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이집트

이집트 1학년 2학기 아랍어 교과서

좀좀이 2013. 6. 25. 08:15
728x90

지난 번 이집트 1학년 1학기 아랍어 교과서 (http://zomzom.tistory.com/695) 에 이은 이집트 1학년 2학기 아랍어 교과서에 대한 글이에요.


지난 번에 1학년 1학기 아랍어 교과서에서는 글자를 익히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었죠. 그리고 역시나 글자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이집트의 1학년 1학기 아랍어 교과서의 핵심 목표가 아랍 문자 습득이기는 하지만, 저 글을 쓸 때 저는 사실 수박과 뱀이 굴러다니고 물은 넘쳐 흐르는 망한 화장실 그림을 보며 같이 웃고 싶었어요...뱀도 코브라였는데...뱀도 안 굴러다니고 수박도 안 굴러다니고 물도 안 넘쳐흐르는 우리집 화장실이 이상한 건가...이건 농담이구요.


아랍어와 관련된 글을 올리면 반드시 글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달려요. 심지어는 아랍어와는 상관도 없는 내용에 그냥 '원어로는 이렇게 씁니다'라고 장식처럼 몇 글자 타이핑 쳐놓은 건데 내용은 보지도 않고 글자가 이상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럴 때면 진짜 속상하답니다. 가뜩이나 아랍어 글자를 쓰면 종종 화면출력시 다른 글자들과 마구 꼬이고 엉켜서 나오거나 양식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html에서 태그를 일일이 손을 대야 하는데 아랍 문자를 보시자마자 다른 내용은 보시지도 않고 오직 아랍 문자가 이상하다는 것에만 주목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웬만하면 아랍어 관련 글은 물론이고 글에 아랍 문자도 안 넣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어쨌든 이번에 다룰 책은 이집트 1학년 2학기 아랍어 교과서입니다.




이 책은 2012-2013년에 발행된 책이랍니다. 전에 것과 표지 그림은 똑같고 글자 몇 개만 바뀌었죠.


일단 처음은 이런 거에요.




아주 평이하고 쉬운 내용이에요. '저는 바심입니다, 저는 바스마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장교이시고, 저희 어머니는 선생님이시고, 저는 부모님 사랑하고, 저희 가족 행복해요'. 줄거리를 요약하려 해도 요약할 것이 없는 참으로 난감할 정도로 간단한 가족 소개이죠.


이 정도 난이도라면 수능 아랍어를 준비하기 위해 고등학교 아랍어 교과서 몇 쪽 펼쳐보았던 사람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지요.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용 아랍어 교과서에 '장교'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빼면요.


하지만 아랍어를 수능 고득점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제대로 배운 분이라면 이 1과의 쉬워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지문 속에서 불길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바로 '사랑하다'라는 단어 때문이죠.


아랍어 학습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라면 기초적인 단어들이 대부분 어렵다는 것이에요. 하필이면 기초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많은 수가 명사도 격변화시키기 어렵고, 동사도 동사변화시키기 어려운 단어들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고등학교 제2외국어 아랍어의 난이도가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랍니다.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결국은 고급 문법을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제2외국어 교육의 현실을 고려하면 고급문법까지 갈 수도 없지요.


'사랑하다'라는 동사는 종합아랍어 2권에서 나오는 문법을 가지고 동사변화하는 동사랍니다. 물론 그런 문법 모를 때에도 그냥 뭔지도 모르고 외워서 써먹기는 했지만, 제대로 쓰려면 종합아랍어 2권 문법을 알아야만 하죠.


(종합아랍어 리뷰 : http://zomzom.tistory.com/670)


그래서 수능 아랍어 정도 공부한 사람들은 2과부터 바로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문법 난이도를 보여준답니다. 대충 종합아랍어 2권의 절반 정도 본 사람이라면 무난히 볼 수 있는 난이도에요. 문제는 종합아랍어 1권이 예전에 1년~1년 반 걸려서 배우던 책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문법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그냥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보겠다고 하면 지문 자체가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통째로 외우며 볼 수는 있어요.


지문이 길지 않고 매우 짧아서 통째로 외우는 방식으로 볼 수 있기는 한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또 있으니, 이 책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라는 점이에요. 사실 어른이 되면 초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을 무시하고 지루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초보자에게 문법적으로는 어렵겠지만, 내용면에서는 그저 피식 한숨만 나오는 그런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어른들 가운데 아직까지도 전래동화를 스스로 찾아서 즐겨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아버지는 장교이고, 어머니는 선생님이고, 우리가족은 행복해요'라는 내용을 보며 좋아하며 받아들이려 하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이집트 1학년 2학기 아랍어 교과서는 외국인 입장에서 읽기 위해 요구되는 문법 난이도는 높은 반면, 내용은 지극히 쉬운 구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즉, 외국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로는 그다지 적절하지는 않고, 일부 부분을 발췌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지요.


교과서 구성은 지문의 내용에 따라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전반부는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후반부는 동물들이 주인공인 우화랍니다.



이 교과서에 수록된 지문들의 원문과 번역은 아래 링크를 들어시면 보실 수 있답니다.


http://arabiclibrary.tistory.com/category/아랍어/이집트%20아랍어%20교과서%200102



교과서를 구성하고 있는 지문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에요.




해석 : http://arabiclibrary.tistory.com/34757


지문 제목은 '작은 새들의 혁명'. 제목에서부터, 그리고 그림들만 보고도 알 수 있듯 이 지문의 내용은 2011년 이집트 혁명을 다룬 내용임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이 지문이 이 교과서에서 사실상 유일하고 가장 독특한 내용을 가진 지문이라 할 수 있어요. 나머지 지문들은 굳이 꼭 '이집트 교과서'라고 할 만큼 그 색채가 확실하지는 않거든요. 비록 2011년 이집트 혁명 이전의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내용은 혁명 뒤에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추가된 내용임이 거의 확실하다고 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