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시간을 거슬러 - 01 친구 만나러 가는 길

좀좀이 2014. 1. 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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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4일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동대문에서 만나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 동북화과왕.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맛있다는 집을 찾아서 가본 집이었다. 내가 처음 갔던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보이지 않는 집이다.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모였기 때문에 모처럼 양꼬치 외에 새우 볶음밥과 옥수수 온면을 시켜서 같이 나누어먹었다. 같이 먹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왔을 때 양꼬치 먹고 멋 모르고 한 사람당 옥수수 온면 하나씩 시켰다가 배가 터질 뻔 했다. 그리고 그때 식당에서 서비스로 준 음식이 바로 건두부 무침. 이때 처음 건두부 무침을 먹어보았다. 그 후 갈 때마다 건두부 무침을 먹고 싶었는데 서비스로는 항상 마파두부가 나왔다. 처음 왔을 때 아주머니로부터 양꼬치 굽는 법을 배웠고, 그 이후 친구들과 올 때마다 항상 내가 양꼬치를 굽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저런 예전 생각을 하며 먹고 나와 소화도 시킬 겸 종각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이 거리를 처음 걸은 것이 언제더라? 아마 이 길을 지나간 적은 내 기억보다 더 오래되었을 거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에도,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에도 사실상 최종 도착지는 서울이었으니까. 단지 그때는 서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어디를 지나갔는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언제나 종종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동대문에서 양꼬치를 먹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걸어간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헤어져 종각에서 전철을 타고 올라오는데 일본으로 여행갔던 친구가 오늘 귀국해서 잠시 서울로 올라올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너 어디? 서울이야?"

"응, 나 지금 홍대."

"아...그래? 잠깐 볼까?"

"그래, 여기로 와."


친구에게 전화하자 친구가 만나자고 했다. 친구가 있는 곳은 홍대. 잠시 가지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친구가 꼭 보자고 말했다. 돌아갈 방법이 없으면 자기가 게스트하우스 비용을 내줄테니 홍대로 와서 만나자고 했다.


"알았어. 거기로 갈께."


외대앞역에서 내려서 인천행으로 갈아탔다.


"외대까지 겨우 왔는데 돌아가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각에서 외대까지 왔고, 앞으로 30분 정도 더 가면 의정부역인데 중간에서 내리니 뭔가 허탈했다. 그냥 종각에서 전철을 타기 전에 전화를 걸걸 그랬나? 그랬다면 지금쯤 홍대에 도착해 있었을텐데.


시청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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