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안산시 원곡동을 다녀왔다는 것을 잘 우려먹으며 대화하던 어느 날.


"대림이 진짜 중국인들 많다던데?"

"우리나라에 중국인 많지 않은 곳이 어디 있냐?"


친구가 대림에 중국인이 진짜 많다고 알려주었는데, 단순히 중국인, 조선족만 많다고 하길래 그냥 흘러넘겨들었어요. 중국인, 조선족 많은 곳이야 이제 너무나 흔하디 흔하니까요.


하지만 대림에 중국인이 많다는 이야기는 계속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주로 안 좋은 쪽으로 많이 접해서 섣불리 혼자 갈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게다가 대림은 의정부에서 매우 멀었구요.


그러던 중, 옷을 사러 친구와 만나서 가산디지털단지역에 갔다가 이왕 간 김에 대림을 들리기로 했어요. 친구는 대림쪽에서 살고 있어서 이쪽에 맛있는 가게를 안다고 했어요.


그래서 가게 된 곳이 바로 대림역 7호선쪽 출구 12번 출구에 있는 봉자마라탕이었어요. 제가 간 날은 금요일. 안에는 조선족, 중국인들로 꽉 차 있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무언가 시뻘건 국물을 먹고 있어서 그것을 달라고 시켰더니 마라탕이 나왔어요.


"음..."


크게 맵지는 않은데 땀이 많이 났고, 산초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동북화과왕에서 먹던 옥수수온면과는 너무나 다른 맛이었어요. 그래도 5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매우 독특한 맛이라 다음날에 같이 잘 어울려 노는 형과 함께 다시 갔어요.



여기는 서울특별시 대림인가, 중화인민공화국 따린인가?


대림에 대해 말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여기는 확실히 안산시 원곡동, 인천 차이나타운보다 더욱 그 독특한 색채가 강했어요. 정말 서울특별시 대림인지, 中华人民共和国 大林에 온 것인지 햇갈릴 정도였어요. 안산시 원곡동은 이런 저런 나라 사람들이 몰려 있다보니 기대보다는 덜했는데, 이쪽은 중국인, 조선족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보니 TV와 사진에서 보던 연길 같은 곳과 비슷해 보였어요.

凤姐麻辣烫


이곳이 바로 봉자마라탕 凤姐麻辣烫.



가게 내부는 그다지 넓지는 않았어요. 금요일밤 친구들과 왔을 때에는 주로 중국인과 조선족 손님들이었는데, 토요일밤에 왔을 때에는 주로 한국인들이었어요.



여기는 동대문 동북화과왕과는 달리 한국어 메뉴판이 매우 부실했어요.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것이 이 가게에서 파는 메뉴들인데, 한국어 메뉴판 달라고 해서 보면 정말 음식 몇 개 나와 있지 않았어요. 양, 소, 두부, 면, 밥 정도는 대충 한자 보고 알 수 있지만, 이것들만 가지고 주문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중국어가 아무리 한자를 쓴다 해도 중국 본토는 간자체를 쓰는 데다 '한자를 안다 = 중국어를 안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적당히 아는 것과 찍는 것을 동원해서 음식을 주문했어요.


중국 旦旦面


일단 면류는 딴딴면 旦旦面 을 시켰어요. 이것은 마라탕에 들어가는 건두부는 빠져 있고, 대신 간고기가 들어가 있는 면류.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전날 먹었던 마라탕보다는 맛있었어요. 해물이 빠진 얼큰한 고기짬뽕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했어요. 이것 가격은 5천원. 이것 역시 입에 불이 나게 매운 건 아닌데 먹으면 땀이 났어요. 개인적으로는 마라탕의 당면 비슷한 면발보다 짬뽕 면발 비슷한 딴딴면 면발이 더 좋았어요.


