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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10

바람은 남서쪽으로 - 26 슬리핑 버스로 베트남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길

"이제 숙소 돌아가야겠다." 어느덧 오후 1시였어요.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호이안 일정의 끝이 성큼성큼 다가왔어요. 호이안에서 하노이로 가는 슬리핑 버스는 숙소를 통해 예약해놨어요. 숙소에서는 택시로 슬리핑 버스를 탑승하는 곳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했어요. 만약 숙소에서 호이안에서 하노이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여행사로 달려가야했을 거에요.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호이안을 돌아다녔어요. "이 놈의 비는 또 오네." 베트남 호이안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이런 곳은 떠날 때 아쉬움이 매우 많이 남아요. 그러나 그런 거 하나도 없었어요. 눈꼽만큼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쪽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었어요. 빗줄기가 다시 슬슬 굵어지고 있었어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5 베트남 호이안 푸젠 화교 회관 Hội quán Phúc Kiến

장기 한 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베트남 와서 장기 뒀다!" 계획에도 없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베트남 현지 문화를 하나 체험했어요. 매우 큰 소득이었어요. 베트남 와서 베트남 민속 놀이인 장기를 두어봤으니까요. 이런 일은 여행 중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호이안이 내가 불쌍해서 이런 이벤트 하나 준 건가. 베트남 호이안 일정은 정말 안 좋았어요. 대충 둘러볼 것은 거의 다 둘러봤어요. 그렇지만 정말 운이 참 없는 일정이었어요. 날씨는 엄청 안 좋았어요. 중요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노트북 가방은 끈이 떨어져버렸어요. 신발은 물에 완전 푹 젖었어요. 숙소에서 드라이기로 간신히 말리기는 했지만요. 기념품으로 구입한 전통의상 입은 인형은 목이 다 끊어졌어요. 밤에 쏟아진..

바람은 남서쪽으로 - 24 베트남 전통 민속 놀이 중국식 장기 꺼 뜨엉 Cờ tướng

뭔가 사당처럼 생긴 건물이 나왔어요. 입구에는 한자가 적혀 있었어요. 아래에는 베트남어로 작게 Chùa Ông Hội A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베트남어로 ông 은 '할아버지'라는 뜻이에요. 연장자를 높여 부르는 말인 '어르신, 선생님'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Chùa 는 베트남어로 절, 사원이니까 Chùa Ông '어르신 사원'쯤 될 거에요. 안에는 연못이 있었어요. 계속 내부를 둘러봤어요. 골목길이 있었어요. 골목길은 매우 비좁았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크게 인상을 끄는 것은 없었어요. 이건 아무리 봐도 제가 상상하던 동남아시아 이미지가 아니었어요. 타이완 여행 갔을 때 봤던 중국 문화와 너무 닮았어요. 중국 문화에는 정말 관심 없었어요. 중국 문화를 보고 싶다면 타이완을 다시 갔을 거에요. 저는..

바람은 남서쪽으로 - 23 베트남 호이안 중앙 시장 Chợ Hội An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잤기 때문에 정말 깊게 잤어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원래 잠을 매우 깊게 자거든요. 한 번 잠들면 절대 못 일어나요. 심지어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계속 자는 일도 비일비재해요. 동네방네 잠자는 사람 다 깨울 정도로 시끄러운 알람이어야 잠에서 깨어나요. 세상에서 잠자는 것이 제일 좋고 잠자는 것은 정말 잘 해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자요. 너무 짜증나거나 화가 나면 잠이 오고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지거든요. 그래서 호이안 일정이 비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잠을 못 자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푹 잤어요. 여행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 노트북 가방 끈이 떨어져서 답 없어진 상황이라는 사실, 신발이 완전히 푹 젖어버렸다는 사실은 제게 자장가가 되었어요. 실낱 같은 ..

바람은 남서쪽으로 - 22 베트남 꽝남성 호이안 야시장

"빨리 돌아가야겠다." 어깨에 옆으로 메는 노트북 컴퓨터 가방은 끈 거는 고리가 완전히 끊어져버렸어요. 여기에 하늘에서는 비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우산 쓰고 걷는 것조차 엄청나게 불편했어요.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보조가방을 들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으려니 조금만 걸어도 진이 빠졌어요. 투본강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던 빛나는 종이등은 모두 싹 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어요. '앞으로 여행 어떻게 하지?' 머리 속이 엄청나게 심란했어요. 노트북 컴퓨터 가방은 계속 들고 돌아다녀야 했어요. 여기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어요. 저의 전재산이라고 해도 될 것들이 싹 다 들어 있었어요. 노트북 컴퓨터, 여권, 돈, 디지털 카메라, 항공권 다 노트북 컴퓨터 가방에 넣고 옆으로 ..

