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19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7 한강에서 의정부까지 걸어가기

이제 어떻하지? 중량천을 다 걸은 것까지는 좋았어요. 문제는 집에 돌아갈 방법이었어요. 적당히 먼 거리라면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그러나 제가 사는 곳은 의정부. 택시요금을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선택지를 아무리 떠올려보았지만 선택지라고는 오직 2개 밖에 없었어요. 1. PC방에 가서 밤을 샌다.2. 다시 걸어서 돌아간다. 둘 다 최악인데? 만약 여름이었다면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을 거에요. 적당히 중량천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 첫 차가 열리면 그때 첫 차 타고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사실 이 선택지가 그럭저럭 쓸만한 선택지이기는 한데...이때는 3월이었어요. 그렇게 있으면 얼어죽을 것 같았어요. PC방 가서 밤을 새는 것과 걸어서 돌아가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PC방에 가면 일단 돈..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6 중량천 서울 구간 (의정부시 ~ 한강)

이 순간, 여러 감정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중량천을 깔끔하게 완주하는 것에 도전한다는 흥분.예전에 두 번이나 걸었던 긴 구간을 또 걸어야한다는 지루함.전철 끊기기 전까지 어떻게든 끝내야한다는 무거움.이론상으로만 알 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구간을 무사히 잘 넘길 수 있을까 걱정. 그런 복잡한 생각들을 머리에 담은 상태로 열심히 걷기 시작했어요. 18시 56분. 발곡역 도착. 19시 38분, 서울 - 의정부 경계 도착. 19시 42분. 계획대로 다리를 건넜어요. 여기까지는 계산한 대로였어요. 왜 이렇게 다리가 계속 무거워지지? 계속 빠르게 걸어가야 했는데 점점 걷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어요. 다리가 아팠어요. '고작 10km 조금 넘게 걸었는데 왜 이러지?' 그냥 길을 10km 조금 넘게 ..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5 중량천 의정부시 구간 걷기

의정부시에 진입하고나서 계속 걸어갔어요. "하천에 저 철은 왜 박아놓았지?" 알고 보니 저것은 유사시 북한군의 전차를 막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이래요. 저런 시설을 중량천에서 볼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그 전까지 중량천이라 하면 그저 의정부와 서울을 흐르는 큰 하천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처음 서울 와보는 사람에게 '이거 한강 아닌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하천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량천은 시발점에 군부대가 들어서 있었고, 의정부와 양주 경계 근처에는 이렇게 유사시를 대비한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드디어 의정부시 표지판이 나타났어요. 이제 풍경도 점점 더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와 가까워지기 시작했어요. 중량천 길은 이제 제대로 된 산책로.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 보이다시피..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4 중량천 따라 양주시에서 의정부시 걸어가기

"여기서 의정부까지 걷는 것 정도야 산책 수준이지." 2014년 3월 8일 오후 4시 30분. 드디어 중량천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번 목표는 뭐가 어쨌든 중량천 전체를 걸어보는 것이었어요. 통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을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가보지 못한 구간을 전부 가보는 것이 이번 목표였어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의정부에서 전철을 타고 제가 걸었던 구간을 건너뛴 후, 제가 걸어보지 못한 중량천 하류 구간만 걸어서 끝낼 계획이었어요. "정말 볼품없구나." 아무리 건조한 봄이라 해도 그렇지, 그리고 아무리 여기가 상류라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과연 이게 1년 내내 흐를까 의문이었어요. 이게 말라붙어도 회룡천도 있고 여러 하천이 중량천으로 흘러들어가니 어쨌든 서울에서는 넓..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3 양주시 산북3동 중량천 발원지

중량천 상류로 가기 위해서는 덕계역 2번 출구로 나가서 73번 버스를 타고 MLA 어학원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 했어요. 버스정류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한참 기다리자 73번 버스가 왔어요. "MLA 어학원 가나요?""그건 맞은편에서 타야 해요?" 마침 멀리 맞은편에서 또 다른 73번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어요. 저걸 놓치면 또 한 세월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후다닥 길을 건너 버스에 올라탔어요. 여기에서 저는 버스를 탔어요. 여기에서 버스를 탄 것까지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만약 이때 버스를 놓쳤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해요. 그랬다면 나중에 이 버스정류장으로 또 왔겠죠. 중량천을 완주하겠다고요. 마을버스는 느긋느긋하게 달려나갔어요. 혹시 내릴 곳을 놓치는 것 아닌..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2 지하철 1호선 덕계역

