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스크림이 나왔네?"
2017년 8월 이달의 맛이 뭐가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8월 이달의 맛보다 더 눈에 띄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화이트 초콜릿향 아이스크림에 민트향에 팝핑 캔디?
민트향에 화이트 초콜릿이라고 하자 바로 떠오른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민트 초코!
우리나라 국론을 모세의 기적급으로 양분시키는 민트 초코! 민트 초코 앞에 중립이란 없어. 이건 격하게 좋아하든가 격하게 싫어하든가 둘 중 하나. 여기에 팝핑 캔디까지 들어갔다. 팝핑 캔디는 민트 초코 급은 아니지만 이 또한 평이 갈리는 모습이 뚜렷한 편에 속하는 편. 그러면 이건 평이 아주 극단적으로 갈릴 확률이 너무 높은 아이스크림.
이런 건 꼭 먹어야 해!
저는 이것을 너무 먹고 싶어요. 먹고 제 뇌가 네 조각 나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요! 먹고 휘황찬란한 글을 남기고 싶어요.
강렬한 욕구가 솟구쳤다. 이것만큼은 무조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팝핑 샤워 있어요?"
"그런 아이스크림은 없어요."
일단 의정부역쪽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서는 실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베스킨라빈스가 여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원래 매장마다 들여놓고 파는 아이스크림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기는 그냥 안 팔거나 아주 늦게 들어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곳에는 있겠지. 설마 다른 곳에도 없으려구.
마침 친구가 놀러왔다. 친구와 신촌, 이대, 서울역을 갔다. 갈 때마다 베스킨라빈스 매장을 살펴보았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직원들조차 모릅니다.
저는 착각을 한 걸까요. 이 아이스크림은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 에러로 인해 잘못 노출된 아이스크림일까요?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했다. 분명히 '팝핑 샤워'라는 내 뇌를 네 조각 내어버릴 것 같은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이건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친구와 헤어진 후, 그날 밤 천안을 갔다. 천안에 가서 베스킨라빈스 매장 2곳을 들렸다.
천안에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는 잘못 본 것 같습니다.
대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것은 정말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서 실수로 올라온 것일까? 의정부로 돌아오자마자 의정부에 있는 다른 지점에 전화를 해보았다. 역시나 없었다.
베스킨라빈스가 저를 약올리나 봐요. 없는 건데 있다고 믿게 만드려나 봐요.
친구들에게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 '팝핑 샤워'라는 아주 기괴할 것 같은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그 어떤 매장에도 안 판다고 이야기했어요. 무려 천안까지 가서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고 하소연했어요. 친구들은 제가 너무 불쌍했는지 그 집착에 놀랐는지 동네 베스킨라빈스에 있나 한 번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 사는 동네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뭐? 거기 판다고?"
그 친구가 사는 동네에는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동네에 있었던 것이었다. 의정부에서 먼 곳이기는 했지만 거기 말고는 다른 곳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못 찾을 것 같아서 그 동네로 가기로 했다.
친구가 사는 동네로 전철을 타고 갔다. 내가 이 따위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친구 사는 동네까지 가다니! 그러나 너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가 알려준 베스킨라빈스31 매장으로 갔다. 진열대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있다!
이렇게 힘겹게 산 넘고 물 넘어 서울 남쪽 원정까지 가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팝핑 샤워다.
매장에는 이렇게 팝핑 샤워가 슈팅스타 바로 옆에 진열되어 있었다. 슈팅스타는 하얗고 하늘색, 팝핑샤워는 하얗고 민트색.
팝핑 샤워를 보면 빨간 사탕과 연두색 사탕이 박혀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팝핑 샤워를 '화이트 초콜릿향 아이스크림과 상쾌한 민트향 아이스크림안에 톡톡 터지는 팝핑캔디가 쏙쏙'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고 '민트 초코에 팝핑캔디라니...이것은 평이 확 갈리는 것 두 종류를 합쳐놓은 괴작이잖아!'라고 상상했지.
팝핑 샤워의 열량은 싱글레귤러 기준 267kcal 칼로리다.
어디선가 팝핑 샤워가 일본 베스킨라빈스에서 매우 인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입맛은 대체 얼마나 독특하길래 이런 것을 좋아할지 상상하고 기대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줘도 되겠어요.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아쉬움이 확 몰려왔다. 민트와 초콜렛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으러 갈 때만 해도 이 아이스크림에 대해서 '진흙투성이 몸을 씻어내는 기분'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텁텁한 초콜렛은 진흙과 먼지, 민트는 샴푸와 비누, 팝핑 캔디는 몸에 떨어지는 시원한 물방울. 이런 것을 상상했다.
그런데 실제 먹어보니 민트 맛이 거의 없었다. 연초록색이 민트 같았다.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연초록색만 떠서 먹어도 민트향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흰색이라고 해서 초콜렛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먹으면서 민트향과 초코향이 살짝 느껴지기는 했지만 바닐라 맛만 강하게 느껴졌다. 민트향은 입냄새 지워주는 구강청결제 살짝 뿌린 것보다도 못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다행히 팝핑 캔디는 강렬히 터졌다. 이것도 빌빌거리며 터졌다면 무엇을 주장하는 아이스크림인지 정말 애매했을 거다. 차라리 얌전히 동네에서 슈팅스타나 사먹을 걸 후회했을 거다.
베스킨라빈스31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팝핑 샤워는 배스킨라빈스31 홈페이지의 설명만 보면 아주 괴악한 아이스크림일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먹어보면 매우 무난한 아이스크림이다. 평이 모세의 기적으로 갈리는 민트 초콜릿 칩에 팝핑 캔디만 박아서 신제품으로 내놓았다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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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심심해서 문체의 기준을 '했어요'에서 '했다'로 바꾸어봤어요. '했다'를 기준으로 놓고 글을 쓰니 독특하고 재미있었어요. 매우 어색하기도 했지만요. '했어요', '했다', '했어', '했습니다' 를 사용하는 것이 '했어요'를 기준으로 할 때와 조금 다를 거라 추측했는데 막상 써보니 모두 다 달라서 쓰면서 조금 당황했어요. 가끔 글쓰는 것이 질릴 때 이렇게 바꾸어서 써볼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건 어쩌다 가끔 해보는 것이고 보통은 '했어요'로 꾸준히 쓰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