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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신포시장 중앙통닭 닭강정

좀좀이 2014. 8. 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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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학원에서 오전 수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전 수업을 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오니 밥을 먹을 시간.


밥 먹기 귀찮다.

밥을 안 먹으니 허하다.


학원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었어요. 게다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하니 귀찮기도 했구요. 평소라면 간단히 라면이라도 끓여먹겠는데 이 더위에 뜨거운 라면을 먹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아무 것도 안 먹자니 수업하느라 계속 말을 했기 때문에 뱃속이 너무 허하게 느껴졌어요.


친구나 불러서 밥이나 같이 먹을까?


그래서 막상 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는 했는데 친구와 놀러갈 만한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어요.


"너 인천 차이나타운 가봤어?"

"아니. 거기 좋아?"


의외였어요.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친구라서 인천 차이나타운은 당연히 가 보았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친구는 안 가보았다고 했어요.


"그러면 인천 차이나타운이나 같이 가자."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배가 허하고 입맛은 없었기 때문에 친구와 인천 차이나타운을 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그리고 전철역에 갔는데....


"어? 내 지갑!"


집에 지갑을 놓고 왔다는 것을 지하철역 들어와서야 알았어요. 그래서 다시 집에 갔다가 샤워하고 옷도 아예 싹 다 갈아입고 전철을 타고 인천역으로 갔어요.


친구에게 둘 다 점심을 안 먹었으니 일단 신포시장에 가서 밥을 먹고, 신포시장에서 인천역으로 돌아오면서 차이나타운을 구경하자고 제안했어요. 친구는 괜찮다고 했어요. 그래서 둘이 사이좋게 전쭈나이차를 쪽쪽 빨며 신포시장으로 갔어요. 저도 친구도 점심을 먹지 않았지만 특별히 배가 고파서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날이 무지 덥고 습했거든요. 신포시장 가는 동안 신포시장에서 그저 화덕만두나 사먹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쩐주나이차가 시원하다는 생각과 함께요. 확실히 친구와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아는 길을 걸으니 생각보다 덜 힘들고 금방 신포시장에 도착했어요.


여기 왜 이렇게 한가하지?


올해 봄, 주말에 처음 차이나타운에 왔었을 때에는 차이나타운도, 신포시장도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날은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었어요.


오늘은 닭강정 먹을 수 있을 건가?


전에 왔었을 때에는 닭강정 집에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줄도 길게 서 있어서 그냥 중앙통닭 가게만 보고 다른 곳으로 갔어요. 그때는 얼핏 보았을 때 어느 집이 장사가 잘 되고 어느 집이 장사가 안 되는 집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어요. 단지 그때 같이 같던 친구가 '중앙통닭이 원조래'라고 알려주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시장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지나가는 사람이 저와 친구까지 합쳐서 다섯 명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닭강정 가게마다 사람이 하도 없어서 어느 집이 장사가 잘 되고 어느 집이 장사가 안 되는 집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그때 친구가 알려준 중앙통닭으로 갔어요. 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좋은 가게를 분간할 수 없었고, 이번에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좋은 가게를 분간할 수 없는 희안한 상황의 연속.


가게에 들어갔어요.




가게 내부에는 두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포장해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날도 무지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안에서 바람 쐬며 그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쩐주나이차도 조금 남아있었구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밖에서 계속 닭강정을 만들고 포장하고 계셨어요.




친구와 저는 시장에서 다른 것도 먹고 차이나타운 가서 이것저것 먹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중자로 시켰어요. 닭강정 중자는 11000원이었어요.


저희들 뒷편에 앉아 먹던 손님들이 나간 후 식탁을 바라보았어요.


"저 사람들 양념치킨 먹었네?"

"그러게. 그런데 메뉴에는 양념치킨 없잖아?"

"그냥 양념치킨은 메뉴에 없지만 파는 품목 아닐까?"


