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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소설 한 톨의 밀알 - 응구기 와 시옹오, 들녘

좀좀이 2025. 3. 2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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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소설책은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인 케냐 소설로, 응구기 와 시옹오가 쓴 한 톨의 밀알이에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은 들녘에서 출판된 책이에요.

 

"다음에는 어떤 소설 읽어볼까?"

 

발칸유럽 알바니아 소설인 이스마일 카다레의 잘못된 만찬을 다 읽은 후였어요.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고 다른 책을 빌려오기로 했어요. 이번에도 외국 소설을 빌려와서 읽어볼 생각이었어요.

 

"어느 나라 소설 읽지?"

 

어떤 나라의 소설을 읽어볼지 고민했어요. 저는 작가는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 하더라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도 있고, 정말 싫어하는 작품도 있어요. 그래서 어떤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보겠다는 스타일의 독서는 저와 매우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외국 소설을 고를 때는 작가를 보고 고르기 보다는 우선 어떤 나라의 소설을 읽고 싶은지부터 정해요.

 

일단 무조건 제가 거르는 장르가 있기는 해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 장르는 SF물과 추리물이에요. SF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런 세계관 자체를 안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기계 쪽을 별로 안 좋아해요. 그리고 추리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제가 선호하는 스토리는 생각 없이 쭉 따라읽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자꾸 머리 쓰게 만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게다가 어떤 책이든 결말부터 읽은 후 맨 앞을 읽는 편인데, 추리물은 이렇게 읽으면 범인 다 아니까 재미가 없어요. 추리물은 결과 미리 알고 봐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대신 읽는 내내 소설 속 인물들에게 범인은 누구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스포일러 본능이 끓어올라요. 즉, 엄청 답답해요. 그래서 SF물과 추리물은 제가 정말 싫어해요. 아예 손도 안 대요.

 

그래서 어떤 나라의 소설을 읽을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SF물과 추리물은 무조건 거르기로 했어요. 그 다음에 어떤 소설을 빌려와서 읽을지 찾아보고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아프리카 소설?

 

내가 아프리카 소설은 썩 안 좋아해.

 

그때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장르에서는 SF물과 추리물을 정말 싫어해요. 세계 각 지역별 문학으로 보면 제가 제일 안 좋아하는 지역 문학이 바로 아프리카 문학이에요.

 

아프리카 문학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특유의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이게 극복이 참 어려워요.

 

코드가 안 맞는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문화적으로 거리가 너무 멀어요. 물론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 정도는 인지도가 매우 높아요. 누구나 다 한 번은 들어봤을 세렝게티 평원이 있잖아요. 그러나 이거 제외하면 진짜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에요. 문학 뿐만 아니라 음악, 음식 등 문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서 아프리카는 우리나라와 거리가 제일 멀어요.

 

이러다 보니 아프리카 문학은 읽을 때마다 참 힘들어요. 이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부분이 전혀 안 닿고, 공감 형성이 참 안 되요. 작가가 웃기려고 한 부분에서 같이 웃어야 하고, 작가가 무섭게 하려고 할 때 같이 무서워해야 소설이 부드럽게 읽히고 재미있는데, 아프리카 문학은 이게 참 어려워요.

 

게다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일이 꽤 있어요. 별 거 아닌 것조차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게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서 '푸푸를 먹었다'라고 하면 이게 뭘 먹은 건지, 어떤 상황의 음식 섭취인지 전혀 감이 안 와요. 이래서 아프리카 문학은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워낙 한국과 거리가 먼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의 벽이 가장 높아요.

 

"아프리카 소설 읽어볼까?"

 

아프리카 소설은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없었어요. 그래서 참 손이 안 가는 지역 문학이었어요. 그래서 이왕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의욕이 있을 때 아프리카 문학을 읽어보기로 했어요.

 

"어떤 거 읽지?"

 

아프리카 문학을 찾아봤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이 있었어요.

