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익선동 한옥거리 개량 한옥 카페 - 하이웨스트 익선

좀좀이 2020. 11. 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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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본 카페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개량 한옥 카페인 하이웨스트 익선이에요.


서울 종로대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어요.


'잠깐 익선동 들렀다 갈까?'


종로 3가 즈음 왔을 때였어요. 갑자기 익선동을 가고 싶어졌어요. 익선동은 한때 제가 잘 놀러가던 곳이었어요. 어떤 식당이나 카페를 정해서 간 적은 없어요. 그냥 그 동네를 좋아해서 가서 쭉 둘러보고 나오곤 했어요. 익선동 한옥거리가 알고 보면 서울에서 엄청나게 재미있는 지역이거든요.


익선동 한옥거리에 식당, 카페가 들어선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물론 몇 년 되기는 했지만 북촌 한옥마을보다는 훨씬 나중에 알려지고 개발된 곳이에요. 원래 익선동 한옥 밀집지역은 서울에서 게토 같은 곳이었어요. 그쪽 근방은 원래 서울 동성애자 종로파가 집결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서울에서 동성애자는 크게 종로파와 이태원파로 갈려요. 이 중 종로파의 집결지가 익선동 쪽이에요. 저녁이 되면 종로3가역 5호선 출구쪽에 차도를 따라 포장마차가 쭉 열려요. 이 길부터 시작해서 퀴어 종로파가 모이는 곳이었어요. 아마 지금도 이쪽에서 활동하는 퀴어 집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기에 익선동 한옥거리 입구 맞은편에는 서울에서 악명 높은 쪽방촌 중 하나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이 있어요. 여기는 과거 종삼 사창가 자리에요. 종삼 사창가가 나비 작전으로 사라진 후, 통금 시간이 있을 때 사람들이 숙소로 이용하다가 현재는 쪽방촌이 된 곳이에요. 탑골공원에 있는 도시 빈민, 노숙자들의 아지트 중 하나라고 보면 되요. 돈의동 쪽방촌은 영등포역 쪽방촌과 더불어 사창가 건물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에요. 돈의동 쪽방촌이 아주 약간 더 개조된 형태라고 보면 되요. 익선동 한옥마을도 카페, 식당 밀집지역으로 개조되기 전에는 한옥 빈민가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편 익선동 한옥거리 입구 중 하나는 돈의동 갈매기살 골목이에요. 여기는 길거리에 테이블이 깔려 있고 여러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곳이에요. 사람이 많은 날 가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고기 냄새가 배이는 곳이에요.


종합적으로 보면 종로 익선동 지역은 서울의 문화적 게토 중 하나에요. 퀴어 문화, 노인 문화, 서울 도심 빈민 및 노숙자 문화를 격리시켜두는 장소거든요. 그런데 그런 익선동 및 돈의동 일대에서 한옥 밀집지역만 식당, 카페 밀집지역으로 바뀌며 관광지처럼 되었어요.


그래서 익선동은 갈 때마다 신기해요. 익선동 한옥거리 자체야 궁금할 게 없어요. 한두 번 가본 것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가히 '슬럼'이라고 불러도 그 누구도 반박 못할 곳에 감성적이고 예쁘고 아름다운 한옥 테마거리가 조성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엄청 신기해요. 돈의동 쪽방촌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대충 노숙자 및 서울 도심 빈민 및 노인들이 진치고 있는 탑골공원과 익선동 한옥거리를 비교해서 보면 제가 익선동 갈 때마다 느끼는 독특한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과장이 아니라 실제 그렇거든요. 익선동 한옥거리 돈의동 갈매기살 골목쪽 입구에서 길 건너 맞은편 건물 뒷편이 바로 서울에서 세 번째로 최악으로 암울한 돈의동 쪽방촌이니까요. 몇 걸음 안 걸어서 분위기와 실제 모습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맛에 익선동 한옥거리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참고로 이쪽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하시면 되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종로3가역 새뜰마을 쪽방촌 : https://zomzom.tistory.com/3800


서울 종로구 5호선 종로3가역 익선동 한옥마을 : https://zomzom.tistory.com/4220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탑골공원 (파고다공원) : https://zomzom.tistory.com/4225


익선동 한옥거리로 갔어요.


"사람 엄청 많네?"


한동안 익선동 한옥거리는 매우 한적했어요. 사람들이 코로나 공포 때문에 이런 곳에 잘 오지 않았거든요. 절정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될 때였어요. 이때는 서울 홍대입구도 엄청나게 휑할 때였어요. 그런데 이날 가보니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어요.


익선동 한옥거리를 쭉 둘러보고 돈의동 갈매기살 골목으로 나가는 중이었어요.


"이 카페 사람 많네?"


익선동 한옥거리에서 돈의동 갈매기살 골목으로 나가는 길에는 한옥 외관 전체를 새하얗게 칠한 카페가 하나 있어요. 익선동에서 가장 예쁜 곳에 있는 카페는 한적했지만 돈의동 갈매기살 골목으로 나가는 길에 있는 외관을 새하얗게 칠한 한옥 카페 안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여기 나중에 가봐야겠다!"


일단 집에 간 후 다음날 가보기로 했어요. 혼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오기 좋을지 나쁠지 밖에서 볼 수 없었거든요. 밖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사람이 유독 많다는 것 뿐이었어요. 유리창 너머 보이는 내부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호기심이 생겼어요. 호기심이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사람들 더 많이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기 전에요. 지금은 그래도 코로나 여파로 그나마 사람이 없는 거니까요. 코로나 이전에는 익선동 가면 아침부터 관광객으로 사람이 미어터졌어요. 익선동에 있는 카페 가보려면 지금처럼 사람 별로 없을 때가 딱이었어요.


