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음식 중 유명한 것으로는 닭갈비와 막국수가 있어요. 그리고 강원도 토속 음식 중 총떡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 가운데 항상 매우 궁금했던 것이 바로 막국수와 총떡이었어요.


먼저 막국수. 서울에서 막국수를 먹어본 적 있어요. 면이 탱탱했어요. 심지어는 냉면 같은 면발이라 가위로 잘라먹어야 하는 곳도 있었어요. 춘천 사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막국수에 대해서만은 '이건 절대 춘천 막국수가 아니다'라고 강경하게 이야기하곤 했어요. 닭갈비에 대해서는 별 말 없는데 유독 막국수에 대해서만은 춘천 막국수와 서울에서 파는 막국수가 엄청나게 다르다고 강조했어요. 서울에서 먹던 막국수 기대하고 춘천 와서 막국수 먹으면 일단 너무 달라서 놀랄 거라고 했어요.


춘천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춘천 막국수를 먹어보고 싶었어요. 춘천 사람들이 막국수만큼은 서울 것과 진짜 하늘과 땅 차이로 어마어마하게 다르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거든요. 이게 단순히 춘천 사람들에게 국한된 평이 아니라 실제 춘천 가서 막국수 먹고 온 사람들 평을 봐도 그랬어요. 그래서 춘천 막국수는 대체 어떻게 생긴 막국수이길래 그러는가 싶었어요.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춘천 가서 막국수를 먹어보려 했어요.


그러나 여태 못 먹어봤어요. 그 이유는 교통 문제였어요. 닭갈비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가서 먹으면 된다고 해요. 춘천 사람들 사이에서 거기보다 더 맛있는 곳도 있을 거고 자신들이 잘 가는 다른 동네 닭갈비 가게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외지인이 명동 닭갈비 골목 가서 닭갈비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면 그러라고 해요. 춘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느낀 명동 가서 닭갈비 먹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같은 느낌이었어요.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은 춘천역에서 걸어갈 만 해요. 먹고 소화시킬 겸 해서 역까지 걸어간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도 되는 정도에요. 그렇지만 막국수 맛집은 죄다 지하철역에서 엉뚱한 곳에 있다고 했어요. 막국수집은 춘천 와서 일부러 멀리 또 이동해야 한다고 했어요. 춘천 놀러가서 노는 곳들과는 다른 곳에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못 가봤어요.


총떡은 메밀반죽을 얇게 펴서 부친 후 그 속에 이것저것 넣어 싸서 만든 음식이래요. 비슷한 음식으로 제주도의 빙떡을 이야기하곤 해요. 빙떡은 어렸을 적 여러 번 먹어봤어요. 가끔 어른들이 빙떡을 갖고 오시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제가 빙떡을 먹으면 그거 어린애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는 잘 먹는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강원도 총떡이 제주도 빙떡과 비슷하다는 말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어서 총떡은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했어요.


'이번에 춘천 가면 무조건 막국수 먹는다.'


춘천 닭갈비도 먹어봤어요. 춘천 사각형 약과도 먹어봤어요. 춘천 음식 중 못 먹어본 것은 막국수와 총떡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춘천 가면 무조건 이걸 먹어볼 작정이었어요.


날 잡아서 춘천으로 갔어요. 춘천 사는 친구에게 이번에는 산을 넘든 물을 건너든 무조건 막국수 먹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자 친구가 자기가 막국수 맛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친구와 춘천 명동에서 만났어요. 친구는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어요. 친구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갔어요. 친구가 데려간 곳은 부안막국수였어요.


부안막국수 주소는 춘천시 후석로344번길 8 이에요. 지번 주소는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429-17이에요. 춘천역에서 거리가 멀어요.


부안막국수


"야, 여기 왜 돌하르방이 있어?"

"어?"


돌하르방


막국수는 춘천 음식이에요. 부안막국수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은 춘천 음식이었어요. 막국수, 쟁반막국수, 보쌈, 총떡, 빈대떡, 메밀부침, 도토리묵, 떡만두국이었어요. 그런데 입구 너머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바로 제주도 돌하르방이었어요.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춘천 음식


막국수와 총떡을 주문했어요. 막국수 보통 가격은 7000원이었고 곱빼기 가격은 8000원이었어요. 총떡 가격은 6000원이었어요.