 

"이거 읽어야겠다."

 

도서관으로 갔어요. 전에 빌려온 책을 반납하고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을 빌려왔어요.

 

아프리카 케냐 작가인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책 표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표지는 아래에는 분홍색 땅에 식물이 자라나 있고, 위에는 노란 하늘이 그려져 있어요. 그리고 흑인의 손을 쥐고 있는 하얀 손이 그려져 있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는 케냐 작가에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에요. 응구기 와 시옹오 Ngugi wa Thiong'o는 1938년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의 리무루에서 태어났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는 기독교를 믿으며 자라났지만, 케냐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영어와 기독교를 배척하고, 이름도 '제임스 응구기'에서 아프리카식 이름인 '응구기 와 시옹오'로 개명했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는 주로 식민지에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벌어지는 탄압과 핍박,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 그리고 식민지 이후의 개인적인 삶의 갈등과 모순을 주요 소재로 삼아 작품을 집필했어요.

 

 

제가 읽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번역자는 왕은철이었어요.

 

 

제가 읽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은 2012년 3월 23일에 중판 1쇄된 책이에요. 출판사는 도서출판 들녘이에요.

 

제가 읽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ISBN은 978-89-7527-600-2에요.

 

먼저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알고 있어야 하는 배경지식이 있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을 읽기 전에 갖춰야 할 배경지식

 

1. 케냐는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2. 영국령 케냐에서는 1952년부터 1960년까지 마우마우 봉기가 있었다. 마우마우 봉기는 케냐 토지자유군 (KLFA, 마우마우라고도 함)과 영국 당국 사이 에서 일어난 전쟁이었다.

3. 케냐는 1963년 12월 12일에 독립했다. 독립을 '우후루'라고 한다.

4. 영국령 케냐에서 지배계층은 영국인이었고, 이들을 따라 인도인들도 많이 유입되었다. 흑인들은 많은 부분에서 소외되었다.

 

이 정도는 일단 알고 읽기 시작해야 해요.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는 하지만, 미리 알고 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을 때 좋아요. 위에서 말했지만 아프리카 소설은 한국과 문화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는 소설 내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쉬운 소설도 문화적 차이 때문에 잘 안 읽히는 특징이 있어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은 아프리카 소설 중에서는 그래도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대신에 '영국은 선진국, 영국은 좋은 나라, 인권과 평등과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읽어야 쉽게 읽혀요. 이 선입견이 제3세계 문학-특히 아프리카 문학을 읽을 때 상당히 방해되는 부분이며 장애물이기도 해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감상

 

먼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의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흑인 농부인 무고는 정치 및 해방운동에 '무관심'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일만 하며 사는 농부에요. 하지만 무고는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고, 거기에서 온갖 고초를 당했어요. 가장 악명 높았던 리라 수용소에 수감된 무고는 '사실대로' 마우마우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게 오히려 자백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오해받아 고문을 받았어요. 무고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고 고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 모습이 리라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다른 수감자들에게 '영웅적인 모습'로 받아들여지며 무고는 사람들에게 독립운동 영웅으로 여겨졌어요.

 

이렇게 독립운동과 거리를 두었지만 졸지에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던 무고는 자신의 일에만 신경쓰며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독립운동 투사인 키히카가 자신의 집에 몸을 숨겨달라고 찾아왔어요. 무고는 키히카를 숨겨주면 자신도 마우마우에 연루되어 처벌당할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키히카가 은신해 있는 곳을 밀고했어요. 키히카는 체포되어 교수형을 당했어요.

 

사람들은 키히키의 은신처를 밀고한 사람이 백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카란자라고 추측했어요. 무고는 자신이 키히카의 은신처를 밀고한 사실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면 카란자가 뒤집어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계속 괴로워했어요.

