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1990년대 제주시 시내버스 이야기

좀좀이 2014. 8. 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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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 제주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기는 1990년 부터에요. 1980년대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라 기억나는 장면들은 있는데 정확히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정말로 어렸을 때에는 버스에 차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내릴 때 차장에게 돈을 주고 내려야 했어요. 어머니께서 제게 버스비를 주시고 그것을 차장 누나에게 건네주게 해보셨던 것은 어렴풋 기억나요. 하지만 당연히 이게 몇 살 때 기억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정말 어렸을 때였어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내버스를 타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학교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이때는 승차권을 내고 버스를 탔어요.




이렇게 왼족에는 시내버스가, 오른쪽에는 관덕정이 그려진 디자인이었어요. 초등학생까지는 어린이용, 중고등학생은 학생용, 그리고 일반용으로 구분되어 있었어요. 승차권은 2004년까지 사용되었다고 해요.


1990년대 초반에 시내버스 색상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빨간색이었고, 하나는 파란색이었죠. 그리고 버스의 앞과 옆에는 운행노선이 인쇄되어 있는 하얀 플라스틱판을 끼우는 곳이 있었어요.




노선 번호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노선 이름에 적혀있던 것들은 지금 기억하기로는 다음과 같아요.


신제주, 농고 (제주관광고), 정실, 고성, 하귀, 수근동, 사수동, 성화, 성화부락, 삼양, 화북, 조천, 함덕, 봉개, 회천, 명도암, 용강, 부두, 여고 (제주여고), 제대 (제주대학교), 월평, 공업단지, 양잠단지, 축산단지


외도, 도두, 도평, 도련, 영평이 노선 번호로 적혀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어요.




주요 정거장에서 신제주에서 용담 들어가는 버스는 '서파'가 적혀 있었어요. '서파'는 서문파출소의 줄인말. 위에서 터미널은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제원은 제원아파트에요. 농고라고 적혀 있는 버스는 제주농고 - 지금의 제주관광고를 지칭하는 것이었어요.


신제주는 노선명은 신제주인데, 노선이 4개였어요. 첫 번째는 정류장 마지막 칸에 '의료원'이라고 적혀 있는 노선.





이것은 제주시 연동 한라의료원 앞으로 가는 노선으로, 지금도 신제주 버스 상당수가 이쪽으로 가지요. 노선명이 신제주인 버스들은 일단 신제주로타리까지 오는데, 이 노선은 신제주로타리에서 가장 먼저 운행 코스가 달라졌어요. 신제주로타리에서 직진해서 연동사거리로 간 후, 여기에서 그랜드사거리까지 쭉 내려가서 우회전해서 제원아파트를 지나 삼무공원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 코스였죠.


두 번째는 정류장 마지막 칸에 '그랜드' 라고 적혀 있는 노선.




이것은 제원아파트에서 그랜드호텔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노형로타리로 쭉 내려가는 버스였어요.


세 번째는 정류장 마지막 칸에 '미림주택'이라고 적혀 있는 노선.




이 노선은 신제주-그랜드 노선과 같이 오다가 그랜드호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연동사거리까지 올라간 후, 신제주초등학교쪽에서 우회전을 해서 쭉 내려오는 노선으로, 신제주초교에서 우회전해서 달리는 길은 소방도로였어요.


이것이 신제주 노선의 주요 세 개 노선이었어요. 이 신제주 노선들 가운데에는 마지막 정류장이 '농고'라고 적혀 있는 것도 있었는데, 이것은 버스가 제주농고 (현 제주관광고)까지 간다는 의미였어요. 그러니까 원래 종점에서 조금 더 올라간다는 의미였죠.


그런데 위에서 제가 신제주 노선은 4개 노선이었다고 적었어요. 그 이유는...




