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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시 황리단길, 첨성대, 월정교, 대릉원 이색 맛집 - 경주원조콩국

좀좀이 2021. 5. 2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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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경주 여행을 갈 때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요. 경주는 머리 좀 식히고 쉬려고 떠난 여행이었어요. 보통 여행을 갈 때는 돌아와서 여행기 쓸 생각에 카메라도 들고 가고 여행 계획도 어느 정도 다 세워놓고 가요. 그렇지만 이번 경주 여행은 그런 쪽으로 전혀 생각이 없었어요. 아예 처음부터 여행기 안 쓰기로 작정하고 가는 여행이었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안 들고 가고 여행 계획도 제대로 안 짜고 갔어요.

 

'한국 여행이니 어떻게든 돼.'

 

이것이 바로 원어민의 자신감. 내가 이래뵈도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 나의 모국어는 한국어. 게다가 경주는 워낙 유명한 관광 도시라 여행 정보가 넘쳐났어요. 국내 여행 중 정말 사람들이 별로 안 가는 관광지는 있는 정보 없는 정보 다 긁어모아서 열심히 찾아봐야 해요. 그러나 경주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여행 정보 중 제가 써먹을 만한 여행 정보를 추려내는 것이 일이었어요. 애초에 가서 느적느적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경주 가서 남는 것이 시간이었어요. 그런 건 경주 가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숙소 예약과 경주 가는 기차표 예약까지만 했어요. 그거 외에는 딱히 준비한 것이 없었어요. 경주 가면 황리단길 있고, 그 주변에 유적지가 많으니 유적지 골라서 돌아다니면 되었어요. 그걸로 끝이었어요. 경주시는 면적이 넓고 볼 것이 많기 때문에 욕심내면 밑도 끝도 없이 볼 것이 많고 시간이 촉박한 도시에요. 유적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여기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어요. 경주시 안에서 취향 따라 골라서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어요.

 

포기하면 쉬워.

 

하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과감히 다 포기했어요. 더욱이 경주는 외국이 아니라 한국이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도시였어요. 쓸 데 없이 과욕 부리지 않고 적당히 되는 대로 여행하고 돌아오기로 했어요. 정말 좋으면 나중에 또 가면 되니까요. 서울역에서 KTX 타고 가면 2시간 채 안 걸려요. 의정부에서 106번이나 108번 버스 타고 한 바퀴 돌고 오는 시간이면 경주 가요.

 

아무 준비 없이 경주로 내려왔어요. 경주에 내려와서 맛집을 찾아봤어요. 여행왔으니 맛있는 거 먹어야죠. 몸만 쉬고 입은 굶주리면 안 되니까요. 여행 와서까지 라면 먹으면 그건 가히 최악. 맛있는 것 먹고 싶었어요.

 

"콩국? 이게 대체 왜 유명한데?"

 

경주 황리단길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아보자 콩국이 나왔어요.

 

대체 왜 경주는 콩국이 유명하지?

 

예전에 콩국을 먹어본 적이 있었어요.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나요. 급식에서 먹었는지 군대에서 먹었는지 기억이 흐릿해요. 하여간 콩국을 몇 번 먹어봤어요. 콩국을 어디에서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맛은 기억해요. 하얀 콩가루 많고 조금 깔깔했었어요. 배추 같은 거 들어가 있구요. 누군가에게는 맛있겠지만 제 입에는 참 별로인 음식이었어요.

 

콩국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었어요. 오히려 정말 별로였던 기억만 있었어요. 콩국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비지찌개에 밥 말아먹는 게 더 나았어요. 콩국 파는 식당이 대체 왜 경주에서 유명한 식당인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상상도 추측도 불가능했어요. 경주가 콩으로 유명하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요. 여기 콩국이 특별히 더 엄청나게 맛있을 것 같지도 않았어요. 차라리 순두부 같은 거라면 모르겠지만 하필 콩국이었어요.

 

"한 번 먹어봐?"

 

콩국 맛집이라는 경주원조콩국은 황리단길에서 스타벅스 경주 대릉원점으로 가는 길에 있었어요. 여기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가면 월정교였고, 동쪽으로 조금 가면 첨성대였어요. 바로 근처에 대릉원도 있었어요. 위치는 매우 좋았어요. 황리단길에서 월정교나 첨성대, 대릉원 가는 길에 들리기 딱 좋았어요.

