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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천.


대학교 올라와 처음 인연을 맺은 서울에 있는 하천은 한강이 아니라 중량천이었어요. 입학식날, 학교에서 나와 정처없이 무작정 걸어가던 길에 나타난 하천이 중량천이었거든요. 그때는 그게 한강인 줄 알았어요. 동기들에게 입학식날 한강까지 걸어갔다고 말했더니 모두 기겁을 했고, 그때는 왜 그들이 기겁했는지 전혀 이해를 못 했어요.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한강은 무지 먼 거리였어요. 그냥 걸어갔다 올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었죠. 그리고 정작 한강은 아주 나중에야 보았어요. 신길역에서 환승을 하면서 그제서야 한강을 보았거든요.


통학하면서 한강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이래저래 걸어본 것은 중량천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그만큼 이런저런 추억도 많은 하천이기도 하구요.


대학교 다닐 때 중량천으로 바람쐬러 갔다가 중량천을 타고 의정부까지 갈 수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한 번 걸어볼까 하고 걷다가 얼마 걷지 않아 이건 될 거 같지 않다고 생각해 그만둔 적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의정부는 제가 당시 살던 곳에서 막연히 너무나 먼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의정부에 가던 날, 지하철로 금방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탔어요. 물론 지금은 서울과 매우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지요. 심심하면 서울 도심으로 나가서 놀고 돌아다니니까요. 그리고 중량천을 타고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걸어보았어요. '설마 가능하겠어?' 라고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그것을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어요.


40km 걸은 다음날. 이날도 역시 이 길에 중량천이 포함되어 있었어요.


"다음에는 어디를 걸을까?"


밤에 홀로 걷기에는 아무래도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 좋았어요. 밤에 홀로 일반 도로를 걷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행동은 아니었어요. 가뜩이나 잘 모르는 길을 찾아가며 걷는 것인데, 어디에 혼자 걷기 안 좋은 구간이 있는지, 어느 구간을 피해가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니까요. 사람 없다고 마구 달리는 차까지 생각하면 텅 빈 밤거리를 아주 오랫동안 홀로 걷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에요.


그에 비해 하천 산책로를 걷는 것은 밤에 홀로 걸어도 그다지 위험하거나 할 것은 없어요. 왜 그 시각에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량천조차 정말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되는 새벽 3시에조차 산책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전거 도로와 인도 구분이 잘 되어 있는 편이고, 낮처럼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라 밤에 하천 산책로를 걷는 게 낮에 걷는 것보다 오히려 쾌적하고 좋아요. 단점이라면 마땅히 볼 게, 그리고 보이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의정부에서 하천을 따라 걷는 길을 뒤져보니 만족스럽게 걸을 만한 것이라고는 중량천 밖에 없었어요. 백석천도 있고, 이런 저런 하천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중량천을 일단 들어가야 하는데다, 돌아오는 것도 애매했어요. 밤공기 쐬러 갔다가 상류까지 기어올라가서 다시 똑같은 길을 걸어서 돌아와야하는 길 뿐이었어요.


"중량천 그 걸었던 구간 또 걷기는 싫은데..."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걸으려면 그냥 중량천을 걷던가, 아니면 하천을 따라 걷는 것을 포기하든가, 어정쩡한 곳에 갔다가 어정쩡하게 걷고 돌아오든가 해야 했어요.


"중량천을 확 다 걸어버릴까?"





중량천 산책로 길이는 총 35km. 길이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거리는 아니었어요. 힘이 들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굴의 정신력을 가져야만 걸을 수 있는 거리 또한 아니었어요. 일반 도로 35km 라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니까요. 급한 오르막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에게 치이거나 신호등에 발목 잡히거나 할 일도 없어요. 산책로에서 이 거리면 걸으려고 작정하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에요.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죠. 예전 중량천과 청계천을 걸어서 30km 걸었던 것과 한라산 정상 다녀온 것을 비교하면 길이야 전자가 훨씬 길지만 힘든 건 확실히 후자에요.


