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녁에 볼래?"
친구가 제게 저녁에 만나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저야 언제나 환영이었어요. 이날은 특별한 일이 없었어요. 밤 늦게까지 아주 여유로웠어요. 다른 친구와 만나서 서울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다른 친구와 홍대입구쪽을 걷고 있는 중이었어요. 함께 홍대 거리를 같이 돌아다니고 있는 친구와도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셋이 만나서 같이 저녁 먹는 것도 매우 좋은 선택이었어요.
정확히는 친구가 같이 만나서 저녁먹자고 한 제안을 아주 반기고 있었어요. 같이 돌아다니는 친구와 저녁에 뭐 먹을지 엄청 고민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저녁을 뭐 먹을지 문제가 아니었어요. 낮부터 홍대입구에서 계속 같이 놀고 있었어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애매했어요. 인근이라면 신림 같은 곳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그런데 신림으로 가면 제가 집에 돌아가기 아주 고약해져요. 신림과 의정부는 서로 대각선으로 정반대 방향이거든요. 말이 좋아 대각선으로 정반대 방향이지, 서울을 가로로 횡단하고 세로로도 횡단해야 해요. 그래서 제가 집에 갈 때 엄청 힘들어요.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안 가고 이 근방에서 계속 놀자니 이미 친구와 놀 대로 다 놀았어요. 종각쪽은 밤에 가봐야 아무 것도 없구요.
"저녁? 너 오늘 시간 괜찮아?"
"응. 나는 괜찮아. 너네만 괜찮으면 돼."
직장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오늘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는 오늘 괜찮다고 했어요.
"나 그런데 조금 늦게 도착할 거 같은데 괜찮아? 7시 반쯤."
"우리야 괜찮아."
친구는 7시 반쯤 도착할 거 같은데 괜찮냐고 물어봤어요. 아주 괜찮았어요. 그 정도야 카페 들어가서 친구와 잡담하고 시간 때우면서 직장 다니는 친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되었어요. 문제될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우리 어디에서 봐?"
"너네 지금 어디인데?"
"홍대입구. 너 편한 곳으로 갈께. 신림 빼고."
제게 중요한 것은 신림 방향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 방향은 저와 너무 반대쪽이라 제가 집에 돌아갈 때 힘들어요. 나중에 밥 먹고 소화시키고 산책도 할 겸 해서 신림에서 노량진까지 걸어가서 1호선 타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이왕이면 그래도 집에 돌아가기 조금이라도 편한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당산에서 볼래?"
"당산역? 좋아."
친구가 당산역에서 보지 않겠냐고 물어봤어요. 당산역이라면 괜찮아요. 당산역에서 지하철 2호선 타고 시청역으로 가서 지하철 1호선으로 환승해서 가면 되요.
"당산역에 맛집 뭐 있지?"
"당산역이야 많지."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근처에 맛집, 카페가 꽤 많은 건 알고 있었어요. 당산역도 번화가이자 유흥가에요. 당산역이 나름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으로 김포 가는 광역버스 타는 곳이 당산에 있어요. 서울 강서권 사람들도 이쪽으로 잘 가구요. 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당산역에서 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요. 이 정도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산역에서 놀아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당산역은 제게 옛날 강서구에서 살 때 대학교 등교하기 위해 환승하는 역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당산역에 맛집, 카페가 많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정확히 어떤 식당이 유명하고 어떤 카페가 유명한지는 전혀 몰랐어요.
"그러면 이따 당산역에서 보자."
직장 다니는 친구와 당산역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직장 다니는 친구는 당산역 주변을 잘 알기 때문에 직장 다니는 친구가 알려주는 곳으로 가기로 했어요.
카페로 갔어요. 친구를 기다리면서 당산역에서 제가 아는 맛집이 뭐가 있나 떠올려봤어요. 당산역 대표 맛집으로는 된장찌개 맛집으로 유명한 또순이네가 있어요. 그런데 또순이네는 점심시간에만 된장찌개 백반을 팔아요. 저녁에는 된장찌개만 먹을 수 없어요. 원래 또순이네가 고깃집이거든요. 저녁에는 고기 팔고 점심에는 된장찌개 백반을 판매하는데 된장찌개가 맛있기로 하도 유명해서 오히려 된장찌개로 유명한 집이에요.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또순이네는 나가리였어요. 그 다음에는 참새방앗간이 있어요. 여기도 꽤 유명해요. 생선구이와 김치찌개가 진짜 맛있어요. 그런데 참새방앗간은 술집이에요.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참새방앗간도 나가리였어요. 제가 아는 거라고는 이게 전부였어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주변이 깜깜해졌어요. 직장 다니는 친구가 왔어요.
