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두 개의 장벽 (2012)

두 개의 장벽 - 15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좀좀이 2012. 8. 24. 02:06
728x90

이제 예정대로 서점에 가기로 했어요. 갔던 길을 돌아가는 거라 더위 속에 서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짜증은 별로 없었어요.


서점을 들어갔는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보다는 책이 있는 거 같은데?"


물론 주로 눈에 띄는 책은 정부 홍보용 책들. 일단 원래 방문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어요.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질문에 무슨 말이냐는 듯이 저희를 쳐다보는 직원.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나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직원은 교과서는 안 판다고 했어요.


"어디서 교과서 팔아요?"

"교과서 안 팔아요. 시장이면 팔 건가?"


예상대로였어요. 여기가 아슈하바트에서 규모로는 엄청 큰 서점인데 교과서는 없다고 대답했어요. 혹시 시장에 가면 팔 수도 있지만,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더욱이 교과서는 원래 파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아마 학교에 가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하지만 지금 학교 방학. 구 소련권은 대충 비슷하게 돌아가요. 우즈베키스탄이 방학했으니 여기도 당연히 방학. 학교가 문만 열었다면 폐급 교과서라도 어떻게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겠는데 학교는 지금 방학이에요. 대사관에서 준 정보가 정확했어요. 이 나라는 교과서를 구할 수 없다. 아예 팔지도 않고, 학교에서 싹 걷어간다. 그 내용을 서점 직원으로부터 재확인했어요.


비록 교과서는 여기에서 못 구했지만 다른 책을 구해 가는 것도 교과서 못지 않게 중요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입국 자체가 워낙 어렵다보니 외부로 유출된 자료도 거의 없거든요. 외부로 유출된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온통 카더라 소식만 난무할 뿐 확실한 정보는 거의 없는 국가. 오죽하면 제대로 된 투르크멘어-영어 사전조차 없겠어요. 그 유명한 온라인 서점 Amazon에 투르크멘어-영어 사전은 아주 예전에 키릴 문자로 된 투르크멘어-영어 사전이 나왔었는데 절판되었다는 기록 외에는 없어요. 투르크멘어 교재는 영어로 된 것이 거의 없어요. 그야말로 미지의 땅. 책 내용과 질을 떠나 투르크멘어로 된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언어.


"투르크멘어 사전 있나요?"


직원이 보여준 사전은 소련 시대때 만들어진 투르크멘어-러시아어 사전. 그거 외에는 없다고 했어요. 투르크멘어-투르크멘어 사전이 있으면 구하려고 했지만 그런 것은 있지도 않다고 했어요. 이것 역시 니야조프의 업적. 니야조프 때 책을 엄청 안 찍어내서 그나마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몇 권 출판되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이 나라에서 웬만한 책은 다 사려고 서점에 갔는데 정말 살 책이 없었어요. 동물인 말과 관련된 책이 몇 권 있기는 했는데 그것을 사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통령 홍보 책자 몇 권과 말과 관련된 책을 제외하면 거의 살 책이 없었어요. 게다가 책값도 생각보다 비쌌고, 책은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말도 있었어요. 정말 양질의 책을 추려서 많이 사오고 싶었어요. 문제는 도서는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말도 있는데다 그렇게 추리고 고를 정도로 책이 있지는 않았다는 것.


"민담집 있네?"




가격은 42마나트였어요. 즉, 매우 비싼 가격. 1달러가 2.85마나트 정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지역 민담 서적을 모으고 있어서 망설임 없이 샀어요. 민담집이 나와 있다는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 가격이 망설여지지는 않았어요. 가격 망설였다가 여기 평생 다시 올 일이 있을 지도 모르는 나라인데 평생 후회할라...


