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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나왔어요. 걸어서 돌아다니기에는 아직도 많이 더웠어요.


"어디 가지?"

"설마 또 대통령궁?"


당연히 거기는 안 가지.


하지만 대통령궁은 멀지 않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그렇다고 지금 갈 필요는 없었어요. 이따 야경 보러 나와서 갈 곳이 바로 저 대통령궁과 그 주변이었으니까요. 아슈하바트에 왔는데 당연히 야경은 보고 가야죠.


어디를 갈까 곰곰이 생각하다 이상하게 생긴 탑이 생각났어요. 거기 가면 위로 올라가서 아슈하바트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름을 몰라.


그 건물 이름이 뭔지 이름을 몰랐어요. 하지만 방법은 있었어요. 아까 친구가 산 엽서를 달라고 한 후, 엽서를 하나하나 뒤져보았어요.


"이거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건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 사진이 있으니 건물 이름 쯤은 금방 알아낼 수 있었어요. 건물 이름은 Üç oýok. 우리말로 하면 '다리 세 개'. 번역하고 나니 왠지 이름이 너무 웃기네요. 택시 기사에게 '다리 세 개 가주세요'...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그런데 진짜 건물 이름이 저거에요. Üç oýok. 투르크멘어 발음으로 읽으면 위츠 오욕. 위츠 오욕이나 다리 세 개나 써놓고 보니 이상한 것은 매한가지네요.


택시를 타고 갔어요. 흥정을 하는데 5마나트에 가기로 했어요. 싸게 가는 것인지 비싸게 가는 것인지 저도 몰라요. 기차역에서 대통령궁 가는 길에서 저 공원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갔어요. 여기도 아무 승용차나 잡아타는 건 똑같았어요.


택시를 타고 한참 가서야 우츠 오욕에 도착했어요. 5마나트를 꺼내 택시기사에게 건네려는 순간 촉감이 이상했어요. 그래서 엄지와 검지로 지폐를 밀어보니 6마나트였어요. 택시기사는 제가 돈을 건네는 줄 알고 돈을 잡은 상황. 1마나트를 빼고 5마나트라고 드렸어요. 택시 기사가 2명인데 6마나트 어쩌구 저쩌구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처음 흥정할 때 5마나트였기 때문에 당연히 딱 5마나트를 드리고 내렸어요.




이것이 그 유명한 위츠 오욕. 세 개의 다리. 세 개의 다리인 이유는 사진 보면 아실 수 있어요. 정말 다리가 세 개에요.



올라갈 수는 없었지만 실제 보니 택시비 들여서 와서 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어요.



이렇게 보면 로켓 같이 생겼어요.



만세 부르는 니야조프 전 대통령. 이 탑 꼭대기에 보이는 황금빛 무언가가 바로 니야조프 전 대통령의 동상이었어요.


이 탑의 맞은편 저 멀리 길 끝에는 이런 것이 있었어요.



나도 정말 모르겠다.


저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왜 저렇게 생긴 거지? 저건 아무리 보아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것은 아직 본 적이 없었어요. 나의 우즈베키스탄 5개월 체류 경험과 타지키스탄 여행 경험으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란 말인가!


그리고 주변 풍경.





이쪽이 볼 것이 이것 저것 모여있는 곳이라 걸어서 다 둘러보기로 했어요.



위츠 오욕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길. 이제 갈 곳은 저기다!


그런데 엄청 머네...


걸어가려고 했지만 너무 멀어서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사진만 찍고 버스 타고 호텔로 돌아가서 다시 쉬기로 했어요.







북한 같아 보이나요?


저는 북한을 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북한이 어떻게 생긴지 잘 몰라요. 뉴스에서 나오는 북한 사진 외에는 북한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북한의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 제 머리 속의 북한 모습은 그저 뉴스를 통해 본 사진들 뿐. 그런데 저게 북한 같아 보이나요? 제가 본 북한 사진과 비교하면 천만의 말씀이에요. 북한은 본 적이 없지만, 북한을 따라했다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인민궁전과 그 주변은 직접 가본 적이 있어요. 7박 35일 여행 중 2번 갔어요. 그것과 비교해도 닮은 점이 전혀 없었어요.


대체 왜 이런 풍경이 북한 같다고 하는지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어요. 단순히 하얗고 삐까번쩍해서? 그저 크게만 지어놓아서?


제 감상은 북한 같은 도시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도시'였어요. 비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도시였어요.


이건 애들이 자기 좋아하는 거 생각 없이 마구 가져다놓은 거야.


