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버거킹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요.
일이 있어서 밖에 잠깐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갈지 얌전히 그냥 집으로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을지 고민되었어요.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면 무조건 라면. 밖에서 사먹는다면 선택지가 이것저것 있었어요. 이날은 그다지 라면을 끓여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가면 가스레인지 건드리는 것 자체가 정말 싫거든요.
'아, 맞다. 버거킹 쿠폰 있지?'
거리에 서서 무엇을 먹을지 주변을 둘러보던 중이었어요. 마음에 드는 식당은 하나도 없어서 고민되던 때에 버거킹 어플에 들어가면 단품을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버거킹 어플을 실행시켰어요. 특별히 무언가를 딱 정해서 먹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뭐든 간에 저녁식사로 먹고 들어갈 것만 있으면 되었어요. 어설픈 식당에서 돈만 날리는 것보다는 버거킹에서 햄버거 사먹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맛있거든요.
어플에 있는 쿠폰을 쭉 보았어요. 당연히 단품 할인 쿠폰이 있었어요.
'오늘은 그냥 이거 하나 먹고 가야겠다.'
햄버거에는 야채도 들어있고 고기도 들어있어요. 탄수화물도 들어 있어요. 햄버거에는 이것저것 골고루 들어가 있어요. 한 끼 식사로는 상당히 괜찮아요. 햄버거 세트로만 삼시세끼 다 때운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한 끼 식사로 햄버거 세트 먹는 것은 꽤 괜찮은 선택 중 하나에요. 특히 뭘 먹어야할 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뭔가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특히 좋아요.
마침 가까운 곳에 버거킹 매장이 있었어요. 버거킹 매장에 가서 자동 주문 기계를 이용해 쿠폰을 사용해 단품 하나를 주문했어요.
'음료수 뭐 주문하지?'
햄버거 단품만 먹고 갈 생각은 없었어요. 당연히 맹물을 그냥 공짜로 주지 않으니까요. 음료 주문하지 않고 햄버거 단품만 주문하면 정말로 햄버거 단품만 먹어야 해요. 햄버거 한 개를 음료 없이 먹을 수는 있어요. 의외로 햄버거는 음료 없이 먹어도 잘 먹을 수 있는 식품이거든요. 안에 야채와 고기가 들어 있어서 삼키는 데에 별 무리를 주지 않아요. 그냥 한 개 단품으로만 먹고 가려고 하면 먹고 갈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먹는 것보다 당연히 마시는 것을 같이 주문해서 뭔가 마셔가면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어요. 그래서 어떤 음료수를 주문할지 자동 주문 기계를 보며 고민했어요.
일단 제일 무난한 것은 콜라. 콜라를 주문하면 이건 설명이 전혀 불필요한 조합. 그 다음은 사이다. 개인적으로 햄버거 먹을 때 사이다와 같이 먹는 일은 별로 없어요. 그 다음에 있는 것은 라임 모히또, 자몽 모히또였어요. 버거킹 햄버거와 라임 모히또, 자몽 모히또 조합은 상당히 뛰어나요. 라임 모히또, 자몽 모히또는 버거킹 햄버거 맛의 격을 몇 단계 확 끌어올려줘요. 탄산이 아주 잘 살아 있다는 전제조건하에서요. 최고의 만족을 느끼려면 탄산 강한 라임 모히또와 버거킹 햄버거의 조합. 이러면 비싼 수제버거 가게에서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아니야. 안 마셔본 거 마시자.
햄버거에 커피 조합은 어떠한가?
버거킹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어요. 솔직히 패스트푸드 체인점 음료 중 볼 때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바로 커피 종류였어요. 패스트푸드 체인점 주력 메뉴는 아무래도 햄버거에요. 햄버거와 커피의 조합은 상상 자체가 안 되었어요.
그래, 이 맛이야!
대체 알 수 없는 조합. 미지의 영역. 알 수 없는 세계. 바로 그 맛을 원했어요. 뭔가 먹어야하지만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서 먹으러 온 것이었지만, 이러면 먹으러 온 보람이 있을 거였어요. 하나의 실험이니까요.
그래서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골랐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이렇게 생겼어요.
색은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러나 잘 보면 뭔가 살짝 연해보여요. 진갈색이 아니라 그냥 갈색에 가까워보여요.
버거킹 홈페이지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자연을 담은 버거킹 RA인증커피'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이기 때문에 일단 눈에 띄는 특징은 딱히 보이지 않았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이에요. 행사할 때 가격은 대체로 1000원인 걸로 알고 있어요.
아, 시원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쓴맛은 거의 안 느껴졌어요. 이건 커피를 아직 써서 잘 못 마시는 아이들조차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쓴맛이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햄버거와 같이 먹으면 완전히 무시해도 될 수준이었어요.
시럽 안 넣기를 잘했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쏟아붓듯 집어넣어서 마셔요. 이러면 쓴맛도 강하고 단맛도 강해져요. 게다가 카페인과 당분이 빠르게 흡수되면서 인간 마나 포션 현실화가 되요.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고 정신이 확 밝아지거든요. 맑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밝아져요.
그런데 이건 처음 마셔보는 것인데다 햄버거에 곁들여 마실 용도로 구입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무슨 맛인지 그대로 마셔보고 설탕을 넣든 시럽을 넣든 하려고 일단 그냥 들고 왔어요. 이게 신의 한 수가 되었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정말 순했어요. 커피향 물에 가까운 정도였어요. 보리차 대신 마셔도 될 정도였어요. 커피향은 그럭저럭 느껴지는데 쓴맛이 너무 약하다보니 물처럼 들이켜기 좋은 맛이었어요. 아주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기에 딱이었어요. 만약 평소 하던 것처럼 시럽을 쏟아부었다면 완전 설탕물 되어서 망해버렸을 거에요. 이건 햄버거와의 조합도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그냥 마셔보고 결정한다는 판단이 아주 제대로 적중했어요.
요즘 어느 카페고 전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매우 순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이었다면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완전 그게 보리차 아니냐고 뭐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다른 카페들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보리차 수준으로 순해져 버렸거든요. 그리고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서는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어요. 이게 햄버거와의 조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커피맛이 진해서 햄버거 맛을 공격해버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에요. 버거킹 햄버거 먹을 때 마시는 용도로서의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름대로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었어요. 그러나 오직 버거킹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사서 마신다고 한다면 맛이 너무 약했어요. 하늘보리, 옥수수 수염차 대신에 사서 마시기 좋은 맛이었어요.
버거킹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햄버거 먹을 때 마시기에는 괜찮았어요. 커피가 햄버거 맛을 공격하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