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6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 산지등대 불교 절 사라사

좀좀이 2020. 5. 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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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에서 시작해서 별도봉까지 갈까?'


사라봉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보면 옆에 있는 별도봉까지 갈 수 있었어요. 별도봉은 사라봉보다 조금 더 험한 편이에요. 사라봉은 제주도에서 일몰 보기 좋은 장소로 유명해요. 영주십경 중 사봉낙조가 사라봉에서 바라보는 일몰 풍경이거든요. 이렇게 긍정적인 쪽으로 잘 알려진 사라봉에 비해 별도봉은 부정적인 쪽으로 유명한 편이에요. 여기에 자살 바위가 있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뛰어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도봉 자살 바위는 꽤 유명한 편이에요.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는 여기에 뛰어내리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었어요.


꼭 그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쪽도 4.3사건과 관련있는 곳 중 하나에요. 이쪽에서 대대적인 학살이 일어났다고 하거든요. 학살 후 시체가 바다로 바로 떨어져서 여기에서 학살된 사람들은 시신을 찾지 못했다고 해요. 이후, 갈치들이 이 시체를 뜯어먹어서 이 당시 잡힌 갈치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매우 크고 살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주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나름 잘 알려진 이야기에요.


일단 사라봉 산지등대까지 가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전날 잠을 별로 못 잔 것이 이제 슬슬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몸이 실제 힘든 것보다 잠을 별로 못 자서 머리가 멍하니 몸이 더 무거웠어요. 육체의 피로가 1.3배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애초에 사라봉은 오고 싶어서 온 곳이 아니라 갈 곳 없어서 온 거라 의욕도 별로 없었어요.


사라봉 산책로 입구


산지등대 가는 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그대로였어요. 사라봉을 올라가는 길이거든요. 여기는 차량으로 올라가는 것을 자제하라고 하는 길이에요.


'아, 괜히 왔나?'


미세먼지 때문에 전망이 매우 안 좋았어요. 사진도 너무 어둡게 찍혔어요. 사진이 어둡게 찍히는 것으로 보아 제 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날이 흐리고 미세먼지도 많아서 평소보다 훨씬 더 어두웠어요. 예쁜 풍경 사진 찍기는 완전히 그른 날이었어요. 이런 날은 뭐라카네처럼 얌전히 집에 있으면서 안 나오는 것이 최고였어요. 저야 여행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였구요.


비탈길을 따라 사라봉 산지등대로 올라가는 중이었어요. 무언가 뒤에서 다리를 툭 쳤어요.


"뭐야?"


뒤를 돌아다봤어요. 어떤 아줌마가 차로 제 다리를 들이받았어요.


'아놔, 확 주저앉아버려?'


친구들과 장난으로 하던 이야기. 내가 잘못한 거 없이 잘 가고 있는데 만약 차가 나를 들이받는다면? 무조건 주저앉아서 경찰에 신고합시다, 112. 내가 유리하면 경찰에게, 내가 불리하면 보험사에 먼저 전화하기. 나는 도보로 걸어가고 있었고, 차도로 걸어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차가 뒤에서 와서 나를 들이받았다? 이건 진짜로 100% 운전자 잘못.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하던 이야기가 실제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짜증이 확 났어요. 순간 들어온 자동차 번호판.



'그냥 가라. 너도 기분 좋자고 놀러왔을 건데.'


렌트카였어요. 잘못 없이 잘 걸어가고 있는 저를 뒤에서 들이받은 것은 육지에서 제주도로 놀러온 아주머니의 렌트카였어요. 세게 박은 것도 아니고 툭 친 것이었기 때문에 그냥 가라고 했어요.


'이러니 제주도 교통 상황이 개판이지.'


렌트카 업체 빼고 제주도에서 렌트카 좋아하는 제주도민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제주도 도로 사정에 맞지 않게 렌트카가 너무 많은 건 둘째치고, 여행 와서 운전 험하게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운전을 잘 하는데 제주도 여행 와서 운전을 험하게 하는 사람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면허 획득 후 주행연습한답시고 제주도 와서 위험하게 운전하는 초보 운전자들도 꽤 많아요. 이러니 제주도 교통 상황이 개판이 아닐 수가 없죠.


제주도에 차가 미어터지다 보니 온갖 문제가 다 발생하고 제주도민 삶의 질이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게 렌트카가 뒤에서 와서 저를 들이받으니 이 문제가 아주 확 와닿았어요. 이건 제가 들이받힐 상황이 전혀 아니었거든요. 제가 위에서 달려내려오고 있었고 차가 위로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라 저는 위로 걸어가고 있었고 차는 뒤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진짜 미쳤어.'


