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 03 양주시 산북3동 중량천 발원지

좀좀이 2016. 5. 3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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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천 상류로 가기 위해서는 덕계역 2번 출구로 나가서 73번 버스를 타고 MLA 어학원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 했어요.


덕계역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한참 기다리자 73번 버스가 왔어요.


"MLA 어학원 가나요?"

"그건 맞은편에서 타야 해요?"


마침 멀리 맞은편에서 또 다른 73번 버스가 달려오고 있었어요. 저걸 놓치면 또 한 세월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후다닥 길을 건너 버스에 올라탔어요.



여기에서 저는 버스를 탔어요. 여기에서 버스를 탄 것까지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만약 이때 버스를 놓쳤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해요. 그랬다면 나중에 이 버스정류장으로 또 왔겠죠. 중량천을 완주하겠다고요.




마을버스는 느긋느긋하게 달려나갔어요. 혹시 내릴 곳을 놓치는 것 아닌가 정신을 곤두세우며 창밖을 바라보았어요. 이 버스는 MLA 어학원 정류장이 종점이 아니라 거기에서 조금 더 간 후 회차를 해 버리거든요. 회차를 해서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엄청난 시간낭비였어요.


도시의 적당한 산책로라면 한밤중에 걷는 게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요. 그러나 제가 간 곳은 양주시. 창밖에서 시골 분위기가 아주 잘 느껴지고 있었어요. 솔직히 상류 발원지부터 걷는 것을 계속 망설여왔던 이유 중 하나가 이쪽은 시골이라 밤에 걸을 환경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해가 저물어버린다면? 진지하게 다음 기회를 논할지 고민해보아야 했어요.



다행히 양주 MLA어학원 버스정류장에 잘 내렸어요.



지도 왼쪽 아래 보라색 선이 꺾어지는 곳에 MLA어학원 정류장이 있어요. 저기에서 지도에서 보이는 초록색을 따라가면 중량천 최상류에 도달할 수 있어요. 정확히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상류라고 해야겠지요. 그 너머로 계속 있기는 하지만, 군사시설로 막혀서 갈 수가 없거든요.


산북3동에서 중량천 최상류로 가는 길은 이렇게 생겼어요.



그냥 발달한 시골 같은 느낌이었어요.


양주시 산북3동


산북3동


길을 찾아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이쪽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요. 하나는 막힌 길, 하나는 산을 넘어가는 길이에요. 이 산을 넘어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천주교청량리묘지가 나와요.



바로 이 길이에요.


'왜 하필 이름이 천주교 청량리 묘지일까?'


제 머리속에서 청량리란 서울에 있는 청량리역이에요. 같은 발음의 지명이 여러 개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왜 하필 여기에 '청량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매우 궁금했어요.



"설마 저게 중량천인가?"



더 이상 걸어나갈 수 없었어요. 이것이 바로 중량천 상류 중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상류. 물론 천주교청량리묘지를 넘어가서 산속 어디론가 들어가면 더 윗쪽도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길을 모르는데다 등산에 가까워보여서 포기했어요.


중량천


사실 여기도 워낙 볼품없이 흐르는 하천에 불과했어요. 서울 처음 온 사람들이 한강으로 착각하는 그 중량천과는 10배는 동떨어진 동네 작은 하천 - 솔직히 이게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인지도 의심스럽게 생긴 하천에 불과했어요.


예, 드디어 시작점에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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