정말 배가 고파서 부페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집어오다보면 그 어떤 통일성도 없어요. 샐러드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는 가벼운 음식을 먹고, 그 다음 고기를 먹고, 그 다음에 과일을 먹고, 마지막으로 과자와 커피로 마무리해야지...라는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자기 좋아하는 거 마구 퍼온 그런 접시. 접시 하나에 마구 담다보니 양념은 섞이고 뒤죽박죽 음식이 섞이고 쌓인 그런 접시.


균형도, 조화도, 통일도 없었어요. 통일이라면 하나 있었네요. 건물들이 군인들 옷에 양초 바르고 다려서 칼각 잡는 것처럼 각이 딱딱 잡혀 있는 거요. 이건 계획하고 도시를 세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균형도, 조화도, 통일도 다 무시된 풍경. 거기에 황량함은 덤.


앞서 본 곳부터 시작해볼까요? 다 고만고만한데 쓸 데 없이 대학교가 무식하게 커요. 누가 보면 진짜 무슨 국회의사당이나 주석궁인 줄 알게 생겼는데 알고 보면 대학교. 대통령궁도 마찬가지. 호위 무사를 거느린 대장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두서가 없어요. 대통령궁 길 건너 바로 옆은 그냥 별 볼 일 없는 건물들이고 공원이에요. 솔직히 황금돔이 눈에 그렇게 띄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반짝이는 누런 것이죠. 워낙 하얀 대리석으로 건물 외부를 도배질해 놓아서 누런 황금돔이 번쩍거리는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여기도 마찬가지. 위츠 오욕 말고 희안하게 생긴 탑이 바로 옆 건물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왼쪽 건물과 가운데 탑, 오른쪽 건물이 잘 어울리는 것 같나요? 사진에서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무수히 많은 하얀 건물들이 무언가 풍경을 이루는 것이 아니에요. 실제 보면 그냥 하얀 레고 블럭 쏟아놓은 꼴이에요. 그냥 난잡하게 지어놓은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욕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저거 보다는 훨씬 균형, 조화, 통일이 있어서 볼 만 해요. 우리나라 아파트도 가까이서 보면 별로이지만 멀리서 보면 볼 만 해요.


온통 하얗게 지어놓은 것? 그건 중앙아시아에서 사실 흔한 거에요. 타슈켄트도 하얀 건물들 세우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별로 새로 짓는 건물들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나보이 거리 입구를 보면 조금 있어요. 벽을 하얀 대리석으로 바르는 건 이 지역 공통된 취향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은 돈이 넘치고 대통령이 막 건물들을 새로 지어대서 그런 하얀 건물이 넘쳐나는 것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돈이 별로 없고 건물 새로 많이 짓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건물이 조금 보이는 것 뿐이죠.


걸어서 숙소까지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요리책이 너무 무겁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거리를 걸어가야 해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말 동상.


이 나라는 비자부터 시작해서 경마장에 말 동상에 말 우표에...말을 정말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이 나라가 목화 생산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는데 목화 관련된 것은 거의 못 보고 본 거라면 온통 말이었어요. 그래서 질주 본능이 있어서 운전을 그렇게 하던 건가?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아슈하바트 올 때 그 길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어요. 정말 무슨 레이싱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는 추월과 추월. 무게는 속력에 부담이 되는 거라고 꽁초까지도 밖에 휙휙 버리는 사람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종일 타슈켄트에서 흔히 보는 운전 문화인 꼬리물기와 역주행은 못 보았어요. 타슈켄트에서는 자동차 꼬리물기는 그냥 고유 문화 아닌가 싶을 지경인데 아슈하바트에서의 첫날에 꼬리물기는 의외로 못 본 것이 신기했어요. 아슈하바트 중심가는 특별히 관리해서 그런 건가? 혹시 모르죠. 지방 도시 가면 타슈켄트와 마찬가지로 역주행에 꼬리물기가 난무하고 있을지도요.




응?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인데 경찰 뒤통수를 찍어버렸어요. 사진 찍기 고약한 아슈하바트에서 버스에 타서 작은 카메라로 눈치껏 사진을 찍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숙소에서 내릴 수도 있었는데 버스 종점인 테케 바자르 Teke Bazary 까지 가서 내렸어요.




테케 바자르는 늦었기 때문에 다음날 할 일 없으면 가기로 하고 음료수를 하나 사서 숙소에 들어가 쉬기로 했어요.


여기 물가 정말 싸구나!


