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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역 서부광장으로 나오면 나오자마자 높은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에 CGV가 있어요. 원래는 태흥시네마 건물이라고 불렀는데 태흥시네마가 CGV로 바뀌면서 그냥 CGV 건물이라고 부르지요.


이 건물 13층에는 베트남인이 하는 베트남 식당이 있어요. 특징이라면 한국화가 매우 덜 된 가게라는 것이지요. 손님들은 대체로 베트남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언제나 매우 한산해요. 그냥 이 건물 13층 푸드코너 자체가 사람들 없고 한산해요. 문을 열고 있는 가게도 정말 몇 곳 없어요.


참고로 의정부역 주변에는 CGV가 두 곳 있는데, 하나는 신세계 백화점 건물 꼭대기에 있는 CGV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CGV 태흥이에요. 그래서 이 건물은 아직도 '태흥시네마 건물'이라고 부르는 편이지요.


이 베트남 음식점에 대한 리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오늘 할 이야기는 베트남 볶음밥 cơm chiên 이랍니다.


이 식당을 알게 된 후 베트남 국수를 골고루 먹어보고 있었어요. 목표는 4500원짜리 있는 메뉴 다 먹어보기. 4500원으로 매우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가서 먹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라인으로 대화를 주고 받던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인이 베트남 식당에서 볶음밥도 팔 거라고 말했어요.


"거기 메뉴에 없던데요?"

"보통은 쌀국수 파는 곳에서 같이 팔아요."

"볶음밥은 뭐라고 해요?"

"cơm rang"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역시나 집에서 밥해먹기 귀찮아서 식당으로 갔어요.


"껌 쟝 있어요?"

"껌 쟝???"


내 발음이 심각하게 구린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요. 베트남에서 볶음국수가 mì xào 인데, 이걸 우리나라식으로 그냥 발음해서 '미 싸오 주세요' 이랬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못 알아들으셨어요. 나중에 가게 리뷰할 때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일부러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연습하려고 이런 건 절대 아니에요. 그 가게가 이렇게 말하게 되어 있어요.


"껌 랑 있어요?"

"아...있어요."

"껌 랑 주세요."

"오늘 없어요. 내일."


참고로 이 베트남 볶음밥은 메뉴에는 아예 적혀 있지도 않은 메뉴였어요. 그런데 물어보니까 있다고 했어요.


다음날 가서 먹을까 했지만 다른 곳을 다녀올 일이 생겨서 못 가고 이번에야 가게 되었어요.


"껌 랑 주세요."

"껌 랑?????"


응? 분명 지난 번에 껌 랑 있다고 했었는데? 내 베트남어 r발음에 너무 심각한 문제가 있나? 사실 이건 맞아요. 베트남어 r발음은 ㅈ 처럼 들리는데 그 소리는 아니고 하여간 들어서는 대체 어떻게 내는지 감은 전혀 안 오고 그저 막연히 지읒 비슷하다 생각만 드는 소리.


베트남어 rang 발음

http://vndic.naver.com/entry.nhn?sLn=kr&entryId=470468


껌 랑도, 껌 장도 못 알아들으셔서 결국...


"볶음밥 있어요?"

"볶음밥? 있어요."

"볶음밥 주세요."


응? 볶음밥은 알아들으시잖아! 갑자기 드는 매우 허무한 기분.


cơm chiên


이 가게는 후추를 상당히 좋아해요. 후추는 정말 팍팍 뿌려서 나와요. 그리고 이 가게는 상당히 특이한 향신료를 써요. 국물이 있는 국수를 시켜보면 국물에서 소다맛 아이스크림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제 예상으로는 그게 고수 줄기 아닐까 싶어요.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때 고수 잎을 뜯어서 집어넣고 먹는데, 이 볶음밥을 시킨 집에서 국물이 있는 쌀국수를 시키면 그 향이 진짜 독특해요. 그래서 이 볶음국수를 시킬 때는 이 볶음밥 시킨 가게에서, 국물이 있는 국수를 시킬 때에는 옆 가게에서 시키지요. 옆 가게는 국물에서 그 소다맛 비스무리한 냄새가 없거든요. 고수 이파리 냄새도 아니고...


어쨌든 이렇게 볶음밥이 나왔고 먹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국물도 주셨고, 간장 종지에 간장을 따라주셨어요. 간장을 밥에 조금씩 뿌려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이 베트남 가게들의 좋은 점은 뭔가 이상하게 먹거나 부족하게 먹으면 어떻게 먹으라고 와서 알려줘요.


간장을 조금 쳐서 먹는 순간...


"맛있다!"


정말로 맛있었어요.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은 맛. 잘게 썰은 고기와 소세지들, 그리고 당근, 감자. 게다가 요즘 먹기 힘든 제대로 불로 볶은 그 향기. 이 가게, 확실히 볶는 요리는 맛있게 잘 해!


볶은 요리의 장점은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고수는 집어내고 먹으면 된다는 점. 이 정도 음식이면 확실히 어쩌다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데려가서 밥을 사주어도 될 정도.


국물은 역시나 그 소다맛 국물이었어요. 그래도 두 번째 겪는 것이라 이번에는 그럭저럭 먹을 수 있었어요.


다 먹고 계산하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았어요.


"볶음밥이 베트남어로 뭐에요?"

"응?"

"볶음밥, 띠엥 볱으로 뭐에요?"

"아, 꼼 찐."


어? 그 베트남인이 알려준 거랑 다르잖아?


집에 와서 네이버 사전으로 찾아보니 cơm rang 둘 다 볶음밥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참고로 cơm 은 '밥'. 우리는 꾸미는 말이 앞에 다다다다 붙는 데에 비해 베트남어는 반대로 뒤에 다다다다 붙어요.


참고로 저 사진은 그냥 cơm chiên 주문했을 때 나온 것 사진인데, 쇠고기 볶음밥, 해산물 볶음밥도 만들어달라고 하면 아마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메뉴에 없어도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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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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