먼저 총떡이 나왔어요.


총떡


"어? 이거 빙떡이랑 다른데?"


보자마자 이건 제주도 토속 음식인 빙떡이랑 달랐어요. 빙떡에는 고기가 안 들어가요. 속에는 하얀 무채가 들어가구요. 제주도에서 빨간 고춧가루를 음식에 사용하는 방법이 대중화된 건 1950년대를 훨씬 넘어서라고 해요. 그래서 제주도 토속 음식은 붉은빛이 매우 적어요. 그런데 이건 속에 들어간 게 불그스름했어요. 게다가 고기가 들어간 게 보였어요.


"이거 맛있다!"


김치만두 비슷한 맛이었어요. 고기와 김치, 메밀 전병 맛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어요. 짠맛을 좋아한다면 간장에 찍어먹어도 되요. 그러나 저는 아무 것도 안 찍고 그냥 먹는 것이 더 좋았어요. 김치가 들어갔기 때문에 기본적인 짠맛과 신맛은 다 갖추고 있었어요. 간장을 찍어 먹으면 짠맛이 너무 강조되어버렸어요. 단맛은 억제되어 있었어요.


빙떡과 아예 다른 맛이었어요. 메밀 전병을 쓴다는 것만 비슷할 뿐이었어요. 상추에 밥 싸 먹는 것과 상추에 제육볶음, 밥을 같이 올려 싸먹는 것의 맛 차이처럼 재료와 맛 차이가 상당히 컸어요. 메밀 전병 쓴다고 춘천 토속 음식 총떡과 제주 토속 음식 빙떡을 비슷하다고 해서는 안 될 거에요.


강원도 춘천 막국수, 총떡 맛집 - 부안 막국수


춘천 막국수가 나왔어요. 곱빼기라서 사리가 하나 더 들어 있었어요.


춘천 막국수


친구는 취향껏 물을 붓고 식초, 겨자, 설탕 등을 넣어서 물막국수로 만들어 먹어도 되고, 그냥 비벼서 비빔막국수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고 했어요. 저는 일단 비빔막국수로 먹었어요.


"이거 내가 좋아하는 맛이야!"


달지 않았어요. 달지 않은 비빔 국수와 비슷했어요. 단맛이 억제되어 있었고, 나머지 맛은 균형이 잘 잡혀 있었어요. 맛이 자극적이지 않았어요. 부담없이 한 끼 식사로 먹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이래서 냉면에 가위 놓는 걸 뭐라고 하는 건가?


막국수 면은 부드러웠어요. 이로 쉽게 잘렸어요. 막국수 면발을 먹어보니 왜 냉면 탈레반들이 면발을 가위로 잘라서 먹으면 그렇게 경악하는지 이해가 될 것 같았어요. 오늘날 냉면 면발은 전분을 넣어서 이로 잘 안 끊어져요. 그렇지만 원래 냉면 면발은 메밀 가루로 만들었다고 해요. 아마 원래 평양 냉면 면발은 막국수 면발처럼 부드러웠을 거에요. 그렇다면 가위가 필요 없어요. 그냥 이로 끊어먹어도 잘 끊어지니까요. 하지만 현대 냉면 면발은 반죽에 전분을 섞어서 이로 쉽게 끊어먹을 수 없어요. 함흥냉면이고 평양냉면이고 면발이 똑같아요. 심지어 서울에서는 막국수라고 파는 것 중 냉면 면발과 거의 똑같이 질긴 면발인 것도 있어요. 이런 건 이로 못 끊어먹기 때문에 당연히 가위로 면발을 자른 후 먹어야 해요. 그런데 이렇게 면발이 바뀐 건 무시하고 무턱대고 예전처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냉면 탈레반, 냉면 IS들은 면발이 변했다는 걸 아예 인지 못하고 있는 것일 거에요. 만약 평양냉면 면발이 막국수 면발처럼 부드럽다면 가위로 면을 잘라 먹는 것이 매우 이상한 짓이지만, 현재 평양냉면은 전분을 많이 섞어서 이로 끊어먹는 게 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가위가 필요한 것이구요.