"우리 여기에서 뭐 먹지?"
"보쌈 먹을래?"
"보쌈? 좋지. 여기 보쌈 잘 하는 곳 있어?"
"어. 완전 유명한 곳 있어. 거기 사람들 줄 엄청 서."
"거기 가자."
친구가 유명한 보쌈집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거기로 가기로 했어요. 친구가 데려간 곳은 이조보쌈이었어요.
"여기 두 곳 있네?"
"여기가 장사가 잘 되어서 매장이 2개야."
이조보쌈은 허름한 매장이 하나 있고 깔끔한 매장이 하나 있었어요. 친구 말로는 허름한 매장이 원래 매장인데 장사가 잘 되어서 깔끔한 매장도 하나 더 운영하고 있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깔끔한 매장쪽에 줄을 서 있었어요. 줄 서서 대기하고 있으면 직원이 와서 자리가 나는 곳으로 데려갔어요.
저와 친구들 차례가 왔어요. 저희는 허름한 매장으로 갔어요.
매장 입구에는 청국장이 들어간 된장찌개가 끓고 있었어요.
저와 친구들은 일반 보쌈을 주문했어요.
된장찌개가 먼저 나왔어요.
이조보쌈 된장찌개를 맛봤어요. 청국장이 들어가 있어서 텁텁하면서 맛있었어요. 짜지 않고 약간 담백한 느낌이 있었어요.
드디어 기다리던 보쌈이 나왔어요. 고기가 매우 두껍게 썰려 있었어요.
"이제 먹어보자."
"여기 고기가 아주 살살 녹는데?"
서울 보쌈 맛집 이조보쌈의 고기 특징은 식감에 있었어요. 고기가 매우 부드러웠어요. 고기가 입에 들어가자 살살 녹았어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입 안에서 녹는 것처럼 매우 부드럽게 씹혔어요. 혀를 자극하는 거친 느낌이 전혀 없는 고기였어요. 고기가 흐물거리는 것은 아닌데 입 안에서 씹으면 솜사탕이 녹는 것처럼 고기가 연하고 부드럽게 씹히며 녹아들어갔어요.
이조보쌈의 보쌈 고기는 돼지 잡내가 없었어요. 고기의 고소하고 구수한 맛만 남아 있었어요. 고기맛이 상당히 깔끔했어요. 연한 고기 육질과 깔끔한 고기맛 조화가 매우 좋았어요.
"여기 사람들 괜히 줄 서는 곳이 아니었구나."
"여기 맛있지?"
"어. 여기 진짜 맛있는데?"
이조보쌈으로 데려온 친구가 여기 맛있지 않냐고 했어요. 매우 맛있었어요. 고기가 계속 입으로 들어갔어요. 아주 그냥 돈 도둑이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아주 산처럼 쌓아놓고 먹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먹었다가는 제 주머니가 이조보쌈 고기 육질처럼 완전히 녹아서 사라져버릴 거였어요. 절제심이 필요했어요. 사람 홀리는 맛이 있는 보쌈 고기였어요.
이조보쌈의 보쌈김치도 맛있었어요. 고기도 맛있지만 김치도 상당히 맛있었어요. 외국인들에게 코리안 스파이시 샐러드라고 추천해도 될 맛이었어요. 고기와 김치가 매우 잘 어울렸어요.
'이거 라이스 페이퍼 위에 상추 깔고 고기랑 김치 넣고 말아서 팔면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을 건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꼭 우리나라 음식 원형 그대로 판매할 게 아니라 형태를 약간 변형시켜서 판매하면 외국인들도 좋아할 거에요. 닥치고 생김치만 먹일 게 아니라 김치를 꼭 먹이고 싶다면 외국인들이 먹기 좋게 보쌈을 케밥이나 월남쌈처럼 만들어서 먹으라고 주는 것도 방법이에요. 퓨전식이라고 영 안 좋게 보는 한국인들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에게 먹이고 싶다면 외국인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주는 것도 중요해요. 솔직히 한국인들도 밥과 다른 반찬 없이 김치만 왕창 먹고 가라고 하면 성질내잖아요. 그걸 외국인들한테 강요하는 건 의도가 어쨌든 골탕먹이기에 가까워요.
된장찌개도 매우 맛있게 먹었어요. 싹싹 다 먹었어요.
서울 영등포구 2호선 당산역, 선유도공원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보쌈 맛집인 이조보쌈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