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햄버거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에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는 2021년 10월 28일에 출시된 맥도날드 신메뉴 햄버거에요.
"이번에는 양상추야?"
작년 이맘때였어요. 작년 이 즈음에는 토마토 대란이 발생했어요. 2020년 토마토 대란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어서 패스트푸드 체인점 업계 전체가 난리가 났었어요.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제외하고 양상추 양을 늘려서 제공하기도 하고,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를 따로 메뉴로 만들어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식으로 대응한 곳도 있었어요. 그게 불과 1년전 이야기였어요.
맥도날드는 대체 못 하는 게 뭐임?
작년 이맘때 맥도날드는 토마토 대란으로 인해 햄버거 재료에서 토마토를 잠시 제외했었어요. 그래서 토마토 빠진 햄버거가 잠시 판매되었어요. 이건 다른 곳도 다 그랬으니 그럴 수 있어요.
맥도날드는 올해 8월에는 국제 물류 대란으로 인해 감자튀김용 감자 수급이 불안정해져서 한동안 세트 메뉴에서 감자튀김을 없애고 치킨너겟을 대신 줬어요. 이 당시 롯데리아도 마찬가지로 감자튀김용 감자 수급이 꼬여서 며칠간 감자튀김 대신 치킨너겟을 줬어요.
감자튀김, 토마토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맥도날드가 양상추 가격이 폭등했다고 햄버거에서 양상추를 빼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어요. 당연히 햄버거 먹는 사람들은 다 뒤집어졌어요. 양상추가 빠진 햄버거는 사진으로만 봐도 가히 최악이었어요. 누군가 양상추가 없는 맥도날드 불고기 버거 사진을 올렸어요. 그러고는 불고기 마카롱이라고 했어요. 이건 너무 처참해서 도저히 못 봐줄 지경이었어요. 군대 있었을 때 먹었던 군대리아가 더 풍성하고 사치스러워보일 지경이었어요.
햄버거에서 양상추는 정말 중요한 야채에요. 양상추는 햄버거 비주얼부터 상당히 큰 역할을 해요. 양상추가 안 들어가면 햄버거 볼륨이 확 죽어버려서 엄청 형편없어보이는 모양이 되어버려요. 그렇지 않아도 햄버거는 정크푸드 이미지가 강한데 그 이미지를 그나마 희석시켜주는 재료가 양상추에요. 그런 양상추가 빠져버리면 영락없는 싸구려 저질 음식 모양이 되어버려요.
여기에 양상추는 햄버거 맛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맛에서는 훌륭한 보조자적 역할을 해요. 다른 재료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싱싱하고 건강한 느낌을 만들어줘요. 이거 대체할 수 있는 야채가 없다시피 해요. 그나마 대체 가능한 게 양배추 정도 될 건데 양배추는 특유의 맛이 있어요. 게다가 양배추는 모양도 안 나오구요.
심지어 인터넷 유머에서는 롯데리아가 불고기 버거에 양상추 듬뿍 넣어준다는 광고 사진을 갖고 와서 맥도날드가 롯데리아와 양상추 걸고 내기했다가 져서 양상추 다 털린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어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왠지 믿어버릴 거 같았어요. 그만큼 맥도날드는 갈 수록 상황이 매우 나빠지기만 했어요. 신메뉴도 내놓는 족족 악평만 듣고 여기에 재료 수급도 계속 문제가 터졌구요.
스타벅스 와서 신메뉴 음료를 마시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어요. 카카오톡에서 맥도날드로부터 메세지가 왔어요.
"신메뉴? 진짜?"
맥도날드가 신메뉴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를 출시했다는 메세지였어요. 두 눈을 의심했어요.
"지금 출시하려고 하는 신메뉴도 전면 취소해야 할 판 아닌가?"
맥도날드는 양상추 때문에 난리인데 양상추 들어간 신메뉴를 출시한다? 출시 계획도 전면 보류시켜야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신메뉴를 출시한다고 하고 있었어요.
