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2019)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7 제주도 전통 음식의 미스테리 몸국

좀좀이 2020. 5. 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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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카네 집으로 들어가 뭐라카네 방에 가방을 내려놓았어요.


"우리 이따가 카페 갈까?"

"나 안 나갈래."


뭐라카네는 매우 단호했어요. 이날은 무조건 밖에 안 나가겠다고 했어요. 안 나가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나갈 수 없었어요. 뭐라카네는 나갈 준비가 아예 안 되어 있었거든요. 나갈 생각이 눈꼽 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제가 자기 집 근처에 와서 전화했을 때 밖에 나왔겠죠. 집 번지 알려주고 찾아오라고 한 것에서 뭐라카네는 이날 절대 안 나가기로 작정한 것이 보였어요.


방바닥에 앉아서 뭐라카네를 바라봤어요. 뭐라카네는 컴퓨터로 뭔가 하고 있었어요. 채팅도 하고 다른 것도 하고 있었어요. 우중충한 하늘 때문에 방 안은 더욱 침침했어요. 멍하니 있었어요. 피로와 잠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아까 사라사에서 잠깐 눈 붙이고 앉아 있어서 정신을 차렸지만 그것으로 모든 피로와 잠에서 해방되었을 리 없었어요. 눈이 다시 스르르 감겼어요. 방바닥에 드러누웠어요. 뭐라카네 집에서 하루 신세지기로 하고 온 거였거든요. 뭐라카네는 이날 절대 밖에 안 나가겠다고 하고 있었구요.


눈을 떴어요.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어요.


"올라와서 자."

"어."


뭐라카네가 침대에 올라와서 자라고 했어요.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어요. 다시 잤어요.


'몇 시지?'


닫힌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는 비 내리는 소리. 온몸을 감싸고 있는 깜깜한 어둠. 고개를 돌려봤어요. 뭐라카네가 옆에서 자고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찾아 몇 시인지 확인했어요. 새벽 4시 반이었어요.


'어제 몇 시에 잤지?'


전날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뭐라카네 침대에 누운 것 같았어요. 정확히 언제 누웠는지 기억나지 않았어요. 바닥에서 졸다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자다가 뭐라카네가 침대 위로 올라와서 자라고 해서 침대로 올라가 잤거든요. 정신 놓고 잤어요. 소변을 보고 싶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아, 맞다. 얘네 집 문에 있는 개 엄청 짖어대지!'


뭐라카네 집 화장실은 집 밖에 있었어요. 화장실로 가려면 집 문을 나가야 했어요. 문제는 뭐라카네 집 진돗개가 엄청나게 짖어댄다는 거였어요. 낯선 사람을 보면 엄청 시끄럽게 왕왕왕 짖어대었어요. 만약 이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온 동네 사람들이 잠에서 다 깨어나도록 엄청 짖을 거였어요. 짖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 개는 제 얼굴을 몰랐어요. 진짜 물려고 덤벼들 수도 있었어요.


'어떡하지? 화장실 진짜 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었어요. 화장실 가서 소변을 보고 싶었거든요. 뭐라카네가 문 앞에 있는 개를 잡고 못 짖게 진정시켜야만 화장실에 갈 수 있었어요. 뭐라카네는 한 번 잠에서 깨면 잠을 잘 못 자요. 웬만하면 잠자고 있는 뭐라카네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제가 그냥 조용히 나갔다가는 뭐라카네만 잠에서 깨는 것이 아니라 뭐라카네 부모님에 이웃집 사람들 전부 잠에서 깨어버릴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이놈의 개가 진짜 물려고 덤벼들어서 나가지도 못하겠죠.


"야, 야, 화장실 어떻게 가야 해?"

"아...지금 나가면 개 엄청 짖어댈 건데...급해?"

"소변 좀 보게."

"그러면 내 방 샤워실에서 해결해."


뭐라카네는 소변 보기 위해 화장실 갈 거라면 자기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보고 물 많이 끼얹어서 냄새 안 나게 하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이 뭐라카네 방에 있는 샤워실에서 소변을 보고 물을 엄청 많이 끼얹은 후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어요. 또 잤어요. 꽤 많이 잤지만 잠은 매우 잘 왔어요. 장소 불문하고 잠자는 것은 매우 잘 하거든요. 드러누워서 눈 감고 바로 잠들었어요.


