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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62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20화

"왜 왔어?" "너 보려구. 같이 공부도 하고." "거짓말하지 마!" 아다비아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아다비아는 내게 다짜고짜 왜 왔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너 보려고 왔지. 너랑 공부도 하고. 그런데 이 반응은 뭐야? 웃으며 반겨준 적은 없지만 이렇게 소리지르는 건 또 뭐지? 이건 단순히 기분이 별로라 소리치는 게 아니잖아. 아다비아한테 잘못한 거 전혀 없다. 무슨 막 며칠이고 계속 안 오다 안 온 것도 아니구. 잠이 덜 깨었나? "너, 요즘 다른 년 만나지?" "뭐? 다른 년?" "켈라자야한테 다 들었어." "뭘?" 켈라자야한테 들었다고? 내가 다른 여자 만나고 다닌다는 말을? 설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네 몰래 다른 여자와 히히덕거리면 네 귀에 들어가기 전에 켈라자야가 퍽이나 가만히..

파울로 코엘료 소설 연금술사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어 버전

저는 외국 여행을 가면 책을 사서 모으고 있어요. 책을 사서 모으기 위해 서점을 가면서 여행지와 벗어난 곳도 같이 둘러보곤 해요. 제 외국 여행기를 쭉 보신 분들은 제 여행기에서 서점 가는 이야기가 반드시 한 번은 나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에요. 다른 나라 가서 책을 사서 모으기 위해 서점을 가다보니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여행기에 나올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맨 처음 외국 여행 가서 모으기 시작한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요. 모든 나라에서 다 구입하지는 않았어요. 해당 국가의 국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만 구입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여러 언어로 된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책을 갖고 있어요. 제가 여행 간 국가에서 사용하는 국어로 번역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은 어지간한 곳은 거의..

미디어 컨텐츠 제작 기획 - 좋은 플롯의 원칙과 공통 요소

- 플롯에는 일반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몇 가지 공통 요소가 존재. 01. 대립하는 세력을 긴장으로 만듦. - 적대자는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막기 위해 나타난 어떤 사람이거나 사물.- 적대자는 다른 사람, 장소, 사물처럼 밖으로 드러난 존재이거나, 주인공의 마음 안에 숨은 나쁜 버릇이거나 약한 성격일 수 있음.- 적재적 존재는 주인공과 갈등을 일으켜 긴장을 발생시킴. 02. 대립하는 세력을 키워서 긴장을 높임. - 주인공의 행동을 막는 요소는 주인공에 대립하는 세력이 됨.- 하나 하나의 대립 요소가 만들어내는 갈등은 긴장의 느낌을 강하게 만듦.- 관객들은 절정을 향해서, 그리고 파국을 향해 자신도 모르는 채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음.- 절정에서 지옥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관객들은 해방됨...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획 - 드라마 콘텐츠 구성 - 플롯과 플롯 유형

-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의 기본 줄거리를 만들어야 함.- 그러나 줄거리는 사건의 겉모습은 알 수 있으나, 직접적인 동기를 드러내지 않음.- 모자라는 줄거리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구성이자 플롯.- 플롯 : 이야기 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사건과 사건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만듦 -> 이것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됨. - 이야기 안에서 플롯이 작용하는 방식은 처음에는 모든 것이 가능.- 가운데 부분에서는 사건들이 개연성을 갖게 됨. (인과관계) - 플롯을 완성하는 것은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과정.- 선택은 점차 제한되어감.- 마지막 선택은 전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됨. 플롯의 유형 01. 찾기의 플롯 - 주인공이 사람, 물건, 또는 추상적인 대상을 찾아가는..

유튜브, SNS, 블로그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획 - 아리스토텔레스, 프롭 및 오늘날 이야기 구조

- 대본 구성은 전적으로 작가의 일.- 그러나 그 대본이 완성도를 판단하는 것은 제작자의 몫.- 영화나 드라마의 성공에 대한 기여도는 대본이 결정적으로 높음 -> 대본 구성을 전적으로 작가에게만 미루어서는 안 됨.- 그러나 제작자가 작가의 대본 작성에 대해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 됨. 드라마 컨텐츠 구조 아리스토텔레스의 드라마 컨텐츠 구조 01. 시작 - 보통 설정이라고 함.- 극적 상황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 등장 인물 등장.- 등장인물이 바라는 바를 설명.- 등장인물은 행복이나 불행을 바람.- 등장 인물이 바라는 바를 말할 때, 이야기가 시작됨 -> 의도. 02. 중간- 등장인물의 의도가 밝혀지면, 이야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감.- 극적 행동이 커지기 시작하는 단계.- 등장 인물은 바..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9화

