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

삼대악산 - 22 지리산 (번외편)

좀좀이 2011. 11.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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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국립공원 : http://jiri.knps.or.kr/


무언가 해야 할 것을 안 한 느낌.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높은 산과 세 번째로 높은 산은 갔다 왔어요. 바로 한라산과 설악산이에요. 한라산 높이는 외우기 쉬워요. 한국전쟁 발발년도인 1950. 한라산 높이도 1950. 한라산 정상은 관음사 코스, 성판악 코스 둘 다 다녀왔어요. 개인적으로는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는 것을 좋아해요. 영실기암을 제외하면 한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다 관음사 코스에 있거든요. 탐라계곡, 삼각봉, 병풍바위, 왕관릉 모두 관음사 코스에 있어요. 얘네들의 특징은 올라가면서 봐야 멋있다는 것. 내려가면서 보면 특히 왕관릉과 병풍바위는 놓치기 쉬워요. 성판악 코스에서 멋있는 곳이라면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정상가는 길인데 이건 내려가면서 봐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운이 좋으면 노루도 볼 수 있어요. 사실 노루는 이제 제주도에 버글버글 대서 어리목 근처에서도 흔히 보여요. 어쨌든 관음사 코스로 올라가서 30분 정도 성판악 코스로 내려갔다가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서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코스를 제일 좋아하고, 제일 추천해요. 문제는 관음사 코스로 가는 길이 매우 거지같다는 것. 대중 교통 수단으로 갈 방법이 없어요.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산천단에서 걸어서 가거나, 아니면 택시 타고 가거나, 자가용 있으면 자가용으로 입구까지 가거나...설악산은 앞에서 갔다 왔어요.


한라산 - 1950m

지리산 - 1915m

설악산 - 1708m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자, 남한 영토 중 본토에 위치한 산 중 가장 높은 산인 지리산을 못 갔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뭔가 숙제를 하지 않고 학교에 간 느낌이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었어요.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을 다녀온 후, 지리산도 갔다 오려고 했지만 여행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가지 못했어요. 일단 서울에서 매우 먼데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는 있지만 친구가 그렇게 산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여행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친구가 원하는 일정으로 다녀오려면 1인당 경비 10만원은 잡아야 했어요. 친구가 원하는 여행으로 다녀오려면 지리산 등산+부산 여행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친구가 원하는 것은 지리산 종주 아니면 지리산+경남 여행. 그러나 그렇게 다녀오려면 시간과 경비가 너무 많이 필요해서 바로 갔다 오지 못했어요.


카프카스 지역 여행을 다녀온 후, 이번 여름 등산 없이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는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것. 등산을 끔찍이 싫어하는 여자친구를 데려갈 수도 없었고, 삼대 악산을 같이 다녀온 친구 K는 제주도에 있었어요. 더욱이 진주 지리를 잘 아는 뭐라카네의 친구 K 역시 제주도에 있어서 진주에서 1박 하고 당일치기로 지리산 등산을 다녀오는 것은 왠지 걱정이 되었어요.


인터넷으로 지리산 당일치기검색을 며칠 동안 했어요. 역시 인터넷에는 저처럼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지리산을 다녀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렇게 당일치기로 다녀온 사람도 많았어요. 지리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방법은 두 개의 코스가 있었어요. 하나는 진주 쪽에서 올라가는 방법, 하나는 함양에서 올라가는 방법이었어요. 글을 보니 고속버스가 함양 쪽 입구와 서울 사이 구간을 운행하고 있었어요. 함양까지 야간 버스를 타고 가면 새벽 4시쯤 도착하는데, 후다닥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다시 서울행 버스를 타면 아무리 그쪽 지리를 몰라도 무사히 지리산 당일치기 산행 가능.


일단 무슨 일이 있더라도 2011년 올해, 지리산을 다녀오기로 결심했어요. 이제 언제 갈지 시기를 보아야 했는데 마침 815일 광복절이 월요일이라서 토, , 월요일이 연휴였어요.


813일 토요일. 날씨가 썩 좋지 않았어요. 등산을 갈까 말까 고민되었어요.


그래, 가자!”


