 않는 시장 구경만 했어요. 이제 서점이 있다 해도 문을 열었을 리가 없었어요. 다시 뚝뚝을 타고 몽족 야시장으로 되돌아갔어요.




"오늘은 여기에서 그 유명하다는 15000낍 부페에서 밥 먹어야겠다."


오늘 15000낍 부페에서 저녁을 먹을지 내일 먹을지 고민하며 일단 한 번 둘러봤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다른 시장으로 가게 되었어요.




"저게 메콩강이구나."


라오스 루앙프라방 메콩강 노을


슬슬 피곤했어요. 일단 밥부터 먹고 뭘 할 지 생각하기로 했어요. 배부르게 뭔가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15000낍 부페로 가서 음식을 수북히 담아왔어요. 밥을 먹고 나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몽족 야시장이 열렸어요.






"여기 한국인 정말 많네."


한국어가 주변에서 계속 들렸어요. 한국인들이 꽃보다 청춘 이후 라오스에 많이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 많았어요. 어디를 보든 한국인이 한 명은 일단 보이고 시작했어요. 아직 성수기도 아닌데 이렇게 한국인이 많다니 놀라웠어요. 지금까지 저는 외국여행을 갈 때 한국인 여행자들이 정말 별로 안 가는 곳을 골라서 갔어요.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기 시작한 것은 동남아시아 여행을 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는데, 절묘하게 비수기에 가든가, 다른 한국인들과 겹치지 않는 시간에 가든가 했어요. 딱히 '외국 여행 중 한국인은 피하겠다'고 작정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정을 진행하면 그렇게 되었어요.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싸바이디."


뭐지, 이 매우 어색한 발음은?


라오어 인사인 '싸바이디'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백인 남자가 상인에게 '싸바이디'라고 라오어로 인사하고 더듬더듬 라오어로 가격을 물어보고 있었어요. 상인은 꿋꿋히 라오어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싸바이디 능썽쌈씨 하는 백인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백인이 라오어를 하다니!


매우 놀라운 일이었어요. 이 나라가 영어가 얼마나 잘 안 통하는지에 대한 방증이었어요. 바로 옆나라 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태국 - 특히 방콕에서는 태국인이 어떻게든 영어를 쓰며 서양인들에게 물건 하나 더 팔아보려고 아부를 하고 있었고, 서양인들은 오직 영어로만 말할 뿐이었어요. 1,2,3,4 능썽쌈씨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태국 여행 내내 '싸왓디크랍'이라도 말하는 서양인이 있나 유심히 보았지만 그런 서양인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태국에서 그렇게 거만하게 굴던 백인들이 싸바이디 니타오다이 능썽쌈씨하혹쩻뻿까오씹 하고 있었어요.




저 백인 여행자들보다 내가 라오어 한 마디라도 더 잘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야시장 거리를 걸었어요. 밤하늘을 바라봤어요. 별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어요.


'이런 데에서 은하수가 보일 리가 없지.'


전깃불이 훤히 밝혀진 이 거리에서 은하수가 보일 리 없었어요. 공기도 어제 그 산속보다는 안 좋았기 때문에 은하수가 보일 만큼 공기가 맑을 리도 없었구요.


"뭐야!"


순간 정전이 되었어요. 거리가 새까매졌어요.


"은하수다!"


정전이 되어 순간 어둠이 집어삼킨 라오스 루앙프라방. 새까만 하늘은 별빛 혁대를 두르고 있었어요. 전날 보았기 때문에 검은 하늘 속 그 반짝이는 혁대가 뭔지 알 수 있었어요. 은하수였어요.


정전은 오래 가지 않았어요. 불이 다시 켜졌어요.



은하수가 밤하늘에서 사라졌어요.


시계를 보니 벌써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어요. 아직 더 구경하고 놀려면 그럴 수 있었지만, 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푹 쉬고 싶었어요. 친구도 오늘은 그만 돌아다니고 숙소로 돌아가서 쉬자고 했어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음료수와 물을 구입하기 위해 가게로 갔어요. 가공식품 중 혹시 라오스 것이 있나 살펴보았어요. 라오스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전부 태국제였어요. 제가 태국에서 매우 사랑했던 액티비아 리치맛은 없었어요. 콜라와 태국제 과일 주스를 구입해서 숙소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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