다시 잠에서 깨어났어요. 이제 방안을 질식할 정도로 꽉 채우던 어둠이 싹 사라졌어요. 그러나 방 안은 별로 안 밝았어요.


"몇 시?"

"9시."


아주 나쁘고 불쾌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어요. 빗방울이 창문을 계속 때리는 소리였어요.


"밖에 비 와?"

"어."

"많이 와?"

"어."

"아..."


다시 잤어요.


계속 자다 깨다 했어요. 깨어날 때마다 비 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잤어요. 그렇게 계속 잤어요.


"이제 일어나자. 우리 점심도 먹고 해야지."


뭐라카네가 저를 깨웠어요.



"몇 시인데?"

"정오 넘었어."

"비 와?"

"아니. 이제 그쳤어."


비가 그쳤다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나갈 준비를 했어요.


"우리 밥 먹고 뭐 할 거? 너 오늘 일 있어?"

"어디 갈 일은 없는데 해야할 거 있어서 카페 가려구. 너 언제 갈 건데?"

"나는 이따 밤에 24시간 카페 다 돌아다녀야 하니까 너네 집에서 11시쯤 출발할 생각이야."

"그러면 밥 먹고 스타벅스 가자."


오후 1시 조금 넘어서 밖으로 나왔어요.


제주도 여행 사진


날이 다 개었어요. 매우 화창했어요.


'왜 이럴 때 날이 엄청 좋지?'


제주도에 와서 많이 돌아다니는 일정은 복습의시간, 삼대악산과 만나서 놀 때였어요. 뭐라카네와 노는 이날은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었어요. 뭐라카네가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하지 않았거든요. 뭐라카네는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어요. 저도 뭐라카네와 만나서 같이 노는 이날 일정은 일부러 많이 널널하게 비워놨어요. 왜냐하면 이 다음 일정이 제주시에 있는 24시간 카페 세 곳을 밤새 걸어서 찾아가는 일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뭐라카네와의 일정을 이 날로 잡았어요. 24시간 카페 돌아보는 건 하룻밤 사이에 다 끝내버리기로 계획을 짰구요.


이날은 밤만 아니라면 비가 내리든 미세먼지가 자욱하든 전혀 상관없는 날이었어요. 삼대악산, 복습의시간과 만나서 노는 날이 날씨가 매우 좋아야 했어요. 그러나 정반대였어요. 삼대악산, 복습의시간을 만나서 노는 날은 날씨가 무지 안 좋았어요. 복습의시간과 만나서 놀던 날에는 비가 무섭게 쏟아졌고, 삼대악산과 만나서 놀던 날은 미세먼지가 최악인 날이었어요. 그냥 과장으로 최악이 아니라 2019년 봄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날이었어요. 그래서 둘과는 제대로 재미있게 놀지 못했어요.


정작 밥이나 먹고 카페 가서 앉아 있으며 잡담하며 시간을 보낼 뭐라카네와의 일정이 날씨는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하늘은 새파랬어요. 아침까지 내린 비 때문에 대기 중 미세먼지가 싹 사라졌어요.


'이따 비 안 오는 게 어디야.'


날씨는 완벽한 엇박자였어요.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이날 드디어 대망의 미션인 제주시 24시간 카페 돌아다니기가 있었어요. 만약 이날 밤에 비가 좍좍 퍼붓는다면 밤새 비 엄청 맞으며 돌아다녀야 했어요. 그런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피했어요.


"점심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몸국 먹자."

"그거 먹으려면 동문시장 가야 해."

"어. 그래서 다른 애들이랑 만날 때 못 먹었어."

"버스 타고 가?"

"그냥 걸어가자. 여기서 동문시장 가깝잖아."

"그러자."


동문시장으로 몸국을 먹으로 가기로 했어요. 제주도 와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제주도 토속 음식인 몸국이었어요. 그러나 몸국은 정말 잘 하는 집에 가야만 해요. 이건 못하는 집과 잘하는 집 차이가 엄청나게 크거든요. 몸국 잘 하는 집은 신제주에 없어요. 전부 구제주에 있어요. 그 중에서도 제주도 사람들에게 제일 잘 알려진 곳은 동문시장에 있는 식당이었어요. 그래서 복습의시간, 삼대악산을 만났을 때 몸국을 못 먹었어요.