마음 같아서는 읽는 거 한 권, 소장용으로 한 권 - 이렇게 두 권 사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렇게 두 권 사려고 하니 가격이 엄청나게 신경쓰였어요. 크기도 크고 무게도 나가는 책인데다 두 권이면 무려 84마나트...이건 너무 비쌌어요. 수록된 이야기가 많아서 한 권 사는 것은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지만, 같은 책을 두 권 살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라고 쓰고 속으로 눈물을 머금고 한 권만 사기로 했어요. 만약 교과서를 못 구한다면 돈으로 해결할 작정이었기 때문에 마구 지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거든요.


민담집을 한 권 고르고, 다시 어떤 책이 있나 찬찬히 살펴보는데



표지부터 심상치 않게 생긴 책. Twrkmen Halk Yrym-Ynançlary 라는 제목을 해석해 보면 투르크멘 민족의 미신쯤 되요. 원래는 다른 뜻인데 


나 이런 거 너무 좋아!


어릴 적부터 미신, 풍습, 민담 같은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런 저의 욕구를 딱 채워줄 책이었어요. 투르크멘 민담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전부 투르크멘어로 적힌 책이었어요. 비록 투르크멘어는 모르지만 우즈벡어 지식을 가지고 보니 대충은 알 거 같았어요. 나중에 투르크멘어 공부해서 제대로 읽어도 되구요. 사전이 없어서 문제이지, 학습자료는 이미 가지고 여행 오기 전에 대충 훑어보았거든요. 이런 책이 있다면 정말 어학 공부에 있어서 훌륭한 동기 부여. 게다가 이런 책은 쉽게 구하기도 어려워요. 민속이나 풍습을 다룬 책은 많지도 않고, 어줍잖은 외국어 실력으로 좋은 책 구하기는 더더욱 어렵거든요. 게다가 여기는 구소련 지역에 하필이면 책을 제대로 출판조차 하지 않은 투르크메니스탄. 가격은 하드커버인데 불과 9마나트.


이 두 권 외에 다른 책 두 권을 더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아주 좋은 질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Bereketli Türkmen Saçagy


일단 종이 질부터 달랐고,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하드 커버에 두 권이 들어 있었어요. '축복 받은 투르크멘의 음식'...투르크메니스탄 음식과 관련된 책이었어요.


이 책 너무 사고 싶어!


먹는 것을 밝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라면 아주 귀찮아하는 저에요. 하지만 음식 사진 보고, 음식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해요. 물론 외국어로 된 음식 책을 읽는 것은 보통 난이도가 아니지만요. 이걸 술술 읽어내는 사람은 정말 그 외국어를 현지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잘하는 거에요. 솔직히 외국어 배울 때 음식, 요리 관련 지문은 극악으로 혐오하는 저. 그 이유는 당연해요. 설명만 보아서는 대체 무슨 음식인지, 무슨 식재료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알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많으니까요. 무슨 요리 이름만 주고 '이거 참 마시써용' 이래 봐야 제 귀에는 '꿼쒧쀿쓞'이라는 음식이 참 맛있다는 소리로 밖에 안 보여요. 식재료든 음식이든 먹어 보고 향도 맡아 보고 만져 보기도 해야 뭔지 아는 거죠. 그런데 외국어 배울 때 음식 지문 보면 음식 이름만 덜렁 나오고 '이거 맛있어요', '이거 더 주세요' 뭐 이따위에요. 진짜 머리 끝까지 짜증나게 하는 지문에서도 최악. 그런데 요리책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이런 억지로 외우고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일단 요리책에 나와 있는 음식 사진들은 한결같이 예쁘잖아요. 나름 제대로 신경써서 찍은 사진이니까요. 꾸미기도 엄청 맛있게 꾸미고, 조명도 하나하나 신경 많이 쓰구요. 게다가 음식 문화를 제외한 문화란 사실 있을 수 없죠. 그리고 이 지역 요리책은 덜 부담스러운 것이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살며 보고 맛본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로 된 다른 문화의 요리책보다는 쉽게 다가가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게다가 이것은 단순히 요리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관련된 경제도 함께 소개한 제대로 만든 책.


"이거 얼마에요?"

"135마나트."


135마나트?

음...

135마나트?

음...

