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4 중량천 따라 양주시에서 의정부시 걸어가기

좀좀이 2016. 6. 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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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의정부까지 걷는 것 정도야 산책 수준이지."


2014년 3월 8일 오후 4시 30분.


드디어 중량천을 걷기 시작했어요. 이번 목표는 뭐가 어쨌든 중량천 전체를 걸어보는 것이었어요. 통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걸을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가보지 못한 구간을 전부 가보는 것이 이번 목표였어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의정부에서 전철을 타고 제가 걸었던 구간을 건너뛴 후, 제가 걸어보지 못한 중량천 하류 구간만 걸어서 끝낼 계획이었어요.


중량천 상류


"정말 볼품없구나."


아무리 건조한 봄이라 해도 그렇지, 그리고 아무리 여기가 상류라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과연 이게 1년 내내 흐를까 의문이었어요. 이게 말라붙어도 회룡천도 있고 여러 하천이 중량천으로 흘러들어가니 어쨌든 서울에서는 넓은 중량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에서 남쪽 한강으로 흘러가는 중량천은 여러 하천의 물을 수거해서 한강에 전달해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상류 다리


진짜 주민들 건너다니라고 놓인 다리가 있었어요. 이 다리는 무언가 부실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딱 이 볼품없는 중량천 상류와 잘 어울리는 다리였어요.



나는 지금 하천을 따라 걷기 위해 온 것일까, 아니면 등산을 하러 온 것일까?


무언가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풍경. 2014년 3월초 중량천 상류의 풍경은 이랬어요.



진짜 이것이 없었다면 내가 잘못온 것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 한 번 해보았을 것이다.


산책로도 없고, 말라비틀어져가는 째깐한 하천을 보며 의정부와 서울에서 보았던 그 중량천이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비슷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물론 의정부와 서울의 중량천에도 퇴적물이 쌓여서 수위가 매우 낮아보이는 구간이 있기는 해요. 그러나 그건 수위가 낮아보이는 것이지, 말라비틀어진 것 같은 것은 아니에요.



중량천 양주시 상류 지역


중량천을 계속 걷기 위해서는 길을 건너야 했어요. 큰 도로 위에 있는 다리에서 본 중량천은 이랬어요. 이건 그래도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그나마 조금 볼만해진 모습이에요.


길을 건너자 갑자기 중량천 모습이 확 바뀌었어요.



갑자기 전원일기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신작로'라는 것일까?


시골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중량천 상류


중량천의 수량은 아직 매우 적었어요. 서울에서 보던 그 넓찍하고 물이 많이 흐르는 중량천이 아니었어요. 이 정도면 거의 도랑 수준이었어요.


옆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었어요. 이른 봄이라 그런지 농한기 농촌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어요.



조금 걸어가자 다리가 하나 나왔어요.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로 제대로 정비된 길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걸어가기 좋은 길이었어요. 오르막, 내리막도 없었고, 시멘트 포장이기는 하나 걷는 데에 큰 무리를 주는 길은 아니었어요.



"저건 누가 가져다놓았지?"



저건 일부러 쉬라고 가져다 놓은 것일까, 버리려고 저기다 가져다 놓은 것일까? 왜 저기에 의자가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가다가 잠시 앉아서 쉬며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참 센스있었어요.


멀리 지하철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저 지하철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을까? 아마 오늘은 저기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야. 시계를 보니 오후 5시였어요. 저기에 등산 다녀오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은 아닐까? 가끔 소요산 등산 다녀오는 사람들로 전철이 꽉 차 있을 때가 있잖아.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고, 저 전철은 하루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겠지? 저 전철 속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집에 돌아가서 쉴 거야. 저는 의정부까지 걸어간 후, 그때 전철을 타고 한양대로 갈 생각이었어요. 저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중량천 모래톱에는 오리가 쉬고 있었어요.



서울에 와서 중량천을 걸을 때, 두루미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정확히 그게 두루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얗고 뾰족하고 긴 부리와 긴 다리를 갖고 있는 새였어요. 지금도 가끔 그 새가 보이더라구요. 새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그게 정확히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루미와 비슷하게 생긴 새가 중량천에서 살고 있어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중량천을 자주 가면서 중량천에 새가 은근히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는 저런 새를 보아도 특별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저 중량천에 저 새들이 먹을 게 있나 가끔 궁금해질 뿐이에요.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계속 걸어가다보니 양주시청도 보였어요.


양주시청


정말 오랜만에 본 새마을 운동 깃발.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요.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저 새마을 운동 깃발. 다른 하나는 농협.


중량천을 정비한 모습이 확실히 보이는 곳이 나왔어요.





수량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저렇게 꾸며놓으니 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중량천이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날이 풀려서 따스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아직 얼음이 다 녹은 것은 아니었어요.



드디어 양주역이 보였어요.



지하철로만 따지면 의정부와 양주는 그렇게 먼 곳이 아닌 것처럼 보여요. 망월사역, 회룡역, 의정부역, 가능역, 녹양역이 의정부시이고, 녹양역 다음이 양주역이에요. 제가 주로 이용하는 의정부역에서 양주역까지 지하철로 불과 세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양주'라고 하면 상당히 먼 것처럼 느껴져요. '도 경계' 및 '시 경계'를 넘어간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히 크긴 크더라구요. 예전 제가 살았던 이문동에서 시청 가는 거나 의정부역 가는 거나 지하철로는 거기에서 거기인데 시청은 가깝게 느껴지고 의정부는 한없이 멀게 느껴졌었어요. 지금은 의정부 살면서 서울로 자주 가니까 그런 부담감은 없어졌는데, 대신 의정부에서 살다보니 그 옆에 있는 도시인 양주시에 대해서 전에 이문동 살 때 느꼈던 의정부에 대한 느낌을 느끼고 있어요.





오후 5시 36분. 드디어 양주시와 의정부시 경계에 도착했어요.



이제부터는 의정부시 구간.



양주시 구간은 5.4km였어요.



중량천 양주시 구간은 한적한 농촌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었어요. 특별히 산책로로 정비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시골 시멘트길로 정비가 되어 있었고, 주변 풍경도 그냥 평범한 시골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특별히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그냥 무난하고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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