중국 탕수육


이것은 중국식 탕수육인 꿔바로우. 이것 가격은 15000원. 동대문 동북화과왕의 꿔바로우와 달리 여기는 고기 찹쌀떡 튀김 수준이었어요. 식초향은 강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식초향이 약한 것은 아니었어요. 입에 집어넣고 바로 입으로 숨을 마시면 식초향 때문에 기침이 나오기는 했어요), 찹쌀떡 같은 튀김옷은 매우 쫀득한 맛을 내고 있었어요. 이것은 정말로 맛이 좋았어요.


일단 이렇게 두 개를 시켜서 먹었어요. 이유는 이 가게 마라탕, 딴딴면은 양이 많기 때문이었어요. 국물까지 다 마실 거라면 남자 혼자 먹기에도 양이 많은 편이었어요. 둘이서 딴딴면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 꿔바로우도 다 먹은 후 자리를 일어날까 하다가...


뭔가 상당히 특이한 맛을 먹어보고 싶다


딴딴면은 마라탕보다 평범한 맛이라는 것을 애초에 알고 있었고, 마라탕은 전날 먹어보았어요. 꿔바로우는 찹쌀반죽을 입혀 튀긴 것이라 식감이 좋고 맛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특이한 맛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한 맛이었어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던 건두부와 관련된 것 하나를 시켰어요. 전날 다른 사람들이 시뻘건 무슨 볶음을 먹고 있는데 거기에 건두부가 들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중국 건두부 요리


벽에 붙어 있는 메뉴에는 '건두부'라고 적혀 있는 것이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가운데 줄에, 하나는 오른쪽 줄에 있었어요. 그래서 둘 중 하나 찍어서 가운데에 있는 건두부 요리를 달라고 했더니 이것이 나왔어요. 이것은 8천원. 일단 전날 보았던 그 시뻘건 요리가 아니라 뭔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주문한 요리라 일단 맛부터 보기로 했어요.


평범...


맛은 좋았어요. 양도 좋았어요. 8천원이기 때문에 가성비 따져도 훌륭한 음식. 아쉬운 점이라면 매우 독특한 맛을 골라보고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너무나 평범하고 친숙하게 맛있는 맛이었어요. 양념은 양장피와 아주 비슷한 맛이었어요. 진짜 너무 친숙한 맛. 건두부는 특별한 맛이 있어서 먹는다기 보다는 식감이 좋아서 먹는 것이다보니 매우 평범하고 맛있었어요. '내가 이런 바보짓했다!'라고 자랑할만한 음식과는 약 200광년은 떨어져 있는 그냥 친숙하게 맛있는 맛을 가진 음식이었어요.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분이라면 저 건두부 볶음 요리에 공기밥 시켜서 드시는 것 추천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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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엔 친구 회사가 대림역 근처에 있었고 이사오기 전엔 집도 가까워서 가끔 저쪽 갈 일이 있었는데 정말 중국 사람들도 많고 간판들도 중국어가 많았던 기억이 나요.
    추워서 그런지 따끈한 딴딴면 먹고 싶네요. 전 일본에서 제일 처음 먹어봤어요 ㅎㅎ

    2014.10.27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본에서는 딴딴면이 잘 알려진 음식인가봐요. 친한 형도 딴딴면을 일본 드라마 보고 알았다고 했었거든요. 저런 가게가 동네에 하나 있다면 종종 가서 사먹을텐데요 ㅎㅎ;;

      2014.10.27 09:44 신고 [ ADDR : EDIT/ DEL ]
    • 일본엔 라멘 가게가 많은데 거기 메뉴 중 하나로 꼭 들어 있어요. 탄탄멘이라고 해서요 :)

      2014.10.27 10:22 신고 [ ADDR : EDIT/ DEL ]
  2. 대림역은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중국같은 분위기네요.
    양장피와 비슷하다는 건두부 볶음요리는 처음 봅니다.
    가격도 착한편은 아니지만 특이한 중국요리 먹고 싶을때 찾으면 좋겠네요.^^