제주도 제주시 사진


뭐라카네와 동문시장을 향해 걸어갔어요.


"어제 사라봉 올라가는데 렌트카가 뒤에서 와서 들이받더라."

"어?"

"그 등대 가는 길 있잖아. 뭔가 뒤에서 툭 쳐서 보니까 렌트카더라구."

"거기는 차로 가지 말라고 하는 길인데..."


전날 사라봉 산지등대 가는 길에서 렌트카가 뒤에서 와서 저를 들이받은 이야기를 하자 뭐라카네는 매우 어이없어했어요. 그러나 별로 놀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대요.


"진짜 제주도 도로 왜 이러지?"

"그거 렌트카 난립 안 막아서 그래. 어떻게 된 게 제주도 발전시킨다면서 제주도 장점을 다 파괴하고 있어."


평화의 섬 제주도. 환상의 섬 제주도. 그러나 지금은 분란의 섬 제주도, 환장의 섬 제주도가 되어버렸어요. 관광산업을 개발하고 육성한다는데 사람들이 제주도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 파괴하면서 개발하고 있어요. 비싼 물가, 불편한 교통 같은 관광객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는 그대로 방치하고 묻고 더블로 가자는 식으로 교통문제, 중국인 문제, 중국인 불법체류자 문제, 난개발 문제까지 더해지고 있어요.


"스타벅스 제주도 한정 메뉴 이것저것 많이 만들더라?"

"스타벅스가 그런 거 잘 해. 맛도 괜찮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에도 신경 많이 써."


뭐라카네는 스타벅스가 제주도 한정 메뉴를 만드는 것에 대해 매우 좋게 보고 있었어요. 스타벅스가 제주도 한정 메뉴를 만들 때 제주도에서 생산된 것을 활용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제주도 사회와의 상생과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한라봉은 아니야."

"한라봉?"

"한라봉은 가공 식품 만든 거 다 최악이더라."

"그래?"

"한라봉은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하잖아. 그게 뭐가 남아서 가공 식품을 만들겠어. 귤은 가공 식품이 괜찮은데 한라봉은 언제나 최악이더라구."


제 말에 뭐라카네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어요. 제주도에서 귤은 흔해빠졌어요. 그러나 제주도에서도 한라봉은 귀해요. 한라봉 파치가 굴러다니는 일은 제주도에서도 없어요. 사람들이 선택 안 하는 것들로 가공 식품을 만들어요. 귤은 워낙 흔해서 사람들이 파치 중에서 진짜 좋은 것만 가져가요. 반면 한라봉은 파치도 귀해서 괜찮다 싶은 건 돌아다니는 일이 없어요. 이런 차이는 가공식품의 질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어요. 솔직히 한라봉 가공 제품을 볼 때마다 대체 무슨 한라봉이 저렇게 남아서 저런 걸 만들까 싶어요. 한라봉은 사람들이 공짜로 먹는 비상품 선과인 파치도 엄청 귀한데요.


"그렇게 제주도 신경 많이 쓰면 조릿대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해."

"조릿대?"


뭐라카네가 저를 쳐다봤어요.


"조릿대 그거 맨날 한라산에서 윗쪽까지 올라간다고 문제잖아. 조릿대로 먹거리 뭐 개발해서 팔라고 해. 조릿대 좀 뽑아가면 엄청 좋아할 걸?"


제주도 생태 문제에서 꽤 민감한 문제 중 하나가 조릿대 문제에요. 한라산 중턱까지는 조릿대가 자생해요. 조릿대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조릿대도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식물이거든요. 진짜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릿대 서식지가 계속 고지대로 올라간다는 점이에요. 조릿대가 한라산 고지대까지 식생 지역을 확장해가자 고지대에서 살던 키 작은 냉대 식물들의 생태계가 위협받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조릿대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조릿대 관련 먹거리는 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조릿대 관련 먹거리를 개발해서 제주도의 골칫거리인 한라산 고지대 조릿대를 다 뽑아가게 만든다면 제주도 문제를 하나 해결하는 방법이 될 거에요.


"이니스프리가 제주도 참 잘 팔아먹어."