아다비아와의 공부가 끝났다. 오늘따라 아다비아가 별로 성질을 내지 않았다. 예습을 한 자도 하지 못해서 계속 버벅거렸는데 웬일인지 화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내가 버벅거릴 때마다 그저 한숨만 쉴 뿐이다. 얘가 오늘은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 예전 같았으면 마구 화내고 뭐라고 했을 텐데. 아다비아가 내가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고도 조용히 있는 게 이상하다. 오히려 오늘은 너무 친절했어. 예전 서점에 찾아와서 내 공부를 알려주던 때처럼 말이야. 이거 좋은 거 맞겠지? 마음의 안정을 조금 더 찾았다고 받아들여도 될까?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이 매우 좋다. 햇볕이 살짝 따갑다고 느낄 정도로 강하게 쏟아지고 있다. 멀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아마 평범한 일상이겠지. 괴..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8화

"자냐?" "아니. 그런데 왜 벌써 왔어?" "일찍 오면 안 돼?" "그건 아닌데."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이고가 왜 벌써 왔지? 평소 같으면 아직 올 시간이 아닌데. 오늘은 루즈카 집에 가서 별 일 없었나 보다. 아다비아도 어제 별 탈 없이 잘 보냈나 보네. 켈라자야는 맞은편 이고 자리에 누워 계속 자고 있다. 이고는 나와 켈라자야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내게 말 없이 따라 나오라고 손짓했다. 불안하다. 또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가슴 속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둥둥 친다. 이고 표정을 살펴보았다. 아냐, 표정이 나쁘지 않아. 뭔가 나쁜 일이 있어서 따라나오라고 하는 거 같지는 않은데? 그런데 왜 사람 불안하게시리 말없이 나오라고 손짓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이고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7화

날이 매일 조금씩 살짝살짝 더워지고 있다. 햇볕이 너무 좋다. 이제 곧 여름이구나. 오늘은 1116년 5월 19일. 작년 이맘때 나는 뭐 하고 있었더라? 지금과 너무 다른 과거라 불과 1년전 일인데 너무나 멀었던 과거 같다. 오늘부터 1년 전까지가 그 1년 전 오늘로부터 10년 전 오늘까지의 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 아다비아가 서점에 와서 나한테 공부를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 작년 이 즈음이었을 거다. 그리고 감비르가 저주술 수련을 시작한 것도 작년 이 즈음일 거구. 작년 이 즈음과 비교해 지금 가장 많이 변한 건 아다비아와 감비르다. 아다비아야 그렇다 쳐. 뮈젤 가서 뭔가 당해서 그렇게 변한 거니까. 아다비아가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잖아. 아다비아 눈을 칼로 그어버리고 얼굴을 엉망으..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6화

방 안으로 살살 들어오는 풀냄새 나는 어둠. 촛불이 바르르 흔들린다. 이제 5월 11일도 끝나간다. 바닥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잠들면 이 하루도 끝나버리겠지. 그러나 그렇게 곱게 잠들 수 있을까? 아다비아는 지금 이 시각 끝없는 절망에 시달리고 있고, 켈라자야는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 이게 모두 지금은 내가 신경써야할 것들. 둘 다 밤이면 얌전히 평화롭게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그런 너무나 사소한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적이라니...이러니 내가 지금 잠을 똑바로 잘 수가 없지. 진짜 미쳐버리겠네. 설마 아다비아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건 아니겠지? 켈라자야가 어둠 속에서 살해당하는 건 아니겠지? "이고, 자?" "어? 왜?" 진짜 방법이 그것 밖에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거 말고는 현실..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5화

룬 바사르와 에클레 마스라히의 장례식 행렬은 다행히 별 일 없이 끝났다.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였지만 별 거 없었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말이다. 오늘은 1116년 5월 8일. 4월 30일에 장례식 행렬이 있었으니 그로부터 8일째다. 이 도시에서는 누가 죽든 별 거 아닌 거야. 그저 죽었다는 사건이 일어날 때나 조금 시끄러운 거지. 상당히 높은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또 엄청나게 시끄러워질 줄 알았다. 폭동이라도 일어날 줄 알았지. 하지만 아무 것도 없어. 그런 인간이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야.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 중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서 밤하늘이 달라보이지 않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지금 날뛰면 공공의 적으로 몰려 모두가 죽이려고 덤벼들..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4화