중량천 상류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1호선 덕계역 2번 출구로 나가서 73번 버스를 타고 MLA 어학원에서 내려야 했어요. 여기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바로 중량천 상류 중 갈 수 있는 곳 마지막 부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어요. 천주교 청량리 묘지를 넘어가는 길을 통해 군사시설을 우회해 더 올라가 중량천 발원지 계곡을 가볼 수도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것을 걸어, 말아?" 한쪽 끝은 8.8km, 한쪽 끝은 3km. 둘이 합치면 약 12km. 이 정도면 진짜 걷는 것 같지도 않은 거리. 사람들은 이 '12km'만 보고 꽤 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엄연한 '일반 도로'에서의 이야기에요. 중량천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12km 는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어요. 매연 먹고, ..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1 중량천 완주에 대한 고민

중량천. 대학교 올라와 처음 인연을 맺은 서울에 있는 하천은 한강이 아니라 중량천이었어요. 입학식날, 학교에서 나와 정처없이 무작정 걸어가던 길에 나타난 하천이 중량천이었거든요. 그때는 그게 한강인 줄 알았어요. 동기들에게 입학식날 한강까지 걸어갔다고 말했더니 모두 기겁을 했고, 그때는 왜 그들이 기겁했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어요.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한강은 무지 먼 거리였어요. 그냥 걸어갔다 올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정작 한강은 아주 나중에야 보았어요. 신길역에서 환승을 하면서 그제서야 한강을 보았거든요. 통학하면서 한강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이래저래 걸어본 것은 중량천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그만큼 이런저런 추억도 많은 하천이기도 하구요. 대학교 다닐 때 중량천으로 바람쐬..

시간을 거슬러 - 06 과거에서 돌아오기

"여기가 롯데리아였던가, 맥도날드였던가?" 아마존 안경 자리가 패스트푸드 점이었다. 탐라영재관을 기준으로 양 옆에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마존 안경 위치에 있었다. 학교에서 8교시가 끝난 후 조금만 지체해도 기숙사 저녁 시간이 끝나버렸기 때문에 햄버거를 종종 사먹었었다. 그리고 특히 맥도날드 햄버거나 롯데리아 데리버거가 할인 행사 하면 이틀에 한 번은 그것 두 개 사서 하루 식사를 때우곤 했었다. 나중에 맥도날드에서 빅맥, 롯데리아에서 빅립이 나오자 그거 두 개도 꽤 자주 사먹었었다. 그런데 이제 빅립 버거는 사라져버렸고, 빅맥은 왠지 예전에 비해 작아졌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그래도 왔는데 영재관 앞은 갔다가 가야지." "이래야 영재관이지!" 마구 그리는 그림에서 무언가 이상하게 그..

시간을 거슬러 - 05 가양 4단지

아무 것도 없고 그냥 거기 가서 버스를 타고 의정부 돌아올 것임에도 거기로 바득바득 가는 이유는 단 하나. 그런 식으로 기억을 쌓아가는 건 이제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 한 번이 너무나 독특한 기억이라 다시 생각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것은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칠해보는 것과 같았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모든 게 다 달랐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집안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며칠간 혼자 집에 남아 있었던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다고 거리와 시간 개념이 고향과 같은 것도 아니었다. 상상 속 서울과 비슷한 것 또한 아니었다. 그런데 어쨌든 대학교는 서울로 왔기 때문에 혼자 서울에서 살기 ..

시간을 거슬러 - 04 발산역

버스가 출발했다. 당산역을 거쳐 발산역으로 가는 동안 어두워서 창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당산역에서 내릴 때면 짜증 엄청 많이 났었는데...' 지하철 지하 구간은 지금도 답답해서 싫어한다. 그리고 그때는 더더욱 싫어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은 가끔 타는 지하철이다. 게다가 의정부에서 회기까지는 일단 지상구간이라 그렇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는 발산에서 종로3가, 종로3가에서 다시 청량리까지 계속 지하 구간으로 가야 했다. 게다가 1교시가 있는 날은 가뜩이나 졸린데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지옥철을 타야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공익 요원이 사람을 밀어서 집어넣을 때도 가끔 있었다. 어두컴컴한 창밖과 밝은 버스 안. 유리창에 내 얼굴이 비..

