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서귀포에 갔어요. 날씨가 참 안 좋았어요. 원래 계획은 서귀포에서 밤 늦게까지 놀고 다음날 아침에 제주시로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날씨가 도저히 밤 늦게까지 놀 날씨가 아니었어요.
"우리 저녁이나 먹고 가자."
"서귀포에 맛있는 거 뭐 있지?"
저와 친구 모두 서귀포는 그렇게 썩 잘 알지 못했어요. 둘 다 어려서부터 제주시에서 살았고, 제주시에서 주로 놀았거든요. 서귀포시에서 뭐가 유명하고 뭐가 맛있는지 잘 몰랐어요.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는 방법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나 둘 다 딱히 뭔가 먹고 싶은 게 없었어요. 단지 서귀포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뭐라도 맛있는 거 먹고 가자는 생각 뿐이었어요.
친구와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어요. 제주시라면 여기저기 떠오르는 것이 많았어요. 그러나 서귀포에 오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무엇을 먹을지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그 무엇을 먹을지를 아예 정하지 못했어요. 저나 친구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회 같은 것 뿐이었어요. 그러나 회는 먹기 싫었어요. 가뜩이나 비 내리고 있었거든요. 비 오는 날에는 회를 안 먹어요. 이것은 아주 어려서부터 교육받은 것이기도 하고, 지금도 계속 지키는 거에요.
"서귀포에 맛집 뭐 있지?"
친구와 일단 서귀포시청 쪽에 뭐가 있는지 검색해 보았어요. 이것저것 있기는 했어요. 문제는 확 땡기는 게 없다는 것이었어요.
"야, 그냥 제주시 돌아가서 장군닭이나 갈까?"
"치킨?"
제원아파트 쪽에 매우 유명한 치킨집이 있어요. 장군닭집이에요. 여기는 후추로 매운맛을 낸 전통적인 시장 통닭 맛이에요. 친구에게 장군닭이나 갈까 이야기하자 친구가 치킨 먹고 싶냐고 물어보았어요. 치킨이 마구 땡기는 것이 아니라 치킨이 그나마 무난해서 말한 것이었어요. 치킨이야 어느 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요. 이건 지역 불문, 국경 불문이에요.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맛있는 것을 고르라 하면 치킨이 제일 안전한 선택지거든요.
친구가 서귀포 치킨 맛집을 검색해 보았어요.
"여기 중앙통닭 마농치킨이 맛있대."
"마농치킨? 마늘?"
"어. 수요미식회에도 나왔다던데?"
아...불길하다.
하필이면 수요미식회. 수요미식회만큼은 절대 안 믿어요.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식당 갔다가 만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여러 맛집 프로그램 중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불신하는 게 바로 수요미식회에요. 거기 방송 관계자들과 제 입맛이 아예 하나도 안 맞나봐요. 맛집 프로그램 중 방송 관계자와 시청자 입맛이 안 맞으면 별 수 없어요. 그 방송 관계자들에게는 맛있을 지 몰라도 시청자 입맛에 안 맞으면 시청자가 찾아가서 먹었을 때 맛 없다는 소리밖에 못 하거든요. 수요미식회 맛집 선정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제 취향과는 아예 안 맞는 게 확실했어요. 그래서 수요미식회에 나왔다고 하면 저는 믿고 걸러요.
하지만 통닭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떠오르는 게 아예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일올레시장 중앙통닭 마농치킨을 가기로 했어요.
서귀포 중앙통닭 마농치킨은 1호점부터 3호점까지 있어요. 이 중 1호점은 안에서 먹는 자리가 아예 없고 포장 전문이에요. 2호점은 안에서 먹을 수 있구요. 저와 친구는 2호점으로 갔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는 메뉴가 딱 하나였어요. 후라이드 치킨이었어요. 가격은 16000원이었어요.
자리에 앉아 각자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어요. 친구와 갔기 때문에 2마리 주문했어요.
이것이 치킨 한 마리에요. 16000원이에요.
"이거 양 엄청 많은데?"
요즘 병아리 튀기는 것과 달리 이것은 옛날 시장 통닭의 양 그대로였어요. 한 마리 사오면 가족들끼리 같이 나눠먹는다는 그 옛날 시장 통닭요. 후라이드 치킨 위에는 다진 마늘이 올라가 있었어요.
아...역시 수요미식회는 나와 아예 안 맞아. 나는 수요미식회 걸려 있으면 무조건 걸러야 해.
이게 왜 수요미식회에 나왔는지 이해가 많이 어려웠어요.
일단 맛은 순했어요. 와사삭거리게 바삭거리지 않았어요. 튀김옷의 식감은 평범했고, 후라이드 치킨 자체의 맛은 부드러웠어요.
이 치킨의 포인트라면 다진 마늘일 거에요. 순한 치킨맛에 다진 마늘의 원색적인 알리신 매운맛이 더해져서 조화를 이루게 한 거겠죠. 문제는 이게 그냥 다진 마늘이라는 점이었어요. 당연히 후라이드 치킨 위에 이 다진 마늘이 얌전히 붙어 있을 리 없었어요. 치킨 먹을 때 다진 마늘은 우수수 떨어졌어요. 그래서 일반 후라이드 치킨 먹는 것과 뭐가 다른지 알 수 없었어요.
이건 소스를 뿌린 후 다진 마늘을 붙여 먹으려 해도 여전했어요. 생마늘 즙을 위에 뿌리거나 찍어먹을 수 있게 해주든가, 아니면 생마늘이 후라이드 치킨에 달라붙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했어요. 다진 마늘은 다진 마늘대로 따로 놀고, 치킨은 치킨대로 따로 놀았어요. 후추 덜 들어가 순한 치킨이라는 것 외에 큰 특징이 없었어요. 요즘 치킨에 비해 양이 확실히 많다는 것 정도 외에는 별 인상 없었어요.
이게 왜 유명한지 아예 이해불가였어요. 맛없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매우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양 많고 순한 후라이드 치킨일 뿐이었어요.
사실 양이 많다고 하나, 제가 잘 가는 닭강정 체인점인 큰집 닭강정 가서 대자 3개로 3만원어치 사는 거와 이거 2마리 32000원어치 사는 거나 양은 비슷했어요.
양을 추구하거나 후추 덜 들어가 순한 맛 후라이드 치킨을 추구한다면 서귀포 중앙통닭 마농치킨이 맛있을 거에요.
그리고 마농치킨 1호점은 테이크아웃만 되고 2호점이 실내에서 먹을 수 있어요. 둘 다 같은 마농치킨이니 포장해 갈 지, 실내에서 먹을지를 놓고 1호점 갈 지 2호점 갈 지 결정하시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