"이건 양상추 때문에 먹어본다."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자체는 그렇게 많이 궁금하지 않았어요. 아니, 별로 안 궁금했어요. 그렇지만 양상추 때문에 궁금해졌어요. 광고 사진에는 양상추가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과연 양상추가 제대로 들어있는 것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었어요.
음식이 도박이 되는 순간.
맛은 부차적인 문제고 과연 양상추가 제대로 들어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정말 음식이 도박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맥도날드 가서 저의 운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봐보기로 했어요.
맥도날드로 갔어요.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 세트를 주문했어요.
맥도날드 신메뉴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맥도날드 신메뉴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 세트는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 콜라, 감자튀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트레이 위에 조그만 종이 하나가 있었어요. 맥도날드에서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해서 햄버거에 양상추가 적거나 없어도 양해를 부탁한다며 준 커피 쿠폰이었어요.
'아...꽝이네.'
뽑기운이 안 따라줄 모양이었어요. 드립 커피 쿠폰이 트레이 위에 올라가 있었어요.
맥도날드 스파이스 맥인치즈 버거 포장지는 위 사진과 같아요.
포장지를 풀었어요.
"당첨이다!"
양상추가 들어 있었어요. 정량보다는 적게 들어 있는 것이 티났어요. 그러나 양상추 들어 있는 것이 어디에요. 아예 안 들어가 있을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뽑기 운이 통했어요. 왜 햄버거 사먹는데 뽑기운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맥도날드는 뽑기운에 따라 양상추가 결정되요. 운이 좋으면 양상추가 조금이라도 들어가 있을 거고, 운이 없으면 양상추가 아예 없을 거에요.
잘 구워진 반들거리는 번 아래로 초록색 양상추, 하얀 생양파가 보였어요. 여기에 샛노란 맥앤치즈, 붉은 빛 진하게 도는 베이컨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치킨 패티가 깔려 있었어요.
"이거 문제는 양상추가 아닌데?"
맥도날드 신메뉴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를 잘 살펴봤어요. 광고 사진을 보면 맥앤치즈가 아주 듬뿍 들어가 있어요. 치킨패티만큼, 어떻게 보면 치킨 패티보다 훨씬 더 두껍게 쌓여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받은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에는 맥앤치즈가 얇게 깔려 있었어요. 오히려 양상추는 광고에서 나온 것과 비슷한 비율로 들어가 있었어요. 양상추 부족하다고 커피 쿠폰까지 줘놓고 정작 광고 사진보다 훨씬 적게 들어간 것은 양상추가 아니라 맥앤치즈였어요.
이쯤 가면 진실게임을 하자는 건가.
나는 대체 왜 이 쿠폰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광고 사진과 비교해보면 양상추는 적게 들어갔다고 해도 티도 안 났어요. 오히려 맥앤치즈가 광고 사진에 비해 훨씬 적게 들어갔어요. 이 커피 쿠폰은 양상추 때문에 받은 건지 맥앤치즈 때문에 받은 건지 분간이 안 갔어요.
햄버거 번을 들어봤어요.
이 정도면 양상추는 딱히 문제삼을 것 없었어요. 오히려 맥앤치즈가 아무리 봐도 양이 매우 적었어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 영문명은 Mac & Cheese Burger 버거로 나와 있었어요. Spicy는 실수로 잊어버린 모양이었어요.
맥도날드 홈페이지에서는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에 대해 '체다 치즈 & 그라나파다노 치즈와 매콤한 카이엔페퍼가 들어간 맥앤치즈, 스파이시한 치킨 패티, 탱글한 마카로니의 완벽한 식감까지 느끼하지 않고 매콤하면서도 진한 맛'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어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 중량은 261g이에요. 열량은 625kcal이에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 가격은 단품 6200원, 세트 7400원이에요. 런치 가격은 6800원이에요.