우즈베키스탄이랑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우즈베키스탄보다 훨씬 싼 것도 많았어요. 가장 충격적인 것은


식빵 한 덩어리가 20텡게!


1마나트는 100텡게이고, 2.8~2.85마나트가 1달러에요. 1달러를 1150원으로 잡고, 2.8마나트를 1달러로 잡았을 때 식빵 한 덩어리는 82원. 물론 이건 당연히 매우 비싸게 계산하기 위해 이렇게 계산한 것이죠. 어쨌든 식빵 한 덩어리가 80원. 정말 굶어죽는 사람은 없게 생겼구나. 다른 여행자들이 여기 물가 싸다고 한 것이 괜히 한 말이 아니었어요.


더욱이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처럼 2중 가격도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싼 것. 우즈베키스탄에 환율이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이 있다는 것은 여러 번 이야기했죠. 우즈베키스탄은 특히 수입 공산품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인데, 암시장 환율로 계산해보면 투르크메니스탄의 물가와 어느 정도 비슷해요. 하지만 공식 환율로 계산하면 매우 비싸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 공산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이 리히텐슈타인과 더불어 세계에서 둘 밖에 없는 2중 내륙국 - 즉 주변국도 모두 내륙국인 나라라서 운송료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 때문이죠.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은 일반인들도 공식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암시장 환율로 계산해보니 투르크메니스탄과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투르크메니스탄과 물가가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랍니다.


간식 거리와 음료수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서 또 쇼파에 기대어 앉았어요. 쇼파에서 오늘 하루 일정을 정리해 쓰기 시작했어요.



쓸 내용은 많고 수첩은 조그마해서 깨알 같이 내용을 종이에 우겨넣었어요. 글자를 작게 쓰면 쓸 때 손가락이 저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경 써서 써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읽기는 오히려 편하더라구요. 큼직큼직하게 쓰면 제 글자는 모두 태풍에 미친 듯 춤추다 뻗어버린 풀들처럼 글자가 다 날아다니거든요. 게다가 하루 일정을 한 번에 주욱 보고 쓰는 게 넘겨 가며 보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글 쓸 때 좀 더 글이 잘 나와서 이렇게 작은 수첩에 억지로 꾸역꾸역 내용을 다 쑤셔 집어넣었어요. 이상하게 여행기 쓸 때 수첩 넘겨가며 쓰면 글 쓸 내용에 대한 생각이 자꾸 끊기더라구요.


하루의 일과를 대충 정리해 수첩에 적고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어요.


"야경 보러 나가야지."


날이 깜깜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오늘 아니면 아슈하바트의 야경을 볼 수가 없었어요. 피곤해도 오늘 반드시 끝내야하는 일. 오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교과서를 못 구했기 때문에 다음날 다르바자 갔다 오는 건 이제 물 건너 갔어요. 남은 거라고는 아슈하바트의 야경이나 감상하는 정도.


택시 타고 멀리 가기는 그래서 대통령궁 근처나 다녀오기로 했어요.



지름길로 가는데 레닌 동상이 나왔어요. 동상 아래에는 아랍 문자로 له نين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읽으면 '레닌'. 구 소련 지역 돌며 레닌 동상 본 것은 이제 두 번째. 이 지역에서 철거하는 것을 잊어버려서 놔두었을 수도 있으나, 이 지역에서 레닌에 대한 인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에요. 폭압적인 압제자 러시아로부터 말 뿐이기는 하나 다른 민족들에게 자유와 해방, 그리고 그들의 나라 - SSR을 세워준 사람이거든요. 물론 카프카스 지역에서는 이런 인식이 없답니다. 소련에 대한 카프카스 지역 사람들의 인식은 '알리와 니노'라는 소설을 읽어보시면 되요. 거기에서는 소련이 말 그대로 해방자가 아니라 점령자. 중앙아시아에서는 해방자 겸 점령자.



대통령궁 가는 길.



행인이 없어서 경찰 찾는 게 더 쉬웠어요. 그 반대로 그들이 저를 찾는 것도 더 쉬웠구요. 그래서 멀리서 대통령궁만 한 장 찍었어요. 황금돔은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밤에는 오히려 별 볼 일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황금돔은 낮이든 밤이든 정말 다른 하얀 대리석들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어요.


조형물이 있는 사거리까지 왔어요. 밤이라 카메라를 그냥 들고 찍기에는 사진이 너무 흔들려서 몰래 찍을 수가 없었어요. 낮이야 워낙 햇볕이 강해서 걸으면서 후다닥 한 장 찍고 갈 수 있었지만, 밤에는 그렇게 하기 어려웠거든요.