 

이후 우후루(독립)이 찾아왔고, 독립 연설일이 되었어요. 이때 몇몇 사람들이 영국 편에 서서 백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카란자를 독립운동가 키히카를 밀고해 체포당하게 만든 자로 몰아서 공개적으로 죽일 계획을 세웠어요. 독립 연설일에서 독립운동가 키히카를 밀고한 자는 단상 위로 올라와서 자수하라고 하자, 모두의 예상과 달리 무고가 단상 위로 올라와 자신이 키히카가 은신해 있던 곳을 밀고한 자라고 자백했어요.

 

이후 무고는 체포되어 사라졌고,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일구기 위해 살아간다는 내용이에요.

 

소설은 무고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인물들의 비중도 상당히 높아요. 그리고 종종 플래시백으로 과거를 보여줘요. 그래서 아프리카 소설 중에서는 읽기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해요. 플래시백을 이용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려주거든요. '마우마우'에 대해 비밀 독립운동 조직 정도로 여기며 읽으면 그렇게까지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문제는 크게 겪지 않아요.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에 대한 저의 감상은 다음과 같아요.

 

아프리카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 개인적인 감상

 

1. 서구화 및 근대화의 모순

 

가장 먼저 제가 눈여겨보고 주의 깊게 본 부분은 바로 서구화 및 근대화의 모순이에요. 분명히 서구화가 되고 근대화가 되고 사회가 발전하면 더 좋아져야 하는 삶인데, 전통사회가 파괴되며 오히려 과거보다 못한 삶이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거든요. '옛날이 차라리 나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이는 우리의 현재 삶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구요. 분명히 한국 사회는 과거에 비해 매우 살기 좋아졌어요. 과거에 대한 미화가 없다면 과거는 오히려 더 살기 불편하고 나빴구요. 과거 미화가 일어나는 것은 그 당시에는 그게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았거나, 대충 덮고 넘어가거나 얼레벌레 지나갔거나, 알려질 길이 없었기 때문에 잊혀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히려 꽤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과거가 차라리 나았다는 말을 종종 해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예 모순을 일으키는 현상도 있어요. 이 소설에서는 '기독교'가 꽤 많이 등장해요. 전통 종교를 버리고 기독교를 믿는데,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과 현실은 정반대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요. 백인들이 기독교를 전파했는데, 정작 백인들과 흑인들의 관계를 보면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관계가 아니라 반기독교적인 차별과 박탈, 소외가 넘쳐나요. 여기에서 괴리가 발생해요. 백인들이 좋은 것이라고 기독교를 전파해서 기독교를 믿는데, 정작 기독교를 전파한 백인들은 전혀 기독교에서 말하는 도덕적인 모습이 아니에요. 이 괴리는 분노로 이어지고 저항으로 이어져요.

 

이와 같은 모순은 탈식민지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에요.

 

2. 정치 상황 속의 인간

 

모든 인간이 정치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고, 권력을 탐하는가? 아니에요. 정치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고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이 다수는 아니에요. 대부분은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일궈나가는 데에 관심있지, 국가를 어떻게 다스리고, 권력을 누가 갖는 등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어요. 때에 따라 자신의 삶에만 관심있던 인간들이 정치에 매우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격렬히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는 권력 쟁취 욕구가 폭발한 게 아니라 평소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정치 행위'라는 행위로 폭발한 거에요.

 

하지만 아무리 정치에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것만 하고 싶어해도 이런 상황에 휩쓸리게 되는 일도 있어요. 우리 일상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서 별 생각 없이 식당에 밥 먹으러 갔는데 식당 주인이 특정 정당의 열렬한 지지자이고, 뉴스 보다가 본인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열변을 토해서 대충 귀찮으니까 맞장구쳐준 것 뿐이었는데 이게 주변인들에게 알려지며 본인도 특정 정당의 열렬한 지지자로 오해받는 일 같은 거요.

 

그런데 정치 상황이 정말 혼란스러워지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고 매우 격하고 정도가 심하게 본의 아니게 엮여버리는 일이 있어요. 본인의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 '되어 있더라'인 상황이 벌어져요. 또한 하필 자기에게 그런 일이 찾아와서 재앙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구요.

