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그 많던 우즈베키스탄 100숨 동전은 누가 다 먹었을까

좀좀이 2012. 8. 2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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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타슈켄트의 지하철 요금 및 버스 요금이 기존 600숨에서 700숨으로 인상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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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는 100숨 동전을 엄청나게 쌓아놓고 100숨 인상에 대한 100숨의 수요 증가를 대비하고 있었죠.


저도 이때 100숨 동전을 거의 처음 보았어요. 중앙우체국 입구에 있는 작은 판매대에서 다양한 우즈베키스탄 동전을 볼 수는 있는데 그 외에 100숨 동전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기념품으로 파는 거 말구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 나라 사람들은 동전 자체를 싫어해요. 무겁다구요. 이게 충분히 이해되는게 지폐 자체를 뭉텅이로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지폐 무게만 해도 무시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여기 최고액권이 1000숨인데 이게 우리나라 돈 500원 채 안 되는 작은 액수에요. 그렇다고 여기가 모든 게 비싸야 몇 만 숨 하는 것도 아니구요. 저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나오는 졸부처럼 돈을 팍팍 꺼내서 주고 그래요. 장 보러 한 번 갈 때는 필히 돈뭉치 한 개는 기본으로 챙겨야 하구요. 여기 경제가 우리나라의 1/20도 아닌데 최고액권이 500원도 안 되니 당연한 거죠. 여기 현지인들도 돈뭉치를 들고 다녀요. 그러다보니 지폐 챙기기도 벅찬데 동전 - 그것도 고작 40원 짜리 동전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죠.


우즈베키스탄에서 주로 쓰는 화폐는 아래 세 종류에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액수가 작아질수록 상태가 안 좋아져요. 이 외에 100숨 지폐도 종종 써요. 100숨 지폐는 말할 필요도 없죠. 정말 찢어지게 생긴 것도 많고, 아예 찢어진 것도 많아요.


교통비가 딱 100숨 오르며 100숨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어요. 예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1000숨을 내고 400숨을 거슬러 받으면 되었는데 이제 1000숨을 내면 200숨+100숨을 거슬러 받아야 하니까요. 이게 버스라면 그래도 나아요. 다른 손님에게 차장이 돈을 받아서 거슬러주거나, 또는 다른 손님에게 차장이 돈을 바꾸어서 거슬러주거나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지하철 제톤 판매소는 그렇지 못하죠. 그래서 지하철 제톤 판매대에서는 100숨 동전을 쌓아놓았고, 차장은 습관적으로 1000숨을 내는 사람들에게 100숨을 거슬러주기 위해 다른 손님들에게 돈을 바꾸거나 다른 손님에게 100숨을 받아 거슬러주기 일쑤였어요.


그러나 이제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지 꽤 시간이 지났어요. 더 이상 지하철 제톤 판매대에서 100숨 동전을 쌓아놓지도 않고 있고, 버스에서 100숨 거슬러 주기 위해 다른 손님에게 돈을 받거나 돈을 바꾸어달라고 하지도 않아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1000숨+200숨 내고 500숨 거스름돈

500숨+200숨 내서 700숨 맞추기


이런 조합이 널리 퍼진 것이죠. 그래서 더 이상 100숨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어요. 저 조합은 100숨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2번 조합은 버스에서 아주 유용해요. 만원 버스에서 거스름돈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100숨 지폐를 거슬러받을 필요도 없구요. 100숨 지폐들은 상태가 매우 안 좋아서 웬만하면 정말 빨리 써버리고 싶게 생겼답니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도록 할게요.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이상하게 상태 좋은 100숨만 들어왔네요. 이런 일 별로 없는데...


그러면 이제 미스테리. 4월에 그렇게 많이 보이던 100숨 동전은 다 어디 갔을까요? 제가 처음 왔을 때처럼 100숨 동전이 거리에서 다시 싹 사라졌어요. 물론 그때 많이 풀려서 아주 가끔...정말 가~끔 보일 때가 있기는 하지만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정말 구경하기 힘들어요.


1. 거지에게 다 주어버렸다. (아주 흔한 일이었음)

2. 기념품 만들기 위해 다 흘러갔다.

3. 정부가 다시 회수해 갔다.


어떤 것이 답일까요? 저도 궁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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