할 수 없이 경찰에게 조형물만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경찰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경찰에게 물어보고 돌아왔어요.


"안 돼요. 대신 이 건물 찍어요."



대학교만 찍고 다시 돌아갔어요.


"차라리 10마나트에 사진 자유 촬영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네!"


솔직히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가장 볼만하고 가장 사진 찍을만한 곳은 전부 사진 촬영 금지 구역. 사진 촬영 금지 구역 빼면 사진 찍을 만한 곳이 없었어요. 끽해야 기차역과 대학교? 야경은 확실히 아주 멋있게 잘 꾸며놓았어요. 하얀 대리석이 조명에 반사되며 만드는 야경은 보자마자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었어요. 게다가 두서 없이 지어놓은 건물들과 달리 조명은 나름 무언가 생각하고 한 듯 해서 오히려 야경이 낮의 풍경보다 훨씬 나아 보였어요.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요. 조명이 제대로 잘 된 곳은 대부분 사진 촬영 금지 구역. 진짜 10마나트, 아니 10달러 내고 아슈하바트 사진 자유 촬영권을 살 수만 있다면 1시간에 10달러라도 좋으니 사서 마음껏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딴 것은 없었어요.



그리고 또 대학교를 찍었어요. 대학교를 찍고 호텔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 후 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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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알 수 없는 사용자

    여행중에 생각을 노트에 끄적거리는 것도 벅찰때가 있는데
    대단하시네요..

    2012.08.25 10:20 [ ADDR : EDIT/ DEL : REPLY ]
    • 기회 있을 때마다 적는 것이죠^^; 물론 자기 전에 몰아서 적을 때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요. 저도 귀찮아서 한 번 그렇게 안 해 보았다가 여행기 쓸 때 호되게 고생해서 이제는 최대한 열심히 기록하려고 하고 있어요 ㅎㅎ;

      2012.08.25 11:01 신고 [ ADDR : EDIT/ DEL ]
  2.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2.08.26 00:50 [ ADDR : EDIT/ DEL : REPLY ]
    • 알리와 니노는 한국어로도 나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정확히는 '작자미상'이라는 것이죠.

      오르한 파묵 ㅎㅎ;; 저는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읽었어요. 대학교 4학년때 오르한 파묵 읽고 독후감 제출하는 과제가 있어서 읽었는데 음...주인공이 없는 소설은 처음 읽었어요. 스토리상 주인공은 있는데 책에서 주인공이 없는 소설...그래서 독후감 쓸 때 엄청 고생했었어요. '원근감 없다'가 무슨 말인가 했는데 소설에 주인공이 없을 줄은 몰랐거든요. 누구를 주인공으로 잡든 문제 없이 줄거리가 나와버리는 그런 소설...그렇게 새로운 글쓰는 방법을 만들어내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독후감쓰기엔 어려운 소설이라 짜증나기도 했어요^^;

      알바니아에서 코소보라면 혹시 티라나 스칸데르베그 광장 근처에서 타는 오후 6시 프리슈티나행 버스인가요! 그 버스 그립네요. ㅎㅎ 40도 넘는 곳에서 사는 건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왜냐하면 더울 때 최대한 안 나가면 되니까요. 오히려 여행일 때가 몇 배 더 힘들죠. 40도 넘는데도 계속 돌아다녀야 하잖아요.;;