시간을 거슬러 - 03 영등포역

"시간 진짜 애매하네." 종로5가까지 걸어가면 의정부행 버스인 106, 108번이 달리고 있을까? 아니면 청계천을 그냥 또 끝까지 걸어서 한양대까지 갈까? 아니면 청계천 끝까지 간 후 거기서 중량천 타고 외대까지 걸어가서 1호선 타고 돌아갈까? 시청에 도착해서 어디를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무턱대고 광화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 만약 자정쯤이었다면 걸어서 그냥 의정부까지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새벽 5시. 7시 넘어가면 동이 틀 거다. 동튼 후 일 없이 중량천을 걷기는 싫단 말이야. 그렇다고 딱 청계천만 다 걸어서 한양대역으로 가자니, 거기는 의정부로 돌아가기 참 애매한 곳. 그럴 바에는 적당히 카페 들어가서 시간 때우다 6시쯤 나와서 전철 타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 일단..

시간을 거슬러 - 02 시청역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다. 그 이전에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거나 내린 적 자체가 최근에는 없다. 시청역에서 전철을 탈 바에야 이왕 나온 김에 영풍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 종각역에서 전철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니면 마찬가지로 이왕 나온 김에 명동이나 남대문 시장으로 가 버리든가, 걸어서 종로5가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든가. 시청역을 많이 이용했던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이전으로도, 그 이후로도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대학교 저학년 시절, 피로에 쩔어서 늦게 일어났을 때, 학교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시청역에서 환승해 1호선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군대 전역 후 복학한 이후로는 학교 근..

시간을 거슬러 - 01 친구 만나러 가는 길

2014년 1월 24일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동대문에서 만나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 동북화과왕.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맛있다는 집을 찾아서 가본 집이었다. 내가 처음 갔던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집이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모였기 때문에 모처럼 양꼬치 외에 새우 볶음밥과 옥수수 온면을 시켜서 같이 나누어먹었다. 같이 먹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왔을 때 양꼬치 먹고 멋 모르고 한 사람당 옥수수 온면 하나씩 시켰다가 배가 터질 뻔 했다. 그리고 그때 식당에서 서비스로 준 음식이 바로 건두부 무침. 이때 처음 건두부 무침을 먹어보았다. 그 후 갈 때마다 건두부 무침을 먹고 싶었는데 서비스로는 항상 마파두부가 나왔다. 처음 왔을 때 아주머니로부터 양꼬치 굽는 법을 배웠고, 그..

깊은 밤의 노래 - 뒷 이야기 (40km 걸은 이야기)

30km 조금 넘게 걸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이왕이면 40km, 50km도 걸어보고 싶었어요. 올림픽에서 최장거리 운동은 50km 경보이죠. 얼마나 걸었는지 정확히 재어보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길이를 재며 40km, 50km 코스를 만들어보았어요. 하지만 출발지점을 의정부로 놓으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이렇게 긴 거리를 걸을 때에는 아무래도 사람 북적이는 곳보다는 아예 걸으라고 만든 산책로를 따라 혼자 걷는 게 나아요. 그런데 의정부에서 중량천을 따라 걷는 것을 시작으로 하면 마땅히 좋은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코스를 만들려고 한다면 못 만들 것도 없지만, 문제는 다 걷고 집에 돌아오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코스가 길어지면 웬만하면 제가 아는 길로 가는 게 좋았어요...

깊은 밤의 노래 - 05 중량천에서 청계천 청계광장으로 가기

"이건 대체 뭐지?" 일단 다리를 따라 걸어보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았어요. 물은 콸콸 흐르고 다리도 복잡하게 여러 개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여기는 길이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아무리 보아도 이 다리를 건너가는 것은 길이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중량천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으로 돌아갔어요. '청계천으로 빠져야 하는데...' 머리가 살짝 복잡해졌어요. 큰 길로 올라가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야 하나? 만약 길을 못 찾으면 의정부로 걸어서 돌아가야 하는데...못 찾을 리는 없겠지? 정 안 되면 큰 길로 올라가서 길을 찾으면 되겠지.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확대해 보았어요. '일단 청계천이랑 중량천이 이어져 있으니까 다리는 절대 건너면 안 될테고...그냥 일단 땅으로만 가다 보..