 

소설 속 인물 무고가 바로 이런 시대적 상황에 휩쓸린 평범한 인간이에요. 무고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의 삶을 평범히 살고 싶어했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마우마우 전쟁에서 체포되어 가장 악명 높았던 리라 수용소로 끌려갔어요. 수용소에서 무고는 심문 받을 때 자신은 '맹세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어요. 이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었어요. 하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는 것만으로 자백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여겨져 혹독하게 고문당했어요. 무고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신음 소리도 안 내며 고문을 받았고, 이는 다른 수감자들에게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춰졌어요. 진실을 말했는데도 고문하니 될 대로 되라고, 죽이려면 죽이라고 자포자기해서 신음 소리도 안 낸 거였는데 이게 오히려 독립운동 행위로 보여진 거에요.

 

또한 독립운동가 키히카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것은 무고가 키히카를 초대한 게 아니에요. 키히카가 찾아온 거에요. 키히카가 왜 하필 무고의 집에 찾아왔는가? 키히카는 아마 리라 수용소에서의 무고의 모습에 대한 증언들로 무고가 독립운동에 찬동하는 입장의 인물이라 여겼기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무고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대재앙이 찾아온 거에 불과했어요. 무고는 그런 정치적 행위에 신경을 전혀 안 쓰는 인물이었고, 그런 걸 하지도 않은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졸지에 독립운동가를 숨겨준 인간이 되는 상황을 '당하게' 된 거에요. 만약 후에 키히카를 숨겨준 것이 적발된다면 본인은 사형까지도 각오해야 했어요. 아무리 무고가 정치와 상관없이 살아도 세상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고, 무고는 엮여버렸어요.

 

3. 진정한 해방의 의미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주제는 바로 진정한 해방의 의미에요. 무고는 독립기념일 모임에서 독립운동가 키히카의 은신처를 밀고해서 그를 사형당하게 만든 인물은 나와서 자백하라고 할 때 자신이 했다고 자수했어요. 이 때 무고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다른 인물이 범인으로 몰려서 죽임을 당했을 거고, 키히카에 대한 밀고에 대한 응징은 그렇게 영원히 끝났을 거였어요. 하지만 무고는 자신이 했다고 자수했어요. 독립운동에서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춰져 전혀 의심받지 않았던 그였음에도 불구하구요. 그리고 이후 도망칠 기회도 있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체포되었어요.

 

반면 기코뇨와 카란자는 소설 안에서는 계속 괴로워해요. 이들 역시 독립운동을 하는 동족을 배신한 적이 있지만, 그에 대해 제대로 자수하지는 않았어요.

 

즉, 진정한 해방이란 외형적인 해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해방'이 이뤄져야 완수됨을 보여주고 있어요. 작게는 자신의 상황에서의 탈출로부터 크게 보면 한 민족, 한 국가의 새로운 변화, 해방 등에 대해 자신의 내적으로 고통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주어진 처분을 받으며 홀가분해짐을 느낄 때 진정한 해방이 이뤄진다는 의미에요.

 

그러나 '내면의 해방'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현실은 오히려 과거에 있었던 잘못을 드러내지 않고 덮고 가는 게 더 나은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요. 이 소설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와요. 무고는 자신이 키히카의 은신처를 밀고했음을 자수해 내면의 해방을 이뤘지만, 체포되어 판결을 받고 사라졌어요. 카란자는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서 거기에서 새로운 삶을 살 거고, 기코뇨도 해방 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일궈나갈 거에요. 작가도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아프리카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은 아프리카 문학 중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질감이 낮은 편이고 작가가 이 소설의 배경과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내용 자체만 본다면 한국인들에게 꽤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프리카 문학을 처음 읽는다면 아프리카 문학 입문서로 읽기 좋은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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