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옛날로 가는 아침 - 프롤로그

좀좀이 2013. 5.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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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1학기. 친구가 마침 나와 같은 고시원에서 살게 되었다.


그때는 밤에 정말 많이 걸었었다. 하필 그때 친구가 DSLR을 샀고, 나도 친구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 디카를 사고 싶어서 컴팩트 디카를 중고로 구입했다. 둘 다 돈이 없어서 사이좋게 고시원에서 찌질대던 시절. 둘 다 사진 찍는 데에 재미를 붙였는데 주머니에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카메라 들고 매일 밤 걸어나갔다. 아니, 시간만 나면 둘 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천호대교이 사진이 남아 있을 줄 몰랐다. 친구와 밤에 걸었던 길 중에서 가장 최악의 길이었다.


정말 웃긴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인데, 그때는 정말 심각한 일들이었다. 둘 다 생활비가 떨어져서 주머니에 있는 돈 다 긁어모아 참치캔 하나 사서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김치와 볶아 일주일을 버티기도 했고, 둘 다 돈이 들어와서 사이좋게 고기부페 가서 배터지게 먹고 산책하다 귀신 비슷한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건 로또가 될 징조라고 좋아하며 둘이 돈을 모아 로또를 샀다가 떨어진 적도 있었다. 모두 하나하나 글로 쓰면 웃긴 이야기들이지만, 그때는 정말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였다.


이런 나와 친구의 웃기지만 웃지 못할 이야기의 정점은 바로 경북 풍기-충북 단양 여행 (나의 정말 정신나간 이야기)이었다. 그렇게 정점을 찍은 후, 친구는 다행히 일이 잘 풀려서 고시원을 떠났고, 나는 그 고시원에서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머물렀다.


밤새도록 걷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지만, 혼자 밤새 걷는 것은 아무래도 예전 그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이제 주변 친구들에게 밤새 걷자고 하면 왜 그런 짓을 하냐며 이상한 눈으로 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밤새 걸을 일은 이제 아마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다시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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