"응?"

"거기 화산송이 잘 팔아먹고 한라봉 제품도 내놨잖아."


여자친구가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팩 아냐고 했을 때 이제는 하다하다 육지사람들이 흙까지 열광하나 했어요. 붉은 송이 흙은 제주도에서 흔한 흙이에요. 돌 주워가는 것까지는 들어봤지만 흙 퍼가는 건 그때 처음 들어봤어요. 그런데 이니스프리에서 화산송이 팩을 내놨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이니스프리는 제주도 화산송이 팩이 인기가 좋은 것을 보고 그 후 제주도 관련 상품을 계속 내놨어요. 제 기억에 의하면 제주도 특산물 가공 상품 중 화장품에서의 열풍은 이니스프리가 시작이었을 거에요.


"아, 광동에서 드디어 삼다수 감귤주스 생산해서 팔더라."


삼다수 감귤주스는 감귤주스 중 가장 품질이 좋아요. 이건 한때 아주 독보적이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초기에는 과즙이 거의 100%였어요. 과즙이 거의 100%에 육박하지만 엄청나게 달았어요. 감귤향도 진했구요. 분명히 대량 생산해서 판매하면 매우 잘 팔릴 음료인데 이상하게 판매하는 곳이 없었어요. 심지어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도 판매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삼다수 감귤주스는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서나 마셔볼 수 있는 귀한 것이었어요. 그런 삼다수 감귤주스가 드디어 광동에서 생산해 판매가 시작되었어요.


"그거 삼다수가 마케팅 실패해서 지금 광동에서 유통만 맡아서 하고 있는 거야."

"아하!"

"그리고 그거 예전에는 100%였는데 지금은 50%."

"그래도 다른 것보다 훨씬 낫더라. 그게 제일 맛있던데?"

"그거 말고도 제주도 안에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좋은 제품 꽤 많아. 그런데 이런 게 육지로 안 나가고 제주도 안에만 있어. 마케팅 문제지..."


뭐라카네는 제주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제품 중 좋은 것이 꽤 많지만 마케팅 문제로 인해 제주도에서만 판매중인 것이 꽤 많다고 했어요. 뭐라카네는 제주도 토박이에 계속 제주도에서 살고 있으니 아마 이 말은 맞을 거였어요. 제주도는 제주도 지자체 차원에서 관광 산업 육성에만 너무 목매달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을 적극 홍보하고 판로 개척에 뛰어드는 것이 진짜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것일 거에요. 그래야 진짜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제주도가 발전하고 더 잘 살게 될 거니까요.


관광 산업 일자리는 계절성 강한 임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여기에 관광업은 이슈에 극히 민감해요. 관광지 주민이라고 관광업에만 종사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많은 관광지 주민들이 회사 다니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해요. 관광 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고 엄청나게 떠벌리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양질의 일자리는 거의 없고 소위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제주도도 인재 유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요. 아주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제주도는 제주도 차원에서 어떻게든 사람을 키워서 육지로 올려보내려고 하고 있어요. 덕분에 공교육 질은 전국적으로 우수하나, 제주도 발전은 매우 더뎌요. 제주도 일자리라고는 아르바이트 같은 관광업 종사자 아니면 공무원, 그도 아니면 농업, 어업 같은 것이 대부분이니까요. 육지로 대학교를 진학한 후 제주도로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경우도 매우 많아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제주도에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업 말고 다른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이 성장해야만 해요. 과거 제주도가 목매달았던 컨벤션 사업 같은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고 다른 지역도 침 흘리는 경우가 많아서 좌절되었어요. 그러나 만약 제주도에서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여러 곳 있다면 제주도 지자체 차원에서 이런 회사들을 크게 지원해주는 식으로 이들 회사를 키워줄 수 있을 거에요. 냉정히 말해서 제주도가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능력이 후달리는 분야인 판로 개척, 마케팅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요.


판로 개척, 마케팅 등이 제주도가 타 지역에 비해 매우 능력이 후달린다는 말을 보고 발끈하는 제주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주도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홍보 성공하고 이슈 몰이 성공한 제주도 것이 뭐가 있나요? 화산송이 팩이고 오메기 떡이고 고기국수고 전부 육지 사람들이 이슈 몰이하고 홍보해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거죠.


