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2022년 서울 이태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좀좀이 2022. 5. 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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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심야시간에 서울로 가서 서울의 밤풍경을 구경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전면해제된 지 이틀째 날이었어요. 밤새도록 서울을 돌아다닌 후 아침부터 홍대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어요.

 

"지금 라마단 기간이지?"

 

이때는 이슬람 단식 기간인 라마단이었어요.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으로 행해요. 이슬람력은 음력이기 때문에 양력과 날짜가 꽤 차이나요. 이슬람력을 따라서 실시되는 라마단 기간은 매해 보름 정도 날짜가 당겨져요. 그래서 어떤 때는 한여름에 라마단이고, 어떤 때는 한겨울에 라마단이에요. 이슬람력에 따라 라마단이 실시되는 때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 라마단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라마단은 하지 즈음부터 여름까지는 무슬림들이 금식해야 하는 시간이 매우 길어요. 이때 거의 극지방에 위치한 사람들 - 특히 백야에 들어간 지역 사람들은 거의 하루 종일 굶어요. 라마단 규칙상으로는 완전히 해가 저물은 다음부터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그러나 백야 기간에는 완전히 깜깜해지는 시간이 없어요. 이러면 규칙상으로는 한달을 아무 것도 먹지 말아야한다는 건데 그러면 사람이 살 수가 없죠. 그래서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에서는 백야 기간에는 라마단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메카 기준으로 라마단을 하거나 자체저으로 밤이라 볼 수 있는 시간에 식사를 해요.

 

반면 동지 즈음에는 낮 시간이 짧기 때문에 금식해야 하는 시간도 매우 짧아요. 그래서 라마단은 여름에 라마단이면 힘들고 겨울에 라마단이면 수월한 편이에요.

 

라마단은 낮 시간에는 금식을 하지만 해가 저물은 후에는 식사를 해요. 당연히 식사를 매우 크게 해요.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슬람권에서는 소비가 비무슬림들의 추측과 달리 매우 크게 증가해요. 밤마다 풍성한 식탁이 차려지고 친지, 지인들과 모여서 같이 식사해요. 그래서 라마단을 괴로운 기간이라고 보기 보다는 일종의 축제로 보는 무슬림들이 더 많아요. 이때가 되면 인심도 더 좋아져요. 더 많이 베푸는 시기에요.

 

우리나라에 체류중인 무슬림들도 당연히 라마단을 해요. 라마단이 되면 서울은 이태원 모스크로 잘 알려진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서 마그리브 예배를 하고 함께 저녁 첫 식사인 이프타르를 해요. 이때 이프타르 시간에 맞춰 가면 무슬림들과 같이 공짜로 제공되는 이프타르를 받아서 먹을 수 있어요. 라마단때 서울에 있는 무슬림들이 모여서 마그리브 예배를 하고 이프타르를 하는 모습은 멋진 장면이었어요. 그리고 이 시기에 마그리브 예배 즈음에 모스크 근처 아랍 식당을 가면 인심이 더 좋았어요. 식당에는 대추야자 같은 것이 비치되어 있고, 서비스로 스프를 더 주기도 했어요. 한국의 이슬람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직접 부담없이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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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소식 - 이슬람 최대 명절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를 가다

지금은 이슬람 최대 명절인 라마단이에요. 우리나라에는 그냥 '단식'으로 알려져 있지요. 그래도 요즘은 이슬람이 우리나라에 조금 많이 알려진 편이라 예전보다는 덜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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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대한민국에서의 이슬람 최대 명절 라마단 (서울 이태원)

올해도 라마단이 돌아왔어요. 올해 라마단은 작년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죠. 그 이유는 월드컵. 월드컵에 출전한 팀들 중 아랍 선수들이 딱 라마단에 걸리면서 단식을 어찌 할 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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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울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201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한 후, 매해 라마단이 되면 한 번은 이태원에 있는 모스크를 찾아갔어요. 그 이유는 저녁이 되어 금식 시간이 끝나고나서 하는 첫 식사인 이프타르를 보기 위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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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서울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매해 라마단이 오면 모스크에 찾아가요. 어찌 보면 제게도 연례행사 같은 것이에요. 의정부에 살다보니 갈 수 있는 모스크는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성원 뿐이에요. 다른 지역에 있는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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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라마단 이프타르 - 한국 서울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이 돌아왔어요. 올해 라마단은 5월 27일부터 6월 25일까지에요. "올해도 모스크 가야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온 2013년부터 매해 라마단이 되면 이프타르때에 맞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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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라마단 이프타르 - 서울 이태원 모스크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이 찾아왔어요. 5월 16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되었어요. 2018년 라마단은 단식 시간이 매우 긴 라마단이에요. 왜냐하면 하지 즈음에 있는 라마단이거든요. 적도 부근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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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 서울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이 찾아왔어요. 이슬람에서 5대 종교 의무 중 하나이자 한 달 동안 축제인 라마단이에요. 라마단은 '금식 기간'으로 알려져 있어요. 낮에는 몸이 멀쩡하고 특별한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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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그랬어요'.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시작되면서 이런 풍경은 볼 수 없게 되었어요. 대규모로 모여서 식사하는 것이 금지되었어요. 단순히 이프타르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모스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막혀 있었어요. 툭하면 입구에 관계자, 신도 외 출입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어요.