    2014.10.27 0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기는 진짜 중국같더라구요. 아마 자연발생적인 곳이라 그런 것 같아요. 소스가 양장피 맛이었는데 건두부가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그냥 맛이 친숙했어요. ^^

      2014.10.27 09:46 신고 [ ADDR : EDIT/ DEL ]
  3. 오.. 진짜 중국음식점에 가셨군요.
    메뉴판이 한국어가 없다면 정말 당황스럽겠어요 ㅎㅎ
    한국식 중국음식과, 진짜 중국음식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2014.10.27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메뉴에 한국어도 없고 사진도 없어서 무엇을 시켜야할지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아마 다음에 가도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가면 이번에 먹은 것만 시킬 것 같아요 ㅎㅎ;;

      2014.10.29 12:05 신고 [ ADDR : EDIT/ DEL ]
  4. 정말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네요
    첨 보는 곳이라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합니다~~
    음식들도 항상 제가 먹는 것들은 지극히 평범한 중국요리들이라
    하나하나가 모두 신기하게 다가오는~~
    맛도 너무 궁금궁금...쉽게 상상이 안 가네요~^^ㅎ

    2014.10.27 1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산초의 향은 저도 처음 맡아보았어요. 확실히 뭔가 다르더라구요. 고수처럼 처음에 거부감을 크게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색한 느낌이 조금 들기는 했어요. 저 동네는 정말 사진 속 중국과 많이 비슷해보였어요 ㅎㅎ

      2014.10.29 12:10 신고 [ ADDR : EDIT/ DEL ]
  5. 좀좀이님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나봐요! 멋진데요?
    저는 못먹어봤던거는 사실 조금은 두려워하면서 먹는데ㅋㅋㅋ 특히나 외국음식은 더 그러는거 같아요.
    아무튼 이렇게 좀좀이님 블로그 통해서 새로운 음식들을 알게되니까 좋아용 ><

    2014.10.27 1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신 것은 아예 못 먹어요. 하지만 시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먹는 편이에요. 새로운 음식에서 시큼한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 일단 먹고 보자는 편이죠. 맛 없으면 먹고 나서 실컷 불평 쏟아내면 되니까요 ㅋㅋㅋ 어쩔 때는 오히려 꽝이 걸려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보니 어지간하면 일단 먹고 보는 편이에요^^;;

      2014.10.29 12:15 신고 [ ADDR : EDIT/ DEL ]
  6. 대림동..이제 거의 다른 나라처럼 된 곳 중의 한 곳이죠..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 동네기도 한데..
    이렇게 보니 또 다른 생각도 듭니다. ^^

    2014.10.27 20: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선입견이기도 하지만, 사실이기도 하지요. 저도 저기는 안 가는 동네에요. 멀기도 하지만 저 역시 선입견이 있다보니 혼자서는 안 가게 되더라구요. 이번에 가서 보니 큰 길은 다닐만 하더라구요. ㅎㅎ

      2014.10.29 12:22 신고 [ ADDR : EDIT/ DEL ]
  7. 우와, 처음엔 대림대림 하시길래 - 엇 그곳은 어디지 하면서 포스팅을 읽어 내려갔는데, 엇, - 한국이네요 -
    음식들이 참 먹음직 스러워 보이네요(제가 출출하나봐요... ㅋㅋㅋ) 딴딴면 - 짬뽕 정말 좋아하는데, !!

    서울갈일이 있음 꼭 가서 먹어봐야 겠어요 (대전 촌년이라... 전... )

    2014.10.27 2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7호선 대림역이에요. 우리나라에 있는 대림이랍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7호선 타고 가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딴딴면은 입에 맞더라구요. 마라탕은 특유의 향이 약간 어색했구요. 나중에 서울 오시면 드셔보세요 ㅎㅎ;;

      2014.10.29 12:45 신고 [ ADDR : EDIT/ DEL ]
  8. 와 이건 꼭 먹어야 되는 필수코드죠?
    한국 들가면 꼭 가볼 겁니닷..크하하하