제주도 여행


동문로타리까지 왔어요.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타리


동문시장에 있는 자연몸국으로 갔어요.


제주도 제주시 맛집 자연몸국


제주도에서 '몸국'을 표기할 때 '몸'자는 오 모음 대신 아래아를 써요.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방언 표기할 때 아래아 표기를 매우 많이 사용해요. 간판 중 제주도 방언에서 따온 가게 이름은 아래아를 잘 사용해요. 제주도에서는 아래아 발음이 일관되게 '오'로 가는 현상이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주도 방언에서 아래아 발음은 '오' 모음과 합쳐지고 있어요. 반면 아래아 발음이 사라진 타지역에서는 아래아 발음이 '아'와 '으' 발음으로 바뀌었어요. 오늘날 타지역에서는 아래아 발음을 '아'라고 읽어요.


제주도에 한정해서 아래아는 차라리 '오'에서 ㅡ 빠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오'라고 읽는 것이 나아요. 고등학교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것 떠올려서 '아'라고 읽으면 제주도 사람들은 못 알아들어요. 설령 알아듣는다 해도 뭐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읽냐고 생각할 거구요. '혼저옵서예'를 '한저옵서예'라고 하면 제주도 사람들이 웃죠. '몸국'을 '맘국'이라고 하면 제주도 사람들은 이게 뭘 말하는지 못 알아들을 거구요.


몸국을 주문했어요.


[제주도 여행]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27 제주도 전통 음식의 미스테리 몸국


그래, 이 맛이야.


구운 삼겹살 맛 나는 걸쭉한 국물이었어요. 국물이 걸쭉한 이유는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 국물에 메밀가루를 풀기 때문이에요.


몸국 속에 보이는 해초는 모자반이었어요. 모자반이 들어가서 매우 비리거나 식감이 미끄덩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모자반 씹을 때 해초향이 확 올라오기는 했지만 미역국 먹는 사람이라면 전혀 거부감 없을 향이었어요.


몸국에서 주로 느껴지는 맛은 어디까지나 구운 돼지고기맛 나는 고소한 국물맛이었어요. 돼지 잡내가 없고 구운 삼겹살의 맛있는 향이 풀풀 풍기는 맛이었어요. 정확히 구운 돼지고기의 향기만 진하게 느껴지는 고소한 국물이었어요.


자연식당 몸국은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간이 적당했어요. 밥을 말아도 소금을 또 넣지 않아도 되었어요. 간이 절묘하게 잘 맞았어요.


저는 먹다가 고춧가루를 조금 풀었어요.


"이거 완전 육지 버전 아니냐?"

"어?"


뭐라카네에게 몸국에 고춧가루를 풀며 말했어요. 고춧가루는 제주도에서 꽤 나중에 유입된 식재료에요. 전라도 사람들이 제주도로 유입되면서 고춧가루도 같이 넘어왔다는 말이 있어요. 지금이야 제주도 사람들도 고춧가루를 많이 먹지만, 예전에는 정통 제주 음식과 잡종 및 변종 제주 음식을 구분하는 확실한 기준 중 하나가 고춧가루, 고추장을 써서 색을 붉게 만들었는지 여부였어요.


몸국을 다 먹었어요.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이 맛있는 것이 왜 안 알려졌는지 궁금했어요. 밖으로 나왔어요.


"시청까지 걸어갈까?"

"그러자."


제주시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제주시 여행 사진


"몸국은 왜 못 뜨지?"

"무슨 말?"


솔직히 제주도 고기국수가 떴을 때 고기국수는 잠깐 유행하고 몸국의 시대가 도래할 줄 알았어요. 몸국이 고기국수보다 훨씬 맛있거든요. 대학교 입학하면서 계속 육지에 있었고 밥을 밖에서 매우 자주 사먹기 때문에 서울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고기국수는 그렇게 독특하거나 뛰어나다고 할 만한 것이 아니었어요. 몇몇 사람들이 제주도 고기국수가 일본 돈코츠 라멘 비슷한 맛이라고 엄청 맛있다고 떠들어대었어요. 솔직히 제가 봤을 때 그건 너무 억지스러웠지만 이게 매우 잘 먹혀들어갔는지 고기국수가 엄청나게 떴어요. 무슨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이네 뭐네 떠들어대는데 엄청 웃겼어요. 뭔 제주도에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제주도 전통 잔치음식이라고 해대는지 어이없었어요. 되도 않는 헛소리를 엄청 늘어놓는데 그게 그렇게 잘 먹혀들어가는 게 신기했어요.