 

"이제 가도 되잖아."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귀국한 후 매해 라마단이 되면 마그리브 예배와 이프타르 현장을 보러 이태원 모스크에 가곤 했어요. 최소한 한 번은 꼭 갔어요. 그렇지만 2020년, 2021년에는 안 갔어요. 이프타르는 고사하고 마그리브 예배도 제대로 할 지 의문이었어요. 그렇게 모이지 말라고 윽박질러대고 있었으니까요. 모스크는 평상시에 입구에 외부인 출입금지 종이가 붙어 있었어요. 이런데 뭘 가요.

 

그렇지만 이제 바뀌었어요. 당연히 거대한 이프타르는 없을 거였어요. 그러나 최소한 마그리브 예배를 볼 수는 있을 거였어요.

 

"이따가 모스크 가야겠다."

 

카페에서 글을 쓰다가 이왕 나와서 오후까지 있는데 3년만에 이태원 모스크 가서 라마단 풍경을 보고 오기로 했어요.

 

오후 3시가 넘었어요. 과거에는 라마단때 이프타르 시간에 모스크에 가면 무료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풀렸다고 벌써 마그리브 예배 온 사람들에게 모스크 앞마당에서 이프타르 식사를 제공할 리 없었어요. 주변 식당과 연계해서 식사 쿠폰을 나눠주는 식으로 대체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제가 그 무료 식사를 받아먹지는 못할 거에요. 넓게 자리 만들고 급식하듯 현장에서 식사를 쭉 주는 것과 식권 나눠주고 식당 가서 음식 받아가라고 하는 건 많이 달라요. 식권 지급식은 매우 깐깐해요.

 

"저녁 일찍 먹고 가야겠네."

 

이태원 모스크로 라마단 마그리브 예배 풍경을 보러 갈 때는 항상 점심부터 최대한 안 먹고 갔어요. 혼자 음식 냄새 풍기며 가는 것도 그렇지만, 가면 이프타르를 먹을 거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이프타르 풍경을 볼 수는 없을 거고, 마그리브 예배 장면 보고 모스크에서 나오면 근처에서 먹을 게 없었어요. 근처 이슬람 식당 가서 밥 사먹고 와도 되기는 하지만 혼자 밥 먹는데 돈 많이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녁을 먹고 이태원에 마그리브 예배 시작될 시간 즈음에 맞춰서 갔어요.

 

 

"무슨 봉다리를 들고 가지?"

 

무슬림들이 한 손에 음식이 담긴 봉지를 들고 가고 있었어요. 음식 들어 있는 봉지 들고 가는 장면이야 신기할 거 없었어요.

 

 

"아, 여기 식당들이 이프타르 도시락 주는구나!"

 

식당 안에는 얇은 빵과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식권을 건네주고 도시락을 받아갔어요. 무슬림들이 모여서 함께 이프타르 식사를 하는 대신 식권을 받아서 저렇게 식당 가서 준비된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었어요.

 

앞에 음식이 담긴 봉지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들고 있던 봉지도 이렇게 식당에서 준 음식이 들어 있는 봉지였어요.

 

 

아이들도 음식이 담긴 봉지를 받아서 들고 걸어가고 있었어요.

 

 

이태원 모스크 입구에 도착했어요. 이제 안에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는 없어졌어요. 입구에서 이렇게 모스크 관계자분들이 식권을 나눠주고 있었어요.

 

이태원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어요.

 

 

모스크 본당 입구에는 생수 패트병 묶음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어어요. 예배드리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아무나 가져가라고 준비된 물이었어요.

 

"여기 카페도 생겼네?"

 

 

2020년부터 모스크 안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 사이 모스크에는 카페가 생겼어요.

 

 

마그리브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어요. 정말 오랜만에 모스크 안에 들어왔어요. 한때는 참 많이 가다 못해 질리도록 가던 곳이었어요. 이태원에 놀러와서 돌아다닐 때 일종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해주는 곳이었어요. 놀러왔다가 가는 김에 한 번 들어가보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서울 구경시켜줄 때 이태원 오면 한 번 데려가주기도 하고, 혼자 이쪽에서 가는 길에 잠시 앉아서 쉬고 가려고 들어오기도 했어요. 무슬림은 아니지만 이태원 모스크는 진짜 많이 갔어요. 그렇게 언제나 갈 수 있고 질리도록 가서 아무런 감흥이 없던 모스크를 2년 만에 왔어요.

 

2년 만에 가는 것이지만 별 기대는 없었어요. 변할 게 뭐가 있겠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카페가 생겼어요. 이건 커다란 변화였어요.

 

"여기는 영원하겠지?"

