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리뷰/이집트

이집트 1학년 1학기 아랍어 교과서

좀좀이 2013. 5. 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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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몇 번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안 가겠다고 해서 결국 여태 못 가본 곳.


요즘 다른 나라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없는 것도 있어요. 일단 그림이 마음에 들고 글자가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들어오면 재미있고, 그렇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일단 내용은 대체로 자비없어요. 사실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도 외국인의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고 보면 쉽지 않아요. 확실히 어느 정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만드는 책이다 보니 문법적 난이도와 교과서 지문에 쓰이는 문법이 안 맞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국어 교과서 리뷰에서 직접 언급하든, 언급하지 않든 가장 첫 번째 기준은 내용이 어느 정도 어려운가이며, 그 기준은 주로 문법이 될 거에요. 이게 모국어와 국어 과목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사실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기는 해요. 단지 외국어 학습자의 입장에서 국어 교과서를 어느 단계에서,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의 한 기준이 되는 정도로 넘겨도 사실 무방하지요.


그러나 모국어와 국어 과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어요. 가장 최악의 경우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것'이거든요. 아예 문법에 맞추거나, 아니면 회화에 맞추거나 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모국어 화자가 아니라면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니까요. 교육 제도가 어지간히 파탄나지 않는 이상, 교과서는 수업의 기준이 되는데, 이 교과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학교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며, 교육에 열의가 있다면 사교육에 몰릴 것이며, 교육에 열의가 없다면 때려치게 될 거라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요.


일단 이번에 다룰 교과서는 이집트의 1학년 1학기 아랍어 과목 교과서에요. 정확히 하자면 읽기 교과서이지요.




هيا نقرأ
읽어봅시다.



1학년 1학기 책 답게 글자들을 하나씩 배운답니다.



이 집 망했네요. 저건 어머니께 혼날 수준을 넘어선 화장실. 화장실서 장구벌레 자라는 것은 보았어도 뱀이 기어다니는 건 좀...아무리 글자를 배우기 위해 나온 단어들을 한 그림에 그렸다지만 이건 좀 아니네요.


제 방 화장실이 저러면 진짜 뒷목 잡고 쓰러질 듯. 쓰러진 후에 119에 전화해서 '뱀 잡아주세요'라고 외쳤을 거에요.







아랍어 글자는 독립형 - 어두형 - 어중형 - 어미형 이렇게 네 가지 형태로 바뀌어요. 그래서 이렇게 글자를 익힐 때 네 가지 형태를 다 익혀야 하지요.


일단 문장을 읽으라고 하는 곳은 없어요. 글자 익히기에 중점을 맞춘 책이죠. 아랍어 글자 익히는 용도라면 외국인에게 사용하게 해도 나름 괜찮게 활용할 수 있어요. 단, 단어들은 쉽지 않아요. 쉬운 단어도 있고, 어려운 단어도 있어요. 그쪽 사람들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문화적으로 많이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았을 때에는 어려운 단어에 속할 수 있는 단어들도 있지요.

동사 하나가 문장이 될 수 있는 아랍어 특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단어만 나와 있다고 하기도 조금 어려워요. تسأل (질문하다, 2인칭 남성 단수/3인칭 여성 단수) 같은 경우는 단어로 볼 수도 있지만, 저거 하나가 완벽한 문장이거든요.


만약 이것을 가지고 아랍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아랍어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조금 지루할 수는 있지만 글자 익히기용 교재로만 사용한다면 그럭저럭 괜찮게 사용할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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