중국인과 렌트카가 난동을 피우고 있는 제주도. 여기에 미세먼지는 덤. 환상의 섬이 아니라 이제는 환장의 섬이었어요.


제주도 풍경 사진


제주항


산지등대에 도착했어요.


산지등대


당연히 볼 게 없었어요. 미세먼지 때문에 전망이 아주 안 좋았거든요. 수평선과 하늘 구분조차 어려웠어요.


"어? 여기 절 있었네?"


사라사 입구


산지등대 맞은편에는 절이 하나 있었어요. 돌에 紗羅寺 가 새겨져 있었어요. 사라사였어요.


"이런 절도 있었나?"


사라봉은 동문시장보다 더 안 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기 절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기나 한 번 가봐야겠다."


별도봉으로 넘어갈 지 여기에서 되돌아갈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대로 내려가기는 아쉬웠어요. 게다가 제주도 와서 절을 하나도 못 가봤어요. 제주도 절은 육지에 있는 절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 편이에요. 제주도 절 하나는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되었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제주도 절 한 번 보고 하나라도 더 보고 가는 겸 해서 사라사를 둘러보기로 했어요.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절 사라사 입구


안으로 들어갔어요.


제주도 불교 문화


제주도 불교 사찰


제주시 불교 사찰


'매우 소박하네.'


절 규모는 크지 않았어요. 누가 봐도 절이었어요. 그러나 평범한 제주도 민가 같은 느낌도 꽤 많이 느껴졌어요.


제주도 생활 환경


"푸흡!"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아까 뒤에서 차로 저를 들이받은 아주머니 얼굴이 떠올랐어요. 차에 들이받힌 후 아주머니 눈을 응시했을 때였어요. 아주머니 눈에서 아주머니 생각을 읽을 수 있었어요. 사람 치었으니 큰일났다는 당황함. 그리고 제가 주저앉나 안 앉나 눈치 살살 보던 그 눈빛. 제가 주저앉아버려도 뭐라고 할 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당황함이 가득한 눈빛이 떠올랐어요.


절 내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매우 조용했어요. 여기에서 나가면 또 차가 가득한 현실이었어요.


'에휴...답 없지, 뭐.'


렌트카가 우글우글거리는 이유? 간단해요. 제주도 대중교통 상황이 정말 안 좋거든요. 관광 때문에 제주도 오면 렌트카 없이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총체적 난관이에요. 가뜩이나 제주도는 대중교통사정이 매우 나빠요. 서울 생각하고 오면 큰 코 다쳐요. 지방이라 버스가 일찍 끊기는 문제 뿐이 아니에요. 관광지라고 홍보하는 곳들 보면 버스로 가기 안 좋은 곳이 많아요. 제주시 동지역은 그래도 버스가 잘 다니는 편이지만 제주시 동지역을 벗어나면 버스가 듬성듬성 있어요. 제주시 동지역이라 해도 수근동, 사수동 쪽은 버스가 별로 없구요. 문제는 관광지라고 알려지는 곳들이 죄다 버스 교통이 형편없다는 점이에요. 이러니 렌트카가 범람할 수 밖에 없어요. 아무리 배낭여행 느낌 내려고 대중교통으로 다니려 해도 동지역 번화가 외에는 버스 교통이 매우 안 좋으니까요.


당장 제주시에서 도두동을 지나 한림까지 가는 해안도로로 가는 버스는 매우 귀해요. 여기가 사람들에게 꽤 예쁜 곳으로 상당히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쪽을 가려면 천상 자가용 차를 끌고 가는 수 밖에 없어요.


해결방안이라면 단순히 도민들의 편의만 고려하고 버스의 수익성만 고려할 게 아니라 관광객 관점에서도 접근해 버스 노선과 배차를 고려해야 할 거에요. 그 후 여행 홍보를 대중교통을 이용한 관광, 배낭여행 느낌의 관광으로 홍보하구요. 렌트카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배낭여행 느낌으로 여행하도록 유도하면 한결 나아질 거에요. 관광지는 제주도민들도 놀러가는 곳이니까 이게 된다면 제주도민들에게도 좋겠죠.


'어려울 거야. 아니, 안 될 거야.'


그런 혁신이 제주도에서 일어날 리 없지.


슬픈 이야기지만 현실이에요. 괜히 '육지'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제주도 제주시 사라사


제주도 불교 절 사라사


사라사 안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절에는 돌을 갖다 놓았어요.


제주도 불교


돌에는 물이 고여 있었어요. 돌 안에 고인 물 속으로 사람들이 안에 던져넣은 동전들이 보였어요.


제주도 제주시


"대웅전 들어가볼까?"


