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있는 케냐 커피 및 차 전문점인 케냐 키암부 카페에 가서 무엇을 마실까 메뉴를 쭉 보았어요.
나 사실 여기 밀크티 마시러 왔어.
제가 카페를 간다는 것은 밀크티를 마시러 가는 거나 다름없어요. 의정부에서 이태원 가기도 썩 편한 편이 아닌데 이태원에서 다시 버스 타고 들어가야 하는 이 카페에 온 것은 밀크티 마시러 간 것이었어요. 케냐 커피 및 차 전문점에서 파는 밀크티가 궁금했어요.
메뉴판을 휙휙 넘기며 밀크티를 찾았어요. 밀크티가 있었어요. 여기에서는 '케냐 밀크티'였어요. 가격은 뜨거운 것이 7000원, 차가운 것이 7500원이었어요.
케냐 커피가 유명한 카페지만 원래 목표대로 커피는 보지 않고 바로 케냐 밀크티 뜨거운 것을 주문했어요.
이렇게 생긴 컵에 밀크티가 담겨 나왔어요. 잔에서 나오는 김이 나무가 되고 찻잔 위에 하마와 기린이 그려저 있었어요.
거품은 지나치게 두껍지 않고 묽은 거품이었어요.
이 오묘한 맛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첫 맛은 카스테라 빵 맛 같았어요. 고소한 맛이 느껴졌어요. 첫 맛 다음 느껴지는 중간 맛은 우리가 아는 밀크티 맛이었어요. 맛이 진하지는 않았어요. 여기까지는 맛이 연한 밀크티였어요. 우유맛도 강하지 않았고, 홍차맛도 강하지 않았어요. 이제 마지막 맛이 느껴질 차례.
'이제 물맛이 느껴지겠군. 아...그냥 커피 주문할 걸 그랬나?'
어? 뭐지? 이거 뭐지?
물맛이 나야 하는데 물맛이 나지 않았어요. 분명 중간맛까지 마지막에 물맛이 느껴질 것이라 예상되었는데 정작 물맛은 끝까지 나지 않았어요.
더 놀라운 것은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때마다 입 안에 미세한 홍차향이 중첩되어 쌓이면서 절반 정도 홀짝여 마시니 입에 누적된 홍차향 때문에 끝맛으로 홍차향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끝맛으로 홍차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이 독특한 느낌은 뭐지?
이런 독특한 밀크티는 처음이었어요. 물맛이 날 것 같은데 물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한 모금씩 마셔갈수록 입에 홍차향이 쌓여서 끝맛으로 느껴지는 홍차향이 더 진해졌어요. 여기에 잔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홍차맛 자체가 진해져서 그 자체가 꽤 괜찮은 밀크티가 되었어요. 그러나 처음 느껴지는 그 과자나 카스테라 비슷한 향은 잔 바닥에 가까워져도 계속 그대로였어요.
시작은 카스테라향, 마지막은 홍차향에 마실수록 입에 홍차향이 쌓여서 홍차향 끝맛이 강해지는 밀크티. 재미있는 밀크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