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밀크티

홍대 카페 가비애 - 로얄 밀크티

좀좀이 2017. 5. 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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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아침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새벽 5시. 홍대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가비애에 왔어요.


무엇을 마실까 메뉴를 천천히 봤어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피였어요.


'여기는 커피만 파나?'


패턴 에티오피아를 안 가고 일부러 가비애를 찾아온 결정적 이유는 패턴 에티오피아에서는 밀크티를 판매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어요.


'여기는 밀크티 팔 줄 알아서 왔는데 여기도 커피만 파나보구나.'


집중해서 메뉴판을 꼼꼼히 읽어보았어요.


"밀크티 있다!"


가비애 카페에서는 밀크티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로얄 밀크티가 있었는데, Hot 으로 주문하면 5500원이었어요.


"거품 어떻게 해드릴까요?"


이런 질문 처음 받아봐!


저는 밀크티 거품을 썩 좋아하지 않아요.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기는 하나, 거품투성이 밀크티는 환영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말 안 하면 거품을 어떻게 해주겠냐고 물어보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어요. 물론 안 물어보면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카페에서 주는 대로 받아먹고 글을 써야지, 제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해서 받아먹고 글을 쓰는 것은 본래의 모습과는 다르니까요.


"저희 밀크티 레시피가 좀 많이 달아요."


이런 것까지 알려주는 카페는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호감도 왕 급상승. 이러면 맛 없어도 괜찮아요. 아주 달다고 미리 말해주었고 거품 양을 어떻게 해주냐고 물어보았어요. 이렇게 안내를 해주었는데 굳이 시켜서 마시고 불만을 표한다면 그건 주문한 놈이 잘못이에요. 분명히 많이 달다고 했는데 달다고 욕한다면 귀를 장식으로 달고 있는 거죠.


"영수증에 저희 카페 와이파이와 화장실 비번 적혀 있어요."


설명을 아주 친절하게 잘 해주었어요. 이렇게 친절하면 제대로 글 쓰기가 어려워지잖아!


사실 맛은 상당히 복합적인 것이에요. 단지 미각의 자극을 뇌로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혀로 맛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보면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분위기를 보고 기억으로 이런 자극을 보정해버려요.


그래도 밀크티 한두 번 마셔본 것도 아니고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노력하겠다!


밀크티가 담긴 머그컵을 받아 2층으로 올라왔어요.


홍대 가비애 카페 머그컵


컵은 무늬가 아예 없었어요.


가비애 카페 컵


밀크티에는 하트가 아주 귀엽게 그려져 있었어요.


홍대 가비애 카페 밀크티


"이거 차 뭐로 만든 거지?"


상당히 미묘한 향. 글로 쓰기 참 어려운 향이었어요. 달콤한 향과 오렌지 주스 비슷한 향이 섞여 있었어요. 왜 오렌지 주스 비슷한 향이 느껴졌는지 모르겠어요. 달콤한 향은 이해가 되는데 이 오렌지 주스 비슷한 향은 매우 특이했어요. 이런 향이 나는 밀크티는 여기가 처음이었어요. 저는 이 오렌지 주스 비슷한 향을 환영하지 않아요. 이는 이 밀크티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제 개인적 경험 때문이에요. 저는 원래 오렌지 주스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지금도 오렌지 주스는 그렇게 잘 마시지 못해요. 감귤 향수의 향은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 감귤향이나 오렌지향을 입에 넣는 것은 아직도 잘 하지 못해요. 다행히 오렌지향이 강하지 않아서 제가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바닐라 아이스크림 녹은 것을 마시는 것 같기도 했어요.


맛은 확실히 달았어요. 마시면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았어요. 그리고 끝맛에서는 이 미묘하게 아주 살짝 느껴지는 오렌지향이 느껴졌고, 이 향이 입에서 사라져야 홍차향이 느껴졌어요.


이 밀크티의 뒷맛은 마치 이런 거에요.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어떤 여자가 오렌지향 향수를 뿌렸나봐요. 엘리베이터에서 그 향이 느껴져요.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밖으로 나오자 그 향기가 사라져요.


참 재미있는 밀크티였어요. 레시피가 어떻게 되는지 진지하게 궁금했어요. 오렌지향이 느껴지는 매우 달콤한 밀크티. 아침에 생크림 바른 식빵 조각 하나 물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전에 탄 여자가 감귤 향수를 뿌렸나봐요. 감귤 향수의 잔향을 맡으며 식빵 한 입 베어물고 홍차 우유 한 모금 마시는데 문이 열려서 밖으로 나왔어요. 감귤 향수의 향은 날아가고 생크림의 맛도 사라졌어요. 입에 남은 것은 홍차 우유의 향기. 딱 이 느낌이었어요.


여기는 다음에 다시 와서 또 마실 생각이에요. 재미있는 밀크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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