이고는 루즈카 집에 갔다. 켈라자야는 활짝 웃으며 서점에 들어오더니 나를 향해 달려와 나를 꼭 껴안으며 지금 너무 기분이 좋다고 외쳤다. 왜 기분이 좋냐고 물어보니 마음이 너무 시원하다고만 말했다. 그때 라키사가 들어왔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가서 책을 펼쳤다. 켈라자야가 너무 들떠서 나한테 달려들어 나를 꽉 껴안았다는 것 말고는 다를 것 없는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였다. 이고에게 혹시 밤에 산책하고 왔냐고 물어보았다. 이고는 그때 안 자고 있었냐고 되물었다. 그건 아니고 상당히 복잡한 꿈을 꾸었는데, 그 속에서 누군가 이 서점에서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무슨 꿈이었는데?" "모르겠어. 내가 여럿으로 쪼개지고, 여럿이 모여 내가 되는..." "가끔 그럴 때 있잖아..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3화

오늘도 이 도시에서 많은 살인사건이 일어났어.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어. 모두가 이 모든 것이 저주술 때문이라고 하고 있어. 그렇지만 죽은 사람들 모두 저주술사에게 죽임을 당한 건 아니야. 저주술로 죽임을 당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일반적인 살인사건들도 있어.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이 모든 것이 저주술 때문이라고 외치고 있어. 이건 너무 억울해. 저주술사가 모두 살인에 미친 것도 아니고, 이 도시에서 죽어나가는 모두가 저주술에 당한 건 아니잖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어. 모두가 저주술사를 칭송하던 때가 바로 어제 같아. 그러나 우리들은 그 어제가 한없이 옛날 일처럼 느껴져. 마딜인 모두를 구원해준 저주술은 어느새 진짜 '저주스러운' 저주술이 되어가고 있어. 어째서 그렇게 흘..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2화

아디비아가 내게 원하는 건 대체 뭘까? 오늘은 1116년 4월 10일. 모두 같이 벚꽃놀이 다녀온지 벌써 7일이 흘렀다. 아다비아가 병문안 와주기를 바라지만 말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다는 것 같아서 그동안 병문안을 두 번 갔다. 그렇지만 병문안 갈 때마다 아다비아는 내게 성질을 내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다고, 뭐라도 말하면 지금 자기 상처주려고 작정한 거냐고 화냈다. 뭘 해도 무조건 성질내었다.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왜 아무 말 안 하냐고 따졌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헤어질 때 인사는 '이 멍청아, 다시는 오지 마!' 였다. 그 말대로 병문안 안 가면 또 병문안 안 왔다고 성질내겠지. 그냥 성질낼 사람이 필요한 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말하라구! 아다비아에게 뭘 해야 할 지 전혀..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1화

이고는 서점 문을 닫을 때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서점 문을 닫고 말없이 수레를 자리에 갖다 놓았다. 수레를 세우는 순간 이고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뭔가 안 좋은 이야기라도 들은 건가? 이고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별 일 없었어?" "응. 딱히." "블랑쉬블르가 한 판 했다면서?" "아...그거? 와히디야가 블랑쉬블르한테 오물덩어리라고 했다가 몇 대 맞았어." "진짜 무슨 미친놈 소굴이 되어가나." 이제 서점 문을 닫을 시간.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와히디야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안 좋은가보네. 좋을 리가 없겠지. 이 서점에서 시끄러운 일이 일어나는 걸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 그때 이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고가 와히디야를 서점에서 내쫓았을까? 예전에 치롤라와 바하르가 서점에서 저주술에..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10화

