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식당, 카페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

좀좀이 2021. 3. 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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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셔본 커피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에요.

 

지난 가을이었어요. 심야시간에 동대문을 돌아다니던 중이었어요. 헬로apm 근처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에그드랍 동대문점을 발견했어요. 에그드랍은 원래 샌드위치 전문점이지만 에그드랍 동대문점은 꼭 샌드위치 전문점이라고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 24시간 카페로 봐도 무방한 곳이었어요. 더욱이 이쪽에 원래 있던 24시간 카페인 이디야 커피, 할리스커피 24시간 매장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요.

 

매장 입구에 있는 입간판을 보고 샌드위치는 에그드랍 갈릭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를 먹기로 결정했어요. 이제 음료를 골라야할 차례였어요.

 

'음료 중에 커피 있나?'

 

메뉴판을 살펴봤어요. 커피가 몇 종류 있었어요. 음료를 봤어요. 당연히 음료는 콜라, 사이다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콜라 마실까?'

 

처음에는 콜라를 마시려고 했어요. 샌드위치 먹으니까 음료로는 콜라를 고르는 것이 무난해 보였거든요. 음료를 콜라로 결정하려고 한 순간이었어요.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 여기 24시간 카페라고 온 거잖아.'

 

오직 에그드랍 갈릭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게 생겨서 에그드랍 매장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었어요. 에그드랍 매장에 들어온 것은 오히려 여기가 24시간 카페로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에그드랍 동대문점이 24시간 카페로 보이지 않았다면 아무리 샌드위치로 저를 유혹했어도 절대 안 들어왔을 거에요. 그냥 나중에 동대문에서 가볍게 뭐 먹고 싶으면 한 번 와서 먹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지나갔을 거였어요. 딱히 배고프지도 않았고 일부러 앉아서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피곤하지도 않았거든요. 이제 고작 동대문 야시장 하나 돌아본 상태여서 하나도 안 피곤했고, 집에서 저녁을 챙겨먹었기 때문에 배도 전혀 안 고팠어요. 에그드랍 동대문점 안에 들어온 목적은 오직 하나 - 여기가 동대문 24시간 카페로 봐도 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어요.

 

'카페 와서 콜라? 그건 진짜 아닌 거 같은데...'

 

에그드랍 동대문점을 24시간 카페로 봐도 되는지 확인해보려고 들어온 상황. 일단 들어왔으니 샌드위치는 시킬 거였어요. 중요한 것은 음료였어요. 24시간 카페로 봐도 되는지 궁금해서 들어왔는데 콜라를 주문하는 건 정말 아니었어요. 콜라가 있으니까 카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온갖 편의점이 다 카페겠죠. 카페 가서 콜라 시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색했어요.

 

'커피로 주문해야겠지?'

 

24시간 카페로 봐도 되는지 궁금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콜라를 주문했을 거에요. 카페에서도 샌드위치를 판매해요. 커피랑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도 많구요. 그러나 제게 샌드위치란 반드시 탄산음료와 같이 먹는 음식이에요. 이것은 변할 일이 거의 없을 거에요.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면 그때만큼은 반드시 에이드나 쥬스를 주문하지 커피를 주문하지 않거든요. 커피와 샌드위치 조합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그 조합으로 먹는 것을 해보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왔으니 이번에 한해서만큼은 커피를 주문하기로 했어요.

 

'커피 뭐 주문하지?'

 

난생 처음 고르는 샌드위치와 커피의 조합. 커피 메뉴를 쭉 봤어요. 커피와 샌드위치 조합은 어색함의 극치라 여겼기 때문에 어떤 커피를 골라도 다 머리 속에서 이건 완벽한 오답이라고 적색경보가 삐융삐융 울려퍼지고 있었어요. 눈이 탄산음료로 가면 그제서야 머리 속 적색경보가 꺼지고 초록불이 빤짝빤짝거렸어요. 샌드위치는 딱 꽂히는 것을 바로 발견해서 고를 필요가 없었지만 음료를 커피로 설정하자 고민의 시간이 계속 지속되었어요.

 

후보를 간신히 두 개로 줄였어요.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라떼였어요.

 

'그냥 바닐라 라떼 주문하자.'

 

24시간 카페 왔다고 생각하고 바닐라 라떼를 선택했어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이렇게 생겼어요.

 

 

생긴 것은 평범한 커피였어요. 저는 아이스로 주문했어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 가격은 3200원이에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딱히 시럽을 안 넣어도 충분히 달았어요. 많이 달아서 설탕물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닌데 어쨌든 달았어요. 바닐라 라떼니까 안 단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달다고 하는 이유는 가장 확 와닿는 맛이 단맛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이거 맛이 완전 맑은데?'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 향은 매우 연한 편이었어요. 바닐라향이 먼저 느껴지고 끝맛에 살짝 쓴 느낌이 났어요. 매우 맑았어요.

 

'샌드위치랑 같이 먹으라고 맑게 만들었나?'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목마를 때 원샷하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맛이 순한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에요. 일단 목마를 때는 순한 맛이 좋아요. 목마른 상태에서 달콤한 커피 마시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이럴 때 독한 맛 커피를 마시면 갈증이 훨씬 더 강해져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맛이 순하고 맑은 편이라 여름에 아이스로 주문해서 시원하게 들이켜기 딱 좋은 맛이었어요.

 

두 번째는 샌드위치 먹을 때 같이 마시기 좋았어요. 맛이 맑고 묽어서 샌드위치 맛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이때 같이 먹은 샌드위치는 갈릭 베이컨 치즈 샌드위치였어요. 이름과 외관을 보면 맛이 매우 강해보이는 샌드위치였지만 실제 맛은 부드러웠어요. 만약 커피를 독하게 만들었다면 커피맛이 샌드위치맛을 엄청나게 많이 해쳤을 거에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맛이 연한 편이라 샌드위치 맛을 즐기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았어요.

 

에그드랍 바닐라 라떼는 샌드위치와 같이 먹거나 한여름 정말 갈증날 때 마시기 좋은 커피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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