 

재개발 이슈로 매우 뜨거운 한남동. 그 꼭대기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 있어요.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은 한국에서 제일 큰 모스크라고 하지만 실제 규모는 별로 안 커요. 화려하지도 않구요. 그렇게 볼 것 많은 모스크는 아니에요. 처음에는 신기해서 열심히 보지만 딱 한 번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특별할 게 없어요. 외국의 모스크에 비하면 별 볼 일 없는 소소한 모스크이기는 해요.

 

그렇지만 이 모스크는 한국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모스크에요. 바로 한국 최초의 모스크거든요. 임시 기도소 같은 것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지어진 모스크는 이태원 모스크가 한국 최초의 모스크에요. 비록 역사는 별로 안 길지만 상당히 중요한 문화재에요.

 

이태원 모스크는 1976년 5월 21일에 사우디아라비아 및 일부 중동 국가의 지원을 받아 건설된 모스크에요. 이 모스크가 지어지게 된 배경에는 중동전쟁이 있어요. 한국은 독립 이후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외교 노선도 대체로 미국 노선을 따라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후원하자 한국도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쳤어요. 아랍과의 관계보다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더 비중있고 중요하게 다뤄졌어요. 아랍과의 외교는 이스라엘과의 외교보다 소홀하게 다뤄졌어요. 당시 아랍국가들은 친미성향보다는 친소성향이 더 강했어요. 이 영향도 있어요.

 

그러다 중동전쟁으로 말미암아 중동 산유국이 자원의 무기화에 나서며 제1차 오일쇼크를 일으켰어요. 당연히 한국은 친이스라엘 국가로 제대로 찍혀 있었기 때문에 오일쇼크로 타격을 입힐 주요 국가 중 하나였어요. 이렇게 아랍 산유국들에게 제대로 얻어터지자 한국 정부는 외교정책을 친이스라엘에서 친아랍으로 선회했고, 급히 아랍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어요. 석유 수출을 아예 안 하겠다는데 그러면 한국 망하잖아요. 상당히 급한 상황이었어요.

 

이러한 배경에서 건립된 것이 바로 이태원 모스크 - 이슬람 중앙성원이에요. 한국 최초의 모스크라는 역사적 의의도 있고, 한국이 아랍에 상당히 신경쓰게 된 시발점을 보여주는 모스크이기도 해요.

 

 

이태원 모스크는 터키의 지원으로 크게 제대로 지을 예정이라고 했었어요. 이태원 모스크는 상징성, 그리고 실제 여기에 모이는 무슬림들 수에 비해 규모도 작고 낡았거든요. 한국이야 모스크가 없으니까 이것도 신기하고 굉장해 보이는 거지, 이슬람권 가면 흔해빠진 동네 모스크 수준이에요. 그래서 모스크 재건축 이야기가 계속 있었는데 터키가 후원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때 모스크 입구에는 모스크를 재건축할 거라는 안내와 함께 조망도도 붙어 있었어요. 이것이 사라졌어요. 터키 국내 사정도 안 좋은데 무슨 무스크 재건축이겠어요. 그리고 이 모스크는 애초에 터키가 지어준 모스크가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후원을 받아 건축된 모스크에요.

 

 

 

마그리브 예배 시간이 되었어요. 모스크에 온 무슬림은 별로 없었어요. 과거 라마단 때에는 평일에도 모스크 내부가 꽉 찼어요. 주말은 모스크 본당은 전부 다 차고 입구까지 사람들이 차고 모스크 밖에서 예배드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는 정말 굉장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몇 명 없었고, 매우 소박했어요.

 

 

마그리브 예배가 시작되었어요.

 

 

 

마그리브 예배 장면을 보고 모스크에서 나왔어요.

 

"내년에는 다시 제대로 된 라마단 이프타르 볼 수 있겠지?"

 

모스크 주변 식당에서는 무슬림들이 즐거워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예전 라마단 분위기와 비슷했어요. 그때에 비해 사람들이 적기는 했지만요.

 

 

서울 이태원 미스터 케밥, 야고만두 같은 가게들조차 망했어요. 인도 카레 뷔페 - 정확히는 파키스탄 카페 뷔페도 망했어요.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모스크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야고만두, 미스터 케밥은 꽤 많이 알려진 식당이었어요. 한때 이태원역 주변에 미스터 케밥 지점이 여러 곳 있었어요. 그 중 첫번째로 시작한 미스터 케밥이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모스크 올라가는 길에 있던 곳이었어요. 야고만두도 엄청나게 잘 알려진 곳이었어요. 상처가 깊게 남아 있었어요.

 

비록 과거와 같은 이프타르 풍경은 못 봤지만 마그리브 예배하는 장면을 보고 무슬림들이 라마단 단식 시간 끝난 후 식당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봐서 매우 좋았어요. 모스크에서 나눠주는 식권으로 식당에서 받은 도시락을 들고 가는 무슬림들이 돌아다니는 장면은 매우 이색적이었어요. 이렇게라도 다시 원래 정상적이었던 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고, 그래서 더욱 즐겁게 서울의 라마단 광경을 지켜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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