    2014.10.28 0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꼭 먹어보아야하는 필수코드까지는 아니구요 ㅋㅋ;;; 한국에 사는 중국인, 조선족들이 중국인, 조선족들에게 어떤 음식을 파는지 궁금하시면 한 번 가보세요. 우리나라 식당들도 가만히 보면 외국인이 운영하더라도 같은 국가 사람에게 파는 게 목적인 식당과 한국인에게 파는 게 목적인 식당의 음식 맛은 꽤 다르더라구요 ㅎㅎ

      2014.10.29 12:53 신고 [ ADDR : EDIT/ DEL ]
  9. 마지막에 사진에 찍힌 저것은 저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곳에선 뭐라고 불렀었는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네요.

    외국으로 여행 안가고 음식만으로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요즘 세상인듯합니다.

    2014.10.28 0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예전에는 중국집 짜장면이 진짜 중국 음식이고 우리나라 라면은 일본 음식인줄 알았었는데 요즘은 진짜 중국 음식, 일본 음식, 그리고 그 외 다양한 국가들의 음식들을 우리나라에서 먹어볼 수 있더라구요. 정말 외국여행 안 가고 음식만으로 세계일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

      2014.10.29 13:11 신고 [ ADDR : EDIT/ DEL ]
  10. 예전에 간병할 때 병원이 대림에 있었는데, 잠깐 필요한게 있어서 외출했는데 저도 깜짝 놀랐다죠.
    친구가 중국인들 많다는 얘기는 하두 해서 알고 있었는데 전 차이나타운 정도로 생각했었나봐요
    간판도 중국어, 중국말 밖에 안 들려서 당황한 기억이 나네요

    2014.10.28 18: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인천 차이나타운과는 전혀 다른 곳이더라구요. 저도 가서 놀랐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ㅎㅎ;

      2014.10.29 13:15 신고 [ ADDR : EDIT/ DEL ]
  11. 딴딴면이라니..

    택배로 보내 주시나요+_+..

    2014.10.29 05: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김토익님 지금 계신 곳으로 택배 부쳐드린다면 아마 받으셨을 때 퇴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_-a
      남은 음식은 비닐 봉지에 넣어서 싸갈 수 있더라구요^^;;

      2014.10.29 13:14 신고 [ ADDR : EDIT/ DEL ]
    • 전 그냥 따뜻한 말 한미디 바랬을 뿐이에요 흑흑흑.....

      2014.10.30 04:53 신고 [ ADDR : EDIT/ DEL ]
    • 에고...나중에 서울 오시면 제가 사드릴께요 ^^;;

      2014.10.30 04:57 신고 [ ADDR : EDIT/ DEL ]
    • 캡쳐뜹니다아캡쳐캡쳐!!!!!!!!!

      2014.10.30 05:11 신고 [ ADDR : EDIT/ DEL ]
    • 예 ㅋㅋ 여행 재미있게 잘 하시고 무사히 돌아오세요 ㅋㅋㅋ

      2014.10.30 05:12 신고 [ ADDR : EDIT/ DEL ]
    • 근데 좀좀이님 정말 부지런하시네요.. 대한민국 지금 새벽 5시일텐데..

      제가 부지런하네요 말을 한두번 한거 같지도 않고..

      항상 기상이 새벽 5시인가요..?

      정말 부지런하시다..짱짱맨

      2014.10.30 05:12 신고 [ ADDR : EDIT/ DEL ]
    • 부지런한 건 아니고...저녁에 일하다보니 밤~새벽에 이것저것 많이 해요. 그래서 주로 아침에 잠을 청한답니다^^;;;;;

      2014.10.30 05:13 신고 [ ADDR : EDIT/ DEL ]
    • 거의 한국시간 새벽 04:30 ~ 05:00 경에 답글을 많이 달아주시길래

      그때마다 깨시는줄 알았어요..

      그러시군요..흠흠

      2014.10.30 05:1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