깊은 밤의 노래 - 04 중량천을 따라 한국외대에서 한양대까지 가기

"아우...이제야 외대네." 의정부까지 11.9km 외대역앞 0.5km 서울숲 9.1km 서울숲은 중량천 끝. 그러나 저는 서울숲을 갈 것은 아니었어요. 어쨌든 서울숲까지의 거리보다는 훨씬 더 걸어야 했고, 의정부까지 11.9km 보다는 훨씬 더 걸어왔어요. "이제 반 정도 왔나?" 일단 쉬기로 했어요. 의정부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번도 앉아서 쉬지 않았어요. 잠깐 사진 찍으려고 멈추어 선 것이 전부. 벤치에 앉으니 발바닥이 얼얼했어요. "반도 못 온 거 같은데..." 실제로는 절반을 넘겼지만 절반을 채 못 넘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진짜 무지막지한 거리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외대까지가 전체 거리의 절반보다는 안 되는 거리라고 판단을 한 이유는 이 주변 구간은 ..

깊은 밤의 노래 - 03 중량천 타고 의정부에서 한국외대까지 가기

"드디어 서울 들어왔다!" 매우 기뻐서 카톡을 보냈더니 모두가 축하해주었어요. 일단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가기'는 성공했어요. 일단 경기도 경계는 넘었으니까요. 서울이라고 해서 반드시 보신각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평소에 궁금해했던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가기'는 완수했어요. 걸린 시간은 약 한 시간. "의정부에서 서울 엄청 가깝잖아!" 의정부와 서울은 정말 아주아주 가까워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두 도시는 딱 붙어 있거든요. 도 경계 즈음에서 출발했다면 1분 안에 서울에서 의정부를 갈 수도 있어요. 단지 의정부 어디에서 서울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 일단 의정부역에서 의정부-서울의 경계까지는 걸어갈 만한 거리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23시 56분에 통과한 이 지점이 의정부-서울 경계 ..

깊은 밤의 노래 - 02 중량천을 따라 의정부에서 서울 들어가기

"30km 쯤이야!" 산길 30km면 이건 하루에 끝내는 게 불가능해요. 산길은 산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1시간에 1km 잡으면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그냥 주구장창 평지를 걷는 것. 제 예상 시간은 8시간 정도였어요. 보통 한 시간에 4km 걷는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잘 모르는 길은 한 시간에 3km, 익숙한 길은 4km 정도 가요. 이 길은 거의 모르는 길이니 한 시간에 3km 가야 한다고 잡아야겠지만, 방향을 찾아야할 이유도 없고, 흐름을 끊는 신호등, 차도도 없었어요. 게다가 산책로를 걷는 거라서 다른 행인 때문에 속도를 못 낼 일도 없었구요. 즉, 일반적인 길보다는 훨씬 빠르게 갈 수 있기는 한데, 거리가 거리인 만큼 나중에 속도가 팍팍 떨어질 걸 감안해서 8시간 정도면 되겠다 ..

깊은 밤의 노래 - 01 의정부역 - 중량천

의정부에 방을 잡은 후, 의정부에 살고 있는 친한 동생이 제게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형, 나중에 같이 한 번 걸어볼까요? 중량천 따라서 가다가 청계천 타고 청계광장까지 같이 걸어요." "응." 동생과 나중에 한 번 걸어보기로 했지만 직접 걷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동생이 매우 바빴거든요. 게다가 혼자 걸어보려 했으나 의정부를 워낙 안 돌아다녀서 중량천조차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저도 제 일이 있었구요. 이래저래 밍기적거리다보니 어느덧 계절은 여름이 되어 버렸어요. 이번해, 의정부는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장마철에는 감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냥 매일 비가 주구장창 내렸고, 그 비가 조금 온 것도 아니라 많이 퍼부어서 중량천이 산책로까지 잠겨버리기도 했어요. 비가 멎으니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