 

과거 콩국을 먹었을 때 기억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이건 너무 궁금해서 한 번 먹어봐야 했어요. 위치는 좋았기 때문에 억지로 찾아갈 필요가 없었어요. 월정교 갈 때 잠깐 들려서 먹고 가면 되었어요.

 

월정교 가는 길에 경주원조콩국 식당을 들렸어요. 목표는 콩국을 먹는 거였어요.

 

 

경주원조콩국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경주원조콩국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첨성로 113이에요. 지번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황남동 142-2에요.

 

경주원조콩국 식당 안에는 입식 테이블과 바닥에 앉아서 먹는 자리가 있었어요. 저는 바닥에 앉아서 먹는 자리로 갔어요.

 

 

메뉴를 봤어요.

 

"여기는 무슨 세트로 주나?"

 

 

콩국 메뉴는 세 종류 있었어요.

 

1. 검은깨,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 6000원

2. 참기름,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 5000원

3. 찹쌀도너츠, 들깨, 계란노른자, 흑설탕 5000원

 

저는 1번 메뉴인 검은깨, 검은콩, 꿀, 찹쌀도너츠 콩국을 주문했어요.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자 콩국이 나왔어요.

 

 

"이게 전부야?"

 

콩국 한 사발과 무말랭이 무침으로 끝이었어요. 분명히 찹쌀도너츠도 있다고 했는데 그건 보이지 않았어요. 당황했어요. 6천원 내고 먹는데 콩국 한 사발이 전부였어요.

 

 

"진짜 이거 뿐인가?"

 

다시 잘 살펴봤어요.

 

 

아무리 봐도 끓인 콩물이었어요. 먹기 위해 숟가락으로 저어봤어요.

 

 

"아, 이거 속에 다 들어가있구나!"

 

경주원조콩국 식당의 콩국 속에는 메뉴에 적혀 있는 재료가 다 들어가 있었어요. 숟가락으로 콩국을 섞자 검은깨, 꿀, 찹쌀도너츠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숟가락으로 젓자 연한 회색빛으로 변했어요.

 

"이거 엄청 특이하고 좋은데?"

 

전체적인 맛은 미숫가루에 꿀 넣어서 타서 먹는 맛과 비슷했어요. 하나도 안 깔깔했어요.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어요. 맛은 고소한 콩국에 검은깨가 들어가서 매우 고소했고, 여기에 꿀이 들어가서 꽤 달콤했어요. 부드럽게 고소하고 달았어요. 깨 때문에 두유맛과는 맛에 차이가 있었어요. 검은깨맛이 많이 강한 편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미숫가루와 비슷한 맛이라 친숙했어요.

 

신기한 것은 안에 들어 있는 찹쌀도너츠였어요. 찹쌀도너츠는 찹쌀도너츠 맛이었어요. 찹쌀도너츠는 맛에서 특별한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씹고 삼키는 맛을 내는 건더기 역할이었어요. 찹쌀 도너츠가 아니었다면 조금 묽게 탄 미숫가루에 가까워서 후후 불며 후루룩 마셔버려도 될 정도였어요. 찹쌀 도너츠는 식사로 먹는 느낌을 위해 넣은 것 같았어요. 아니면 과거에 경주원조콩국 근처에 찹쌀도너츠 팔던 가게가 있어서 사람들이 찹쌀도너츠 사와서 콩국에 찍어먹으니까 그거 보고 아예 속에 찹쌀 도너츠를 넣기 시작했을 수도 있어요.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아침에 국물에 튀긴 빵을 찍어 먹는 문화가 있는데 그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어요.

 

한 그릇 다 비웠어요. 속이 매우 편했어요. 속 쓰릴 때 먹으면 아주 좋을 맛이었어요.

 

다 먹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월정교를 갔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이거 은근히 식사 되는데?'

 

경주원조콩국의 콩국은 근기가 있었어요. 먹을 때는 몰랐는데 돌아다니자 배에 음식물이 들어서 든든한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식사용으로도 매우 괜찮은 음식이었어요.

 

경주원조콩국은 한 번 가볼 만 해요. 희고 조금 깔깔한 콩조각 수북한 콩국이 아니라 미숫가루에 가까운 음식이었어요. 그러나 식사가 되는 음식이었어요. 맛이 친숙하고 속이 편한 음식이라서 첨성대, 월정교, 대릉원 갈 때 재미로 들려서 한 번 먹어볼 만 했어요. 평소 미숫가루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맛있게 먹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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