"또 시작인가? 이 미친놈들." 척추가 뽑힌 할머니의 시체. 가죽만 남아버린 시체도 보았고, 온몸이 터져 죽는 사람도 봤다. 이제는 사람의 목과 척추를 뽑아버리는 저주술.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순간이 선명히 기억난다. 잊을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너무나 어두운 밤이라 그 시체가 아주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낮에 봤다면 그 시뻘건 피와 하얀 뼈와 붉은 살이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았을 거다. 그랬다면 아마 꿈속에 그 할머니 시체가 등장했을 거다. 내 목을 뽑으려 들었을 수도 있다. 누가 그렇게 할머니를 죽인 걸까? 케르무크 말대로 그 할머니는 우르간 대제국군의 팔을 잡고 마딜인 여자와 즐기는 거 어떠냐고 했을 거다. 그래도 그것이 그렇게 척추까지 뽑아 죽일 정도로 잘못된 것일까? 우르..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9화

이고는 왜 책에 그렇게 빨간 줄을 많이 그어놓은 걸까? 심지어 전체를 빨간 잉크로 마구 그어놓은 페이지도 여럿 있었다. 책이 조금만 구겨지는 것도 매우 싫어하는 이고가 이렇게 해놓은 것이 정말 놀라웠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그런 줄 알았다. 이고가 그럴 리는 절대 없으니까. 누가 빌려갔다가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서 반납한 거 아닌가 했다. 책이 하도 지저분해져서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 대출해주지 못하고 방에 처박아놓은 거 아닌가 싶었다. "그거 내가 한 거야." "진짜? 왜?" "그냥 인상적인 부분들 표시해놓은 거야." "네가? 너 책장 조금만 구겨져도 엄청 싫어하잖아!" "그거야 이 서점 재산이 아니라 내 책이기도 하고...루즈카가 인상적인 부분은 줄 치면서 보라고 시켰어." "그래도...신기하네. 평..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8화

"이고, 나 부탁 하나 있어." 이고가 루즈카 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라키사가 이고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고는 무표정하게 라키사를 쳐다보았다. "뭔데?" "나 근무 시간 바꾸고 싶어." "근무 시간?" 라키사를 바라보았다. 라키사가 아침마다 서점에 온 지도 꽤 되었다. 학교가 문 닫은 이후부터일 거다. 그 즈음부터 나도, 라키사도 갈 곳이 아무 곳도 없어서 근무 시간 상관없이 매일 서점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야 여기서 사니까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집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라키사는 여기에서 살지 않는다. 일부러 항상 매일 아침 서점에 온다. 서점 와서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그래서 '근무 시간'이라는 것 자체를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근무 ..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7화

눈을 떠보니 방 안이 깜깜하다. 다시 자야겠다.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아직 동이 트려면 먼 거 같다. 지금 일어나봐야 할 것도 없겠지. 이 어둠 속에 우물로 가서 세수하고 물을 길어오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야. 그렇지만 잠이 안 온다. 이유없이 싱숭생숭하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머리 속이 복잡한 느낌이 든다. 뭔지 모를 엉망진창이 머리 속에 있어서 이것을 어디에서부터 손대야할지는 고사하고 이것이 대체 무엇인지 파악조차 안 되는 느낌. 잠이 깬 것도 아니고 들은 것도 아닌 애매한 느낌. 담배나 한 대 태우고 올까? 몸을 일으켰다. '이고 왜 안 자고 저러고 있어?' 어둠 속에서 보인 것은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이고였다.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안 자고 저러고 있는 거야? 내일도 ..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6화

'오늘도 라키사 안 오네.' 아다비아 문병을 다녀왔던 날 저녁, 라키사는 퇴근할 때 이고에게 몸이 안 좋아서 일을 잠시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고는 알았다고 이야기하고는 다 나으면 돌아오라고 이야기했다. 라키사가 일당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자 이고는 달력을 쳐다보았다. "이번달은 4주 있으니까 4일에 3일 해서 7일까지는 돈 그냥 줄께. 그렇지만 그거 넘어가면 어쩔 수 없지."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고 서점을 나간 이후 단 한 번도 서점에 안 오고 있다. 오늘은 2월 16일. 그날로부터 딱 2주일이 되는 날이다. 일주일이야 쉬어도 돈을 준다고 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벌써 2주일째다. 일주일 넘고 하루 이틀 정도는 그냥 많이 아픈가보다 했다. 그렇지만 열흘이 넘어가자 별별 생각이 다 들기 시..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5화