하지만 중량천을 다 걷겠다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남은 부분들이 뭔가 하나씩은 문제가 있거나 걸을 마음을 뚝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의정부역 쪽에서부터 양주시 산북동 천주교 청량리 묘지까지 구간. 사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의 가장 문제점은 대체 어디까지 산책로가 나 있는지의 문제였어요. 이게 확실하지 않으니 섣불리 위로 걸어올라갈 생각이 안 들었던 것이었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 겨울이 와 버린 것이었죠. 상류 어느 지점까지 갈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거기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오든, 그냥 걸어서 돌아오든 할 텐데 이게 너무 불확실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이 중량천 상류 마지막 지점은 네이버 지도와 다음 지도가 달라요. 다음 지도에는 훨씬 더 산쪽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와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중량천을 다 걸어본 분의 블로그를 발견해서 글을 읽어보았어요. 글을 보니 산북동 천주교 청량리 묘지 들어가는 길까지 갈 수 있고, 그 너머부터는 군사 시설이 있어서 갈 수 없으며, 이 군사 시설을 우회하기 위해 천주교 청량리 묘지를 넘어가면 숲 속 개울처럼 되어 있는 중량천이 나온다고 나와 있었어요.


'숲 속 개울처럼 되어 있는 중량천 상류까지는 갈 필요 없잖아? 그냥 군사 시설 입구까지만 가봐야지.'


하지만 사진들을 보니 밤에 걸어갔다 돌아오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구간 같아보였어요. 여기는 정말 낮에 가야할 곳이었어요.





이것은 하류쪽에 남은 구간. 정말 찌끄래기 같은 구간이에요. 한양대부터 한강까지 3km. 솔직히 정말 걷고 싶지 않은 구간이었어요. 고작 3km를 걷기 위해 저곳까지 가기는 매우 귀찮았어요. 10km 정도 된다면 전철 타고 옥수역 가서 그냥 걸어버릴텐데 이게 3km 밖에 안 되니 옥수역으로 가서 걷기에는 지하철 요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까웠어요. 중량천을 다 걸으려면 여기도 가기는 가야 하는데 볼 때마다 의욕을 뚝뚝 떨어지게 만들어버리는 구간.


게다가 이 두 구간 사이에는 상당히 긴 구간이 있어요. 의정부역쪽부터 청계천과 중량천 합류지점까지의 구간인데, 여기는 벌써 2번 걸었어요. 그 이전에 대학생일 때에도 여러 번 걸었던 구간이 이 구간 사이에 있구요.


어차피 걸었던 구간이라 상류에서 의정부역쪽까지 걸은 후, 의정부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옥수역까지 가서 거기서 남은 구간 걸어서 다 걸어보았다고 끝내버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문제는 이 하류 3km 구간을 지하철비 들여서까지 가서 걷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중량천을 다 걸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추운 겨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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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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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ㅋ막줄 공감해요 알아보고 그러긴 했어도 날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죠 ㅋㅋㅋㅋㅋㅋㅋ날씨가 따뜻하면 또 모르겠지만요 ㅋㅋㅋㅋ

    2016.04.20 13: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정말 나가기 싫더라구요. 햇볕 쨍쨍 내리쬐고 따스해야 나가서 노는 게 재미있어요 ㅋㅋ

      2016.04.20 20:05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 이거 재밌을것 같은데요. 전 종각에서 외대역까지 걸어온게 그나마 젤 긴 루트였는데요.

    2016.06.21 0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낮에 한번에 해볼 루트는 아니더라구요. 길어서 그냥 걷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엄청 덥다고 느껴지거든요. 종각에서 외대역도 상당히 먼 거리인데요. 그때는 평범한 도로로 걸어가셨나요? 예전 종각에서 외대 걸어갈 때 청량리-회기역 구간이 가장 힘들었었어요. 참 볼 것도 없고 지루하고 은근히 힘빼는 구간이라서요^^;

      2016.06.22 16:0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