맛은 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나사 한 개가 아니라 한 오십 개 빠진 거 같다.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는 매우 맛있었어요. 맥앤치즈는 단맛이 강했어요. 꾸릿꾸릿 발냄새 같은 치즈향에 열광하는 치즈매니아들이라면 치즈향 적다고 온갖 불만을 쏟아내겠지만 저처럼 치즈향 그다지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치즈향이 약해서 매우 좋았어요. 치즈에서 고소하고 단맛만 잘 뽑아낸 맛이었어요. 여기에 치즈 특유의 맛을 부드럽게 만드는 작용도 존재했어요.
맥앤치즈가 달콤한 것에 비해 베이컨은 짭짤했어요. 베이컨과 치킨 패티가 짭짤한 맛을 내고 있었어요. 짠맛은 조금 날카로웠어요. 치즈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난파선에서 살려달라고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단맛과 짠맛의 조화니까 맛없을 수가 없었어요. 단짠의 조합이 너무 지나치지 않고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선에서 강한 편에 속했어요.
치킨 패티도 괜찮았어요. 이 정도 치킨 패티라면 치킨 버거로 악평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육즙 줄줄 흐르는 패티는 아니었어요. 닭고기 패티와 치킨너겟의 중간쯤 되는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단짠의 조화가 특징인 햄버거였어요. 여기에 쫄깃한 햄버거 번의 식감이 더해져서 씹는 맛도 좋았어요. 그리고 양상추의 존재는 아주 미미했어요. 양상추가 적게 들어서 미미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맛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미미했어요. 양상추는 빼도 아무 상관없는 맛이었어요. 야채 맛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생양파였어요. 생양파 맛이 느끼한 맛을 잡으면서 자극적인 느낌을 만들어줬어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버거는 맵지 않았어요. 처음 먹을 때는 매운 느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세 입쯤 먹자 매운맛이 하나도 안 느껴졌어요. 먹는 내내 그나마 조금이라도 맵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생양파였어요. 생양파의 절륜한 드리블 실력에 미뢰가 다 나자빠지고 주저앉아 멍하니 감탄하며 쳐다만 볼 뿐이었어요. 생양파가 이렇게 엄청난 역할을 하는 햄버거는 참 보기 드물어요.
왜 굳이 양상추를 넣었대?
차라리 맥앤치즈 어니언 버거로 내놓는 게 더 낫지 않았나?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에서 양상추는 없어도 되는 존재였어요. 양상추가 아무리 많이 들어간다고 해도 맛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거였어요. 오히려 단짠의 조화와 고소함이 섞인 햄버거 맛에 방해만 될 뿐이었어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는 기름진 맛이 있으니까 양상추를 과감히 제외하고 차라리 생양파를 뭉텅이로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참고로 올해 맥도날드는 상하이 어니언 버거 출시했다가 비난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어요. 이름에 대놓고 어니언 집어넣었는데 양파맛 하나도 안 났어요. 상하이 어니언 버거는 진짜 별로인 햄버거였어요. 그때 차라리 맥앤치즈 버거에 생양파 왕창 집어넣고 맥앤치즈 어니언 버거를 출시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아니면 지금 양상추 귀하다고 커피 쿠폰 뿌리고 있는데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에서 과감히 양상추는 빼고 생양파 수북히 넣어서 맥앤치즈 어니언 버거 출시하고 원래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에 들어갈 양상추는 아끼고 절약해서 다른 양상추 반드시 들어가야할 불고기 버거 같은 곳에 더 넣어주든가요.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는 생양파와 나머지 재료의 조합이 매우 환상적이었어요. 생양파를 보다 많이 넣어서 매운 느낌을 더 강화시켰다면 훨씬 더 맛있었을 거에요. 게다가 그러면 이름에 걸맞게 매운 맥앤치즈버거가 될 거구요. 조금만 머리를 살짝 더 굴렸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건데 참 아쉬웠어요. 하긴 그러니 자기네 홈페이지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영문명에서 spicy도 빼먹죠.
맥도날드 스파이시 맥앤치즈 버거 햄버거는 단짠의 조합에 고소함이 잘 어우러지고 생양파가 매운 느낌을 만드는 햄버거였어요. 치즈 냄새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치즈냄새 별로 안 나고 고소하고 달콤한 치즈소스맛 잘 느껴진다고 좋아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