어떻게 하면 아다비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미 멀어버린 눈과 흉측해진 얼굴은 어떻게 해도 돌아올 수 없을 거다. 그러나 쿠룬나스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올 수는 있지 않을까? 예전 그 예쁘고 아름다웠던 아다비아의 얼굴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상처가 나아도 얼굴은 온통 흉터 투성이겠지. 괜찮아. 그런 건 지금 아다비아가 쿠룬나스 상태라는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문제다. "이고, 아다비아 얼굴, 루즈카가 그런 거야?" "응. 아마도." 이고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장부만 멍하니 들여다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꼭 그래야했을까?" "뭐를?" "그렇게 얼굴을 흉측하게 만들어야 했냐구." "지금 루즈카가 잘못했다는 거야?" "꼭 그건 아니지만..." 이고가 인상을 쓰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4화

자리에서 일어나 이고를 따라나섰다. 라키사와 켈라자야도 따라나왔다. 서점에서 나와보니 이고가 벽에 기대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슬쩍 우리를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허공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 연기만 빨아들인다. 대체 얼마나 안 좋은 일이기에 계속 저렇게 한숨만 내쉬며 담배만 태워대는 걸까? 차라리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계산대를 싹 다 뒤엎어버리고 난동을 부리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다. 이렇게 계속 조마조마해하며 이고 눈치를 살필 필요는 없을테니까.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를 숨겨야하는 것처럼 이고를 신경쓰는 것이 참 불편하다. 이고가 켈라자야를 바라보았다. "너는..." 말끝을 흐리고 다시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들이마신다. 켈라자야는 이고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고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3화

잠을 깊이 잘 수 없었다.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방을 둘러보았다. 이고는 오지 않았다. 진짜 이 도시를 휩쓸고 있는 광기의 희생자가 된 거 아니야?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깊이 잘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간다. 아다비아의 하얀 옷자락은 이 도시에 내리는 눈이 되고, 그 눈을 맞으며 쓰러진 사람들 옆을 걸어간다. 발자국 소리는 검은 물방울이 되어 켈라자야 손 위에 떨어진다. 켈라자야가 그 검은 물방울을 하늘로 흩뿌린다. 하늘이 검어지며 어둠이 세상을 뒤덮고, 그 속에서 가로등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가로등의 흔들리는 빛은 라키사의 입술이 되어 움직인다. 모두가 즐거웠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라키사의 떨리는 목소리는 뜨거운 햇살이 되어 땅으로 내..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2화

나는 추위에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거리에 눈이 쌓여 있는데 얇은 검은 바지와 반팔 셔츠를 걸치고 있다. 길을 걸어간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린다. 회색빛 하늘 아래에 나 홀로 있다. 그때 감비르가 나타난다. 너는 자신이 남자이자 여자라고 생각하지. 많은 훈련을 거쳐서 이제 육체적으로도 남자이자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너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너와 같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똑같이 저주술을 수련하고 진정한 자유와 평화, 진리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가 이 마딜 땅 자체를 증오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차마 강요까지는 하지 못한다. 너는 생각한다. 내게 꾸준히 너의 그 모습을 보여주다보면 내가 점점 익숙해지고 조금씩 마음이 변해가겠지. 어느 순간 너와 나는 같은 ..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3장 01화

"이 아침에 누구야?" 누군가 아침부터 창문을 두드려댄다. 이고는 아예 이 소리를 못 듣는지 그냥 잔다. 오늘 서점 쉬는 날인데 누가 이렇게 새해 첫날부터 문을 두드려대는 거야? 이불에서 기어나왔다. 찬 공기가 온 몸을 덮친다. 새해 아침만이라도 내 체온으로 따스하게 데워진 이불 속에서 느긋하게 보내려 했는데 아침부터 누군가 방해한다. 새해 아침은 가족들과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떤 파탄난 가족이길래 아침부터 서점 창문을 두드려대는 거야? "누구세요!" 창문을 활짝 열었다. 검은색 긴 머리. 첫눈처럼 창백한 얼굴. 그리고 살며시 번지는 미소. 양손으로 두 눈을 비볐다. "아다비아!" 아다비아가 아무 소리 없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기다려!" 방문을 열고 서점 문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고 나..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20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예상했던대로였다. 좋아진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그래도 너무 아쉽다. 그래도 연말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즐거운 일이 있지 않까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애초에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다. 보기 좋게 그 기대는 헛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불꽃놀이 없는 연말이라니..." 이고가 한숨을 내쉬며 바닥만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다보니 정부에서 연말의 불꽃놀이를 금지시켰다. 이해는 한다. 불꽃놀이가 발생하는 동안 어떤 미친놈이 무슨 짓을 벌여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일지 모르니까. 이제는 길거리의 모든 것이 위험하잖아. 이 서점 밖은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19화