135마나트?

135마나트?

47달러?!!!!!


어디에서 인쇄한 책인가 보니 독일에서 인쇄한 책이었어요. 그럼 그렇지...이렇게 질 좋은 책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인쇄했을 리가 없지. 독일에서 인쇄된 책이라 일단 감점. 그리고 47달러라는 가격에서 다시 한 번 감점. 한 권에 24달러 조금 안 되는 책이니 큰 맘 먹고 사도 되기는 한데...책을 들어보니 호신용 둔기로 써도 될 정도였어요. 크고 묵직한 것이 아주...이건 정말 들고 다니는 것도 문제.


그래서 요리책은 사지 않고 책 4권과 엽서만 사서 서점에서 나왔어요.


"우리 때문에 저분들 식사 시간 늦었구나!"


많이 미안했어요. 직원들은 우리가 사고 나가기를 기다리느라 식사 시간인데도 계속 서점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한국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외국에서 이런 거 겪으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 어느 나라이든 식사 시간이라고 손님들 다 내쫓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이제 어떻게 할까?


시장에 가서 책을 물어봐? 그런데 너무 덥고 책 짐이 생겨서 돌아다니기에는 무리. 그래서 호텔에 책을 놓고 다시 나오기로 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많이 걸었었나?"


책을 품에 껴안고 가는데 정말 멀리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로 많이 걸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호텔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걷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서 계속 걸었어요. 주변을 볼 겨를도 없었어요. 그냥 빨리 호텔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던져놓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속옷을 빨았어요.


"여기가 천국이야!"


정말 온몸이 땀투성이. 더운데 습하기까지 해서 속옷은 짜면 땀이 나올 정도였어요. 일단 씻고 쇼파에 앉았어요. 잠이 밀려왔어요.


"우리 언제 다시 나가?"

"한 시간만 쉬었다 가자."


친구는 침대에 드러누웠고, 저는 쇼파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어요. 마음은 바로 나가고 싶은데...? 천만에요. 마음 같아서는 해가 떨어지고 나서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직 제일 중요한 교과서를 못 구했어요. 이것만 해결되었다면 오늘 일정은 다 접어버리고 그냥 푹 쉬다가 해 떨어진 후 야경이나 보러 나갔을 거에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 최대한 빨리 시장에 가서 교과서를 파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였어요. 단지 도저히 지금 나갈 상황이 아니라 잠시 숨 좀 돌리기 위해 쉴 수 밖에 없었어요.


잠깐 쇼파에 기대어 눈을 붙였다가 일어났어요. 친구를 깨우고 세수를 한 후,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았어요.


먼저 교과서. 그런데 이건 이제 시간이 애매했어요.


그 다음은 엽서 써서 부치기. 이 나라는 정말 오기 힘든 나라. 그래서 이 나라에서 부치는 엽서는 이 나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거에요. 게다가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느냐 못 받느냐 기로에 서서 매일 고민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던 6월, 절박한 심정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던 학원 제자들에게 제발 제가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빌어달라고 했어요. 한 번이라도 빌어준다면, 그리고 비자가 나온다면 투르크메니스탄 가서 꼭 엽서 한 통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마지막으로 선물 사기. 이것도 다른 것보다 이 나라가 워낙 가기 힘든 나라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었어요. 사실 이 나라에서 무슨 기념품이 있겠냐 싶었지만 전날 밤 다른 호텔에서 기념품점을 본 기억이 얼핏 있었어요. 만약 여기서 기념품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대박. 일단 관광과는 담을 쌓은 듯한 이 나라에서 관광 기념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경악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왕 선물 사서 주는 거, 이렇게 가기 힘든 나라에서 사야 힘들게 구했다고 말이라도 하구요.


일단 우체국에 가기로 했어요. 지도를 보니 우체국은 호텔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어요.


"여기서 꺾어서 들어가야 하나?"


사람들에게 우체국 어디 있냐고 물어보자 공사중인 길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 길로 들어갔는데 우체국처럼 생긴 것은 없었어요. 게다가 왠지 사진을 찍으면 안 될 분위기.