반면 몸국은 고기국수에 비해 훨씬 더 육지사람들이 좋아할 맛이었어요. 게다가 이것이야말로 진짜 역사가 긴 제주도 전통 음식이고 제주도 잔치 음식이었어요. 족보와 계보, 지위 다 따지면 몸국은 '몸국 각하'고, 고기국수는 '고기국수 나부랭이'였어요.


몸국이 진짜 오래된 제주도 전통 음식이고 진짜 제주도 토속 음식이고 진짜 제주도 잔치 음식이에요. 맛도 육지사람들이 훨씬 더 좋아할 맛이었구요. 그래서 당연히 고기국수는 잠깐 떴다가 사라지고 몸국의 시대가 도래할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제 예상과 반대로 흘러갔어요. 고기국수는 나날이 더 떴고, 몸국은 여전히 제주도 토착민들이나 아는 음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어요.


짝퉁이 진퉁을 이기고 진퉁으로 인정받다니...


황당했어요. 고기국수에 붙는 칭송과 찬양은 원래 몸국 것이어야 맞았어요. 고기국수 역사는 매우 짧아요. 전통 잔치 음식은 몸국이었어요. 이게 귀한 거고 더 맛있는 것으로 쳐주고 있었어요. 제주도에서 국수를 밥보다 귀하게 여기는 문화는 없어요. 아니, 한민족 전통 문화 전체에서 면류를 흰 쌀밥보다 더 귀하게 쳐주는 문화가 없어요. 그런데 몸국에 붙어야 할 설명과 칭송, 찬양이 엉뚱한 고기국수한테 갔고, 그게 진짜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어요. 몸국은 제주도에서 고급 전통 음식 맞아요.


제주도 고기국수가 대흥행하자 많은 사람들이 진짜 제주도 전통 고급 음식인 몸국을 알리려고 시도했어요.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죄다 실패했어요.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아직까지도 몸국은 육지 사람들에게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식이에요. 설령 몸국을 안다고 해도 그게 제주도 전통 고급 음식이라는 생각을 못 해요. 그냥 제주도 토속 음식 중 하나라고만 여길 뿐이죠.


제주도 제주시 풍경 사진


"야, 몸국이 진짜 제주도 전통 잔치 음식이잖아."

"응. 맞아."

"그런데 왜 몸국은 육지 사람들에게 못 알려졌을까? 엉뚱한 고기 국수가 알려지고..."


뭐라카네가 그에 대해 자신의 가설 두 가지를 이야기해줬어요.


첫 번째 가설은 몸국이 뭔지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몸국은 돼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이에요. 육지에서는 모자반을 잘 먹지 않아요. 모자반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태반이구요. 육지 사람들에게 몸국에 대해 '돼지국물에 모자반 넣고 끓인 국'이라고 알려주면 육지 사람들은 모자반을 잘 안 먹기 때문에 모자반이 뭐냐고 물어봐요. 모자반이 해초의 일종이라고 설명해주면 그 설명만 듣고 몸국이 뭔지 상상할 수 없어요. 모자반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도 허다하니까요. 그래서 설명이 안 되다보니 '먹어보면 맛있는데 이게 참 어떻게 설명을 못하겠고...'가 되어버려서 알려지기 난해해서 못 알려진 것이라는 가설이었어요.


두 번째 가설은 해조류가 호불호가 꽤 갈리는 식재료 중 하나라 그렇다는 것이었어요.


몸국 속 모자반은 미끄덩거리거나 비리지 않아요. 그러나 모자반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말을 듣고, 모자반이 해조류라는 것을 듣는 순간 해조류 안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이 음식은 별로일 거라 여겨버린다는 가설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1번 가설이 더 그럴싸했어요. 이게 먹어본 사람들은 다 좋아하는데 설명이 참 어렵거든요. 모자반이 모자반이지, 그거 맛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제주도 제주시 광양사거리


몸국의 미스테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광양사거리까지 걸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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