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정부 놀러간다."
"의정부? 왜?"
"그냥."
친구들이 의정부로 놀러온다고 했어요. 설 연휴에 어디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가만히 있으며 쉬는 것 외에 할 게 없었는데 친구들이 의정부까지 와준다고 했어요. 친구들도 각자 사정이 있어서 설 연휴에 고향에 못 내려가고 서울에서 연휴를 보내야 하다보니 같이 모여서 재미있게 놀자고 했어요. 친구들은 저를 배려해서 차를 운전해서 의정부로 놀러오겠다고 했어요. 매우 고마웠어요.
"의정부 와서 뭐하게?"
중요한 문제가 있었어요. 의정부 와서 할 만한 게 딱히 없었어요. 의정부에 친구들이 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친구들과 할 만한 것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의정부에서는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밥 먹고 다른 곳 가도 돼. 우리가 운전해서 가잖아."
"그래."
의정부라면 부대찌개. 부대찌개라면 의정부. 의정부는 외지인이 오면 밥 사주기 아주 편해요. 부대찌개 식당에 데려가면 되거든요.
'아, 얘네들 부대찌개 여러 번 먹었지?'
단순히 여러 번 먹은 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친구 중 한 명은 치료받는 것이 있어서 가공육은 피해야한다고 했어요. 부대찌개는 소세지, 햄이 들어간 찌개에요. 가공육을 조심해야 하는 친구는 부대찌개도 조심해야 했어요. 국물만 떠먹고 햄, 소세지는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건 작정하고 이 친구를 약올리려고 하는 짓이구요. 다른 메뉴를 찾아봐야 했어요.
몸이 안 좋아서 치료받는 친구가 먹을 수 있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의정부에서 유명한 음식들은 싹 다 피해야하는 음식이었어요. 그나마 친구가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냉면이었어요. 날이 무지 추웠어요. 추운데 냉면? 그건 정말 아니었어요. 아무리 친구들이 운전해서 의정부로 넘어온다고 해도 냉면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 리는 없었어요.
"여기 부대찌개 말고 먹을 거 딱히 없는데 뭐 먹지?"
"한 번 찾아봐. 몸에 좋은 거. 보양식 같은 거 있잖아."
"보양식?"
보양식 이야기가 나왔어요. 가장 무난한 보양식이라면 삼계탕이었어요.
"삼계탕 맛집이 있나?"
지금까지 의정부에서 삼계탕 먹어본 일이 단 한 번도 없다.
의정부에서 삼계탕 먹어본 일이 없었어요. 삼계탕 맛집 찾아볼 생각도 안 했어요. 의정부에서 여름에 닭 백숙 먹으러 양주시 장흥, 송추 같은 곳 간다는 말은 들어봤어요. 그런데 여기는 계곡에서 삼계탕 먹는 곳이에요. 한겨울에 계곡 가서 삼계탕 먹는다? 통념상 아주 이상했어요. 엄동설한 추운 날씨에 계곡으로 백숙 먹으러 갈 사람도 없을 거고, 계곡에서 백숙 파는 사람도 없을 거였어요. 삼계탕 맛집은 서울에 있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의정부에서 삼계탕 먹을 생각 자체를 안 했으니까요.
"한 번 찾아보자."
별 기대 안 했어요. 의정부에 삼계탕 맛집이 있을 거 같지 않았어요. 그래도 검색해봤어요. 의정부에 있는 삼계탕 전문점이 여러 곳 나왔어요. 그 중에서 가장 괜찮은 곳을 가보기로 했어요.
"여기가 제일 괜찮다."
친구가 삼계탕 전문점 한 곳을 찾아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줬어요.
"녹양역이네?"
친구가 찾은 삼계탕 전문점은 의정부 가능동 지하철 1호선 녹양역에 있는 백세삼계탕 의정부점이었어요.
"저기 가자."
저도 삼계탕 맛집을 찾아보고 있었어요. 평이 백세삼계탕 의정부점보다 나은 의정부 삼계탕 전문점이 안 보였어요. 그래서 백세삼계탕 의정부점으로 가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제 자취방으로 차를 몰고 왔어요. 친구 차에 타고 녹양역으로 갔어요.
백세삼계탕 의정부점은 녹양역 바로 근처에 있었어요. 주차공간도 매우 넓었어요.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메뉴를 봤어요. 상황삼계탕은 16000원, 한방상황삼계탕은 19000원이었어요.
"뭐 먹을 거?"
"나는 상황삼계탕."
음식 사진을 보니 상황삼계탕은 황금빛 노란 국물을 자랑하고 있었어요. 한방상황삼계탕은 약간 거무튀튀한 색이었어요. 직원분 말로는 한방상황삼계탕이 맛이 더 진하다고 했어요. 저는 비주얼을 보고 선택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한방상황삼계탕을 주문하고 저 혼자 상황삼계탕을 주문했어요.
백세삼계탕 밑반찬이 나왔어요.
"여기 겉절이 맛있다."
김치는 겉절이였어요. 젓갈 맛이 과하지 않았어요. 식전에 샐러드처럼 먹기 좋은 맛이었어요.
조금 기다리자 상황삼계탕이 나왔어요.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이 누르스름한 국물이었어요. 향부터 매우 구수하고 고소했어요.
상황삼계탕을 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진짜 맛있다."
"토속촌보다 맛있는데?"
백세삼계탕 의정부점의 상황삼계탕은 매우 맛있었어요. 국물맛이 매우 구수하고 고소했어요. 국물이 걸쭉한 것이 특징이었어요. 걸쭉하면서 부드러웠어요. 죽과 국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국물에 가까웠어요. 보양식으로 국물만 쭉 들이켜도 될 거 같았어요. 국물이 뱃속을 매우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어요. 구수한 맛과 향이 코와 입을 즐겁게 어루어만져줬어요.
국물을 계속 퍼먹다 고기를 발라먹기 시작했어요.
"여기 고기도 매우 부드럽네."
백세삼계탕의 닭고기는 매우 부드러웠어요. 손을 하나도 안 썼어요. 젓가락만으로도 살점이 부드럽게 발라졌어요. 손으로 닭을 잡지 않고 젓가락으로 살점만 잘 발라내었어요. 살코기를 먹었어요. 닭고기도 매우 맛있었어요. 구수한 국물향이 고기에 잘 배어 있었어요. 걸쭉한 삼계탕 국물이 닭고기 소스 같았어요.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한 소스를 찍어서 먹는 것 같았어요.
"내 꺼 맛 볼래?"
친구가 저한테 한방상황삼계탕 국물도 맛보라고 국물을 조금 떠서 주었어요. 한방상황삼계탕 국물을 맛봤어요. 국물맛이 제 것보다 훨씬 진했어요. 상황삼계탕만 먹을 때는 이것도 매우 구수하고 고소하다고 느꼈는데 한방상황삼계탕 국물을 맛본 후 다시 먹어보자 확실히 맛과 향이 한방상황삼계탕 국물보다 연했어요.
"진짜 몸보신되는 맛이다."
구수하고 고소했고, 몸에 좋은 맛이었어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날이 더워져서 삼계탕 생각나면 다시 갈 거에요. 녹양역은 의정부역에서 지하철 2정거장이고 버스로도 갈 수 있으니 여름에 몸보신 떠오를 때 가면 좋은 곳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