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라마단이 찾아왔어요. 이슬람에서 5대 종교 의무 중 하나이자 한 달 동안 축제인 라마단이에요. 라마단은 '금식 기간'으로 알려져 있어요. 낮에는 몸이 멀쩡하고 특별한 상황이 아닌 성인이라면 그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되요. 과거에는 검은 실과 흰 실을 매달아놓고 두 실 색이 구분되지 않을 때 단식이 끝난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그냥 편하게 일몰 기도 시간인 마그리브 예배 시간표가 있고, 그 시간에 맞추어서 기도를 하고 단식을 풀고 식사를 시작해요.


금식 기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소비가 엄청나게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이슬람권에서 라마단은 한 달 간 명절 특수에요. 밤에 엄청나게 먹거든요. 매일매일 축제 분위기에요. 제가 살았던 타슈켄트 유누소보드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없었지만요.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이 단순히 종교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시기에요. 이 정도로 큰 특수가 없거든요.


"올해는 언제 라마단 이프타르 보러 가지?"


2013년부터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라마단이 되면 서울 이태원 모스크에 가서 이프타르를 보고 왔어요. 라마단이 되면 라마단 기간 한 달 동안 이태원 모스크에서는 이프타르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요. 그래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라마단 기간에 한 번은 가서 이프타르를 보고 무료로 제공되는 저녁 식사를 받아 무슬림들과 같은 탁자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었어요.


2013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731

2014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882

2015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1140

2016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1427

2017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2131

2018년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 : https://zomzom.tistory.com/3115


올해도 당연히 서울 용산구 이태원 모스크에 가서 라마단 마그리브 예배를 보고 이프타르를 같이 먹을 생각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언제 가느냐였어요.


'오늘 갈까?'


2019년 라마단은 5월 6일부터 6월 4일까지에요. 이 중 아무 날이나 골라서 가면 되요. 이프타르 시간은 https://zomzom.tistory.com/3552 를 참고하면 되요.


중요한 것은 당장 오늘 가고 싶은데 오늘이 대체 휴일이라는 점이었어요. 왠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늘 갈 지 나중에 갈 지 고민되었어요.


'그냥 오늘 가자.'


6월 4일까지 한 번은 갈 거였어요. 이번 이프타르는 하지 즈음에 끝나요. 이것은 날이 갈 수록 이프타르 시간이 계속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프타르 저녁 식사를 받아 먹고 나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남성인 경우 빨라야 한 시간이에요. 왜냐하면 여자와 어린이부터 음식을 다 준 후에 성인 남자 배식이 이뤄지거든요. 진짜 줄을 잘 서야 한 시간 정도고, 줄 잘못 서면 그것보다 훨씬 오래 걸려요.


집에 돌아오는 것도 생각해야 했어요. 이프타르 시간이 늦어질 수록 모스크 가기 귀찮아져요. 집에 돌아올 시간이 너무 늦어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첫날 바로 가기로 결심했어요.


이태원 모스크로 갔어요. 올해는 지금까지 다녀온 것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어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항상 라마단 이프타르를 보러 갈 때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출구로 갔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버스로 순천향병원으로 간 후, 한광교회를 지나가는 길로 갔어요. 멀리서 이태원을 보았을 때 보이는 교회 건물이 한광교회라는 사실을 알고 그 교회를 한 번 봐보고 싶었거든요.


이태원 모스크에 도착했어요.


이태원 모스크


올해도 테이블로 이프타르 식사 자리를 만들어 놓았어요.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었어요.



모두가 Ramadan 마그리브 예배를 알리는 아잔 소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Ramadan


5월 6일 라마단 서울 이태원 모스크 이프타르 만찬은 카타르 자선단체가 준비했대요.


이태원 이프타르


드디어 아잔이 나왔어요. 사람들이 식탁 위에 있는 허기를 가볍게 지워주기 위해 차려진 음식물을 먹기 시작했어요. 이날은 대추야자, 바나나, 수박, 우유였어요. 저는 자리가 없어서 못 먹었어요.


서울 이슬람


마그리브 예배 후 이프타르 만찬을 위해 준비된 식판이 쌓여 있었어요.


Islam in Korea


드디어 사람들이 허기를 가볍게 달래고 마그리브 예배를 하기 위해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마그리브 예배



이슬람 최대 명절 라마단의 첫 번째 마그리브 예배가 시작되었어요.



역시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모스크 안에 못 들어가는 무슬림들이 많았어요. 모스크 안에 못 들어간 무슬림들은 모스크 예배당 문 밖에 서서 기도를 드리거나 1층 어딘가에서 기도를 따로 드렸어요.


2019년 한국 서울 이태원 모스크 라마단 이프타르



이슬람 기도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모르는 사람이든 원수든 간에 같은 공간에서 기도를 드릴 때에는 서로 어깨를 찰싹 달라붙어서 기도를 드려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모스크는 그 규모에 비해 수용 인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와요. 이슬람 사원 예배당 안에 들어가보면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요. 이 카펫을 보면 딱 한 사람이 앉아서 머리를 땅에 댈 수 있을 만큼 크기의 도형이 다다다다 붙어 있는 문양인 경우가 많아요. 이 문양이 바로 기도드릴 때 한 사람이 서 있는 자리에요. 그런데 실제 기도 장면을 보면 서로 어깨를 딱 대고 기도드리기 때문에 그것보다도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어떤 모스크는 바닥에 선만 쭉쭉 그어놓기도 해요. 어차피 다닥다닥 붙어서 기도를 드리는데 사람의 측면 길이는 들쭉날쭉하니 앞뒤 간격만 유지하라구요.


마그리브 예배가 끝났어요. 이제 이프타르 만찬이 시작될 때였어요. 네 줄로 서라고 했어요. 아랍인이 모든 사람에게 음식 주라고 소리쳤어요.


배식을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모두 인증 셀프샷 찍고 주변 사진 찍고 인사하고 떠들었어요. 전세계 어디를 가든 밥 먹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고 떠드는 시간이에요.


제가 서 있던 줄은 유독 배식이 너무 느렸어요. 그래서 질서를 담당하는 남아시아인이 저를 가운데 줄로 보냈어요. 가운데 줄 배식은 아랍인 같았어요.


이프타르 음식


어마어마한 아랍인의 인심이었어요.


지금까지 받아본 이프타르 만찬 배식 중 양이 가장 많았어요. 밥으로 아주 식판 밥 자리 넘쳐 한라산을 만들어주었고, 그 위에 양고기 카레를 뿌려준 후 국 자리에 카레 국물을 또 떠줬어요.


샐러드는 아무 드레싱 없는 맨 야채였어요. 그래서 더 괜찮았어요. 깔끔하게 먹어도 되고, 적당히 밥과 카레에 섞어 먹어도 괜찮았거든요.


양고기 카레는 매우 맛있었어요. 양고기 잡내가 전혀 없었어요. 이질적이면서 친숙한 맛이었어요.


밥은 길쭉한 인디카 쌀로 만든 비르야니였어요. 인디카 쌀로 만든 밥이었기 때문에 다 먹고 배부른 수준으로 끝났어요. 우리가 먹는 철원 오대쌀, 이천 쌀 같은 걸로 저렇게 푹 퍼줬으면 저라도 남겼을 거에요.


깔끔하게 식판을 설거지해서 돌려주었어요.



올해 2019년 라마단이 드디어 시작되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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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방문했던 곳을 이렇게 보게 되니 신기하네요.
    어느새 또 라마단이군요!
    밥도 많이많이 주셨네요ㅋㅋㅋㅋㅋㅋㅋ

    2019.05.07 15: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