뭐 가끔 그런 식당들도 있어요. 메뉴판에 파는 음식을 전부 적어놓지 않은 식당들이요. 아니면 이미 있는 메뉴판에 매직으로 작게 몇몇 메뉴 추가적으로 적어놓는 곳도 간간이 있구요. 더욱이 여기는 시장 통닭집. 통닭집에서 양념통닭을 메뉴에 안 적혀 있다고 해서 팔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사실 요즘은 치킨집 가서 메뉴판 보지도 않고 '양념치킨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이기도 하구요.


친구와 안에서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며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별로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워낙 덥고 습한 날이었기 때문에 땀이 마르고 몇 모금 남아 있던 쩐주나이차도 다 마시고 평범한 정신상태로 돌아와서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저희가 주문한 닭강정 중짜가 나왔어요.




"어? 닭강정에 왜 뼈가 있지?"


아까 우리 뒤에서 양념치킨 먹던 사람들은 양념치킨을 먹은 게 아니라 닭강정을 먹은 사람들이었구나. 그런데 닭강정에 왜 뼈가 있지? 닭강정은 원래 뼈가 없지 않나? 아주머니께서 닭강정 나왔다고 말씀하시고 저희에게 주셨기 때문에 주문이 잘못 들어간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뼈 있는 닭강정은 '이게 왜 닭강정인가'라는 질문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30년 넘은 집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가? 사진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맛있게 생겼어요. 분명 보자마자 군침 넘어가게 생겼고 냄새도 좋았지만, 문제는 지금껏 알고 있던 닭강정이 아니라 닭강정에 멀쩡하게 뼈가 있다는 사실. 이 뼈 있는 닭강정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지금껏 순살치킨을 닭강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친구는 다리를 잡고 저는 날개를 잡아 베어물었어요.


닭강정이다.


이래서 닭강정이구나.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이게 왜 닭강정이었는지 느꼈어요. 마치 어렸을 때 연기 펄펄 나는 드라이아이스를 만지며 '드라이아이스는 차갑다'는 것을 알았던 그때처럼요.


바사삭


과자가 부서지는 것보다는 묵직하고 사탕코팅이 부서지는 것보다 둔탁하고 일반 치킨 옷이 부서지는 것보다 두꺼운 바사삭. TV 식용유 광고에서나 나올 법한 그 바사삭. 기분 좋은 바사삭인데 매우 독특한 바사삭이었어요. 치아 뿌리로 바사삭 진동이 전해지자 바로 깨달았어요. 이래서 닭강정이구나.


'신포닭강정이 유명한 이유가 있었구나. 괜히 인천 신포닭강정을 우리나라 3대 닭강정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양념은 왠지 간장이 섞인 듯 싶었어요. 빨갛고 찐득거리는 일반 양념통닭의 양념과는 달랐어요. 매콤한 맛이 있었는데 이것은 고추장의 진득한 매콤함보다는 고추 그 자체의 경쾌한 매콤함에 가까웠어요.


"야, 나 날개 먹을래."

"그래? 나는 닭다리."


하지만 날개와 닭다리는 없었어요.


"이거 중짜는 큰닭 반마리구나! 일반 치킨 가게의 병아리가 아니라."


날개는 제가 처음에 잡았고, 다리는 친구가 처음에 잡았어요. 그리고 제가 다리를, 친구가 날개를 먹으려 하니 남아 있어야 할 날개 한 짝과 다리 한 짝이 없었어요. 이것은 닭 반마리라는 이야기.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두산백과의 닭강정 설명을 보면 4인분에 닭 1/2마리라고 되어 있어요. 비록 반마리였지만 양은 일반 치킨가게의 한 마리보다 조금 많거나 같았어요.


친구와 신나게 잘 먹었어요. 둘 다 모든 것에 대만족하며 가게에서 나왔어요. 이건 정말 당당하게 맛있다고 추천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30분 줄 서서 기다리고 30분 안에서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는 맛이었어요.


p.s. 시장에 상인들 외에 사람이 10명도 없어서 닭강정 먹고 다른 가게 가서 식혜를 사며 아주머니께 여쭈어보니 더운데다 피서철이라 사람들이 다 피서갔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날은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였고, 날이 저물 때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으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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