제주도 제주시 사라사 대웅전


사라사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어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6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산지등대 불교 절 사라사


제주도 제주시 사라사 대웅전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사라사


대웅전은 육지에 있는 절과 다를 것 없었어요. 평범했어요. 일단 삼배를 드렸어요.


'잠깐 앉아서 쉬고 가자.'


제주도 제주시 사라봉 사라사


바닥에 앉았어요.


나는 명상했다. 절대 잠을 잔 게 아니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어요. 잠이 밀려왔어요. 그렇게 눈을 감고 있었어요. 생각 자체를 꺼버렸어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둥둥 떠 있었어요. 잠을 잔 게 아니에요. 명상한 거에요. 공식적으로는 명상한 거에요.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그렇게 눈 감고 한참 있었어요. 아무 생각 안 했어요. 어둠 속에서 저의 존재는 없었어요. 어둠 그 자체였어요. 기억 자체가 없어요.


눈을 떴어요. 매우 개운했어요. 잠깐 앉아 있었던 건데 푹 잔 기분이었어요. 몇 시인지 확인해봤어요. 그렇게 앉아서 20분 정도 있었어요.


"오, 효과 좋네."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눈 감고 그렇게 20분간 있었어요. 명상을 한 건지 잠을 잔 건지 저도 몰라요. 어쨌든 졸린 기운은 많이 가셨어요.


대웅전에서 나왔어요. 이번에는 원통전으로 갈 차례였어요.


제주도 절 사라사 원통전


원통전 안으로 들어갔어요. 삼배를 드린 후 사진을 찍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사라봉 불교 절 사라사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불교 절 사라사


제주도 불교 절 사라사 원통전


제주도 제주시 건입동


사라사 원통전에서 나왔어요.


제주도 불교 문화


제주도 여행 사진


제주도 범종


제주도 사라봉 절 사라사 범종각


"어? 이거는 육지 사는 사람들이 신기해하겠다."


제주도 자생 선인장


돌을 쌓아 만든 축대 틈에서 선인장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이 선인장은 제주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선인장이에요. 여기에 선인장 심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제주도는 중산간 지역이 아니라면 겨울에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어서 선인장이 야외에서 자랄 수 있어요. 사라사 축대에서 살고 있는 손가락 선인장은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었어요. 저 정도로 불어난 것으로 보아 한두 해 살던 건 아닌 모양이었어요. 잘 보면 새끼 선인장도 달려 있었어요.


선인장 사진을 찍어서 타지역 친구들에게 보여줬어요. 모두 엄청나게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선인장이 야외에서 알아서 잘 자라는 모습은 본 적 없을 거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선인장이 야외에서 잘 자랄 수 있다고 상상조차 못 해봤을 거에요.


사라사 와서 얻은 최대 수확은 바로 이 선인장 사진이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보시의 길 3구간


사라사에서 나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사라봉


이제 다시 사라봉에서 내려가야 했어요.


사라봉 산책로


뭐라카네에게 전화했어요. 역시나 오늘은 절대 안 나오겠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뭐라카네 집에 가서 생각해야겠다.'


더 돌아다닐 곳이 없었어요. 피곤했어요. 뭐라카네 집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이야기 좀 하다가 밤에 잠시 같이 카페를 가든 밥 먹으러 나가든 하기로 했어요.


제주도 돌하루방


"쟤들 덥겠다."


돌하루방에 목도리를 씌워줬어요. 이날 날씨는 매우 포근했어요. 봄옷을 입고 다녀도 하나도 안 추울 날씨였어요. 가뜩이나 한겨울에 입는 두툼한 패딩을 입고 있어서 덥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돌하루방 목에 둘둘 감긴 목도리가 더 더워보였어요.


우도 땅콩 새싹차


"어? 저거 내가 마시고 글 쓴 건데?"


빛바랜 우도 땅콩 새싹차 광고 간판이 보였어요. 저건 마시고 나서 글을 썼어요. 그 이후 저 음료를 잘 보지 못했어요. 무수히 많은 제품들처럼 조용히 사라져가는 상품이 되는 모양이었어요. 그런데 제주도 와서 우도 땅콩 새싹차 광고 간판을 보자 전에 우도 땅콩 새싹차 마셨을 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매우 반가웠어요.


제주시 풍경 사진


뭐라카네 집에 가본 지 꽤 오래 되었어요. 몇 년 되었어요. 어렴풋 기억이 났어요. 기억을 되짚어가며 뭐라카네 집을 찾아갔어요. 아주 오래 전에 봤던 풍경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어요. 스스로 신기할 정도로 길을 잘 찾아갔어요. 지도 없이 뭐라카네 집 근처까지 갔어요. 뭐라카네 집 근처까지 가자 뭐라카네에게 전화했어요. 뭐라카네는 제게 자기 집 번지를 알려준 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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