바람은 남서쪽으로 - 21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 야경

'일본인 다리도 갔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고...이제 대충 다 봤나?' 일본인 다리도 건넜고, 딘 캄 포도 갔고, 광동회관도 갔어요. 베트남 호이안 올드타운을 한 바퀴 대충 둘러본 것 같았아요.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요. 일단 대충 다 봤고, 사진도 그럭저럭 찍었거든요. '정말 운 좋았어.' 아마 다낭은 여전히 비가 퍼붓고 있을 거였어요. 비구름보다 제가 빨랐어요. 비구름은 호이안으로 몰려오고 있었어요. 일기예보상 호이안은 이날 비가 내릴 거라고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호이안 올드타운을 대충 다 둘러보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예쁜 호이안 올드타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을 아쉬워할 때가 아니었어요. 이렇게 비가 안 내려서 사진 찍으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크게 감..

바람은 남서쪽으로 - 20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이제 광동회관 들어가야지." 베트남 호이안 광동회관 Hội Quán Quảng Đông 주변을 돌아다니다 슬슬 안에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하늘을 한 번 쳐다봤어요.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지만 운이 정말 좋다면 이대로 비구름이 비를 뿌리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어 보였어요. '빨리 다 돌아봐야겠다.' 일단 광동회관까지 보면 호이안 돌아보는 것은 대충 마무리될 거였어요. 주요 관광지 중 꼭 가봐야하는 곳은 대충 찾아가본 셈이었거든요.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비가 올 지도 신경써야 했고, 날 자체가 어두워지는 것도 신경써야 했어요. 사진기는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고 제게 계속 알려주고 있었어요. 사진을 안 흔들리게 촬영하려고 하면 셔터스피드를 올려야 했고, 그러면 사진이 시커멓게 나왔어요. 반대..

바람은 남서쪽으로 - 19 베트남 호이안 전통 마을 회관 딘 캄 포 사원 Đình Cẩm Phô

"저거 왠 나무 뿌리지?" 벽에 나무 뿌리가 많이 매달려 있었어요. 뭔지 궁금해서 다가갔어요. "이거도 기념품이네?"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이었어요. 나무 뿌리는 사람 얼굴의 수염 모양을 만들고 있었어요. 나무 뿌리로 만든 사람 머리 모양 기념품은 모두 삼국지 관우 얼굴처럼 생겼어요. 잘 찾아보면 삼국지 장비처럼 생긴 얼굴도 있었어요. 얼굴 모양은 전부 동양인 얼굴이었어요. 자세히 봤어요. 기념품 모두 웃는 얼굴이었어요. 관우, 장비와 다른 얼굴이었어요. '저거 사가는 사람 있을 건가?' 집에 기념품으로 걸어놓고 불 끄고 자다가 저거 보면 깜짝 놀라게 생겼어요.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저 얼굴 보면 할아버지 귀신이 머리만 공중에 둥둥 떠있는 모습일 거였거든요. 길에는 사람들이 아까 처음..

바람은 남서쪽으로 - 18 베트남 호이안 내원교 (일본인 다리) Lai Viễn Kiều (Cầu Nhật Bản)

숙소에서 나왔어요. 몇 시인지 봤어요. 2014년 12월 21일 오후 1시 44분이었어요. "점심 먹어야겠네." 호이안에 원래 계획보다 매우 늦게 도착했어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도착해서 점심까지 다 먹고 돌아다니고 있어야 했어요. 계획상 그랬어요. 현실은 오후 2시 다 되어서야 일정을 시작하게 생겼어요. 일정 시작 전에 점심을 먹어야 했어요.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한 끼 한 끼가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이 기회도 호이안 구경만큼 중요했어요. 솔직히 갈등되었어요. 후에에서 엄청난 비를 뿌리고 있는 비구름이 호이안으로 넘어오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호이안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어요. 비가 안 내리는 동안 호이안을 다 둘러봐야 했어요. 분명히 그 망할 비구름..

바람은 남서쪽으로 - 17 베트남 훼에서 다낭 거쳐 호이안 가는 길

"벌써 6시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었어요. 새벽 6시였어요. 조금만 더 잘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잠기운이 영 가시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어나야만 했어요. 껌헨을 먹어야 해. 후에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 껌 헨을 못 먹었어요. 이것을 먹고 훼를 떠나고 싶었어요. 후에 사는 베트남인 친구가 알려준 것이었기 때문에 껌 헨을 포기하고 훼를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잠기운에 패배해서 껌 헨을 포기한다 해도 일어나야만 했어요. 아침 8시에 호이안 가는 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호이안 가는 버스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아무리 졸려도 호이안 일정까지 통째로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씻고 나와 짐을 정리했어요. 이렇게 2014년 12월 21일 아침이 시작되었어요. 껌 헨은 아침 노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