그래서 경찰에게 우체국이 어디냐고 물어보았어요.


"저기."


우체국 바로 앞에서 우체국 어디냐고 물어보았네...


우체국은 바로 앞이었어요. 단지 거대한 우체국 전용 건물이 아니라 얼핏 보았을 때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어요. 경찰이 알려준대로 바로 앞에 있는 우체국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제부터 나는 살아있는 타이핑 머신이다.


앉은 자리에서 내가 써야 하는 엽서는 총 7통. 책도 알아보러 돌아다니고 선물도 사러 돌아다녀야 하는데 당장 엽서 7통을 써서 부치는 것부터 끝내야 했어요. 일단 이것은 남들과 한 약속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했거든요. 유성 볼펜을 꺼내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엽서 7통을 먼저 골랐어요. 누구에게 어떤 엽서를 보낼지 대충 결정한 후


시작!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엽서라 많은 말을 쓸 필요가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마다 해야 하는 인사말이 다르고, 써야 하는 내용은 다 달랐어요. 하나 쓰고 그대로 베껴쓰기엔 너무나 다른 사람들. 긴 말은 필요 없으나, 대신 상대방을 생각하며 썼다는 것은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엽서 쓰기의 특징이자 묘미. 일단 제가 투르크메니스탄에 왔고, 이 나라 참 들어오기 어려운 나라라는 건 공통으로 쓰고, 보내는 사람들의 특징을 생각해 인사말을 적었어요. 쉬는 시간은 주소를 적는 시간. 내용은 정말 날아가는 글자로 휙휙 갈겨 썼어요. 글자를 또박또박 예쁘게? 그런 거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 최대한 짧은 시간에 7통을 손으로 써야 하는데요. 글자 하나는 무조건 한붓그리기. 단어도 거의 다 한붓그리기로 썼어요. 말 그대로 승천하는 글자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쓴 엽서들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면 안 되기 때문에 주소는 정말 또박또박 천천히 썼어요. 즉, 주소 쓰는 시간은 쉬는 시간.


엽서를 부치는데 한 통에 2.2마나트였어요. 한 통이면 별 거 아닌데 7통이어서 15.4마나트가 나갔어요. 역시 별 거 아닌 것도 떼가 되니 커지는구나. 그리고 이왕 온 김에 투르크메니스탄 우표도 구입했어요. 처음에는 우편물 부치는 용도 아니면 안 판다고 했는데 정말 사고 싶다고 하자 우표 몇 종류를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온통 말 우표라서 말 우표 아닌 것들을 고르니 딱 두 종류였어요.



직원이 제가 보낸 엽서에 붙여준 우표들은 이 우표들이에요. 엽서마다 한 장씩 붙여주었어요. 중국 국기가 있는 것은 참 못마땅했지만, 이건 어쨌든 투르크메니스탄 역사에서 꽤 중요한 일인데다 다른 것을 선택하고 말고가 없어서 구입했어요.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이 가스를 수출할 방법이 러시아를 통해 수출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마구 후려쳐서 되팔이 짓을 해왔어요. 그런데 중국이 에너지 수출국에서 이제는 에너지 블랙홀로 전락하면서 투르크메니스탄까지 가스파이프를 건설해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수입하고 있어요. 투르크메니스탄 입장에서는 매우 잘 된 것이죠. 우즈베키스탄도, 투르크메니스탄도, 아제르바이잔도 -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모든 구 소련 국가들이 자국에서 러시아 영향력을 없애고 싶어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못하는 거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이 중국에 가스를 팔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 나라 입장에서는 매우 잘 된 일. 여담이지만 예전에 타지키스탄에 지원해주던 우즈베키스탄의 가스도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사이가 악화되자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팔고 있어요.



니야조프 전 대통령 우표도 있었으면 사고 싶었지만 그것은 없었어요. 이 우표를 보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악수하고 있어요. 그리고 반대쪽에 보이는 우표는 투르크메니스탄 국기.