정류장 마지막 칸에 '정실'이라고 적혀 있는 신제주 노선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어요. 다른 세 노선은 어쨌든 제주제일고등학교에서는 만나는데, 이 노선은 엉뚱한 방향으로 쭉 가버렸고, 제주제일고등학교쪽으로는 아예 오지도 않는 노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제주일고쪽으로 가는데 '신제주'만 믿고 탔다가 신제주초교 즈음에서 소방도로로 우회전하지 버스가 직진해버리면 그 때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 더욱이 그때는 연북로가 뚫리기 전이었거든요. 한 번 정실쪽으로 빠지면 왔던 길을 그대로 걸어내려와야 했어요. 이 노선은 버스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했다가는 걸려버리는 함정과 같은 버스였어요.


제주시외터미널에서 구제주에 있는 동문로터리로 가는 버스길은 역시 크게 세 가지 길이 있었어요. 


먼저 서사로 길이 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광양로터리를 거쳐 중앙로로 빠지는 길이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상업의 중심지는 중앙로 및 동문로터리 일대였어요. 그래서 이 길로 가는 노선은 부모님과 함께 상당히 많이 탔지요.




마지막으로 제주시청앞에서 인제사거리까지 쭉 직진해서 뺑 돌아서 가는 길이 있었어요. 터미널에서 동문로터리 가는데 이 버스는 워낙 크게 돌아가고 인제 지역이 차가 잘 막히는 곳이라 빨리 버스에 앉고 싶다는 생각 뿐이 아니라면 절대 동문로터리를 가기 위해서는 타지 않는 버스길이였지요.


보통 맨 처음을 '서사로', 두 번째를 '광양', 세 번째를 '인제'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신제주에서 여중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등학교가 제주신성여자고등학교였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버스 길과 관련이 있었어요. 지금은 신성여고가 다른 곳으로 학교를 옮겼지만, 예전에는 '도남'이라고 부르는 곳에 있었어요. 도남이 어디냐 하면 위 지도에서 제주시청의 왼편 - 큰 길 건너편이에요. 신제주 사는 여중생 입장에서 신제주에서 통학하기에는 남녀공학인 남녕고를 제외하면 교통상으로는 신성여고가 가장 좋았지요. 1990년대 중반에는 신제주에서 일도지구로 가는 버스 노선인 92번이 생기면서 제주중앙여고도 신제주 거주 여중생이 선호하는 학교가 되었어요. 신제주 거주 여중생들 입장에서 교통은 남녕고가 제일 좋기는 하지만 남녕고는 남녀공학이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제주사대부고는 남녀공학에 신제주에서는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에 위치해서 인기가 매우 나빴고, 제주여고는 나름 전통있는 명문학교라 선호도는 좋았지만 교통은 여고 및 제대 버스 외에는 갈 방법이 없어서 인기가 매우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1990년대에만 해도 남중, 남자 일반계 고교는 신제주와 구제주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던 반면, 여중, 여자 일반계 고교는 구제주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학교 선호는 버스 노선들과 많은 관련이 있었어요. 참고로 이때만 해도 제주시에 남녀공학 중학교는 제주서중학교와 제주동중학교 뿐이었고, 남녀공학 인문계 고등학교는 남녕고등학교와 제주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뿐이었지요.


시내버스는 이렇게 생겼었어요.



출처 : http://m.blog.daum.net/kjh1114biog/7483162



출처 : http://blog.daum.net/kjh1114biog/7483158


저 사진 속 버스 간판은 노란색인데, 저것은 1990년대 중후반에 나온 것이에요.


1990년대 중반에는 일도지구가 개발되면서 그쪽으로 가는 노선이 신설되었고, 후반에 들어가면서 시내버스 노선들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신제주' 노선 중 '그랜드 노선'과 '미림주택 노선'은 정리되었고, 그 외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버스 디자인도 바뀌었구요.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연동3차지구가 2000년대 초에 완성되고, 시내버스를 운영하던 대화여객과 한일여객이 망하면서 버스노선이 크게 바뀌었어요. 참고로 공항버스 디자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좌석버스는 풀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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