일단 표를 예매했어요. 연휴라서 그런지 버스표가 전부 매진이었어요. 함양 백무동행 가장 마지막 버스표를 예매한 후 집 근처 마트에 갔어요. 등산 시작은 분명 깜깜한 어둠 속에서 시작. 반드시 랜턴이 필요했어요. 어떤 랜턴이 좋을지 골랐어요...라고 쓰고 그냥 아무거나 하나 집어왔다고 읽습니다. 마트에 랜턴 종류가 몇 개 없었어요. 등산에서 쓸 만한 랜턴이라고는 실상 2~3개 중 1. 이번 등산에도 쓰고 평소 방에서도 쓰기 위해 작은 펜처럼 생긴 랜턴을 골랐어요. 그리고 식량. 설악산을 한 번 다녀왔기 때문에 대충 어느 정도 챙겨가야 하는지 감이 왔어요. 500ml 이온음료 2, 생수 3통을 샀어요. 한여름이기 때문에 물은 많이 필요하지만 너무 바리바리 싸가면 무게가 장난이 아니에요. 한 통 다 마시고 약수터에서 물을 채우면 2통 정도 더 가져간다고 계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음료를 7(3.5L) 가져가는 셈이 되니까 이 정도면 당일치기로 충분해요. 그리고 간식. 간식으로 미니 초코바를 구입했어요. 개인적으로 조금씩 수시로 먹는 것이 한 번에 많이 먹는 것보다 체력이 덜 떨어지고 회복도 더 잘 되는 것 같았어요. 여기에 정상 가서 마실 캔커피 한 개를 챙겼어요. 식사는 하나도 안 챙겼어요. 장구목 대피소에서 대충 사먹을 생각이었어요. 더욱이 날이 더운데다 매우 습해서 김밥이나 도시락은 무조건 상할 것 같았어요. 빵을 싸가자니 이건 목이 매여서 잘 안 넘어갔던 경험이 여러 번 있어서 무조건 제외. 대신 설악산 때처럼 어육 소시지 큰 거 한 봉지를 챙겨 넣었어요. 허기를 느끼지 않게 수시로 미니 초코바와 어육 소시지를 먹을 계획이었어요. 만약 너무 배가 고프면 괴롭기는 하겠지만 어육 소시지와 미니 초코바를 밥 대신 마구 먹어버릴 생각이었어요. 사실 쉴 때마다 소시지 까먹고 미니 초코바 까 먹으면 그렇게 배가 많이 고프지도 않아요. 단지 이렇게 먹으면 금방 물려서 그렇죠...


짐을 꾸리고 삼대악산을 같이 다녀온 친구K에게 전화했어요.


나 오늘 지리산 갈 건데 너도 올래?”

.”


그러나 잠시 후.


, 비행기표가 없다. 못 가겠다.”


이번에는 뭐라카네의 친구 K에게 전화했어요.


나 오늘 지리산 갈 건데 너도 올래?”

나 지금 부산...내일 여자친구랑 진주 가려고 하는데...”

그럼 내일 진주에서 만날까?”

그러자.”


이렇게 해서 하산 코스는 진주쪽 당일치기 코스인 증산리 코스로 결정했어요.


준비를 다 하고 방에서 굴러다니다가 느긋하게 동서울 터미널로 갔어요. 제가 탈 버스는 자정에 출발하는 함양 지리산(백무) 심야 버스. 낮까지 비가 왔고, 일기예보를 보니 지리산에 비가 내릴 거라고 해서 터미널 가게에 갔어요. 우비도 마트에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마트에서 우비는 안 팔았어요. 그래서 터미널 가게에서 우비를 살 계획이었어요.


우비 하나 주세요.”


아주머니께서 분홍색 우비를 주셨어요.


...이거 말고 다른 색 없나요?”


가게 안에서 주인 아저씨께서 저와 아주머니를 보더니 웃으시며 파란색 우비로 바꾸어 주셨어요.


어디 등산가요?”

. 지리산 가요. 요즘 여기서 우비 사가는 사람 많나요?”

많죠.”


아저씨께서 웃으셨어요.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터미널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역시 성수기라 시간이 늦었는데도 터미널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한참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다 버스에 올라탔어요.



표를 늦게 구입해서 제 자리는 맨 뒷좌석 중 한가운데. 다리를 마음껏 뻗을 수는 있었지만 잠자기에는 좋은 좌석이 아니었어요. 버스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어요.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했어요.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보았어요. 하늘이 매우 흐렸어요.



진짜 내일 비 오는 거 아냐?”


정확히 말하면 오늘 비가 올 것 같았어요. 내심 은하수를 볼 수 있을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흐려서 달도 안 보였어요. 간단히 닭강정 꼬치 하나 사먹고 버스에 올라탔어요. 역시나 잠이 오지 않았어요.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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