      솔직히 중국인이 문제가 아닌 나라는 지구상에 싱가포르 정도 아닐까요? 러시아의 스킨헤드도 원래는 중국인 때려잡기였다고 하죠. 이런 경우가 한둘이 아니라 참 많더라구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 못해서 무조건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공격하려는 경우요. 카프카스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반드시 한국인임을 밝혀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 여행을 많이 다녀보셨으니 그 상황이 언제인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원래 여행 준비가 그렇죠 ㅎㅎ 특히 평소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던 지역에 갈 때는 무엇부터 알아보아야 하는지 당장 막막하니까요. 기본적인 경로부터 시작해서 그 나라의 문화까지 하나하나 무슨 대학교 기말고사 보는 기분이죠. 진짜 그렇게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면 전과목 A+ 따고 전액장학금 받으며 학교 다녔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구요. ^^; 정말 준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다양한 책까지 읽으시며 여행 전 지식을 넓혀 가시구요. 아르메니아인 입장에서 제노사이드를 다룬 책인데 실제 내용은 70~80페이지...정말 분노하셨겠어요. 그 문제 참 골치아프죠 ^^; 그 문제는 캐고 캘 수록 더 복잡해지더라구요. 무엇이 사실이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문제는 사람들이 터키측 주장에는 관심조차 거의 안 가진다는 것이죠. 그 이유 중 하나가 EU에서 터키 가입 거부 이유 중 하나로 적극 활용한 것이 있구요. 사실 주요 쟁점은 '민족적 분쟁이었느냐, 정부의 명령으로 일어난 일방적 학살이었느냐'인데 이게 애매하거든요. 양쪽 다 논리적이고 그럴 듯 해요. 게다가 오스만 튀르크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등장한 터키 공화국이 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도 있구요. 우리나라로 예를 들자면 고려가 잘못한 것을 조선이 책임져야 하는지의 문제죠. 조선은 고려의 정통성을 계승한 게 아니라 고려를 뒤엎고 등장한 나라인데 고려가 잘못한 것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이게 단순히 과거에 대한 사과 문제가 아니라 영토 분쟁까지 걸려있는 문제라서...너무 깊게 들어가시지도 마시고 책 내용 전체를 '확정된 사실'이라 믿지도 마세요. 이 지역 분쟁 문제는 가볍게 배경 지식 정도로만 보는 게 딱 좋아요. 깊이 들어가면 정말 끝도 없답니다.

      그리고 절대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가시지 마시구요. 거기 가면 아제르바이잔 절대 못 들어갑니다. 간혹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갔다 왔다고 자랑하는 여행자들 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태국 북부와 라오스는 이제 상업화 되어 버렸군요! 한때는 라오스 그렇게 아직까지 깨끗하고 좋다고 했었는데요...

      저도 관광지로 개발이 덜 된 곳이 좋아요^^ 다니기는 어렵지만요. 카프카스 지역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가지만 관광객들은 여름에 많이 가요. 물론 아직 유럽 국가 만큼은 아니지만요. 겨울에 가시면 정말로 관광객 없는 모습을 보시겠네요. 중국인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특히 여자분이시라면,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에서요. 아제르바이잔은 관광 및 문화 국가가 되려고 엄청 노력중이죠. 그쪽으로 아예 국가 발전의 컨셉을 잡은 거 같아요. 작년에 '유로비전'이라는 유럽 가요 컨테스트 대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이 1등해서 올해 바쿠에서 유로비전 개최했어요. 올해는 4위했다고 하더군요. 4위도 솔직히 많이 잘 한 건데 올해 결과에는 실망하는 거 같더라구요.

      이렇게 여행 정보가 부족한 곳은 적당히 기간 잡고 현지 가서 현지인들에게 추천 받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론니플래닛은...지극히 서양인 스타일이랄까요? 우리 기준으로 도대체 뭐가 좋다는 것인지 당최 이해 불가능한 곳을 좋다고 추천한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Georgia, Armenia & Azerbaijan 편은 정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현지인의 추천과 조언을 추가해서 보시면 꽤 도움이 되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이라...레바논 남부가 헤즈볼라 주요 거점이라 이스라엘로 넘어가기 위험할 거 같은데 저도 이쪽은 안 가보아서 모르겠네요. 이것은 주 레바논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들어가서 문의 메일 보내보세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지, 레바논에서 시리아 안 거치고 요르단 바로 갈 수 있는지요^^ 이런 문제는 현지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 물어보는 게 제일 좋답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사관에서 레바논에서 바로 이스라엘 넘어가는 건 말릴 거 같네요. 레바논이 중앙 정부가 전국을 통제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라서요. 문의해 보시고 나중에 답변 온다면 혹시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ㅎㅎ 그러고 보니 저는 레바논은 갈 기회가 있었는데 안 갔고, 요르단은 암만만 가 보았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후회되네요. 기회 될 때 갔다올 걸 하구요. 그러고 보면 여행은 갈 수 있을 때 가는 것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ㅎㅎㅎ;;

      요즘 매일 여행기 쓴다고 컴퓨터 켜놓고 엉뚱한 짓만 하고 글 쓰려고 하면 글이 안 나와서 큰일이네요 ㅎㅎ;;;;;