다음날이 되었어요.


'거기는 조금 어둑어둑해질 때 가는 게 좋겠지?'


요즘 해가 많이 짧아졌어요. 동지가 다가오고 있어요. 대충 6시 즈음에 맞춰서 가면 제일 좋을 때일 것 같았어요. 너무 늦게 가면 카페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자 커피 마시고 나오기에 안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나는 절대 계획대로 가지 않지.


그날 따라 왠지 밖에 나가기 귀찮았어요. 할 것도 있었구요. 밍기적거리다보니 이미 저녁 5시가 되었어요. 이제 빨리 간다고 해도 저녁 7시에나 도착하게 생겼어요.


'설마 저녁 7시에 사람들이 커피 빨고 있겠어?'


일반적으로 회사 퇴근 시간은 저녁 6시. 6시에 밥 먹고 카페 간다면 저녁 7시 넘어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 올 거라 계산했어요. 밥은 먹어야죠. 무슨 앞으로의 대기근을 대비해서 벌써부터 물만 마시며 버티는 하루를 훈련하기 위해 저녁도 안 먹고 커피만 홀짝일 것도 아니구요. 저녁 6시~7시는 대체로 카페가 한산한 시간이에요.


익선동에 갔어요. 가자마자 제가 눈여겨봤던 카페로 갔어요.


익선동 카페


"이 시각에도 사람 많네?"


많이 놀랐어요. 저녁 6시 반에 도착했거든요. 이때는 카페에 사람이 많을 시간이 아니에요. 그런데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았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울 익선동 개량한옥 카페


케이크가 여러 종류 있었어요.


'뭐 주문하지?'


메뉴와 케이크를 쭉 봤어요. 저는 브라우니와 스카치 라떼를 주문하기로 했어요. 음료를 주문하고 영수증을 받았어요.


'여기 이름 정확히 뭐지?'


카페 외부에는 카페 이름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수증에 카페 이름이 뭘로 찍혔는지 봤어요. 이 카페 이름은 하이웨스트 익선이었어요.


서울 종로3가역 카페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안에 사람이 많아도 혼자 와도 괜찮은 곳이었어요. 벽과 창가쪽에 선반처럼 만들어놓은 탁자가 있었거든요. 여러 명이 이용하는 탁자 외에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어요.


참고로 익선동에 있는 한옥 카페와 식당은 전부 정확히는 개량 한옥 카페에요. 익선동 한옥거리에 있는 한옥은 1920년대에 한국 최초 근대 건축가인 정세권씨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익선동 관할 토지를 대량으로 매입해서 분할한 후 평균 30평의 한옥을 지어서 공급한 것이 시초에요. 이때 공급된 한옥은 전통 한옥이 아니라 개량 한옥이었어요. 우리나라 초기의 개량 한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주문한 브라우니와 스카치 라떼가 나왔어요. 브라우니 가격은 7000원, 스카치 라떼는 7500원이었어요.


서울 카페


브라우니는 너무 꾸덕하지 않고 너무 단단하지도 않았어요. 단맛은 꽤 강한 편이었어요. 쓴맛도 조금 느껴졌구요. 조금 마른 느낌이 약간 있기는 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어요.


스카치 라떼는 단맛은 절제되어 있었어요. 커피 마실 때 잔 주위에 바른 설탕을 녹여가며 마시게 되어 있었어요. 잔 주위에 있는 설탕과 같이 마셔도 단맛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었어요. 쓴맛은 살짝 강한 편이었지만 우유가 쓴맛의 목에 개줄을 채워놔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잡아놓고 있었어요. 스카치 라떼는 단맛이 있지만 브라우니와 매우 잘 어울렸어요.


브라우니와 스카치 라떼는 매우 특별한 맛까지는 아니었어요. 무난한 편이었어요. 만약 카페에 조금 더 일찍 왔다면 브라우니 평이 더 좋았을 거에요. 밖에 나와 있어서 수분이 조금 마른 것 같았거든요. 원래는 보다 촉촉했을 거에요.


하이웨스트 익선


사실 브라우니와 스카치 라떼보다 공간 그 자체가 더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이 가득해서 사진을 거의 못 찍었지만 내부까지 서까래, 대들보까지 하얗게 칠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공간 자체가 만족스러웠어요. 커피와 브라우니 가격은 비싼 느낌도 있었지만 공간을 음미하며 먹는다면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보다 한가할 때 왔다면 만족도가 훨씬 더 올라갔을 거에요. 저녁 6시 반에 사람이 바글거릴 거라 예상 못한 제 실수였어요. 이날 처음 계획했던 오후 5시쯤 왔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거에요.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익선동 한옥거리 개량 한옥 카페 - 하이웨스트 익선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익선동 한옥거리에 있는 개량 한옥 카페인 하이웨스트 익선은 사람들이 별로 없을 시간에 가면 꽤 만족스러울 카페였어요. 내부 공간은 참 예쁘고 독특했거든요. 아직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니지 않을 때 가면 좋을 카페였어요. 여기 평가는 손님이 얼마나 많을 때에 갔는지에 따라 평이 많이 바뀔 것 같았어요. 사람 별로 없어서 공간을 충분히 음미하고 즐길 수 있다면 음료와 디저트 값이 안 아깝지만, 사람 많아서 공간을 충분히 음미하고 즐기지 못한다면 가격이 좀 있다는 느낌을 받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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