먹다가 육수를 부어 물막국수를 만들었어요.


물막국수


아...망했다.


막국수 먹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막국수를 받았으면 비빔으로 먹을지 물로 먹을지 결정하고 하나로 쭉 가야 했어요. 저처럼 비빔으로 먹다가 물로 만들어 먹으면 맛이 영 아니라고 느끼게 되요. 비빔막국수 먹을 때 느꼈던 맛이 잘 맞는다는 느낌은 육수를 부어 먹는 순간 다 깨져버렸어요. 이걸 다시 맞출 방법이 없었어요. 비빔막국수로 먹기 시작했으면 비빔막국수로 끝까지 쭉 가고, 물막국수로 먹고 싶다면 처음부터 물막국수로 만든 후 끝까지 쭉 가는 게 좋아요.


총떡, 막국수 모두 단맛이 철저히 억제된 맛이었어요. 둘 다 맛이 부드러웠고, 그냥 먹었을 때 맛의 균형이 잘 맞아 있었어요. 둘 다 순박한 맛이었어요. 제 기준에서 순박한 맛은 단맛을 억제한 맛이에요. 제 경험상 도시 번화가로 갈 수록 음식에 설탕을 쏟아부어 단맛을 심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강원도 춘천 부안막국수에서 먹은 강원도 토속 음식인 총떡, 막국수 모두 맛있었어요. 단, 막국수는 처음 먹을 때 비빔막국수로 먹을지, 물막국수로 만들어 먹을지 확실히 결정하고 먹는 게 좋을 거에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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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언제나 물막국수가 맛있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즐거운 하루되세요!!

    2019.04.02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총떡???? 처음 들어봤어요. 제가 4월 말에 춘천 갈 예정이거든요.
    반드시 먹고 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019.04.02 1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총떡 매우 맛있었어요. 저건 기회되면 꼭 드셔보세요. 김치만두 비슷한 게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ㅎㅎ

      2019.04.19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3. 비밀댓글입니다

    2019.04.02 13:53 [ ADDR : EDIT/ DEL : REPLY ]
  4. 빙떡은 처음 들어보는데 제주도 빙떡은 또 어떨지 궁금하네요!
    새콤달콤한 막국수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

    2019.04.02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빙떡은 많이 심심한 맛이에요. 제주도 가시게 된다면 기회되면 한 번 드셔보세요. 제주도 전통 음식 맛이 원래 이렇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에요 ㅎㅎ

      2019.04.19 10:00 신고 [ ADDR : EDIT/ DEL ]
  5. 하긴 메밀이 원래 글루텐이 잘 생성되지 않는다고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럼 찰기가 적으니까 면도 뚝뚝 끊어질 테고. 전부터 이상했던게 냉면을 메밀로 만든다고 했는데 잘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 좀좀님 포스팅 보니까 그 이유를 잘 알겠네요.
    서울에서 먹는 거랑 춘천 원조 동네에서 먹는 거랑 맛이 정말 다를 것 같아요. 면부터 다르니... 총떡을 보니 맛있겠어요. 김치만두 비슷하다고 하시니 이거 완전 제 스타일입니다. ^^*

    2019.04.07 11: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춘천 가서 막국수를 먹어보니 이해가 되었어요. 냉면도 만약 지금처럼 전분을 많이 섞지 않는다면 이로 면을 잘라 먹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가위를 올려놓을 필요도 없구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냉면은 면발에 전분을 많이 섞어서 이로 끊어먹기 고약해졌고, 그래서 가위로 잘라 먹으라고 하는 것이더라구요.

      서울에서 먹는 거랑 춘천에서 먹는 거랑 맛이 아예 달랐어요! 춘천분들이 왜 서울 및 다른 지역에서 파는 막국수 보고 이건 춘천에서 파는 거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춘천 막국수는 면발도 다르고, 양념맛도 다르고, 결정적으로 물/비빔 구분도 없었어요. 취향껏 물막국수로 먹든 비빔막국수로 먹든 하는 것이더라구요. 총떡 진짜 맛있었어요. 왜 희안하게 총떡은 못 뜨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ㅎㅎ

      2019.04.19 10:2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