      남의 여행기를 읽으며 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딱 두 가지를 생각하시며 수집하시면 좋아요. 첫 번째, 언제 다녀왔는가. 이것은 전에 한 번 설명드렸으니 생략할게요. 두 번째는 현지인과 같이 다니거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는가? 아닌가?를 체크하며 정보를 분류하세요. 첫 번째는 그냥 날짜만 체크하면 되기 때문에 쉽지만 두 번째는 조금 어렵답니다. 한 사람의 여행 내용에서도 그때 그때 달라지니까요.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것이 '여행할 때 여행자의 기분'에 큰 영향을 끼쳐요. 외국인이 혼자 해결하는 것과 현지인이 도와주어서 해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때가 종종 있죠. 특히 흥정할 때요. 여간해서는 현지인이 깎는 수준까지 깎기 어렵답니다. 카프카스도 그렇고, 중앙아시아도 그렇고 여행자들에게 많은 행운이 따르고 많은 불운이 따르는데, 어떤 행운이 따르고 어떤 불운이 따를 지는 아무도 몰라요.ㅋㅋㅋ 아마 최소한 한 개의 행운과 한 개의 불운이 따를 겁니다. ㅎㅎㅎ 이 지역 여행의 묘미는 사실 이거죠. 끊임없이 복권을 긁는 기분이요 ㅋㅋㅋㅋㅋ 사실 이게 관광이 덜 개발된 지역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구요. 물론 연달아 꽝만 나오면 열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기도 하지만, 연달아 당첨만 나올 때도 있구요. 이런 지역 여행할 때는 그냥 복권 긁는다 생각하시는 게 좋아요. 당연히 불행도 많이 찾아갈 것이고 행운도 많이 찾아갈 건데 그거 하나하나에 너무 얽매이면 오히려 여행 전체를 망쳐버리거든요. 바가지쓰고 일정 꼬이고 하면 '에이 꽝 걸렸네 ㅋㅋ' 이래야지 '이 망할 거지 같은 곳!' 이러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행운도 안 온답니다. 언제 갔는지 체크하며 정보를 정리하면 쪽박은 안 차고, 첫 번째 분류 후에 두 번째를 체크하며 정리하면 중박은 친답니다. 대박까지는 이야기 못 하는 게 바로 위에서 썼듯 여행자 한 명에게 행운과 불운이 많이 따라가거든요. 돈을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여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단, 첫 번째 분류를 안 하고 두 번째만 체크하며 정리하면 쪽박 친답니다. "물가 올랐는데요?" 이러면 말 그대로 Game Over 뜨는 거죠.

      저도 여행기 잘 못 써요 ㅠㅠ 요즘 문체 때문에 많이 고민중이랍니다. 그런데 이게 매우 어렵네요. 여행기라는 놈이 웃긴 게 쓰다 보면 잊고 있던 기록 새록새록 나서 다시 그 여행 그 시각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열심히 써지다가 또 안 되는 부분은 안 써져서 사진 도배로 때우게 되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사실 여행기는 '사건의 재구성'이죠^^;; 여행 다니며 바로바로 조금씩 쓰고 올리지 않는 한이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 여행기를 간절히 찾고 목말라 한답니다. 제 블로그에 찾아오신 것 처럼요 ㅎㅎㅎ;; 그러고보니 제 여행기에 담긴 정보보다 이런 댓글에 담긴 정보가 더 많아 보이네요 ㅋㅋ;;;

      블로그 포스팅 시작되면 꼭 찾아갈게요^^ 종종 놀러가서 댓글도 달고 그럴게요 ㅎㅎ

      오늘은 밥 하기 귀찮아서 하루 종일 솜사만 먹었네요. 주말에 밥 하지 않고 솜사만 먹으려고 솜사 잔뜩 사왔는데 벌써 다 먹었어요. 내일은 정말 밥을 해야겠어요 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2.08.26 04:55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것이 제가 밤에 보았던 그 기괴한 다리 같군요...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때는 한창 공사중인데 공사가 끝나고 대략 7-8시쯤 사람들이 좀비처럼 걸어나오는데, 무슨 게임에 나오는 악마의 문 같이 느껴졌었네요 ㅎㅎㅎ

    2012.09.04 22: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게임에서 나오는 좀비 무리요? ㅋㅋㅋㅋㅋ 참 재미있는 비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2012.09.04 23:55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악마 군단이 헬게이트를 열고 나오는 모습이랄까요?ㅋ 왠지 그때는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 그런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네요 ㅎㅎ

      2012.09.05 01:29 신고 [ ADDR : EDIT/ DEL ]
    • 그것도 정말 여행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겠어요. 정말 강렬한 추억으로 남으셨겠군요 ㅎㅎㅎ

      2012.09.05 01:4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