우표를 사고 그랜드 투르크멘 호텔로 갔어요.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창 너머로 보이는 야외 수영장. '그런데 어차피 수영복을 안 가져왔기 때문에 여기서 1박 한다고 해도 소용 없었을 거야'라고 자기위안을 했어요. 여기가 하룻밤 50불이었으면 무조건 자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이 호텔은 무려 무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거든요. 비록 유료이기는 하지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놀라운 것. 이 나라, 불과 몇년 전까지 인터넷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던 나라에요. 그걸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장족의 발전이죠.


기념품점이 보였어요.


'설마 저기 뭐 있겠어. 카펫이나 몇 개 가져다놓고 끝이겠지.'


천만에 말씀!


기념품점에는 이것 저것 많이 있었어요.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선물로 주기 좋은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물론 카페트도 있었구요. 하지만 카페트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작은 것 몇 개를 선물로 주기 위해 구입하고 시장으로 갔어요.


루스키 바자르에는 책을 내놓고 파는 사람들도 있었고, 서점도 몇 곳 있었어요.



"투르크멘어 교과서 있어요?"


하지만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파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어요. 대사관에서 귀찮아서 그런 답장을 보낸 것은 절대 아니었어요. 대사관도 구해보려 했으나 못 구했다고 답장에서 적어서 보내 주었는데, 정말이었어요. 그 어느 곳도 투르크멘어 교과서를 파는 곳이 없었어요. 이제 남은 것은 좌절하고 절망하고 포기하는 시간만 남은 것인가...


"교과서도 못 사는데 아까 그 요리책이나 사야겠다!"


시장의 환전소에서 돈을 다시 환전해서 서점으로 향했어요. 시장에 있는 서점에서 요리책을 사려고 했으나, 가격이 비쌌어요. 그래서 다시 아까 그 서점에 - Miras 서점으로 갔어요.



거리의 환경미화원들은 눈만 빼꼼 내놓고 있었어요. 저 모습이 왠지 낯설고 이상하게 보였어요.


서점으로 가는 길. 방향을 대충 알았기 때문에 아까 갔던 대로 대학교 앞을 지나 공원으로 꺾는 크게 돌아가는 길로 가지 않고 빨리 가는 길로 갔어요.



저 대통령궁은 절대 찍으면 안 되는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인데 주변 나무가 너무 키가 작은데다 건물을 가릴 무언가도 전혀 없어서 의외로 사진 찍기 쉬웠어요.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동상은 그 유명한 지진탑.




이 동상에서 지구를 들이받고 있는 소가 지진, 황금 아이는 사파르므라트 니야조프 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그리고 황금 아이를 들고 있는 여성은 니야조프 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니야조프 전 대통령의 어머니에요.



이렇게 보면 꽤 볼만한 대통령궁.


지진탑을 보고 계속 걸었어요.




다른 곳에는 돈 펑펑 쓰면서 또 여기는 가스 절약이네...


불은 켜져 있지 않았어요.




Miras 서점에 도착했을 때 서점은 다행히 아직 문을 닫지 않았어요. 생각할 필요도 없었어요. 교과서를 사기 위해 돈을 아끼고 있었는데 교과서를 구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렇게 된 이상 요리책이라도 사서 갈 생각이었어요. 투르크멘어-러시아어 사전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그것을 구해서 보든가 하면 될 거였어요. 러시아어를 거의 모르지만, 러시아어-한국어 사전은 앱도 있고, 네이버에서 사전 서비스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서적으로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책을 달라고 한 후, 지갑에서 거침없이 135마나트를 꺼냈어요.



이 책을 뒤적거리다 매우 재미있는 사진을 발견했어요.



"이건 합성 티 너무 나잖아!"


딱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정말 투르크메니스탄 다운 합성이네...!


단순히 합성 티가 너무 나고 조잡해서요? 아니에요. 제가 '투르크메니스탄다운 합성'이라고 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