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새벽, 길가에 앉아서

시간을 거슬러 - 02 시청역

좀좀이 2014. 1. 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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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거의 없다. 그 이전에 시청역에서 전철을 타거나 내린 적 자체가 최근에는 없다. 시청역에서 전철을 탈 바에야 이왕 나온 김에 영풍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 종각역에서 전철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니면 마찬가지로 이왕 나온 김에 명동이나 남대문 시장으로 가 버리든가, 걸어서 종로5가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든가.


시청역을 많이 이용했던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다. 그 이전으로도, 그 이후로도 시청역을 이용한 적은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던 대학교 저학년 시절, 피로에 쩔어서 늦게 일어났을 때, 학교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시청역에서 환승해 1호선으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군대 전역 후 복학한 이후로는 학교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시청역을 많이 이용했던 것은 딱 대학교 2학년 때 뿐이다.


홍대역으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시청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이야...여기는 어떻게 예전이랑 똑같냐?"


보자마자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안 바뀌는 곳도 있구나.


내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가장 기억에 남는 역은 사실 시청역이 아니다. 여기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학교로 가야 할 때 이용해야 했던 역이었고, 보통은 이쪽으로 오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때만 해도 지하철과 버스가 환승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역이라면 단연코 종로 3가역이다.


하지만 종로3가역은 1호선과 5호선 사이에 무빙워크도 설치되었고, 스크린도어도 설치되었다. 어떻게 보면 참 별 거 아닌 변화이지만, 내가 대학교 저학년때 종로3가역을 이용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들 중 무려 두 개가 저 변화로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지금 종로3가역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라면 '짜증' 뿐이다.


'작년에는 거기 가 보았던가?'


이 후줄근한 시청역 천장을 보니 문득 떠올랐다. 내가 그곳을 작년에 가 보았던가?


어느덧 홍대 입구에 도착해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4시가 되었다. 친구는 내게 게스트하우스에서 같이 자고 내일 널널하게 일어나서 돌아가라고 했지만 오랜만에 좀 걷다 첫차 타고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고 헤어졌다.


홍대에서 시청까지는 걸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로 표지판을 보며 걸어가니 길 찾는 것이 매우 쉬웠다.


'6시쯤 되었겠지?'


시청에 도착해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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