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삼대악산 (2010)2011. 11. 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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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욱 올라가는데 열심히 산 아래로 뛰어내려가는 남녀 한 쌍을 만났어요.


,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했어요. 남자는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었고, 여자는 원피스에 한 손에는 굽 있는 샌들을 들고 맨발로 뛰어 내려가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교과서 한 장면이 생각났어요.


- 다음 중 잘못된 부분을 찾으시오.


원피스 입고 하이힐 신은 여자와 구두를 신은 남자 그림을 주고 잘못된 부분을 찾으라는 교과서의 한 부분이었어요. 원피스 입고 울산바위 올라가는 여자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살아있는 교과서의 한 장면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돌이 물에 젖어 미끄러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교과서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물에 젖어 미끄러운 돌 위를 전력질주하며 내려가는 한 쌍의 커플을 보니 정신이 멍해졌어요.


, 저것들 뭐냐?”

글쎄...”


서로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세상에 저렇게 산을 잘 타는 사람들도 있구나...참 산행에서 안 좋은 예를 그대로 보여주는 나이 든 남녀 한 쌍이었는데 산 하나는 정말 잘 타는 것이 신기했어요. 저 사람들은 매일 산을 타는 사람들인가? 이렇게 험한 곳에서 저렇게 어이없는 차림새로 와서 산을 날아다니다니...둘이 아무 말 없이 산을 올라갔어요.



계단.



옆은 그냥 바위덩어리. 계단을 다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 보았어요.



보기만 해도 아찔한 급경사. 아까 그 한 쌍은 여기도 달려 내려왔단 말인가! 그래요. 월악산은 계단이 없으면 감히 올라올 엄두도 안 나는 곳이에요. 하지만 계단이 있다고 해서 그 악명이 없어진 것은 아니에요. 설악산 천불동 계곡은 계단과 통로를 설치하면서 난이도가 꽤 쉬워져서 천당 폭포 이름이 무색해졌어요. 이쪽은 원래 의미와 반대로 이제 내려가다가 이 폭포가 나오면 고생길이 끝났다고 천당 폭포. 하지만 월악산은 계단을 설치해도 어렵고 힘든 것은 매한가지. 사다리병창은 이것에 비교하면 별 것 아니었어요. 아무리 사다리병창이 계단 1000개이고 치가 떨리는 길이라고 해도 월악산 계단에 비하면 그냥 즐기는 수준이었어요. 월악산 계단 절대 적지 않아요. 사다리병창이 계단 1000개라고 하는데 월악산은 사다리병창보다 훨씬 급경사의 계단이 끝도 없어요. 그저 계단 올라가고 조금 걷다가 또 계단 올라가고 조금 걷는 식이에요. 이 계단 가운데 쉬운 계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



계단은 고마운 거야...돌이 물 먹어서 미끄럽다는 것이 조금 느껴지는데 이제는 이런 길. 그냥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대체 작은누나는 이걸 어떻게 올라갔지? 이건 작은누나가 올라갈만한 산은 아닌 거 같은데...



...이런 계단 투성이에요. 계단의 각도가 너무나 잘 나타난 사진. 이 계단을 다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단 설치한 게 신기하네요...


1415. 드디어 영봉 입구에 도착했어요. 분명 월악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정상까지 3시간 40분 소요된다고 했는데 3시간 40분은 무슨...영봉 정상에 오른 게 아니라 이제 드디어 영봉 입구에 도착했는데 벌써 출발한지 5시간 지났어요.



영봉 입구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으려는데 어떤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우리에게 물 좀 나누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아주머니께서는 애가 고3인데 자신감 키워주려고 같이 등산을 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애가 체력이 너무 약한데다 물을 찾고 있는데 물이 떨어져서 지금 못 내려가고 있다고 하셨어요. 아주머니의 아들을 보았어요. 눈이 풀렸어요.


, 이온음료 드리자.”

. 쟤 상태 위험하다.”


음료를 매우 많이 싸왔기 때문에 음료수 한 통 준다고 해서 우리가 마실 음료가 부족하지는 않았어요. 이온 음료 한 통을 드리자 아주머니께서는 아들에게 건네주며 혼자 다 먹으라고 하셨어요. 분명히 애의 부모님께서도 목이 많이 마르실 거에요. 하지만 아들에게 전부 주시는 걸 보니 마음이 짠했어요. 하지만 한 통 더 드릴 수는 없는 일. 이온 음료 한 통은 다행히 남을 것 같아서 드린 것이었지만 한 통 더 드리는 것은 우리가 물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드릴 수 없었어요. 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애에게 음료수를 먹인 후 애를 부축하며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셨어요.


앉아서 점심을 먹고 쉬었어요. 머리 위로 차가운 무언가가 계속 뚝뚝 떨어졌어요. 땅바닥에도 무언가 계속 떨어졌어요.


얼레? 비 온다!”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씨알이 꽤 굵은 녀석들이었어요.


소나기겠지?”


일단 비를 피해 있으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어요. 비가 완벽히 그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약해져서 올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빨리 가자!”



드디어 영봉 가는 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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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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