이렇게 올해가 끝나는 걸까? 참 우울하다. 벌써 12월 16일이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이제 보름만 더 지나면 올해도 끝난다. 이렇게 우울한 12월이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길거리에 웃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모두가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그럴 만도 하지. 누가 어디에서 무슨 미친짓을 할 지 모르는 상황인데. 일반인도 죽어나가고 경찰도 죽어나가고 군인도 죽어나간다. 낮에도 사람이 죽어나가고 밤에도 사람이 죽어나간다. 왜 그런 일이 터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사람들은 죽어갈 뿐이다. 왜 사람이 폭발해 죽는지, 스스로 자살을 하는지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단지 그런 일이 도처에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발생하고 있을 뿐이다. 바하르가 서점에 안 온 지 꽤 되었다. 전에는 밤에 종종 ..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18화

"이제 11월도 며칠 안 남았네." 이고가 달력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은 11월 25일. 이제 5일만 더 지나가면 올해의 마지막 달이 찾아온다. 12월이 되면 상황은 지금보다 나아질까? 매일 사람들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민간인만 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경찰, 군인들도 죽어나간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밤에만 사람들이 살해당한다는 점이다. 백주대낮에 사건이 터진 것은 라키사와 내성으로 놀러갔을 때 정도다.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리기는 하지만 자주 들리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거야 혼자 죽는 것이니 그 장면이 충격적이어서 문제지, 그 자체가 그렇게까지 공포스럽지는 않다. 오늘 라키사는 집에서 쉰다. 어제 몸이 별로 안 좋아보였다. 계속 코를 훌쩍이고..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17화

다행히 오늘은 별 일 없었다. 정확히는 우리들에게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계속 사건이 터지고 있다. 서점에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 그리고 찻집과 거리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여기저기에서 사람이 터지는 식으로 자살하고 쿠룬나스에게 당한 시체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시장 쪽과 내성 근처에서 그런 사건이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몇 명씩 그렇게 죽어간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 다 그렇게 죽어야 이 저주받은 일상이 끝날 건가? 이고는 책 수거를 하러 나갔다. 오늘은 루즈카 집에 잠시 들렀다 올 거니 저녁은 알아서 챙겨먹으라고 했다. 지금 서점에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 이럴 때 쿠룬나스가 나타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나 말고도..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16화

추워서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까지도 이고는 화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정도면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견딜만 하다고 한다. 이게 뭐가 견딜만한 기온이야? 자다가 얼어죽는줄 알았구만. 전에 켈라자야와 라키사를 서점에서 재웠을 때도 밤공기가 차가워서 넷이서 한 방에서 잤잖아. 이제 화로에 불을 때도 될 것 같은데 이고는 화로에 불을 지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역시 추위는 너무 싫어. 루즈카랑 블랑쉬블르는 따스한 방에서 자고 있겠지? 더운 건 다 똑같지만 추운 건 돈 없으면 더 춥다. 지난해에는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겨울에 서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겨울에 정말 잘 사는 애들 집에 놀러갔을 때 그 집이 유독 따스하다고 느꼈을 뿐이지. 그런데 올해는 벌써부터 다르다. 돈 아껴야한다고 불을 지..

[자작 판타지 소설] 기적과 저주 - 2장 15화

평화롭게 하루가 흘러갔다. 서점 문을 닫은 후 저녁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같이 서점에서 숨죽이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날. 라키사는 아다비아와 내가 데이트를 했다고 시샘했다. 그건 분명히 데이트가 아니었는데...오해를 풀려면 라키사에게도 밥을 한 번 사줘야겠지? 라키사에게 그것이 오해였다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밥을 한 번 사주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다. 라키사는 이것을 데이트 신청으로 받아들일까? 그래도 그렇게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나 내일 라키사랑 일 쉬어도 돼?" "내일? 왜? 라키사는 아까 아무 말 없던데." "내일 라키사랑 밥 같이 먹고 올까 해서." "오! 드디어 라키사한테 데이트 신청이야?" "아니야, 그런 거." 이고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