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2014. 7. 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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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육지 올라와서 정말정말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논'이었어요. 제주도에 있는 동안 논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한국지리를 배우자마자 배우는 것 중 하나가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물빠짐이 좋아서 논 농사에는 적합하지 않다'였거든요. 이것을 언제 처음 학교에서 배웠는지 생각해보면 아마 국민학교 3학년 때였을 거에요. 제가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국민학교 대신 초등학교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지요. 초등학교 3학년때 전국에서 각 도 단위로 자신들의 도에 대해 배우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문제집, 전과에서 그 부분은 특별 부분으로 별책 부록처럼 따로 제작되었는데, 제주도는 워낙 사람이 적으니 어버버 대다가는 그 특별 부분이 떨어져버려서 무슨 증을 받아서 최악의 경우 보름 정도 뒤에야 증을 가지고 가서 받아올 수 있었지요. 어쨌든 그때 처음 이 내용을 배웠어요. 이때만 해도 제주도에 보물은 관덕정, 사적은 삼성혈 밖에 없고, 그 외에 주목할 것이라고는 빌레못동굴에서 발견된 곰뼈 정도였어요.


참고로 현재 제주도에 국보는 없고, 제주도에 있는 보물과 사적은 다음과 같아요.


보물

322호 제주 관덕정

547-2호 김정희 종가 유물 일괄

569-24 안중근의사유묵-천여불수반수기앙이

652-2 이형상 수고본-악학편고

1187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

1510 최익현초상


사적

134 제주 삼성혈

380 제주목관아

396 제주 항파두리 항몽 유적

412 제주 고산리 유적

416 제주 삼양동 유적

487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

522 제주 용담동 유적


각 고장에 있는 문화재 검색은 여기에서 할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벼 = 논에서 자라는 식물' 이었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게다가 교과서에도 그렇게 나오니 당연히 제주도에서 벼가 자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한참 뒤에야 알았지만 제주도에도 논이 몇 곳 있기는 해요.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하논'이라는 곳은 선사시대부터 진짜로 논농사로 벼를 재배하던 곳이고, 제주시 동부 종달리 쪽에서는 염전을 논으로 바꾸어 벼농사를 짓는 곳도 있어요. 그리고 제주도 서부에도 논이 있다고 했었지요.


제주도에 논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생산되는 쌀은 아무리 최대한 뻥을 치고 과장한다고 해도 지금 제주도 사람은 고사하고 조선시대 제주도 사람들의 벼에 대한 수요조차 충족시키기에 형편없이 부족한 양이에요. 그래서 육지 사람들이 보고 경악하는 문화인 '제사상에 빵 올리는 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이지요. 서양식 제빵기술이 들어오기 전에는 오늘날 제주도 제사상에서 빵이 올라가는 자리에 잡곡으로 빚은 떡을 올렸다고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빵이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심지어는 육지에서는 절대 제사상에 올려서는 안 되는 팥이 들어가 있는 단팥빵도 올라가고 초코파이도 올라가고 하지요. 명절 때에는 카스테라를 잘 올려요. 그래서 명절 때 빵집에서는 커다란 떡판에 구운 차례용 큰 카스텔라를 팔아요. 맛은 그냥 카스테라랑 똑같아요. 어렸을 적 명절 연휴 중 명절 당일의 전날 동문시장을 가 보면 이 차례용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 빵집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었어요.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정말 극히 일부 지역 외에는 아예 벼농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까요? 그것에 대한 대답은 '틀렸다'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밭에서 벼를 재배해요. 워낙 다른 잡곡 재배를 많이 해서 별로 눈에 띄이지도 않고 비중도 적을 뿐이지, 밭에서 벼도 재배한답니다. 이런 제주도에서 재배하는 밭벼를 '산디' 라고 해요. 제주도 시장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밭벼 농사로 재배해 수확한 쌀은 다른 지역 논에서 재배한 쌀과 조금 다르다고는 하지만 (종이 다르니 조금 다를 수 밖에 없지요) 엄연한 쌀이랍니다.


밭벼는 제주도에서 최근에 재배하기 시작한 벼가 아니라 옛날부터 재배하던 벼랍니다. 제주도에서 벼농사가 아예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고, 벼농사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타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 농사 = 벼 농사'가 아니라 '논 농사로 재배한 벼 < 밭 농사로 재배한 벼'이고, 별 관심 없이 지나가다보면 어차피 다 밭이니까 벼가 심어져 있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2009년 8월 17일 제주일보 기사를 보면 당시 제주도 벼 재배면적은 총 1333㏊인데, 논벼 재배면적은 불과 2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즉 1333ha 중 1308ha는 밭벼, 25ha는 논벼였다는 것이지요. 단, 이 통계는 어디까지나 제주에서도 벼농사를 지으며, 주로 밭벼 농사를 많이 짓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아직도 저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요. 이는 논과 밭의 차이인데, 밭의 경우 뿌리는 씨앗만 바꾸어주면 되거든요. 만약 벼농사로 재미를 못 본다고 생각이 들면 다음해에 그 자리에 다른 작물을 심어버리면 되기 때문에 밭벼 면적은 크게 달라졌을 수 있어요.


이번 7월 중순에 제주도 내려가서 밭벼 사진을 찍어왔어요. 제가 사진을 찍은 곳은 제주시 서부 끝인 한경면이에요.





이왕이면 이삭이 팬 모습을 찍어서 이것이 벼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에서 7월에 이삭이 팬 벼는 없지요. 사진을 보면 분명 벼인데 밭에 심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논인데 날이 가물어서 저렇게 된 것 절대 아니에요. 원래부터 밭이랍니다.




이렇게 벼밭이 있지요. 하지만 벼밭이 아주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었답니다. 벼가 다른 잡곡보다 상품성이 좋다면 이 밭을 모두 벼가 뒤덮고 있었겠지만 잡곡 및 밭작물이 벼보다 상품성이 더 좋거든요. 옛날부터 제주도에서는 밭 한 켠에 이렇게 밭벼를 심어서 재배했다고 해요.




당산봉에서 내려다본 제주도 서부 들판이에요. 경지 가운데 크레파스 초록색 처럼 가장 진한 초록색 사각형이 몇 개 있는데, 그곳이 바로 벼를 재배하고 있는 밭이랍니다.


밭 가운데 흙빛인 곳은 이제 무언가 심을 곳이지요. 예...7월은 인문사회문화 구경을 위해서는 매우 안 좋은 달이에요. 사실 이것은 꼭 제주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요. 우리나라 이곳저곳 돌아다녀본 결과 7월은 농업, 어업 모두 애매한 달이에요. 그냥 보릿고개 넘어가서 먹을 게 있는 달이라고 하면 딱 맞을 듯 해요. 이는 자연적 요인과도 상관이 있는데,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우리나라는 장마 기간이지요. 이 장마 기간을 전후로 하여 먹거리가 많이 달라진답니다. 그래서 인문환경 구경을 위해 우리나라 여행할 때 7월은 6월보다도 재미없는 달이지요.


제주도에서도 벼농사 해요. 그리고 원래부터 쌀이 생산되지 않던 곳도 아니고, 쌀이 아예 없던 곳도 아니에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쌀이 매우 적게 생산되는 지역'이라고 해야 맞답니다. 그리고 제주어로 쌀밥을 '곤밥'이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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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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